공작부인(The Duchess) : 세기의 스캔들
키이라 나이틀리(Keira Knightley: 조지아나), 레이프 파인즈(Ralph Fiennes: 데븐셔 공작), 샬롯 램플링(Charlotte Rampling: 레이디 스펜서), 도미닉 쿠퍼(Dominic Cooper: 찰스 그레이), 헤일리 앳웰(Hayley Atwell: 베스 포스터) 등이 열연한 영화 공작부인(부제: 세기의 스캔들)은 18세기 영국 최고의 권력가인 5대 데본셔 공작, 윌리엄 데본셔 공작과 결혼한 조지아나 공작부인의 실화를 다룬 내용을 솔 딥(Saul Dibb) 감독이 제작한 영화다. 대본은 출간 당시에도 화제가 되었던 아만다 포멘의 [조지아나, 데본셔의 공작부인(Georgiana, Duchess of Devonshire, 1997)로서 영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휘트브래드 상’을 수상한 베스트셀러 소설이었으며, 국내에는 2008년 10월 개봉되었다.
중세 프랑크왕국에서 처음 관직으로 형성되었다가 세습적 봉건귀족제의 발달로 귀족의 계층·서열을 나타내게 된 작위 제도는 신성로마제국에 전해지고, 중세 말기에는 서유럽 제국에 널리 퍼졌다. 영국에서는 11세기 노르만 정복 이후 왕 직속의 가신(家臣)이 듀크(公) ·마키스(侯) ·얼(伯) ·바이카운트(子) ·배런(男) 등 상급귀족의 작위가 형성되어 사후에는 그 장남이 작위를 계승했다. 영화의 무대가 된 영국의 경우 작위는 공작(Duke)→후작(Marquisate) →백작(Count) → 자작(Viscount) → 남작(Baron) 등 5단계로 나뉘는데, 작위는 대대로 세습되었다. 그리고 공작 ·후작의 둘째 아들 아래는 이름 앞에 로드(Lord)라는 칭호를 붙이고, 자작과 남작의 둘째 아들 아래로는 이름 앞에 오너러블(Honorable)이라는 칭호를 붙였는데, 현재도 작위는 사용되고 있다.
영화의 줄거리는 17살의 아름다운 처녀 조지아나는 당시 최고의 권력과 부를 가진 데본셔 공작과 결혼하여 모든 사람이 부러워하는 공작부인이 된다. 그러나 아름다운 젊은 여성과 엄청남 지위와 재력을 가진 나이 많은 남성과의 결혼은 진정한 사랑에 의한 결합이 아니라면 대개 불평등한 계약결혼으로서 필연적으로 비극으로 끝나기 마련인데, 조지아나 역시 그런 여성이 되었다.
데본셔 공작은 가문을 이을 아들을 낳아주면 보답을 하겠노라며 조지아나와 결혼하였으나, 불성실한 데본셔 공작은 이미 하녀와 사이에서 낳은 세살 짜리 딸 샤롯을 조지아나에게 맡긴다. 불행히도 조지아나가 잇달아 딸 둘을 낳자 실망한 데본셔 공작은 외도를 계속하더니, 심지어는 조지아나의 유일한 친구 베스마저 정부로 삼는다. 조지아나가 자신의 친구와 불륜관계를 맺은 남편과의 불화를 호소하려 친정을 찾아가지만, 친정어머니는 아들만 낳으면 되니 참고 살아라고만 한다. 이런 가부장적인 가문의식과 남편의 권위주의적인 행태는 불과 한 세기 전 우리사회의 현실과 별반 차이가 없다.
겉으로는 높은 귀족과 결혼해서 신분상승을 하고 부와 명예를 얻은데다가 빼어난 외모와 뛰어난 화술로 런던 사교계의 여왕이 되는 등 부러울 것이 없을 것 같은 조지아나이지만, 안으로는 남편이 그토록 원했던 아들을 낳지 못하자 버림을 받고, 친구에서 남편의 정부로 신분이 바뀐 베스와 셋이서 기이한 한집에서의 동거생활을 지속하게 된다.
그렇게 우울한 날을 지내던 중 조지아나는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젊고 뛰어난 정치가 찰스 그레이와 위험한 밀애를 시작하는데, 공작 부인이자 사교계의 여왕과 젊은 정치가의 스캔들이 영국 전역에 알려지게 되면서 조지아나는 커다란 위기를 맞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찰스 그레이로부터 평소 공작에게서 느끼지 못한 행복감에 빠진 조지아나는 공작에게 돌아가지 않으려고 하지만, 남편의 회유와 어린 두 딸을 위하여 그레이와 이별하고 다시 공작에게 돌아온다. 이제 조지아나는 남편과 베스의 관계를 인정하면서 자신도 찰스 그레이와 외도를 계속하는데, 둘 사이에는 딸 일라이자를 낳는다. 그리고 그레이에게 아기를 넘겨주는데, 그레이는 일라이자를 자신의 조카로 입적시켰다.
우여곡절 끝에 조지아나도 마침내 기다리던 아들을 낳아 데본셔 가문의 대를 잇게 하고 자신의 몫인 많은 재산을 받지만, 그 이후 그녀의 삶은 겉보기에는 화려하지만 사랑 없는 빈껍데기 생활이었다. 정계와 사교계에서 당대의 패션 리더이자 영향력 높은 사교계 인사로서, 그리고 여성참정권이 허용되기 훨씬 전인 18세기 말에 정치운동에 뛰어들어 휘그당을 승리로 이끈 정치적 지도자로 활동하던 조지아나는 48살로 병으로 죽는데, 베스는 데본셔 공작의 두 번째 부인이 되었다. 그리고 조지아나의 연인 그레이는 25대 영국 수상(1830~1834)이 되었다는 이야기를 자막으로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난다.
조지아나, 데본셔, 그레이라는 세 명의 삼각관계를 통해서 사랑과 갈등, 불륜을 그린 영화는 우선, 조지아나 역을 배역한 키이나 나이틀리는 1985년생의 젊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밝고 쾌활한 모습 이면에 슬픔이 묻어나는 복잡한 감정 연기를 훌륭하게 잘 연기했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가장 강조한 공작부인의 화려한 드레스와 무려 65㎝에 이르는 헤어스타일 등 공작부인으로서의 다양한 사치스러움을 잘 표현했다. 또, 사악한 남편 데본셔 공작의 랄프 파인즈도 전형적인 봉건주의적 시대의 거만한 귀족의 모습을 잘 연기했다.
한편, 영화는 시대적 배경을 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여 제작진은 런던에 보존되어 있는 실제 데본셔가의 저택과 데비셔에 있는 전원저택 체스워드(Chatsworth House),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바스(Bath) 등에서 촬영했다고 한다.데본셔 공작의 저택인 체스워드는 현재도 데본셔가의 후손들이 살고 있는데, 300개의 방으로 이루어진 저택에는 하루에 6천명의 관광객이 출입하며, 집안에는 램브란트 미술, 조각 작품을 비롯하여 박물관을 방불케 하는 유물들을 관람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세계의 문화유산이자 영국의 최고 온천휴양지인 바스(Bath) 등 영국의 유명한 명소의 풍경과 당대 남녀 귀족들이 입었던 화려한 의상과 헤어스타일들은 관객으로 하여금 당시를 짐작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했으며, 시종일관 눈을 풍성하게 해주었다. 사족으로 조지아나는 현시대 영국 엘리자베스 2세의 장남 찰스 왕자의 왕세자비였던 다이애나 비의 4대 선조라고 한다. 찰스 왕자와 카밀라는 고교시절 첫사랑이었다고 하는데, 카밀라가 해군장교와 결혼한 8년 후 찰스가 다이애나와 결혼을 하면서 비극적인 스캔들이 시작됐다. 찰스 왕자는 다이애나와 결혼을 한 이후에도 카밀라의 불륜이 끊임없이 계속되자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던 다이애나는 정신적인 고통을 받았는데, 몇 년 후 카밀라가 이혼하자 찰스 왕자도 다이애나와 이혼했다. 그 후 1년간 다이애나는 이혼 전보다 더 많은 시선에 시달렸고, 결국 쫓아오던 파파라치를 피하려다 교통사고로 비운의 삶을 마감했다.
우연의 일치인지 파란만장한 스캔들에 얽힌 두 여인의 삶은 시대는 달랐어도 결혼과 동시에 얻은 부와 권력, 그러나 불행했던 결혼생활, 끊이지 않는 각종 스캔들 등은 너무나 비슷하다. 사실 영국에서 영화 공작부인의 예고편에 다이애나 비의 모습을 넣어 직접적으로 공작부인의 이야기가 다이애나의 이야기임을 암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첫댓글 안녕 하세요?
회장님
덕분에 잘 감상 했습니다
행복한 저녁시간 되세요 꾸벅
힘 내세요.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