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향(沈香) 이야기
홍 성 자
한국의 친정 오빠한테서 침향환 프리미엄 한 박스가 왔다.
내가 감기 들어 기침하다가 폐렴이 되어 강한 항생제를 먹으며 요단강변을 서성이는데, 때마침 침향환을 보내 온 것이다. 어찌 알고.......
성경에 다섯 번이나 언급했다는 침향! 찾아보니 아주 흥미진진했다. 특히 민수기 24장 6절에 ‘여호와의 심으신 침향목들 같고’ 그 대목에서는 성경에서 눈을 뗄 수 없었고, 정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여호와께서 심으셨다고?
성경에 침향을 알로에(Aloes)라고 (민:24-6, 요:19- 39) 번역해 놓았는데, 침향은 알로에가 아니다. 수백 년 된 알로에 나무를 보았는데 알로에나무하고 침향나무와는 잎사귀나 나무 생김새부터가 완전히 다르다. 침향의 학명은 Aquilaria agallocha 아콸라리아 아갈로차 이다.
침향은 침향나무에 상처가 생겼을 때 스스로 치유하기 위해 분비되는 진액(수지, 나무기름)이 오랫동안 굳어져 생긴 천연 물질이라고 한다. 진주가 만들어지는 원리와 같다고 하겠다. 한국에서는 전혀 생산되지 않으며 베트남 침향을 최고로 친다고 한다.
침향(沈香)은 가라앉는 향, 물속에 잠긴 향이라는 뜻인데, 그 향기가 무거워 물속에 가라앉는다고 한다.
동의보감에 기록이 있고, 조선왕조실록에도 기록이 있다 한다. 침향의 약효는 무궁무진한데, 몸속의 위장, 신장, 비장, 간장에 두루 작용하며 면역력을 높여준다 한다. 약용, 향료, 종교의식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황금보다 비싸고 귀한 것이라고 한다.
침향을 불붙여 피우면 주변의 공기를 빠르게 정화하고, 심신을 안정, 두뇌활동을 촉진. 머리와 눈이 맑아지고, 스트레스 해소, 방충효과와 해충접근을 차단하는 등, 결국 그 향기로 사람을 살리는 작용을 한단다. 만능예방과 만병통치제, 보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침향은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걸쳐 단단한 덩어리로 만들어진 침향나무의 수지인데, 항상 그렇지는 않겠지만 절에서 피우는 향이 침향목이라 하고, 염주알도 침향으로 만든다고 한다. 특히 기침, 천식, 폐렴의 증상을 완화시킨다니 이번에 오빠가 보내준 침향환이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다.
침향은 향기와 함께 살균과 방부제 작용을 하여, 예수님이 돌아가신 뒤 시체를 가져다 장사지내는데 니고데모가 몰약과 침향 섞은 것을 백근 쯤 가져온지라. 라고 나온다.
한국에서는 침향치약, 침향비누, 침향 차, 침향 환, 침향 수 등, 다양한 종류의 건강식품들을 연구 개발해서 목하 각광 중이라고 한다. 역시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민족임에 틀림이 없다.
침향은 향기중의 최고의 향기라 하여 향수의 재료로도 썼으며, 마릴린 먼로가 알몸에 ‘샤넬 No 5’ 만 뿌리고 잤다는 향수로 유명한데, 침향이 들어갔기 때문에 비싸다는 것이다. 나도 샤넬 No 5 향수를 좋아하는데 .......
클레오파트라도 침향의 향을 굉장히 좋아했고, 천하일색 양귀비가 다른 장신구들 제쳐놓고 침향목걸이만 목에 걸었다 한다.
세종대왕께서도 침향을 엄청 사랑했다고 하는데, 고려시대부터 사용했다던 선비들이 가지고 다니는 부채, 여름의 필수품인 부채의 선추에 비상약을 매달았다고 한다. 그 선추, 즉 향낭 안에는 사향이나 침향을 넣어가지고 다녔다고 한다. 침향은 기침, 천식, 숨이 찰 때, 구토, 딸꾹질을 할 때 그 향을 맡으면 증상이 속히 완화된다고 한다. 그 옛날부터 침향의 효능을 어찌 알았나?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몇 년 전 토론토 외곽지대의 어느 가구점에 가보았는데, 침향 나무가 아닌, 그냥 향나무로 만든 가구가 있어서 그 향이 정말 좋았던 기억이 있다. 그 가구 속에 옷을 넣어두면 좀이 쓸지 않고 해충이 안 덤빈단다. 향나무 중에는 줄기가 누워서 자라는 향나무가 있는데, 누운 향나무라 하여 토론토의 내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향나무도 이 정도인데, 침향을 말해 무엇 하리.
전에 한국에서 조상님들 제사 지낼 때 늘 향나무를 손수 깎아서 향을 피우고, 그 향기 속에 앉아 계셨던 우리 아버지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오르니 가슴이 먹먹하다.
몇 천 년 전부터 있었던 침향이 지금까지 존속되어 귀한 약재뿐만 아니라 다양한 용도
로 쓰이다니 참으로 놀랍고 귀한 일이다.
( 2023 12. 19. )
누운 향나무
( 땅 바닥에 아주 누운 ) 누운 향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