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의 일기장
7년전의 일입니다....
아빠는 환경미화원이셨어요...
새벽 1시, 가족들이 깰까 봐
조심스럽게 나가시는 아빠의 구부정한 어깨를
몰래 지켜볼 때면 나는
'하필이면 왜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하실까'
하며 내심 아빠를 원망했습니다.
등교길에 혹시나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
아빠를 만날까 봐 늘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걷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빠는 몸이
자꾸만 야위어 병원을 찾았는데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뼈만 앙상하게 남은 당신의 얼굴을 보기 싫었던지
더 이상 거울 앞에 서지 않는 아빠를 보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소리 없이 울었습니다.....
그리고 날마다
'제발!! 오늘 하루만 더' 를
수없이 하나님께 기도 드렸지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아빠의 50번째 생신날,
언제나 작업복에 운동화 차림이셨던 아빠에게
나는 처음으로 예쁜 꽃무의 넥타이를 선물했고,
엄마는 검정색 구두를 선물했답니다..
그리고 친구에게서 빌려 온 사진기로
침대에 힘들게 걸터앉은 아빠의 팔장을 끼고
애써 웃음지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한 달 뒤에 있을 내 졸업식에
아빠가 꼭 그 넥타이를 메고,
새 구두를 신고 참석하실 수 있기를 바라며...
그러나 2월 어느 날.
내 좋업식을 앞두고 아빠는 결국
조용히 눈을 감으셨습니다.
신사복 차림의 멋쟁이 아빠와
함께 교문을 힘차게 걸어오고 싶었는데...
서러움에 복받쳐 나는 울고 또 울었습니다.
아빠는 마치 이별을 예감하신 것처럼
떠나기 며칠 전 내게 아빠의 일상과
가족에 대한 걱정이 잔잔하게 적힌
일기장을 건네주셨습니다..
아빠를 떠나보낸 뒤 우리는 많은 아픔을 겪었지만,
다시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았답니다...
엄마는 지금 시장에서 작은 야채가게를 하십니다...
바구니에 담긴 푸른 야채들처럼
엄마와 내 앞에 놓이 시간도 푸르리라 믿습니다....
저는 가끔 아빠가 그리워질 때면
아빠가 남긴 일기장과 수첩 속에 끼워 둔
그날의 사진을 꺼내보곤 합니다...
사진 속의 아빠는 여전히
나를 보며 환하게 웃고 계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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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은 MBC라디오 지금은 라디오시대에서
스크랩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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