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악산(경기 파주)에서 임꺽정을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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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작금, 세상 돌아가는 판세를 보니 한 때 시중에 크게 퍼졌던
‘백수네 수탉과 고관댁 멍멍이의 대화’라는 우스갯소리가 떠오른다.
새벽이면 앞집 백수네 수탉은 “꼬꼬댁 꼬꼬댁” 홰를 치고, 뒷집 고관댁
멍멍이는 외부 사람이 접근하면 “멍멍 멍멍” 요란하게 짖어댄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수탉과 멍멍이가 조용해졌다.
하루는 수탉이 멍멍이에게 물었다. "너 요즘, 새벽에 홰를 안치더라.
무슨 일이라도 있었니?”
“우리집 아저씨가 백수가 되었는디, 새벽 잠을 깨워서 쓰것냐”.
수탉의 대답이었다.
“그런데 멍멍이 너도 요즘 짖지 않고 조용하더라. 요즘 성행하는 성대수술 했니?”
“그래, 나 성대수술했다. 왜 떫어? 앞 뒤 세상천지를 다 둘러 봐도,
온 세상이 도둑들 판인데, 누굴 보고 짖는다는 말인가.
짖어봐야 뭐하노? 내 입만 아프지”
지금 아파트나 공동주택에서는 멍멍이의 소음 때문에 주민간의
시비가 많다.
이를 해소 시키기 위해 애견가들은 멍멍이에게 성대수술을
하기 시작, 대 유행이라고 한다.
(2)
조선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은 조선의 3대 도적으로 홍길동과 장길산
그리고 임꺽정 (林巨正, ? ~1562)을 꼽았다.
성호가 3대 도적으로 이들을 꼽은 것은 비단 대도(大盜) 여서만은
아닐 것이다.
당시 위정자들은 이들을 도적떼로 몰고 갔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가렴주구(苛斂誅求)를 일삼는 위정자에 대한
농민의 저항이자 신분해방의 부르짖음이 담긴 의적(義賊)이라는
시각이 담겨있다고 본다.
우리가 소설 속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임꺽정(林巨正)은 조선조
명종 때 살았던 실존 인물이다.
(3)
그런데 임꺽정은 실존인물보다는 소설이나 드라마로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당쟁으로 조정의 기강이 문란하고 사회질서가 어지러웠을 때,
백정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1559년(명종 14년)부터 수년간 경기도와 황해도
일대를 횡행하면서 탐관오리들을 잡아 죽이고 여러 고을을 소란케 했다.
명종실록을 비롯한 역사 기록물들은 임꺽정과 그 무리들을 약탈과 살인,
방화를 서슴치 않는 인간들로 묘사했지만,
벽초 홍명희(1888~1968)는 그의 소설에서 임꺽정을 의적으로 부활시켰다.
홍명희가 생각한 임꺽정은 도적이 아닌 민중의 영웅이었다.
실존하는 인물에 역사적 해석을 달리하여 새로운 역사 인물을
재창조한 것이다.
1928년부터 10년간 조선일보에 연재된 소설 임꺽정은 민족해방운동이자
현실적 저항운동의 일환이었다.
명종대의 진정한 대도는 임꺽정이 아니라 실권자였던 문정왕후의
혈육 윤원형(尹元衡)이었다.
윤원형은 명종의 외삼촌이자 문정왕후의 동기간이라는 지위를 이용
하여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었다.
임꺽정은 우연하게 출연한 도적이 아닌 것이다.
실제로 임꺽정이 활약했던 황해도 지역의 지방 관리들은 명종의
모후인 문정왕후의 친정붙이들이었다.
임꺽정 난이 기록상 보이기 시작하는 1559년 황해도 지역은
극심한 흉년과 전염병으로 죽은 시체가 들판에 가득할 지경이었다.
가난과 전염병으로 쪼들린 농민들은 살 곳을 잃고 떠돌아 다니다가
도적 신세가 되는 일이 비일비재 하였다.
그가 횡행했던 무대 중의 한 곳이 감악산과 불국산 일대였는데,
이 지역 취재길에 협도(俠盜)로 불렸던 그가 바로 이 시대에 살았다면
과연 어떤 일을 할까. 혼자서 흥미 있는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