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사람들은 시래기를 잘 모를지도 모르겠다.
시래기는 무청을 겨울 내내 잘 말린 것을 말한다. 이렇게 잘 말린 시래기를 찬물에 우려내서는 국으로 끓여 먹거나 반찬으로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지금까지도 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얼마전 의친왕의 다섯째 딸인 이해경씨의 글을 읽어 보았다. 이씨는 일제에 의해서 황태자 자리 마저 빼앗긴 의친왕의 딸이다. 이해경씨는 82살 임에도 아직도 건강하고 뉴욕의 컬럼비아 대학 근처의 원룸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나의 시선을 끌었던 것은 물론 음식에 관한 이야기 였다.
이여사는 사궁동에서 유모와 같이 생활을 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어머니께 문안 인사를 하면 의친왕이 먹었던 수라상이 나와 있었다고 한다. 그럼 그 수라상을 어머니하고 나누어 먹었다. 물려 나온 수라상은 깔끔하고 덤덤한 음식만 올라와 오히려 맛이 없었다.
의친왕의 첩이었던 이해경씨의 어머니도 이런 음식에 질려서 어떤 때는 손도 대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는 때때로 상궁들에게 말하길 ‘나도 두메 산골에서 자라서 시래기를 좋아 한다. 그러니 너희들 먹던 것 좀 가지고 와보라’ 하곤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해경씨도 일부러 식사 시간을 걸르고는 상궁들 처소로 가서 상궁들과 함께 구수한 시래기 국으로 포식을 했다고 하니 왕족 이라도 한국인의 입맛은 바꿀 수 없는가 보다.
1956년 부터 미국에서 살았던 분이 시래기 국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아무리 먹거리가 미국화 되도 한국인은 이런 음식을 한번씩은 먹어 주어야 하는가 보다.
시래기 Dried Radish Greens …… 3단
날콩가루 Powdered Soy Bean …… 3큰술
황태포 Dried Pollack …… 1컵
표고 버섯 Shiitake …… 6개
무우 Radish …… 반개
된장 Soy Bean Paste …… ¼컵
다진 마늘 Garlic …… 1큰술
국간장 Soy Sauce …… 1큰술
다진 파 Scallion …… 2큰술
육수(쌀뜨물) Broth …… 10컵
시래기 준비하기
1_마른 시래기는 물에 하루 정도 불려 놓는다.
2_불려 놓은 시래기는 끓는 물에 베이킹 소다를 조금 넣고 2시간 정도 푹 삶아 준다.
3_시래기를 건져서 식힌 뒤 분량의 콩가루에 버무려 둔다.
만들기
1_달구어진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분량의 다진 마늘을 넣고 볶다가 잘게 찢어 놓은 황태와 국간장을 넣고 약한 불에 볶아 준다.
2_어느 정도 볶아 졌다 싶으면 준비한 된장을 넣은 다음 분량의 육수를 붓고 콩가루에 버무린 시래를 넣고 20분 정도 끓인다.
3_시래기가 충분히 물러 졌다 싶으면 표고버섯, 무우를 넣고 다시 한소큼 끓인다.
4_완성된 시래기국을 국그릇에 담고 다진 파를 얹어 완성한다.
시래기국을 끓일 때는 센불로 끓이다가 나중에는 약불로 뭉근히 끓이는 것이 요령이다.
콩가루를 넣으면 시래기국이 고소하고 맛이 있다. 콩가루를 넣기가 그러면 선식이나 미숫가루를 넣어고 무관하다.
바베큐 파티를 많이 하면 고기를 먹고는 된장 찌개를 많이 끓여 먹는다. 며칠 전에는 제인이 집에서 바베큐 파티를 한다고 초대를 하였다. 와인이나 술은 다른 지인들이 들고 갈 것 같아서 나는 와인 대신에 황태 시래기국을 끓여 커다란 냄비에 담아서 갔다.
고기를 구워서 어느 정도 먹었을 때 황태 시래기국과 김치를 같이 내었더니 금방 동이 나고 말았다. 역시 한국 사람들은 이런 구수한 된장국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남가주에서 살면 자주 바베큐 파티를 하게 되는데 이 때 황태 시래기국과 함께 즐기면 좋을 것 같다.
오렌지 카운티의 미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