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리
유영신
나무와 나무 사이 울음이 떨어지고 있다
내 눈에 시력처럼
베레모를 쓴 군인과
롱코트 긴 머리 여자가 안겼다 떨어진다
끈끈한 시간이 지나
떨어지는 초조함이 아찔하다
차창 밖 가을 풍경은 그림 전시회다
각자의 시선으로 사유하는
달리는 미술관
우주로 실려 가는 몸은 관성에 묻혔다
지나가는 것은 다 아름다웠다고
떨어져서 그립고 붙어있어 애틋한
딱 붙어야 하는 풀처럼
점성의 농도를 점검해 본다
(『김포문학』 39호 245쪽, 사색의 정원, 2022년)
[작가소개]
유영신 김포문인협회회원, 김포문인협회사무차장역임, 김포문예대학15~23기수료, 한성백제문화제은상수상(2010), 제1회김포문학상신인상수상(2016),
[시향]
유영신 시인의 “가을 소리”, 가을 풍경에 대한 시인의 시선이 공감각적으로 종횡무진 달립니다. 나무와 나무 사이 낙엽들이 “울음”(소리)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낙엽도 시인의 시력도 아래로 내려앉습니다. 베레모를 쓴 군인과 롱코트 긴 머리 여자가 안겼다가 떨어지며 수평으로 간격이 생깁니다. 차마 서로 떨어지고 싶지 않겠지만 속절없이 떨어져야 하는 초조함에 정신이 몽롱합니다. 차창 밖 가을 풍경은 그림 전시회처럼 다채롭습니다. 저마다의 사색에 잠겨 내다보는 가을 풍경은 달리는 미술관처럼 그림에서 그림으로 이어집니다. 오늘도 우주로 실려 가고 있는 우리는 이제 관성이 붙었습니다. 지나가는 모든 것은 다 아름다웠다고, 떨어지면 그립고 붙어있어야 애틋하다는 곁, 딱 붙어야 하는 풀처럼 얼마나 끈끈한 곁이 되는지? 얼마나 살가운 곁을 둔 것인지?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 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나태주 「멀리서 빈다」 부분) 는 시 처럼, 사람은 물론 신앙이나 사상, 학문이나 예술, 스포츠, 반려 동식물이나 무생물까지도 곁이 될 수 있겠습니다. 그리하여 누군가는 더없이 살가운 곁 하나를 위하여 평생을 애태우기도 합니다.
낙엽이 쌓입니다. 끈끈한 온기를 나눌 내 곁이 한없이 소중해지는 계절입니다. 세상을 다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곁 하나를 둔 당신은 가히 아름답습니다. 시인은 떨어져서 그립고 붙어있어 애틋한, 딱 붙어야 하는 풀처럼 지금의 곁이 서로 얼마나 찰떡 진지 헤아려보고 있습니다.
글: 심상숙(시인)
첫댓글 올 가을은 가을 소리 듣기도 전에 보내고 앉았네요. 그림이 그려지는 우리 유영신시인님의 시를 따라 길을 걷게 해주신 심상숙시인님 감사드립니다. 건강 살펴가시는 계절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