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촌철활인
연일 신종인플루엔자로 매스컴에서 난리다.
20세기 죽음의 병으로 알려진 AIDS를 비롯하여 21세기에 들어와서도 사스(SARS), 조류인플루엔자(AI)에 이어 돼지인플루엔자(SI) 등 신종질병이 창궐하고 있다.
멕시코에서 시작된 신종질환이 북미를 강타하더니 급기야 인근 일본에까지 급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사스와 AI에서 단 한 명의 환자도 발생하지 않았을뿐더러 신종질환에도 소수의 확진자에 불과하여 한국인의 면역성이 다시금 화제에 오르고 있다.
우리가 늘 먹는 김치와 마늘에 대한 약리 효능 때문이라는 보고가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세계를 휩쓸 게 될 신종 괴질을 일찍이 예견하고 명약 한 방안을 제시해준 분이 있으니 다름 아닌 인산 김일훈 선생이다.
인산 선생은 1909년 함남 홍원에서 태어났으며, 말과 글에 눈뜨면서 우주의 제 현상을 번연히 깨닫고 놀라운 예지 능력을 보여준 생이지지자(生而知之者)였다.
1992년 84세를 일기로 서거하기 전까지 가난과 고난을 겪으면서도 무보수로 민중들의 병고를 치료하고 암 신약의 개발에 진력, 인류의 병마 퇴치 구세 이념을 담은 인산 의학을 정립한 ‘가난한 민초들의 의황’이며, 위대한 사상가였다.
젊은 날엔 애국심의 청년으로 항일독립투사로 활약했으며 일경에게 붙잡혀 모진 고문에도 추상같은 기개를 잃지 않았다.
경남 함양에 자리 잡을 때까지 무려 80번이나 이사를 할 정도로 뼈저린 적빈(赤貧)에 시달리면서도 민초들의 구료(救療)에 온몸을 바쳐서 연구하고 봉사하는 삶을 살았던 한국의 신의(神醫), 의술을 팔 수 없다며 한 번도 자신의 의술과 돈을 바꾼 적이 없었다. 선생은 평생 돈 한 푼 받지 않고 처방전을 내리는 참 인술(仁術)을 펼쳤다. 목수일, 함지박 깎는 일, 막노동과 날품으로 생계를 삼으면서 병들고 가난한 사람들 이외에는 아무도 우러르지 않은 고독한 황제, 인산 김일훈!
선생의 저서 《신약》과 《신약본초》는 선생이 작고하시기 전 구술 및 강연을 기록 정리한 책이다.
1986년 《신약》책은 나오자마자 현대의술에서 포기한 암환자와 불치의 병 환자들에게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며 마지막 희망이 되었다. 함양 초옥에는 선생의 처방을 받고자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와 장사진을 이루면서 ‘난치병 환자의 종착역’이라 불릴 정도였다.
병자뿐 아니라 선생의 웅대한 우주철학에 심취한 사람들과 구도를 위한 사람들까지 합세하여 그야말로 단 하루도 북새통을 이루지 않는 날이 없었다고 한다.
《신약》출간 이후 마지막 가는 길에 자신이 터득한 우주철학과 공해 시대의 치병 법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하여 총 30여 차례의 강연을 그대로 옮긴 불멸의 대 어록이 나오게 되는데 이 책이 바로 그 유명한《신약본초》이다.
선생은 두 저서에서 겨우 한두 가지 신약만으로 만병을 다스리는 촌철활인(寸鐵活人)의 묘책을 내놓았다.
“단전이나 중완·전중 혈에 쑥뜸을 떠라.”
“밭 마늘을 구워 죽염(소금)에 찍어 먹으라.”
“뼈에 문제가 생기면 홍화씨를 복용하라.”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극히 단순 명료한 선생의 세 마디 결론은 웅숭깊은 사상이 담겨 있는 것이다.
2. 의사, 정치가가 필요 없는 사회
‘의사는 의사가 필요 없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 의사가 되어야 하고, 정치가는 정치가가 필요 없는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 정치가가 되어야 한다.’라며 명쾌한 선언을 한 선생은 현대의학과 동양의학이 모두 심각한 오류와 함정에 빠져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현대의학은 번쩍번쩍한 치장으로 거대한 규모와 자본력으로 오늘날 의학계를 지배하고 있다. 아픈 자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오로지 병원에 갈 수밖에 없는 의료 메커니즘을 구축하였다.
의사는 마치 전지전능한 신의 권한을 부여받은 이처럼 사람의 생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무소불위의 막강한 힘을 행사하는 의사는 생명을 다루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기계를 다루는 숙련된 엔지니어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더 고가의 신종 기계와 더 세밀한 장비를 운용하는 철저히 보여주는 것에 의존하는 오퍼레이터에 불과하다고 선생은 비판하고 있다. 병원이 제품을 찍어대는 공장과 다를 바가 무엔가.
흔히 현대의술을 ‘대증요법’이라고 한다. 병의 원인이 아닌, 증상에 맞는 처방을 한다는 말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과학적인 증상-즉 병명이 없으면 치료도 할 수 없다는 논리이다. ‘병명이 있어야 치료도 있다.’는 접근법은 일견 타당한 것 같으나 끝없는 함정에 빠지게 한다. 기계가 밝혀내지 못하는 병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일례로 암의 경우, 암 종양이 1cm 이상의 크기가 되었을 때, 첨단기계가 암인지 여부를 판독 한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그보다 작은 상태는 암이 아니고, 치료도 할 수 없다는 말인가?
첨단기계의 판독을 돕기 위해 병을 화초처럼 키워야 한다는 어이없는 모순 아닌가.
‘더 정밀하게 더 정확히’란 현대의술의 구호는 애초부터 한계를 배잉(胚孕)하고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급기야 현대의술은 한계에 부딪혀 ‘대체의학’이라는 신조어를 들고 와서는 동양 전통 의술을 그들의 애첩으로 삼고자 오매불망 애가 닳아 속이 까맣게 타고 있는 현실이다.
오늘날의 한의학은 또 어떤가.
400여 년 전의 허준 선생님의 ‘동의보감’이나, 민족의학을 독창적으로 정립한 이제마의 ‘사상의학’은 그 시대에서는 훌륭한 의서였다.
그러나 그러한 처방은 오늘날 심각한 공해에 찌들어 독성을 안고 사는 우리에게 전혀 먹혀들지 못하고 있다. 과거 의서가 쓰인 시절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먹거리, 공기, 물이 오염되지 않았고 발병양상도 달랐다. 처방하던 약재도 공해 독이 없는 약재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오늘날에 고서에 의한 처방은 마치 양동이로 산불을 끄자고 덤비는 것과 같다고 인산 선생은 지적하고 있다.
“나는 오늘을 사는 사람이므로 오늘날 사람의 병을 고쳐야 해.”
선생은 현실에 맞는 새로운 의술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고서이론에 매몰되어 허우적대는 그들은 갈 길을 잃어, 현대의술이 동양의술과의 밀월을 꿈꾸듯, 그들은 반대로 양 의술과의 동거를 꿈꾸는 것이다. ‘양·한방 협진’이라는 그럴듯한 말로 포장해가면서 최첨단 한의학을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3. 신약
약식동원(藥食同源), 곧 약과 음식은 그 뿌리가 같다는 말이다. 서양의학의 시조인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의사도 고칠 수 없다.’고 말했다. 중국 속담에도 ‘주릴 때 먹으면 음식이요, 아플 때 먹으면 약이다.’라고 하였다.
인산 의학은 복잡한 게 아니다. 단순하고 명료하다. 인산뜸법과 몇 가지 신약 식품이 인산의학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요는 병명이 아니라 인체의 면역력을 키우면 어떠한 질병에도 이겨낼 수 있다고 하는 인산 의학적 이론이다. 이를 위해 쑥뜸과 더불어, 장수의 3대 식품으로 죽염, 마늘, 홍화씨를 권하고 있다.
인산뜸법인 ‘영구법(靈灸法)’은 선생께서 혜안으로 열어놓으신 무혈 수술법이며, 구도의 수행 뜸 법이라 할 수 있다. 중완, 단전, 족삼리등의 혈 자리에 무려 5분 이상 타는 약 뜸 쑥을 올려놓고 지져대는 뜸 법으로 웬만한 정신력으로는 감히 엄두도 못 내는 뜸 법이다. 영구법은 건강을 넘어 숱한 신묘한 신화들을 만들어가고 있다.
소금에 대한 진실을 알지 못하고서는 인산 의학을 맛볼 수 없다. 소금은 인산 의학의 정수이며 근간이라 할 수 있다. 소금은 그야말로 인산 의학에 ‘빛과 소금’인 셈이다.
천일염을 대나무 통에 넣어 아홉 번 구워서 만든 죽염은 인류 만병을 퇴치하는 최고의 영약(靈藥)이 된다. 아홉이라는 숫자는 동양철학에서 완벽을 뜻한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약재 법제 시 구증구포(九蒸九曝)로 다루었다.
선생은 민간에서 전해오던 죽염의 원리를 최초로 밝혀놓으신 죽염의 창제자이다.
‘소금유익론’과 ‘소금유해론’의 격렬한 논쟁은 인산의학과 양방의 논리가 마치 마주 오는 열차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것과 같다. 죽염은 양방의 무수한 손가락질에도 수많은 암환자와 불치병을 치유함으로써 소금폐해론을 폐기처분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토종마늘은 몸의 항상성을 유지케 하는 신비한 약성의 식품이다. 우리나라 토종마늘이야말로 원기회복은 물론 암 치료에 최고의 효능을 가진다고 한다. 마늘을 껍질째 구워서 매운 기운을 없앤 후 죽염에 찍어 먹으면 인체의 노폐물과 독소제거효능이 탁월하다고 한다. 인산 의학에서 가장 으뜸의 묘방(妙方)을 한 가지만 집어낸다면 바로 마늘을 구워 아홉 번 구운 죽염에 찍어 먹으라는 것이다.
토종 홍화씨의 열풍을 일으킨 장본인은 인산 선생이다. 한마디로 ‘뼈에 이보다 더 좋은 식품은 없다.’라고 단정한다. 뼈의 신약(神藥)이라 명명한 토종 홍화씨를 살짝 볶아서 차로 내려먹거나 가루로 빻아 먹든지 하면 골격에 더할 나위 없다. 골격이 튼튼하면 상대적으로 몸의 비만도 없어진다고 한다.
선생의 의론이 어디 이뿐이겠는가.
민물 다슬기가 간질환에 특효임을 밝혀 고둥 열풍을 일으키고, 유황오리란 말을 유행시켰으며, 폐질환에 호도기름과 무 엿이 특효이며, 마른명태가 연탄독, 약물중독, 주독(酒毒), 독사독…등등 모든 중독을 풀어주는 신비의 약임을 밝혀 놓았다. 또한, 토종 오이는 화상에, 쥐 눈이 콩의 신비, 거악생신(去惡生新)의 생강 등 민간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식품을 낱낱이 밝혀놓아 한국 민중의술을 세계로 알리게 된 것이다.
4. 소금을 먹어라
“일본 사람들이 대동아전(大東亞戰)으로 싱가포르에 갔을 때 한 사단(師團)이 흑사병으로 죽어 가는데 한국인은 한 명도 죽질 않는다. 고추장에다 밥을 비벼 먹기 때문이다. 그때 일인(日人)들 말이 “저 사람들은 고추장 단지다.”라고 말한다. 또 일인들이 합방 때 와서는 먼저 피병실(避病室)을 지어 설사나 이질 배앓이 병에 걸린 것 같으면 집어넣는다. 그래서 죽으면 화장하거나 갖다 묻어 버리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런 병을 우습게 알아. 그건 무슨 이유냐? 고추장, 된장 같은 걸 먹어서 그런다. 내 육신에는 평생 종처(腫處)가 생기지 않는 이유가 뭐이냐? 그것이 염분의 덕이다.”
인산 선생은 이런 말씀으로 평소에 늘 섭취하는 우리네 토종 식품이 가장 우수할뿐더러 가장 지혜로운 민족임을 설파하였다.
한국인이 신종 괴질을 능히 이겨내는 이유는 다름 아닌 김치와 마늘, 된장, 청국장, 고추장, 간장…등 우리네 토종음식이 한몫 단단히 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인산 선생을 참으로 존경하여 의술을 공부하는 모임에서 내 아호를 인산 선생의 호인 ‘어질 인(仁)자’를 붙여 ‘인선(仁禪)’이라고 지었다. 존경하는 분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인산 선생님을 말하리라.
나는 매일 어떡하면 더 짜게 먹을까 고민하고, 웅녀처럼 마늘을 먹으며, 홍화씨 차를 상복하고 있다. 마치 인산 선생의 유훈을 받들 듯이 말이다.
지난봄에는 인산 뜸 법인 영구법 수련을 했는데, 아내는 내 몸에 남은 중완·관원 혈의 커다란 뜸 흔적을 보고선 혀를 내두른다.,
“배꼽이 세 개나 되네요. 당신은 참 지독한 사람이예요.”
“인산 가문에 들려면 문신을 새겨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너스레를 떨며 뜸 표식이 마치 인산 선생님의 문하생이나 된 것처럼 대꾸한다.
“내가 발명한 암약과 처방이 온 세상에 알려지면 사람들은 그때야 나의 발자취를 찾아 나서게 되겠지만, 그때는 이미 나는 이 땅에서 떠난 뒤일 거요.”
라고 말씀하신 인산 김일훈 선생은 이 나라 이 땅의 위대한 성자로 남으실 게 분명하다. 영원토록….
(2009. 5. 24)
[출처] 책 《신약》을 통해 본 인산 김일훈(仁山 金一勳)|작성자 이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