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독대 판소리
리울추천 0조회 423.07.09 14:2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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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독대 판소리
--- 시 / 리 울 김형태
더위 먹은 호박잎처럼
툇마루에 쭈그리고 앉아
중력의 하늘이 지친 몸 끌고 와
신명나게 두들기는 장독대소리를 듣는다.
맵고 짠 세월을 아로새긴 나이테와
산전수전 다 짊어진 퇴적층을
모처럼 확 풀어 제치고
저마다의 아니리를 걸쭉하게 늘어놓는
간장독, 된장독, 고추장독……
울림이 제법 큰 몸짓으로 튀어 오른다.
그간 어둠 속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
아침나절 진양조로 시작한 판소리는 어느 순간
중모리, 자진모리 넘어 휘몰이로 꺾어지고
독이 부서져라 때려대는 난타 한마당……
암행어사 출도하고 심봉사 눈을 떴다는
소리꾼의 감칠맛 나는 목청에
지켜보던 나도 얼쑤! 엉덩이 들썩이며 지화자!
어느새 고수 되어 추임새를 넣는다.
토실토실한 한여름 빗방울 장단에……
- 시집 <아버지의 빈 지게> 중에서
출처: 행복한 변화, 새로운 교육세상 (리울 샘 모꼬지) 원문보기 글쓴이: 리 울(김형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