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보길도를 다녀와서

[지정]

완도 보길도에 가면 

 금년 여름은 유난히도 더워 열대야로 밤을 지새우기 일쑤였다

어느덧 긴 장마가 끝나니 조석으로 쌀쌀한 바람이 가을이 왔음

을 알린다

초가을의 비가 호우주의가 내린 가운데 하루종일 그칠줄 모르

고 계속 내리고 있어 이대로 머뭇 거리다가는 여행도 할수 없

을것 같아 우중속에서도 강행하기로 하였다

완도 여객선터미널에서 보길도까지는 카페리호로 1시간 20분

거리로 비는 계속 그칠줄 모른 가운데 안개낀 바다의 운치는

더욱 멋진 풍경을 그려내고 있었다

마침 배에 함께 타고 가신 아주머니와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

받다 보니 보길도에 대한 여행정보도 얻을수 있었으며,

그분의 친정 고향도 나와 동향 이어서 더욱 반가워 하셨다

우리는 아주머니가 안내해준 보길도의아침이라는 모텔에 여장

을 풀고 오후 내내 많은 비가 내려 바깥 출입을 할수가 없어 숙

소 에서 창밖에 펼쳐지는 비내리는 바다전경과 파도를 가로지

으며 간간히 왔다 갔다하는 여객선, 고깃배,어부들의 바쁜 발

걸음들을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보길도 에서의 하룻밤을

보낸다

다음날 아침 아래층 식당에서 해물된장찌게를 먹는데 반찬수가

12가지나 되는 진수성찬이다, 역시 전라도 음식은 어느장소 어

느식당을 가더라도 그 맛이 일품이다,

특히 해산물이 풍부한 이곳 완도의 파래김치와 해초류,젓갈등

의 맛이 더욱 좋았다

비는 그칠줄 모르고 계속 퍼 붓드시 내린다

비 그치기만을  마냥 기다릴수 없어 우리는 짐을 챙겨 들고 무

작정 숙소를 나섰다

처음 방문지인 고산 윤선도 유적지 세연정을 찾았다,

이른 아침시간이라 입구 매표소에는 관리인이 아직 출근전이다

세연(洗然)이란 “주변경관이 물에 씯은듯 깨끗하고 단정하여

기분이 상쾌해 지는곳”이란 뜻으로 1637년 고산이 보길도에

들어와 부용동을 발견했을때 지은 정자라 한다

정자의 중앙에 세연정(洗然亭),동쪽에 호광루,서쪽에 동하각,

남쪽에 낙기란이란 편액을 걸었으며 또 서쪽에는 칠암헌이라는

편액을 따로 걸었다

세연정 매표소를 지나 입구에 들어서면 좌측에 동대(東臺)가

있다 이는 가로6.7m와 세로7.5m의 장방형으로 높이는 약

1.5m이며 자연석으로 쌓아 올렸다

어부사시사가 불리워지면 여러사람이 어울려 군무(群舞)를 즐

겼던 곳으로 평형으로 되어 있다

동대 맞은편에는 서대(西臺)가 있는데 현재는 나선형으로 세단

이 남아 있고 그 규모는 축단(築壇)의 한 변이 7.5m정도의

정방형 이며, 그 높이는 2.2m에 이른다

이 서대는 동대와 대칭을 이루고 있는곳을 동대에서 행했던 군

무(群舞)행위를 했던 곳으로 춤을 추며 돌면 정상에 오르도록

나선형 계단으로 이루어 졌다

정자앞 회수담(回水潭)이 있는데 세연정 동쪽축단 밑 계담에서

인공연못으로 흘러드는 터널식 수입구(水入口)가 있다, 계담쪽

에서 물이 들어가는 수구(水口)는 다섯구멍이며 인공연못쪽으

로 나오는 수구는 세구멍이다 이를 “五入三出”이라 하며 이

구조는 아주 독특한데 물막이 석축에 다섯곳의 흡수구를 만들

어 흐르는 물을 받아들이되 배출하는 구멍은 세곳만 만들어 들

어오고 나가는 수량을 조절할수 있도록 만든 특이한 구조로 되

어 있었다

정자를 중앙에 두고 혹약암으로 가는 길에 비홍교(飛虹橋)라는

설명의 표지판이 있는데 “정자 서쪽 , 제방 동쪽 겨우 한간쯤

의 넓이에 물이 고여 있으며 중앙에는 거북이가 엎드려 있는

형상의 암석이 있었고 이 거북이등에 다리를 놓아 누(樓)에

오른다 하여 비홍교라 부르고 있는데, 지금은 그 자리에 잡석

을 쌍아 호안과 방단(方檀 )이 연결되어 있어 그 흔적을 찾기가

어렵다

또한 정자를 들러싸고 세연정 주변 인공 연못 곳곳에 바위가

있는데 잘생긴 바위 일곱을 지칭하여 칠암(七岩)이라 불렀으며

그중 하나인 사투암은 “옥소대를 향하여 활을 쏘는데 발받침

역할을 하였다”고 전해지는 바위로 연못쪽이 들려진 모습이다

들려진 부분에 발을 딛고 옥소대쪽 과녁을 향하여 활을 쏘

았다는 전설이 전해져 오고 있다 한다

세연정에서 제일 상류쪽으로 올라가면 혹약암이라는 바위가 있

다, 칠암중의 하나인데 “뛸뜻하면서 아직 뛰지 않고 못에 있

다”는 뜻으로 즉 혹약암은 마치 힘차게 뛰어갈 것 같은 큰 황

소의 모습을 닮은 바위라 하여 그렇게 부른것이라 한다

우중속에서도 세연정 구경을 강행하고 다음으로 동천석실을 향

했다

부용동을 한눈에 바라볼수 있는 경관이 아름다운곳으로 고산이

특히 사랑하여 부용동 제일의 명승이라 했던 곳이라고 한다

초행길인데다 동천석실 입구150m 란 이정표를 보고 이리저리

찾아봐도 안내판이 없다

한참을 헤메이다 마침 동네어귀 아주머니를 만났더니 그곳 입

구에서 20여분 산행을 해야 하는데 오늘같이 비오는날 위험하

므로 가지 못하게 한다

아내도 산행의 준비가 안되 아쉽지만 내려가자는 성화에 못이

겨 하는수 없이 발길을 돌리고 말았다

이 동천석실은안산의 바위틈에 지은집으로 주변에 인공이 가해

지지 않은 여러 형태의 바위들이 있어 마치 신선이 사는 곳을

연상케 했던 데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동천이란 하늘에 이여지는 ,곧 하늘로 통한다는 뜻이며 석실이

란 산중에서 은거하는 방, 또는 도서를 소장해 두는곳을 의미

한다.

서책을 즐기며 신선처럼 자연선경을 소요하였던 때가 적지 않

았을 것이다

동천석실 구경 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해안도로 일주 관광에

나서니 어느덧 빗줄기도 잠시 소강 상태다

섬 근해 바닷가 각종 해산물 양식장으로 수놓은 푸른 바다를

구경하며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니 가슴은 뻥뚫리는듯 하다

해안도로를 한참 달리다 보니 망끝전망대에 이르렀다

날씨가 쾌청하면 망망대해 점점히 떠 있는 섬들을 한눈에 바라

볼수 있고 제주도도 조망할수 있는 전망 조은 곳인데, 잠시도

서 있지 못할정도의 세찬 강풍으로 재빨리 기념사진 몇카트만

남기고 다음장소로 발길을 재촉한다

망끝전망대에서 차로 잠시 이동하다 보면 바닷가 우뚝 서있는

장엄한 산이 눈앞에 다가 오는데 보는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을

자아 내게 한다

산명은 보죽산(195m)으로 일명 뾰죽산이라 부르는데 멀리서

바라보면 연필을 깎아놓은 연필심 처럼 모양이 아주 특이하게

잘 생긴 산이다

그 보죽산 해안을 끼고 공룡알해변이 있는데 어른머리 크기의

둥글둥글한 돌들로 300여m 해변에 장관을 이루고 있는데, 마

치 공룡알과 같아서 이곳을 공룡알해변으로 부르는것 같았다

지금까지 구경한것은 보길도의 서쪽 해안이었고, 이제는 반대

방향인 동쪽해안도로 관광을 위해 차머리 를 돌린다

보길면 소재지인 청별항을 지나 해안도로를 타고 남쪽 방향으

로 달리다 보니 시원스런 바다가 한눈에 바라다 보여 가던길

잠시 멈추고 머무르니 이곳이 예송리 전망대다

눈앞에 다가오는 망망대해 전망도 좋지마는, 눈아래 펼쳐지는

예송리해수욕장의 해변가 풍경이 그야말로 절경이다

천연기념물 제40호인 예송리 상록 수림은 15종 내외의 상록수

에 8종내외의 낙엽수가 섞여 길이 약 740m 폭 30m정도로 반

달 모양을 하고 있는 해수욕장을 끼고 있으며, 남쪽에서 불어

오는 강한 바람을 막는 방풍림으로 어족을 보호하는 어부림의

역할도 겸하고 있다

예송리 해변은 바둑알 크기의 검은자갈(갯돌)이 깔려 있어 보

는이로 하여금 절로 감탄과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해변의 파

도소리는 물의 포말소리와 그 파도에 밀려 떼구르르 구르는 자

갈소리, 물이 밀려 자갈들 사이로 빠져 나가는 소리가 어우러

져 한곡의 음률을 듣는듯 하여 모든이의 마음을 사로 잡는다

해수욕장앞 바다 한가운데 유유히 떠 있는 뗏마의 모습은 한폭

의 수채화를 그려 놓은듯 아름다웠다

또한 예송리 해변가앞에 작은섬 3개가 있는데 옛날 김해김씨

문중에 머리가 큰 아이가 태어나자 예송리 마을을 향해 기도

(旗島)는 붉은 기를 들고 북도는 북을 치고 갈마도는 말을 태우

고 오자 마을에서는 흉조라 하여 그 아이를 절구통에 넣어 죽

여 버리자 3개의 섬이 그 자리에서 멈춰 버렸다고 하는 아기장

수 설화가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한다

예송리해수욕장의 자갈구르는 파도소리와 절경에 도취되어 한

참을 몽롱한 정신상태로 혼을 다 빼앗겨 버린듯 하였다

마지막 코스인 우암 송시열 글씐바위를 가기전 통리해수욕장,

중리해수욕장은 햐얀모래사장이 송림과 함께 어울어져 더욱 운

치있는 한폭의 그림처럼 다가왔다

글씐바위까지 가는 길은 승용차1대가 겨우 지나가는 아주 좁은

시골의 농로길로 500여m 다시 도보로 300m를 걸어가니 보길

도 동쪽끝의 백도리 해변가 전망 좋은 절벽위 깎아 지른듯한

석벽에 우암 송시열 선생의 암각시문이 새겨져 있다

우암선생은 1689년 이조 숙종때 제주도로 귀양가던중 풍랑을

만나 상륙하였던 곳으로자신의 처지를 한탄한 것을 한시로 새

겨 놓았는데 시문의 전문 해석을 보면

『여든셋 늙은 몸이

푸른바다 한가운데에 떠 있구나

한마디 말이 무슨 큰 죄 일까

세 번이나 쫒겨난 이도 또한 힘들었을것이다

대궐에 계신 님을 속절없이 우러르며

다만 남녁 바다의 순풍만 믿을 수밖에

담비 갓옷 내리신 옛 은혜 있으니

감격하여 외로운 충정으로 흐느끼네』

글의 내용으로 보아 이곳 멀리까지 유배와 있으면서도 님을 원

망하지 않고 다시 불러줄 그날만을 기다리며 외로운 섬생활을

인내하며 살고 있는 선생의 옛모습을 보는것 같아 한편으론 측

은한 생각이 들었다

모처럼 찾은 보길도 방문 자연과 함께하며 선인들의 발자취를

더듬으며 보낸 1박2일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것 같다

이처럼 선인들의 유산을 우리모두 소중히 아끼고 잘 보존하여

길이 길이 후대에도 계속 이어져 가길 다짐해 본다

=이천칠년 구월초닷세날에  枳停-

[청이]

여행의 흔적을 너모나 상세하게 나열하셔서 집에 앉아있어도 갔다온 기분입니다 오랫만에 오봇하게 두분이서 여행을 기셨네요 산에만 다닐게 아니라 올가을엔 바다여행도 떠나보고싶네요 여행기 잘읽엇습니다 건강하세요지정님

[타이타닉]

느즈막한 휴가길 두내외분 잘다녀오셨군요 지정님.때론 두분만에 바쁜일상을 잠시접어두고 마음에 재충전이 꼭 필요하지요 저는언제 함 떠나볼련지....

[비타민]

멋진데 다녀오셔서 그런지 글솜씨가 예사롭지 않네요..ㅎㅎ 렐라와 달빛부회장님은 한발자국 뒤로 물러나셔야 겠어요~~ 지정님 여행기 읽다보니 몇년전에 보길도 다녀왓는데 안보고 온게 너무 많은거 같아요..기회되면 다시 한번더 가봐야겟어요^^*지정님 항상 건강하세요~~

[흑장미]

지정님 덕분에 방안에 앉아서 보길도 서쪽해안과 동쪽해안을 두루두루 구경 잘했네요 자세한 설명에 그곳에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여름 많은 인파들 속의 휴가보다 호젓한 가을바다여행이 더 낭만적인 것 같아요 두분의 다정하신 모습 오래오래 행복하세요

[왕눈이]

보길도 여행기 잘보고 갑니다...즐거운 여행의 흔적은 언제나 생활의 활력소가 될것 같아요???

[에바그린]

옛선조님들과 망망대해를 바라보면서 시한수 읊어셨는지요?? 약 370년전의 옛 선인들의 (윤선도와 송시열) 흔적을 찾아서 그분들의 채취와 생활상을 느끼고온 지정님!. 너즈막하게 찾은 여름 휴가지 보길도를 선정한 님의 탁월한 선택에 박수를 보냅니다!! 넉넉한 모습과 같이 잘 어울릴것 같습니다.그리고 지명들에 대한 세세한 설명까지....많이 감사드립니다.

[신데렐라♡☆о³°´″´]

우와~~~~~~ 말이 필요없다, 우리 아주버님 멋쟁이~~~~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