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선생님과 합격통화를 하며 얼굴을 꼬집어 보기도 했습니다. 선생님과 감격의 눈물을 닦으며 통화한 후 밤새 뒤척이며 그동안의 과정을 정리해 봤습니다.
아나운서의 꿈을 안고 시험에 도전했으나 낙방이 시작된 것은 2003년부터입니다. 그때 이상호 아나운서가 공부한 봄온추천을 받아 찾아갔고, 부족한 저를 따스하게 맞이해 주신 그때부터 올해 KBS 최종면접 직전까지 봄온과 함께하며, 수 많은 교육과 도움을 주신 봄온의 성선생님,남선생님,이규항위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봄온의 아나운서지망생 여러분에게 결코 포기하지 말고 자신의 꿈을 이루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저 또한 그랬으니까요, 많이 두렵긴 했지만 결국은 해냈습니다.
이번 2006 KBS 신입아나운서 공채에 대해 전형과정을 더듬어 보겠습니다.
1차 카메라 면접- 아나운서의 기본은 역시 '뉴스 리딩' . 발음 및 발성, 외모을 주로 봅니다. 특히 이번에 이례적이었던 점은 뉴스 리드문 앞의 두 문장을 외워서 카메라를 보고 낭독하라 했던 점입니다. 오디오를 매우 중시하는 KBS도 점차 비디오 쪽에 좀더 많은 무게를 두기 시작했음을 엿볼 수 있죠? 밝게 웃는 낯에 장단음을 잘 지켜서 천천히 읽으시기 바랍니다.
2차 필기 시험- 직관/아나운서는 저널리스트인가 엔터테이너인가/리포팅 멘트를 어법에 맞게 고치는 문제/상황에 맞게 퀴즈 멘트 작성하기 이렇게 네 가지 주제로 글쓰기 시험을 봤습니다. 직관과 같은 '어려운' 주제는 자신의 경험에 비춰 '쉽게' 풀어내고 아나운서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는 평소 자신의 소신을 솔직하게 담아내는 게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뒤의 두 문제는 역시 아나운서의 실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실질적인 주제죠? 일반 작문 뿐 아니라 실제 방송언어 및 방송멘트에도 큰 관심을 가져야 겠습니다.
3차 카메라 면접- 좀더 깊이있는 아나운싱의 실력을 검증합니다. 하지만 역시 뉴스는 중요합니다. 뉴스원고와 내레이션 멘트가 시험원고로 출제됐습니다. 뉴스의 경우 1차에서는 뉴스를 잘 읽는 능력을 봤다면 3차에서는 뉴스를 소화하는 능력을 아울러 본 것 같습니다. 이규항 위원께서 늘상 강조하시는 장단음. 뉴스와 내레이션의 말맛을 두 배로 높여줍니다.
4차 합숙면접- 말이 합숙이지 사실상 개별면접이었습니다. 3분 스피치, 프로그램 비평, MC 멘트 만들기, 집단토론(이것만 합동면접) 이렇게 크게 네 주제로 진행됐습니다. 물론 이 주제들에 맞춰 실무능력을 보여주는 것도 필요하지만, 다른 친구들과 식사하면서 그리고 회식자리에 이동하면서 은근히 드러나는 사람 고유의 인성 역시 중요한 평가 잣대였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꾸미려 해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말 몇 마디 행동 몇 개에 단박에 드러납니다. 1박 2일의 짧은 기간 동안 실무와 인성을 함께 평가할 수 있는 틀을 만들다니. KBS 심사위원 여러분들 참 현명하신 것 같습니다.
5차 최종면접- 대략 10분 정도에, 큰 부담을 주지 않는 통과의례일 것이라는 항간의 소문은 그야말로 뜬소문이었습니다. 한 사람 씩 들어가 각각 30분 남짓 그야말로 '파워인터뷰'를 당했습니다. 그 전날까지 제 나름대로 뽑아놨던 예상문제도 임원분들이 간혹 물으셨지만 대부분 에상 밖의 허를 찌르는 질문이 많았습니다. 질문에 대한 순발력있는 대답도 중요하겠지만, 역시 대답하면서 배어나오는 답변자의 인성이 더욱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겸손하고 웃어른을 공경하는 자세. 뻔한 얘기같지만 예비사원에게 가장 필수적인 덕목 아닐까요?
아나운서를 준비하시는 후배님들, 봄온아카데미 강의실에서 열심히 준비하시는 모습 많이 봤습니다. 하지만 아나운싱 연습보다 더 중요한 건 모니터라고 생각합니다. 백번 연습하는 것보다 한번 들어보는게 더 나을 수 있습니다. 똑같은 자신의 아나운싱을 반복하기 보다는 친구들에게 들려주고 성연미 원장님, 남주현 선생님께, 또는 이규항 위원님께 날카로운 검증을 받는 것을 게을리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예나 지금이나 아나운싱 연마의 기본은 '뉴스 원고'입니다. MC 멘트나 DJ 멘트로 겉 멋을 들이기 보다는 건조한 뉴스 원고를 통해 장단음과 발음의 기초를 닦으시기 바랍니다. 기회가 된다면 합격자 간담회를 통해 조금 더 상세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다시한번 봄온의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 더욱 노력하여 봄온이 자랑스러워하는 훌륭한 방송인이 되겠습니다. 내내 건강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