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는 강력한 팀 포르투갈을 1-0으로 꺾고 월드컵 4강에 진출한 최초의 아프리카 국가가 됐다. 오늘 영국을 이긴 프랑스와 4강전 준결승(한국 시간 12월 15일 목요일 오전 4:00)에서 맞붙는다.
포르투갈의 호날두는 경기가 끝난 뒤 곧바로 경기장을 빠져나와 포르투갈 라커룸으로 향하는 터널을 걸어가며 울기 시작하는 모습이 중계 카메라에 잡혔다.
모로코의 월드컵 4강 진출, 이는 아프리카, 아랍인, 무슬림이란 3개의 영역을 한데 묶어내는, 그들에게는 역사적인 날이다.
인구 약 3,700 만의 모로코, 북아프리카 마그레브 지역 최서단 국가, 북쪽으로는 프랑스와 스페인을 마주하는 지중해, 서쪽으로는 대서양을 내려다보고 있으며, 동쪽으로는 알제리와 분쟁 지역인 서부 사하라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1956년에 독립을 하기까지 15세기와 16세기에 모로코는 먼저 포르투갈에 일부 영토를 점령당하고 오스만 제국이 동쪽에서 침입하면서 주권에 대한 외부 위협에 직면했다. 사디 왕조는 외국의 지배에 저항했고, 모로코는 오스만 지배에서 탈출한 유일한 북아프리카 국가였다. 오늘날까지 국가를 통치하고 있는 '알라위 왕조'는 1631년에 권력을 장악했고, 그 후 2세기 동안 서구 세계와 외교 및 상업 관계를 확장했다. 지중해 입구 근처에 있는 모로코의 전략적 위치는 유럽의 관심을 새롭게 촉발시켜 1912년에 프랑스와 스페인은 모로코를 분할 통치하고, 이후 긴 시간동안 식민 통치에 대한 간헐적인 저항과 투쟁이 있은 후 1956년 모로코는 독립을 되찾고 통일되었다.
모로코에 있어서 2022년 카타르 월드컵 4강 진출은 단순히 축구경기를 잘하는 아프리카의 한 아랍 국가의 돌풍 차원을 넘어서는 모로코 역사와 국제 정치의 지정학적 위상을 상징하는 모로코인들의 저력을 보여준다.
11월 28일 피파(FIFA) 랭킹 2위 벨기에를 조별 리그에서 2대 0으로 모로코가 24년 만에 격파하자, 유럽의 주요 도시들은 그곳에 거주하는 모로코인들이 흥분해 난동을 부리는 일이 발생했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는 경찰이 출동하고 물대포와 최루가스까지 동원됐다. 네덜란드에서도 모로코인들이 경기 직후 횃불과 폭죽을 터트리며 승리를 축하하다가 경찰과 충돌했다. 모로코 출신 이주민들이 다수 거주하는 프랑스 파리에서도 승리를 자축하는 모로코 팬들이 쏟아져 나오며 샹젤리제 거리 등 일부 지역에서는 혼잡이 빚어졌다.
이날 유럽의 베를린 마드리드 등 각 도시에서 벌어진 ‘난동’은 유럽에 이주한 모로코인들의 수가 적지 않음을 보여주고, 유럽 각 도시마다 수많은 모로코인들이 거주하는 현실에서 그들 식민지 역사의 뿌리를 일깨우는 역사 문화 충돌이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렵 도시에서 모로코인들의 ‘난동’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모로코의 승리 축하 행사들 대부분은 평화로운 즐거운 분위기에서 이루어졌다.
모로코가 F조에서 벨기에와 캐나다를 이기고 16강 전에서 2010년 월드컵 우승국인 스페인을 입도하면서 0대0으로 비기면서 승부차기로 이기기 이전까지는, 모로코 응원은 오직 모로코인 뿐이었지만, 스페인을 이기고 이후 오늘 포르투갈 경기에서는 이제 아프리카인과 아랍인들 전체가 단결해 모로코를 응원했다.
세계 축구팬들에게 모로코가 포르투갈을 이긴 건 토너먼트의 충격이었다. 1990년 카메룬, 2002년 세네갈, 2010년 가나 모두 8강에서 탈락했고, 특히 가나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 16강에서 탈락했다. 아프리카 아랍인들이 월드컵에서 사상 첫 녹아웃 게임에서 준결승 4강에까지 올라간 건 모로코가 처음이다.
‘왈리드 레그라기’ Walid Regragui 모로코 감독은 프랑스에서 태어난 모로코인 후손이다. 2022년 8월 31일, 카타르 월드컵 3개월을 남겨놓고 레그라기는 모로코 축구 국가대표팀의 새로운 감독으로 임명됐다.
그는 스페인을 꺾고 8강에 올라갔을 때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아프리카가 여기에 있을 자격이 있고 모로코가 여기에 있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우리 뒤에는 모로코 온 국민이 있고, 뒤에는 아프리카 대륙이 있고, 또 우리 뒤에는 아랍 세계가 있다. 이것은 우리 뒤에 있는 많은 에너지다.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시도하고 할 것이다.
우리는 할 수 있고, 다시 역사를 만들 수 있다. 아프리카, 모로코, 아랍의 세계 그것은 우리를 밀어붙일 수 있고, 실제로 우리가 어떤 실수도 하지 않도록 이 압박감에 대처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모로코는 4경기에서 단 1골만 내준 이번 대회 최고의 수비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모로코를 식민 지배했던 스페인을 포르투갈을 이겼고, 이제 마지막 식민 지배 국가였던 프랑스와 준결승을 하게 된다.
레그라기 감독은 모로코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우리의 영예에 안주할 수 없다. 우리는 흥분하지 않는다. 모로코가 벨기에나 스페인에 포르투갈에 패배하고 모로코로 돌아갈 것이란 예상한 사람들의 알고리즘을 깨트렸을 뿐이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모로코의 성공은 모로코뿐만 아니라 모로코 디아스포라가 살고 있는 여러 유럽 국가에서도 모로코인들의 자존감을 촉발시켰다.
모로코 선수들 26인 중 14명은 아프리카 국가 밖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레그라기 감독은 "아프리카인으로 아랍인으로 우리는 우리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했다. 우리는 이 축구팀 뒤에 모로코인들을 단결시키는 데 성공했다. 저는 그것이 무엇보다 가치가 있고, 돈보다 가치가 있고, 타이틀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우리는 경기를 하는 동안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고 자랑스럽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여기 있는 유일한 이유는 아니다. 우리는 경기에서 더 이기고 이번 토너먼트에서 최대한 승리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
아프리카 축구에서 레그라기는 그의 전술적 역량과 팀의 규율과 눈부신 전략능력, 선수 관리, 팀을 융합시키는 기술 덕분에 이제 유럽의 최고 감독들과 비교되기 시작한다. 이번 월드컵에서 모로코는 단 한 번 실점했다. 그것은 F조 최종 경기에서 캐나다를 상대로 한 불행한 자책골이었다.
스페인과의 승부차기 끝에 승리하자 모로코 감독 레그라기는 관중석으로 달려가 관중석에 있던 어머니를 껴안았다.
이번 월드컵에서 모로코의 성공은 지금까지 토너먼트의 가장 좋은 성공 사례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행운과 투지의 결과만이 아니라 오히려 전략 전술의 전문성과 선수들 역량을 집결시키는 감독 능력의 결과다. 모로코는 곧 프랑스와 준결승 일전을 앞두고 있다. 어떤 결과이든 모로코 축구는 성공했다.
- 김상수 -
첫댓글 모로코의 우승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