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석등급 가격등급 가격
R 일반 80,000원/S 일반 60,000원/A 일반 40,000원/B 일반 30,000원
세부일정
2002년 5월 2일 ....저녁7시 30분.
문의사항
주 최 : 조예술기획
문 의 : 043-275-4700
공연정보
달관의 길목에 접어든 불꽃같은 카리스마
음악은 가장 적합한 의미에서 디오니소스의 예술이다.
왜냐하면 음악은 지속이며, 움직임이며, 변화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한 음악은 군중을 열광시켜 하나의 혼 안에 녹여낼 수 있기 때문이다.
- 미셸 투르니에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오는 5월 2일 청주 예술의 전당 대공연장에서 독주회를 갖는다. 바로 지난해, 그녀는 세종 솔로이스츠를 이끌고 비발디의 '사계'를 연주했으며 그보다 전에는 동생 정명훈이 지휘하는 산타 체칠리아 오케스트라와 함께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실내악, 오케스트라 협연, 독주에 이르기까지 최근 2-3년 사이에 국내 팬들은 그녀가 일구어내는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근소한 시간차로 맛볼 수 있었던 것이다.
접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한 음악만이 아니다. 각종 잡지며 일간지가 이구동성으로 말하듯, 그녀의 음악은 부드러워졌다. 또한 많이 웃는다. 지난해 1월에 출시되어 발매 9개월만에 판매 3만장을 넘어서 클래식 부분 골드디스크를 기록한 그녀의 '사계'에서는 연주와 더불어 그녀가 직접 육성으로 녹음한 초보자들을 위한 알찬 해설에, 바네사 메이의 패기넘치는 발랄함을 떠올리게 하는 격렬한 뮤직 비디오까지 동시에 만나볼 수 있었다. 이처럼 잘 웃고 한결 부드러워진 그녀의 모습에 대해, 예전만큼 날카롭고 서늘한 카리스마가 서지 않는다고 혹자는 불평하듯 말하지만 그 빈자리에는 대신 오랜 생각과 경험 끝에 일구어 놓을 수 있는 깊은 철학이 들어서 있다. 지난해 한줄기 가느다란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그녀가 연주하던 바흐 '샤콘느'에 관객 모두가 숨죽일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 해석에 동조하느냐의 여부를 떠나서- 현란한 기교에 주눅이 들어서가 아니라 그녀가 음악에 대해 발산하는 지대한 경건함 때문이었다. 혹자는 "정경화와 바흐는 어울리지 않는다"라고 말하지만, 이에 대해 그녀는 "음악은 옷이 아니다"라고 반박할 지도 모른다.
"나 자신이 예술보다 높을 수 없죠. 우리는 하인입니다. 음악을 파고들어 진실을 찾고자 한다면 일단 마음부터 순수해져야 하죠."
정경화가 선택하는 레퍼토리는 일정한 패턴이 없다. 바로크면 바로크, 낭만주의면 낭만주의, 그때그때 몰입의 대상을 선택해 한정없이 빠져든다. 다만 지난해 사이먼 래틀이 지휘하는 베를린 필하모닉과 협연한 브람스 협주곡은 순간의 선택이 아니라 30여년을 묵혀두었던 정성과 신중함의 표현이었다는 점에서 여느 레퍼토리와 다른 면이 있었다. 진중한 철학을 담고 있는 이 협주곡을 처음에는 기인 카를로스 클라이버와 협연코자 했지만 연이 안 닿았고, 텐슈테트는 협연을 약속해 놓고 지병으로 세상을 등졌다. 음반 발매를 위해 빈필과 작업한 레코딩이 있긴 하지만 정경화의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 이 녹음은 세상과 대면할 기회를 잃었다. 이번 래틀과의 작업이 그녀로서는 얼마나 공들인 정성이었는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브람스 협주곡 음반이나, 그보다 이전에 나온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앨범 모두가 한결 같이 느껴지는 바는 정경화의 조심스럽고 신중한 접근이다. 특히 지난 1997년 작곡가의 서거 1백주년과 자신의 데뷔 30주년을 동시에 기념해 발매된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는 그녀의 음악적인 변화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포문과도 같은 역할을 했다. 담담한 듯 완만하면서도 중년의 기품이 넘치는 이 음반을 발매한 뒤 그녀는 "브람스에 대해 오랜 시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연구해보고 싶다"라는 의사를 밝혔다.
이렇듯 변화의 여정을 거듭하는 동안에도 일관되는 바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정경화만의 타고난 직관력일 것이다. 2000년 산타 체칠리아를 이끌고 내한했던 지휘자 정명훈은 자신의 누이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한 핏줄인 것을 떠나서 동등한 음악인으로 누나만큼 음악을 직접적으로 사람들의 가슴에 전달해주는 사람을 여지껏 본 적이 없어요. 이는 아주 어렸을 때, 음악이란 걸 처음 접했을 때부터 누나에 대해 느껴온 것입니다. 그것은 누가 가르쳐 줄 수도, 배울 수도 없는 타고난 본능이며 동시에 음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죠. 그런 점에 있어서 아직까지 나는 누나 이상 가는 음악인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직관이라는 의미에서, 정경화의 음악은 디오니소스적이라 할 수 있다. 밝은 면만을 바라보는 아폴론과 달리 디오니소스는 삶의 음지를 동시에 취한다. 심지어 죽음까지도 완전히 받아들이는 디오니소스의 철학은 즐거운 비관주의에 있다. 날카롭고 서늘하게 버려져 있던 정경화의 활이 부드러움을 타게 된 과정 이면에는 그녀가 겪은 결혼생활의 불행과 극복이 존재한다. 악보에 적혀 있는 음표만이 아닌,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삶의냄새를 정경화의 연주에서 맛볼 수 있게 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이번 내한공연에서 정경화는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1번 G단조 Op.78과 바흐 바이올린 소나타 G단조,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3번, 시마노프스키의 녹턴과 타란텔라를 연주할 예정이다. 여전히 일정한 패턴을 도저히 감지할 수 없는, 지극히 정경화다운 선택이다. 어차피 사람의 삶이란 것 자체가 예측불허이지 않은가. 때문에, 절대로 관객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이다.
:: 프로그램
브람스 바이올린 소나타 No. 1
Brahms Violin Sonata No.1 in G Major Op.78
바하 바이올린 소나타 제1번 g단조
Bach Violin Sonata No.1 in g Minor
무반주 소나타라고 불리는 이곡은 바흐가 바이올린 독주를 위해 남긴 6곡의 소나타 중 제1번으로 바이올린이라는 선을 악기에 다양한 기법을 도입함으로써 울림이 매우 풍부하여 독주곡에 가장 잘 어울리는 곡이다.
그리그 바이올린 소나타 제3번 C단조
Grieg Violin Sonata No.3 in c minor
그리그가 작곡가로서 이름을 널리 알린 후 작곡되었으며, 실내악다운 맑고 깨끗함과 협주곡의 효과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곡이다. 노르웨이 무곡에서 힌트를 얻은 주제가 몇군데 나타남으로 ‘무곡 소나타’라고 불리기도 한다.
시마노프스키외 녹턴, 탈란텔라
Szymanowsky Nocturn & Tarantella
99년 정경화가 레코딩한 베스트 음반 Souvenir에 수록된 곡으로 시적, 몽환적인 악상의 피아노의 반주위에 바이올린 연주되며 바이올린의 주제가 숨쉴 틈도 없이 정열적으로 화려하게 진행되는 곡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