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실업 문제의 전망 2015.8.26
우리나라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1등에서부터 100등까지 줄을 세울 것 같으면 50등에 해당되는 사람이 월 100만 원 정도 벌고 있다고 한다.
중장년의 임시직이라면 모를까, 미혼의 젊은이가 이 정도 소득이라면 결혼에 대해선 아예 엄두도 내지 못하리라 본다.
얼마 전 미혼의 젊은이들 중에 월 소득 300만 원 이하가 되면 결혼에 대한 관심이 급격하게 줄어든다는 기사를 읽은 적도 있다.
이는 남녀 모두 돈을 벌고자 하는 최근 추세라는 점을 감안할 때, 두 사람 소득을 합쳐서 월 450-500만 원 정도는 되어야만 결혼이 가능하다는 것으로도 해석이 된다.
능히 그럴 법도 하다. 그래야만 월 150만 원 정도를 저축해갈 수 있고 또 자녀 출산으로 인해 아내가 일을 쉬게 되면 소득이 줄어들 수도 있을 것이니 그 정도 소득은 되어야만 그런대로 중산층으로 자리 잡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생각일 것이다.
월 150만 원의 저축이면 연간 1,800만 원이 되고 그것을 7년 정도 지속하면 12,600만 원이 된다. 여기에 결혼 당시 부모로부터 받은 전세금을 합쳐서 서울 외곽에 작은 아파트 한 채 정도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월 소득 300만 원 이상이 되어야만 결혼을 고려할 수 있다는 얘기로 돌아가 보자. 월 소득 300만 원 이상의 미혼 젊은이라면 그 연령층에선 이미 상당한 엘리트라 하겠다. 다시 말하면 엘리트가 아니고선 감히 결혼을 생각할 수 없는 사회가 우리 사회라는 말도 된다.
참 이거야말로 대략난감이다. 엘리트만이 결혼할 수 있는 세상을 두고 정상적인 사회라 말할 순 없지 않은가!
결혼이란 것이 인류사를 놓고 보면 남녀가 서로 끌려서 하는 것이고, 더 정확히 말하면 영원히 끌릴 것 같은 착각의 결과로 인한 사회적 행위이다. (물론 그 착각은 위대한 착각이다, 그 착각이 없었다면 인류는 멸종 위기로까지 내몰렸을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엘리트만이 결혼할 수 있다는 이 현실은 도대체 어떤 현실인가?
19세기 중반 대영제국이 겉으로 보기에 최고의 영광을 달리던 시절, 젊은 귀족층의 결혼빈도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던 적은 있다. 그 또한 본질은 돈 문제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오늘날 우리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그간의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귀족의 마인드를 심어주었다는 해석도 가능해진다. 다만 그 성공적인 귀족이란 정도가 40대 중반에 서울 외곽에 아파트 한 채를 겨우 매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척 초라하지만 말이다.
그러니 우리나라 젊은 층의 경우 결혼해서 아이를 잘 키우고 집까지 마련할 가능성이 있다면 귀족인 셈이다.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 정도가 그냥 일반 평민인 것이고 오포세대라면 하층민, 그리고 심지어 칠포까지 갔다면 최하층의 流氓(유맹)이라 하겠다.
(참고로 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 꿈, 희망을 모두 포기한 세대를 일컬어 ‘칠포세대’라고 하는 것 같다.)
최근 개봉된 “성실한 나라의 엘리스”란 영화가 있는데, 우리 젊은이들의 현실을 풍자한 영화인 것 같다. 각박한 현실을 반영하고 있으니 흥행은 당연히 실패할 것이라 본다. 영화를 보진 않았지만, 이정현의 연기력만큼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마당에 ‘청년 고용절벽’이란 말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현재 청년 10 명중 3.5명은 니트족이 되었고 2.5명은 취준생이며, 4명은 직장을 다니고 있다. 직장을 다니는 4명 중 2명은 정규직이고 2명은 비정규직이다.
작년에 나는 고용의 바닥이 언제 올 것인가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작년 4월 2일자 프리스타일 1166호 “고용의 바닥”이란 제목의 글에서 고용이 가장 저조한 시기는 2022년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청년백수란 말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것이 정말로 심각해진 것은 우리 경제가 저성장과 디플레이션의 초입으로 진입한 2012년부터였고,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한 시점이 2022년으로서 고용의 ‘바닥지점’을 통과하게 될 것이란 얘기였다.
그런 까닭에 고용 절벽은 2012년에서 2022년에 이르는 10년 중에서 4년 즉 40%가 경과한 내년 2016년부터 조짐이 더욱 뚜렷해지고 그 절반의 시간이 경과한 2017년부터는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사실 청년들의 취업이 어렵기는 선진국들도 마찬가지이다.
독일의 경우 ‘미니 잡’이란 것이 있어 청년들이 많이 일하고 있고 주로 카페나 식당, 매점 등에서 채용하고 있다. 우리로 보면 ‘알바’에 해당된다.주당 근로시간이 15시간 이하로 제한되는 미니잡의 경우 월 60 시간 일한다고 보고 월 소득이 450 유로인데, 우리 돈으로 61만 원 정도가 된다.
미니 잡을 시급으로 계산하면 10,000원 정도인데, 우리나라의 최저 시급은 6,030원이다. 독일의 물가가 상당히 높다는 점을 감안할 때 우리의 최저임금과 어느 정도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다.
유럽에서 경제가 가장 좋다는 독일이 이런 실정이고 나머지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은 더 어렵고 스페인 같은 경우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최근 그나마 경제사정이 그런대로 좋다는 미국 또한 청년들의 취업난이 굉장하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이 디폴트 상태에 있는 미국인이 무려 690만 명이라는 것이다. 특히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의 민간 위원들로 구성된 재무부대출자문위원회(TBAC)가 밝힌 보고서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 가운데 32%가량이 사실상의 디폴트 상태라는 것이다.
이 모두 취업이 제대로 되지 않다보니 일어나는 일이다.
청년실업 문제야말로 오늘날이 바로 ‘디플레이션의 시대’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이 무엇이겠는가? 물가가 내려가는 현상이 아니라 바로 사람을 쓰는 비용 즉 인건비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사람의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이 바로 디플레이션이기 때문이다.
통화당국이 금리를 조작하고 통화를 이러쿵저러쿵 보기에 복잡한 일을 하고는 있지만 간단히 말해서 사람의 값어치가 떨어지는 것이 디플레이션이다.
청년실업 문제는 바로 디플레이션의 시대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대표적인 시그널인 것이다.
물동량이 늘고 경제규모는 커져도 거기에 상승해서 일자리가 늘어나지는 않는다.
언젠가 텔레비전에서 부산항의 화물 작업 광경을 지켜본 적이 있다. 그래서 알아보니 부산항의 경우 2013년에 처리한 컨테이너가 무려 거의 18백만 개에 달했다, 하루 평균 4만 9천개의 컨테이너를 배에 싣거나 내린 것이다. 이 막대한 화물을 처리하는 것은 골리앗 크레인이지 사람이 아니다.
수십만 톤 급 초대형 화물선의 경우 1만 개 이상의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데, 그런 화물선 네 척이 부산항에서 하루에 처리되고 있는 셈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엄청난 일을 결국 크레인이나 로봇이 처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컨테이너 화물선은 1980년의 경우 세계 전체적으로 11백만 톤이었는데, 2010년에 와서 169백만 톤으로 무려 15배가 늘어났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 경제국들이 글로벌 경제에 들어오면서 생겨난 현상이다.
그 엄청난 물동량을 사람이 아니라 크레인과 같은 로봇이나 기계가 처리하고 있다. 당연히 항만 근로자가 그에 비례해서 늘어난 것은 아니다.
더 나아가서 항만 근로자가 늘어났다고 해도 그들이 사실 대학과 같은 높은 학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크레인 조작이나 화물 트레일러 운전은 중장비 학원에서 배우면 그만이고 그 다음엔 실제 경험이다. 나머지는 모두 컴퓨터 시스템이 알아서 한다.
그런데 취준생들은 가령 중장비 기술을 배워 항만에서 일하려는 것이 아니다. 비싼 돈을 들여 대학 혹은 대학원을 마쳤으니 본인은 물론 부모들의 기대 수준도 당연히 다르다. 실은 중장비 기사의 소득이 상당히 높음에도 불구하고 대학을 마친 이상 그쪽으로 눈길을 선뜻 돌리지 못한다.
모든 것이 컴퓨터와 로봇 그리고 장비에 의존하여 운영되고 작동되는 현대 경제 시스템이다. 그렇기에 오늘날 기업들은 대졸 학력자 특히 인문계 출신들을 거의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러니 인문계열 졸업생과 취준생들은 이제 공무원 시험을 떠나 길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일본의 국립대 43%가 문과 학부를 폐지하거나 대거 개편한다는 상당히 충격적인 뉴스를 접했다. 일본의 86개 국립대 중에서 문과계열 학부가 있는 학교는 60개이고 그중 26개 학교가 2016년도 이후 문과계열 학부를 폐지하거나 다른 학부로 전환하려고 계획 중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단순 저임금 노동은 중국과 같은 후발국들의 차지가 되었다.
아마도 세계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기업은 ‘구글’과 같은 회사일 것이다. 설계나 디자인만 하고 생산은 외부에 위탁하는 클린한 기업의 대명사인 구글 말이다.
하지만 그런 기업은 기술 강국 미국이기에 가능한 것이고 세계적으로 손가락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이제 가히 청년실업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오늘날 선진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이와 같은 矛盾(모순), 취업을 원하는 고학력자들은 넘쳐나는 반면 고학력에 걸맞은 일자리는 터무니없이 부족한 이 이상한 모순은 왜 발생하고 있는 것일까?
이유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하나는 중국을 필두로 브라질이나 인도 등의 저임금 노동력이 글로벌 노동시장에 초과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ICT 기술의 고도화에 따라 사무직을 포함한 고임금 일반 노동자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생활수준이 높은 대부분의 선진경제국들에게 있어 대졸 학력 이상의 노동력이 과거 20년 이상에 걸쳐 지나치게 과잉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청년실업 문제, 이 문제는 당장 가능한 해법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정치권에서 좋은 대책이라도 있는 듯 떠들어대니까 마치 해결 가능한 것처럼 착각할 순 있겠지만 냉정히 살펴보면 가까운 시일 내에 가능한 해법은 없다.
앞으로 대다수 선진경제국들은 꽤나 장기간에 걸쳐 인간의 값어치, 고학력 노동자의 값어치가 자꾸만 저렴해져가는 ‘휴먼 디플레이션’ 증세에 빠져 허우적거릴 것이다. 물론 우리의 경우 국운이 깊은 겨울로 접어들고 있어 더더욱 문제가 될 것이라 본다.
우리의 경우 현재로서 가능한 해법을 생각해보면 이렇다. 부동산 가격이 내리면 임대료도 내릴 것이고 그렇게 되면 소득에 대한 기대수준도 낮아져서 청년 취업도 지금보다는 훨씬 수월해질 것이다. 동시에 결혼이나 자녀 출산도 늘어날 것이다.
부동산 가격 하락이 급격하면 당연히 가계부채 문제가 터질 것이고 덩달아 우리 경제 전체가 레벨 다운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 길이 사실은 살 길이다.
최근엔 어려운 일들만 자꾸 생겨나고 있어 이런 글을 쓰는 나 호호당도 몹시 곤혹스럽다.
[출처]<a href='http://www.hohodang.com/?bbs/view.php?id=free_style&no=1377' target='_blank'>호호당 블로그</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