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스님 상생·화합정신 현대문화·예술로 승화시킨 주역”
기자명하정은 기자, 사진=장용준 기자
입력 2024.05.31 18:11
제1회 무산문화대상 시상식 성료
문태준 시인, 박찬욱 감독, 예수의소화
상금 1억…부도와 사리탑 상패도 ‘눈길’
권영민 이사장 "상생 화합 사랑 봉사 새겨"
신달자 시인 "국가적으로 흐뭇한 오늘"
문태준 “생사 경계 부순 큰스님 정신”
박찬욱 “허무없이 집착 벗어나는 경지”
수녀회 “불교자비, 사랑 봉사정신 같아”
제1회 무산문화대상 수상자들이 함께 한 모습. 사진 왼쪽부터 신달자 시인과 문태준 시인 부부, 박찬욱 감독 예수의소화 수녀님과 권영민 이사장이 활짝 웃고 있다.
무산문화대상 시상식에는 사회 각계에서 2000여명이 동참했다.
무산 오현스님(1932~2018)의 문학적 예술혼과 상생·화합정신을 계승·선양하기 위해 제정된 무산문화대상의 첫 주인공이 탄생했다.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이사장 권영민)는 5월31일 그랜드 하얏트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제1회 무산문화대상 시상식을 성대하게 거행했다. 무산문화대상 영예의 수상자는 문학 부문에 문태준 시인, 예술 부문에 박찬욱 영화감독, 사회문화 부문에 예수의소화 수녀회.
3개부문 상금은 각 1억원이며, 특히 오현스님과 스님의 부도탑을 형상화한 상패가 이목을 끌었다. 김경민 작가가 조성한 상패에는 설악산 봉정암 진신사리탑을 모형으로 한 순금 20돈 금탑에다 한국문학의 거장인 정호승 시인이 친필로 각 수상자의 공적을 새겼으며 상패 뒷면에는 오현스님의 시 ‘마음 하나’가 김남조 시인 친필로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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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산문화대상 상패. 오현스님의 부도탑을 축소한 모형에 봉정암 진신사리탑과 스님의 문학작품까지 담았다.
상패에서 문태준 시인은 “한국 서정시의 전통을 지키면서 일상의 언어로 서정과 시 정신의 높이를 형상해낸 귀하의 시적 성취를 높이 평가한다”라고 했고, 박찬욱 감독은 “한국문학을 세계무대에 널리 알리면서 영화를 통해 인간의 본성을 깊이있게 탐구해온 창조적 활동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으며, 예수의소화 수녀회는 “한국사회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들의 삶을 돌보고 그 고통을 묵묵히 보살펴온 헌신적인 봉사활동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무산문화대상 시상식에 앞서 문화예술인을 기리는 묵념을 올렸다.
무산 오현스님의 생전 모습을 담은 동영상도 상영됐다.
시상식은 한국이 문화예술 발전을 위해 봉사·헌신해온 무산 오현스님과 문화예술인들을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어 오현스님의 생전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상영됐다. 오현스님은 조계종 제3교구 신흥사와 낙산사 백담사에서 평생 수도승으로 지냈다. 1996년 만해 한용운 스님의 민족 독립정신과 자유·평등·평화사상을 선양하기 위해 (재)만해사상실천선양회를 조직했고 예술과 학문, 세계평화와 사회봉사 분야에 큰 업적을 낸 인물에게 매년 만해대상을 시상했고 만해마을을 조성했으며 만해축전을 열어 문화예술인과 시민 대중이 함께하는 시민축제로 키워냈다.
오현스님은 1979년 첫 시집 <심우도>를 발간한 후, 2007년 <아득한 성자> 출간까지 총 5권의 시집을 통해 사랑과 봉사, 상생과 화합의 정신을 전세계에 알렸다. 2009년 미국 하버드대학 한국학센터에서는 ‘하버드 만해 시조 페스티벌’을 개최했고 ‘무산 시조 낭송회’를 열었으며 2015년 미국 캘리포니아주립 버클리대학에서는 오현스님을 초청하여 ‘무산 조오현-영혼의 울림’이라는 주제로 특별강연의 자리를 마련했다. 미국 뉴욕주립대학 하인즈 팬클 교수의 번역으로 오현스님의 선시조가 미국의 저명한 문학지인 <World Literature Today>와 <Buddhist Poetry> 등에 소개되어 스님의 문학작품은 세계 문단에 널리 알려졌다.
권영민 이사장이 단상에 올라 인사말을 하는 모습.
권영민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 이사장은 이 날 인사말을 통해 “사찰이라기보다 문화예술의 성소로 부르고 싶은 백담사의 오현스님은 승려시인이라고들 하지만 저는 활달하고 개방적 사고를 가진 자유예술인이라고 말하고 싶다. 종교와 인종 국경의 벽을 허물지 않으면 한국사회의 상생과 통합이 어렵다는 가르침을 늘상 주셨고 이같은 사상으로 ‘살아있는 선(禪) 시인’으로 세계 문단에 알려졌던 큰 어른이라 생각한다. 스님의 상생·화합·사랑·봉사의 정신 널리 기리기 위한 첫 번째 결실이 오늘의 무산문화대상이다”고 했다.
문학부문 수상자 문태준 시인이 시상식에 앞서 기자회견장에 참석한 모습.
사회문화부문에서 수상한 예수의소화 수녀님들이 기자회견장에서 수상소감을 전하는 모습.
예술부문 수상자 박찬욱 감독도 기자회견장에서 수상소감을 전했다.
본격적인 시상식이 이어졌다. 제1회 무산문화대상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신달자 시인이 심사 경과를 보고했다. 신 시인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시인으로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출간하는 계간 시문학지 <유심>의 편집주간을 맡고 있다.
심사위원장 신달자 시인은 “제1회 무산문화대상 주인공들이 정해진 것은 개인의 기쁨이기보다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도 매우 흐뭇한 일”이라고 운을 뗐다. 신 위원장은 수상자의 공적을 기리면서 “문태준 시인은 스쳐지나가는 무심한 순간에서 놓치기 쉬운 사물들에게 다정한 의미와 가치를 이끌어 올리는 서정의 안심처라고 할 수 있는 시인”이라고 했고, “박찬욱 감독님은 지금까지 해오신 눈부신 작품성보다 앞으로의 창작성에 더 큰 기대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의 대가이기도 하다”고 했다.
심사위원장 신달자 시인이 심사경과를 기자회견장에서 발표했다.
권영민 이사장이 인사말을 하는 모습.
아울러 “예수의소화는 상식을 거부하고 스스로를 낮추어 그야말로 불우이웃을 내 몸같이 돌보는 수녀님들이며 ‘그걸 한다구?’라며 놀라움으로 바라보게 되는 분들”이라고 치하했다. 신 위원장은 말했다. “서로의 공통점을 축복하고 차이점을 통해 서로 위로가 되고 성장할 수 있어야 합니다. 남를 알아준다는 것, 그 힘은 어떤 현실적 고통도 넘어설 수 있는 거대한 위력이 될 것입니다. 무산문화대상은 바로 그 힘을 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수상자들의 수상소감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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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시인은 “뜻밖에 수상소식을 듣고 반갑기도 하면서 무거운 마음도 들었다”며 “시를 짓고 산 지가 올해로 30년이 되는데 어쩌면 시인으로서 앞으로도 다른 데 눈을 두지 말고 시를 열심히 쓰며 살라는 격려와 당부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했다.
문 시인은 무산 오현스님과의 인연과 불교문학의 의미도 전했다. “저도 무산 큰스님 그늘에서 한세월 살았던 인연이 있다. 특히 2013년도 춘천불교방송에서 일할 때 큰스님께서 어느날 기별도 없이 오셔서 교외 막국수집에서 별다른 말씀 없이 맛있는 막국수를 한 그릇 사주고 가신 적이 있었다. 그 말없는 가르침을 오늘 이 자리에서도 느끼게 된다. 큰스님은 시조를 통해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를 무너뜨리며 담대하고 자유롭게 생사를 드나들었다. 불교문학은 자애심과 연민심의 연대를 지향하는만큼 많은 사람들이 겪는 고통의 내용을 이해하고 구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세계의 도래를 바란다”고 했다.
예수의소화 이영희·문성월 수녀는 “예수의소화 창설자 고 김준호 선생님께서 오래전부터 종교간에 벽을 허물고 화합의 가르침을 주셨는데 오늘 이 자리가 낯설지 않은 것도 그 분과 함께 온 마음 때문인 것 같다. 불교는 자비의 종교이다. 아프고 어려운 장애인을 보면 누구라도 돌봐주고픈 애련함이 있듯이 사랑과 봉사를 삶 자체로 삼고 살아가는 우리 수녀회와 소화복지공동체에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박찬욱 감독은 “수상 연락을 받았을 때 당황하기도 했고 불교계 큰 어른의 이름을 가진 상에 제가 적당한 인물인지 돌아보게 되었다. 제 영화를 놓고 세간에서는 폭력적이고 신체노출도 많고 자극적인 영화라는 평판이 많은데, 예술을 잘 이해해주신 것 같아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불교에 관심이 많아서 절에 다니는 것이 저의 큰 취미이고 기회만 있으면 폐사지도 다니고 사진으로 남겨놓고 특히 불교미술전 관람도 다닌다. 불교를 생각할 때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으면서 집착에서 벗어나는 일이 가능할까 싶고 그런 경지가 되려면 얼마나 많은 수행을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하곤 한다. 인간의 고통과 비극에 대한 연민과 고뇌를 멈추지 않고 집요하게 파고드는 영화인이 되겠다”고 했다.
이 날 행사에는 윤재웅 동국대 총장, 박기련 동국대 사무총장, 주호영 정각회 회장, 김영배 국회의원,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박현봉 인제군 부군수, 이승우 속초시 행정국장, 박진오 강원일보 사장 등이 참석했다. 데이빗 맥캔 하버드대 박사와 부르스 풀턴 캐나다 브리티시콜럼비아대 박사, 니우 린지에 중국 산동대 박사 등도 자리를 빛냈다. 신흥사와 낙산사, 백담사 신도들도 대거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무산문화대상 운영위원회는 문학부문에 이근배 시인과 조정래 소설가, 권영민 이사장이고 예술부문은 이건웅 전 한국예술종합학교 총장과 김영나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김현환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김경민 조각가이고 사회문화부문은 김희옥 전 동국대 총장, 강천석 조선일보 고문,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이 각각 맡고 있다.
이 날 시상식에서는 무산시전집과 만해시전집을 특별 제작해서 배포했다.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이 날 행사와 연계하여 이틀 전인 5월29일에는 서울대에서 ‘2024 제1회 무산문화대상 기념 국제학술회의’를 열었고 오는 6월7일부터 9일까지는 강원도 속초에서 설악무산문화축전을 개최한다.
시상식에 앞서 기자회견장 모습.
성황리에 열린 제1회 무산문화대상 시상식 모습.
하정은 기자, 사진=장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