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자욱한 오늘은 벌써 찬이슬이 내린다는 24절기 중에 열다섯 번째 절기 백로(白露)이다. 이제 본격적인 가을이 시작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눈에 보이는 것이 모두 일이라서 마음이 바쁘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움직이느라 일기를 쓸 시간도 제대로 못챙기게 된다. 이 촌부는 왜 이렇게 너무 바쁘게 사는 것일까? 말로는 여유를 갖고 느리게 살아가자 하면서 행동은 그 반대이니 원...
어제는 정말 바쁘게 움직인 우리 산골가족들이다. 아침나절 이서방과 함께 마을 울력이 있어 내려가 도로변 양쪽에 무성하게 자란 풀베기를 하고왔다. 다른 반에 비해 우리 4반 설다목(雪多目)은 농사 짓는 집에 우리 뿐이라서 예초기를 가진 집이 없어 아랫쪽 한 집과 촌부가 나눠서 힘들게 풀을 베었다. 마무리를 하고 집에 올라오니 오전이 다 지나갔다.
오후에 아내와 처제는 엄마네 대청소를 실시하고 동서 이서방은 데크 마무리 공사에 여념이 없었다. 촌부는 밭에 나가 무우 새싹 중에 가장 튼실한 것을 한 그루 남기고 속았다. 조금 늦은 감이 있긴 하지만 바쁘게 지내다보니 어쩔 도리가 없다. 뭐가 그리도 바쁜지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그런 다음에 노각과 오이 마지막 수확을 하고 곧바로 오이 지지대, 유인 줄과 그물망을 해체했다. 설치할 때는 몰라었는데 오이넝쿨이 사방 뒤엉켜 있어 해체하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들다. 퇴비에 비닐이 섞이면 곤란하여 일일이 분리하느라 시간이 더 걸렸다. 이제 줄콩을 딴 다음 해체하는 것과 고추 수확을 모두 마친 다음 지지대, 고추끈 걷어내는 것이 남아있다.
어제 저녁무렵 마을 아우(학열)가 전화를 하여 혹시 또다른 마을 아우(선기) 장모님께 별세하셨다는데 아느냐고 물었다. 어제 마을 울력을 마치고 아우네 집에 잠시 들려 농사 이야기를 나누고 왔는데 그때 아무 이야기를 하지않아 모르고 있었다. 부부가 둘 다 같은 마음으로 마을에 부고를 하지않은 것이다. 우연히 학열이가 알게 되어 우린 친한 사람들이라 촌부에게 알린 것이라고 하여 집에 올라와서 함께 평창의료원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이 두 아우들은 촌부와 이서방과는 각별하게 지내는 사이라서 잘 다녀왔지 싶다. 그러고보니 어제는 어떻게 하루가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한가한 것보다는 분주하게 지내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바빠도 너무 바쁘다. 그래도 그 바쁜 와중에 이서방이 만들고 있는 데크 계단에 넷이 앉아 시원한 차를 마시며 잠시 즐겁게 지내는 망중한(忙中閑)을 즐기기도 했다.
첫댓글
오늘은 본격적인 가을을 알리는 백로입니다.
망중한을 즐기시는 촌부님, 여유롭게 천천히
지금의 삶을 즐기시기 바랍니다. 늘 건강하세요.
둘보다는
넷의 모습으로 계셔서
참 보기 좋습니다.
바쁜 일상중 잠시 휴식의 시간
가족들과 담소나누시는동안 즐기는
차한잔은 몸의 피로를 풀어주지요.
행복이 묻어나오는 모습에
절로 배시시~
이젠 노지 오이가 노각처럼 변해가는군요.
세월이 가는걸 느낌니다.
한가위 풍성하게 보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