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험례 9개월 이상 지속된 콧물을 치료한 경우 (조세신보 치험례 139)

[하늘땅장동민]

9개월 이상 지속된 콧물을 치료한 경우 (조세신보 치험례 139)

56세의 A 씨는 원래 10년 전부터 계절이 바뀔 때마다 비염이 심해졌는데, 올해는 3월부터 시작한 증상이 12월까지 계속 나타났다고 말했다. 특히 주증상으로 콧물이 심하게 흘러서 불편함에 시달렸는데, 콧물이 너무 많이 생기다 보니, 목뒤로 넘어가는 후비루가 생겨서 기침과 가래도 자주 발생하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과나 이비인후과에 가서 치료를 받아도 크게 차도를 보지 못해 그냥 포기하고 살았다고 했다.

그리고 약을 먹어도 워낙 효과가 없다보니, 처방 받은 약 중에서 항히스타민제나 항생제를 아예 빼고 먹기도 했다고 한다. 평소에도 코맹맹이 소리와 더불어 수시로 코를 풀다보니, 주변 사람의 시선이 느껴져 힘들었지만, 요 근래는 코로나19 때문에 더욱 더 주변 사람의 시선이 따가워, 아예 근본 치료를 받으러 왔다고 말했다.

<진단과 치료>

원칙적으로 콧물은 질병의 증상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생리적인 증상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코를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오는 먼지나 병균 등의 이물질을 걸러내는 필터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만약 코털과 콧물이 없으면, 우리 몸에 치명적인 작용을 할 수 있는 위험물질이 기관지나 폐로 직접적으로 침입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너무 코가 건조해지면 건강에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필요량 이상으로 콧물이 과도하게 흐른다든지, 색깔의 변화가 심하거나 냄새가 나는 등의 변화가 생기면, 당연히 치료의 대상이 된다. 또한 그런 이유로 인해 무조건 콧물을 그치게 하는 약을 쓰는 것 보다는, A씨처럼 콧물이 나는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 해결하는 것이 옳다.

병적인 콧물을 일으키는 질환도 매우 다양하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코감기는 리노바이러스와 같은 감기 바이러스 때문에 일어난다. 이러한 경우에는 굳이 약을 쓸 필요 없이 며칠 푹 쉬기만 해도 저절로 없어진다. 하지만 면역력이 약거나 감기가 오래 된 경우에는 만성 비염으로 전환되어 콧물을 달고 살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콧물이 오래 지속되면 코 주위의 공간에 콧물과 고름이 차는 만성 부비동염이 생길 수 있는데, 이를 일컬어 ‘축농증’이라고 한다. 축농증이 심해지면 두통을 비롯한 얼굴 통증이 생기기도 하며, 냄새를 잘 맡지 못하거나 코에서 심한 악취가 나기도 한다.

그리고 알레르기 체질인 경우에는 알레르기성 비염이 생기게 되는데, 콧물 코막힘 재채기 등의 3대 증상이 생기게 된다. 이러한 경우에는 특정 계절만 되면 증상이 악화되거나, 꽃가루 먼지와 같은 특정 물질과 접촉을 하면 콧물이 걷잡을 수 없이 분비된다. 이러한 비염에는 보통 항생제와 소염제를 처방하는 경우가 많은데,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 등의 약물로 콧물이 일어나는 기전을 차단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알레르기가 심한 경우에는 면역반응을 억제하기 위해 면역억제제를 투약하기도 하는데, 결국 내 몸의 자체 면역력을 저하시키므로 썩 권장할 만한 처방은 아니다.

한의학에서는 영향혈이나 사백혈과 같이 코와 눈 주위의 혈자리에 침을 놓는 경우가 많은데 , 경우에 따라서는 콧구멍 안쪽에 있는 내영향과 같은 혈자리에 장침을 시술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한약을 투약해야 하는데, 그 처방은 증상과 체질에 따라 나눠진다. 보통 콧물이 희고 맑은 경우에는 폐의 기운이 차가운 것으로 보고 치료하며, 누렇고 찐득한 경우에는 폐에 열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A 씨의 경우에는 장기적인 증상으로 인해 호흡기의 기능이 매우 약해졌으며, 평소 희고 맑은 콧물과 더불어 가끔씩 누렇고 냄새나는 콧물도 섞여 나와서,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급성 염증까지 동반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콧물을 가라앉히는 보험약을 일주일간 투약하면서, 호흡기 면역기능을 강화시키는 보약을 함께 처방하였다. 일주일간 한약을 복용하자, 그토록 차도가 없던 콧물이 잡히기 시작했다고 연락이 왔다. 그래서 남은 한약을 마저 먹고, 아예 이번 기회에 뿌리를 뽑기 위해, 다시 한 번 내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