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통도사에 갔다.
무비큰스님의 법문이 계시다기에 다라니 기도와 백팔배를 일찌감치 마친 뒤 통도사로 달려갔다.
개인적으로 통도사는 세번째 방문이다.
앞선 두번은 꽃피는 봄날이었는데 오늘은 낙엽이 뚝뚝 지는 늦가을 날이다.
궁금했던 통도사의 가을 속으로 들어가 본다.
단풍 반, 낙엽 반이다.
자연스레 몰린 낙엽들이 길을 내기도 하고, 길을 덮기도 한다.
나무가지 사이로는 하늘이 훤히 보인다.
그곳으로 빗방울이 가끔 날리기도 했다.
통도사에서 여전한 것이 있다면 이 연등길도 포함되리라.
세 번 모두 연등 아래를 지나갔다.
화엄산림법회가 열리는 날 답게 도량에는 많은 분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1시가 조금 넘은 시각, 서울에서, 대구에서, 부산에서...
제각각 다른 말씨의 불자들이 통도사 설법전으로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부처님 진신사리가 모셔진 사리탑이다.
산림법회가 열리는 날이라 그런지, 출입문이 열려 있어 가까이서 참배할 수 있었다.
우요삼잡, 함께 탑돌이를 했다.
전각과 탑과 석등...이보다 더 사찰다운 풍경이 따로 또 있을까?
도량 구석구석 가을물이 들어 있었다.
화엄경 화장세계품을 설해 주시는, 범어사에서 오신 무비큰스님,
스님께서는 화엄경의 종지를 '심불급중생 시삼무차별(心佛及衆生 是三無差別)'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이것을 절대적인 대원칙으로 세운 뒤에 39품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하셨다.
화엄경에 나오는 '불가설불찰미진수불'이 무엇을 뜻하는 지를 생각해 보라고 하셨다.
역사상으로 존재한 부처님은 석가모니 부처님 뿐,
경전에는 수없는 부처님 명호가 나오지만 그것 역시 석가모니 부처님의 말씀 속의 부처님일 뿐,
불가설불찰미진수불은 바로 나, 내 가족, 내 이웃, 세상 모든 사람, 나아가 모든 존재들임을 역설하신다.
"불상 앞에 엎드려 절을 하고 기도를 하지만
불상은 울 일도 없지만 울 줄도 모르고,
불상은 웃을 일도 없겠지만 웃을 줄도 모르고,
불이 나도 불상은 신고할 줄도 모르고,
앞에 놓인 돈을 누가 훔쳐가도 말릴 줄도 모른다"는 말씀에 모두 웃음을 터뜨리자 이어지는 말씀,
"지금 옆에서 전화벨이 울리자 마음 속으로는 모두 화를 냈을 겁니다.
벨 소리를 듣고 화를 낼 줄 아는 그 능력이 얼마나 신통합니까?
모두가 본래부터 손색없는 부처님입니다.
잘 난 사람만 부처님이 아닙니다.
생각해 보세요.
감기 걸렸다고 사람이 아닙니까?
다리 좀 전다고 사람이 아닙니까?
늙은 사람은 그럼 사람이 아니겠네요?
늙은 사람이 사람이 아니면, 젊은 사람도 사람이 아닙니다.
모두 사람인 것처럼 모두 부처님입니다.
무점차불(無漸次佛), 무차제불(無次諸佛)이지
점 점 점 닦아서 되는 부처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모두가 다 본래부터 손색없는 부처님입니다.
당신은 부처님입니다.
달마대사부터 육조스님, 임제, 마조, 성철스님까지 모두가 한 말씀뿐이었습니다.
'당신은 부처님'
어떤 경전을 봐도, 어떤 조사어록을 봐도 '당신은 부처님'이라는 그 결론에 귀착될 수밖에 없습니다."
스님께서는 경전의 결론은 화엄경이고 화엄경의 결론은 보현행원품이라고 설명해 주셨다.
보현행원품은 보살행의 행동지침이다.
보현행원에 나오는 불(佛)은 경전 속의 부처님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존재, 모든 생명들을 말하는 것이라고 재삼 일깨워 주신다.
설법전을 나서는 불자들, 시키지 않아도 서로 마주보며 '당신은 부처님'이라고 인사들을 나누었다.
사람들이 빠져나간 도량은 다시 조용하다.
통도사의 식구를 가늠케 하는 장독대
담장 너머 숲에도, 계곡물에도 온통 단풍과 낙엽이다.
누가 흔들어 떨구지 않아도 때 되면 저절로 내려 앉을 줄 아는 나뭇잎 너도 활불!
첫댓글 카메라가 탈이 나서 금림이 카메라 빌려 들고 갔습니다. 평상시 제 사진과 색상이 좀 다르지요? 하지만 이것만도 감지덕지입니다.^^*
사진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옴마야...사진이 아주 멋집니다. 우리모두는 부처님...감사합니다.^^*
사람만 부처가 아니라 사진도 부처입니다. 산하대지 그대로가 청정법신인데, 시냇물 소리 어찌 잔소리 아니랴! 溪聲便是長廣舌 山色豈非淸淨身
연보리님 덕분에 편한 자세로 가만히 앉아서 무비스님의 음성을 듣는듯 합니다. 사람이 부처... 나무대방광불화엄경....
넘어가는 다리..일주문..작년 겨울에 가서 사진 찍던 기억이 납니다 아~서점에서 불경에 관한 책을 산게 아니고 약초책을 샀었네요..처음 사진..어제의 대구가을과 같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덕분에 잘~보고 갑니다()
가을 나들이 멋지게 하셨네요. 덕분에 저는 구경도 잘 하고~~통도사는 몇 번 갔어도 그냥 구경 삼아 간 기억밖에 없어 다시 가 보고 싶어집니다.
가셨군요,,함께 가고 싶었는데 무지하게 아쉬운날이였습니다
그러게요. 혼자라도 씩씩하게 갔었습니다. 울 집에선 한시간 십분도 채 안 걸리더라고요.
사진만봐도 갔다온 기분입니다...().().()
좋은 발길....부럽습니다....
"무점차불(無漸次佛), 무차제불(無次諸佛)이지" 좋은 사진에 스님 법문까지......감사합니다. 이 가을에 좋은곳 여행한것 만큼이나 기분 좋습니다.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