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봄이 되면 저 아랫동네로부터 꽃소식이 올라오고,
그 중 압권은 단연 통도사의 홍매 소식이 되곤 한다.
가보고싶은 맘을 몸이 따라가지 못해 해마다 미뤄두기만 했는데,
며칠 전 불이가님의 글에 통도사 홍매인듯한 꽃사진이 올라와, 올해는 제대로 불을 질렀다.
카페 메모장에 함께 갈 동행을 구했는데, 딱 맞게도 뽀대로님이 걸렸들었다. ^^*
통도사는 여섯 번째 행이다.
갈 때마다 가게 된 사연은 매번 달랐다.
이번 통도사행은 온전히 매화를 찾아가는 길이다.
통도사 계곡은 아직 겨울풍경이다.
겨울을 지나오는 동안 자연은 무채색에 가깝다.
봄부터 가을까지 피워냈던 빛깔을 만산홍엽으로 다 버무려, 깨끗이 떨구고 난 뒤의 겨울은 나무빛이고 땅의 색깔일 뿐이지만,
긴 겨울을 지나오는 동안 그마져도 많이 흐려져 있다.
지워지고, 비워진 말쑥한 저 곳,
이제 곧 연두빛으로 다시 차 오를테지.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 영역을 들어서자, 볕이 잘 드는 담장이 따뜻해 보인다.
봄을 찾아 집을 나선 우리는 지금 불지종가 큰집으로 들어서고 있다.
저 깊숙한 곳 어디에 홍매가 있을까?
좁은 문을 통과하면 넓어지고,
문 하나를 지나면 또 넓어지는 마당,
그러기를 몇 차례 했다.
불이문을 지나며 본격적인 탐매가 시작됐다.
길게 찾을 것도 없다.
극락전과 영각 근처라고 했으렸다?
극락전 뒷쪽을 흘낏 보니 홍매가 보이고, 홍매 그늘에 포진한 몇 사람이 보인다.
홍매와는 눈인사만 나누고, 약사전 마당을 지나, 탑을 지나,
우리는 곧장 대웅보전으로 들어가 참배를 했다.
그리고, 보궁 탑돌이를 했다.
바람이 살살 일었지만 볕이 좋아 대체로 포근한 낮이었다.
5대적멸보궁을 다 참배해봤지만, 역시 불보사찰 통도사이다.
어느 장한 신심이 이뤄낸 불사인지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이곳 보궁이다.
석등과 탑의 어느 한 면도 그냥 밋밋한 구석이 없다.
한바탕 화엄의 세계가 펼쳐져 있다.
우리 사는 세상 모습, 우리 얼굴, 그대로이다.
보궁 영역이 돌이 피운 예술이라면 삼성각 쪽은 단연 목재가 피운 꽃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차오르는 감동,
주체를 못해도 좋다!
보궁참배를 마친 우리는 드디어 매화를 보러 간다.
매화석 위를 사뿐히 걸어, 향이 낸 길을 따라, 매화 만나러 간다.
마침 점심공양 시간이라 도량은 한산하다.
홍매 주변도 그럴 거라 믿어 본다.
△ 봉발탑
먼저 찾은 곳이 영각 앞 홍매이다.
신라시대 자장율사에 의해 창건된 통도사는 이듬해 금강계단을 열고 자장율사께서 화엄경을 강의하자 52명의 선녀가 내려와 강의를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선녀의 수대로 나무를 심었는데, 영각 앞의 자장매가 그때 심은 나무의 후신이라는 글을 어디서 봤다.
대체로 수령 350년이라고 나와 있는 걸 보면, 자장율사 당시의 매화가 아닌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어쨌거나 그 이름이 자장매이다.
△영각 앞 자장매
남으로 뻗은 가지렸다?
성근 몇 송이가 피어 있다.
줌 기능이 별로인 똑딱이의 한계와 내 낮은 키의 한계가 아주 제대로 만났다.
꽃송이들이 죄다 너무 멀어, 더 이상 가까이 당긴 사진은 모두가 흐릿~~~하다.
물이 올라 반들거리는 나뭇가지,
그 물을 배불리 먹은 꽃망울들이 아기의 주먹처럼 앙증맞게 부풀었다.
저렇게 볼록볼록 참고 있다가, 차례로 터져나올 함박웃음,
고것, 참~
고것, 차암~
처마를 배경으로 매화 몇 송이, 단청 그림인양 들어 앉았다.
며칠 뒤면 지고말겠지만, 내 사진 속에서는 저 단청 속 매화처럼 시들리 없겠지.
고목에 핀 몇 송이 꽃은
봄바람이 나뭇가지를 간질러,
참다 못해 쏟아 놓은 웃음 같다.
몇 년만에 긴 시간을 함께 했던 뽀대로님,
모델 좀 서라니 딴청이다.
어제 종일 긴 얘기를 나눈 것도 같고,
한 마디도 안 한 것 같기도 하다. ^^*
몇 송이 피진 않았지만 자장매는 향이 깊었다.
후각이 예민한 편이라 몇 송이 만으로도 향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매화나무 옆, 저 창호에 홍매 고운 물이 번질 것 같고,
닫힌 문 안으로 맑은 향이 여과없이 스밀 것 같다.
자장매 사랑은 이쯤 해두고 극락전 뒤로 자리를 옮겼다.
여긴 좀 더 많은 송이가 폈다!
짙은 홍매와 옅은 홍매, 두 그루 중, 짙은 쪽이 개화가 많이 되어 있다.
휴우~
점점이 떠 있는 저 송이들,
누구는 금방 탄생한 초신성이라 하고, 또 누구는 화산 폭발이라더니,
내 눈엔 꼭 불꽃놀이의 절정, 터지는 폭죽같다!
저 깊은 땅속으로부터 길어올린 예쁜 목숨들,
우주의 축제, 기쁨으로 빵빵 터지는, 절정의 불꽃놀이 같다!
이렇게 담아간 홍매의 봄을 모두 어디에다 풀어 놓을까?
저런 이가 많을수록 인터넷을 타고, 천지에 봄기운이 확~ 번질테지.
그동안 지녀온 통도사의 추억에, 홍매의 추억이 보태졌다.
저 자잘한 점들의 폭발이 가져다 준 연이은 웃음, 그 같은 봄 한나절.
매화와 함께한 통도사 여행, 어땠냐고 물어온다면,
그저 이 꽃을 보여줘야지.
그도 가서 보고 오는 수밖에 다른 수는 없을테니.
2012년 3월9일
첫댓글 휴~어제 밤부터 내내 기다리던 소식~
사진만 봐도 그 향에 취해 숨이 턱!!! 막힙니다.
해마다 이맘때만 되면 쏟아지던 통도사 홍매, 올해는 언니덕에
인드라망에서 제일 먼저 보내요.
저도 내년 봄쯤에는 저 홍매를 담으러 갈 수 있으려나요.
절집과 너무도 잘 어울립니다.
봉발탑에 드리운 그림자가 꼭 냥이 얼굴같으네요.^^*
목정님도 이제 양이어미 다 되셨구랴. ㅎㅎ
정말 귀 쫑긋 세운 양이 같구만요. ^^*
매화는 빽빽히 조밀히 핀 것보다 거친 가지에 성글게 벙근 송이가 또 매력이 있더라고요.
절정은 다음 주말이겠지만, 저는 잘 다녀온 듯 합니데이. ^^*
잘 보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피었네요.
올해가 날씨 탓으로 좀 늦다는 소식도 있네요.
수고 많았습니다.
담주에 만개할 홍매를 어쩔라 캅니까?
다음주 금요일은 관음재일이라 통도사까지는 갈 수가 없어요~~
그래서 모르쇠님을 놓아드립니다.^.^
올해는 또 매화 찾아가는 재미가 들려나 봐요.
관음재일 오후에는 대구 인근의 매화 보러 갑니다.
귀한 시간 비워두신 그 뜻만큼은 감사히 받습니다. ()^^*
매화사랑에 푹 빠져 봅니다^*참 고마운 님이 십니다^*
한송이라도 더 보여 주고싶은 마음이 저 홍매화 버금갑니다
()()()...........
^^* 매화 그대로 담아오고 싶었는데 아무래도 실력이 시원찮습니다.
곱게 봐 주시니 감사합니ㅏㄷ.()
기다림과 설레임을 가득 담은 봄바람에 홍매화의 꽃망울들이 볼통해지기도 하고 톡~톡 터졌네요.
뽀대로님 덕분에 인드라망 답사기가 풍성해지겠습니다.^0^
연보리님, 함께 여행할 동반자 얻었으니 얼마나 좋을꼬요?
실눈을 뜨고 흠~흠~거리며 매화향을 느껴봅니다..
고운 글 잘 읽었습니다^^*
^^* 옛 동지애가 어디 가겠습니까. ^^*
때가 되니 그저 필뿐!!!!!매화꽃의자태^^
어제 동행해 주셔서 반갑고, 좋았습니데이~^^*
오랜만에 다시보는 적멸보궁,,,,,
매화꽃이 생각보단 많이 피었네요,,날씨가 워낙 쌀쌀해서 몽우리에서 살짝 필라고
준비중인줄 알았는데,,,,
통도사 경내를 다시금 구경시켜줘서 감사합니다,,,,,()
사찰 순례 갔던 날 생각이 나지요? 저도 곳곳에서 그때 일이 생각나더라고요.^^*
돌고 반배하고
돌고 반배하고
또 돌고 반배하고..()..
가끔 한번씩 가보는 양산 통도사 이지마는
이렇게 사진을 아름답게 찍어서 지금 피어나는 홍매화와 함께
연보리님의 글을 읽어 내려오니 저 만큼 온 봄이 곱게도 보입니다**
통도사의 봄은 아무래도 홍매로부터 오는 듯 합니다.
곱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
아이구 참말로 희얀하다 희얀해~
게절앞에 다시한번 숙연해집니다 ()
그것도 남쪽 가지부터 피더란 말입니다요. ^^*
다시금 보는 통도사...잘 봅니다.은 반쯤필때 향기가 최고라고 하는디...넘 일찍 가셔서 아쉽군요.
매화
뽀대로님 인증샷도 아쉽구요... 감사요
몇 송이 되지 않았지만, 자장매는 향이 깊었습니다.
더 많이 피면, 향이 정말 좋을듯요~~^^*
몇송이 담아오신 통도사 홍매화척인데 영불대 세카만 후배들이
내일 양산 부산대병원
철부지때 날 이뿌 해주셧든 곱디고운 어머님 영전에 향 사러르 가는길 들릴가 햇는데
동기생 보살들이 대공원에서 4시에 출발 하자 카네네요 5시 장례식장에서 전국적 합의 인데
척카마
혼자 움직이마 얼매나 좋겟읍니까
유택까지 보고 올라 카는데
동기생보살들은 내한태 혹 입니더
회갑이 지나도 보살이 몬되나 봅니다
인드라망 거미줄에 걸리뿌마 참 마이 느낄낀데 ()
^^* 동기생 보살님들께 봉사하시는군요.
잘 다녀오세요, 심해님~~~ ()
모진 추위를 잘견디고 꽃을 피워 여러사람을 기쁘게 해주는 홍매화에게 고마움을 느낌니다
홍매화의 아름다움을 전해준 연보리보살님 꼭 성불하실겁니다_()_
그러게요, 이렇게 쌀쌀한 날씨에도 봄이 왔음을 알려주니 참 고마운 꽃입니다. ^^*
고향님 축원, 감사합니다. ()^^*
덕분에 통도사 잘 다녀 왔습니다
홍매화 잘 봤는데
향기는 없었어요. 감긴가 ?
감사합니다.
통도사 다녀오셨군요?
영각 앞의 자장매는 향이 그윽하던걸요.
겹꽃인 영취매는 아직이었고요.^^*
봄이 맞네요. 영축총림은 가을 인상이 깊은데
새로운 맛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
가을 통도사가 또 멋진 모양입니다.
단풍 한창일 때 한 번 가보고싶네요.
회룡님, 반갑습니다.^^*
조계사 뒤편에도 사리탑이 하나 있더라구요..꽁초를 버린거야..피우고 방바닥에 버리나....
돌고,,언 넘이
돌고..싸가지 없는 넘 하고는.
또 돌면서..니는 집에서도
마하반야바라밀()
조계사 사리탑입니까? 조계사 뒷편은 가보질 못했네요. 두번 모두 일 때문에 갔던 때라 제대로 참배도 못했고요.
덕분에 잘 봅니다.
대웅전 뒤로 박물관 있고예..
박물관 뒤편에 오두마니 있습디더..^^()
아이고~! 내가 한발 늦었네요! 갑장님!!!!^^
봄을 앞서 담아가시니 내가 담아올게 남아 있으려나~!ㅋㅋ
멋진 작품 감상 잘하고 갑니다~~!
홍매 만나고 오셨나요? ^^*
아직 몬가봤심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