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 해설(漢字解說)
1.한자(漢字)란?
한자는 중국인들이 그들의 말을 표기하기 위하여 오랜 세월 여러 방법으로 고안하여 다듬어 써내려온 글자이다. 중국 전설에 따르면 고대 중국의 천자였던 복희(伏犧)가 처음으로 팔괘(八卦)라는 것을 만들어 천지 자연의 현상을 상징하기 시작하였고 신농(神農)이 끈을 묶은 매듭으로 약속의 내용 따위를 적기 시작하였으며, 황제(黃帝)의 사관이었던 창힐(倉 )이 새의 발자국을 보고 글자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전설에 그칠 뿐 한자는 어느 한 사람의 창안으로 만들어진 글자가 아니라 여러 사람들이 오랜 세월 하나씩 만들어 사용하여 이루어진 글자라고 할 수 있다. 그 까닭은 같은 뜻의 글자가 수없이 많기도 하고, 한 글자가 전혀 다른 뜻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매우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통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것은 한자는 사람의 말을 그 뜻에 맞추어 하나씩 글자로 형상화하여 만들어진 글자라는 사실이다. 이점이 단순히 말의 소리를 기호화한 소리글자와 크게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한자에 있어서 하나의 글자는 하나의 완전한 뜻을 가진 낱말의 구실을 한다.
2.한자가 만들어진 원리(이른바 육서六書라는 것)
한자는 말이 뜻하는 사물의 형상을 추상화하여 만들어졌거나 말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기호화하여 만들어졌거나 이미 만들어진 글자를 활용하여 만들어지기도 하였다. 그 원리는 이른바 6서라고 하는 여섯 가지 원리에 따라 이루어졌는데 이 여섯 가지 방법 가운데 실제로 한자를 창조한 방법은 상형(象形)과 지사(指事)의 두 방법이고, 이 방법으로 만들어진 글자를 회의(會意)와 형성(形聲)이라는 방법으로 일정한 규칙에 따라서 합쳐서 2차적인 한자가 만들어졌다. 전주(轉注)와 가차(假借)는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라기보다는 이미 있는 글자를 다른 음이나 뜻으로 바꾸어 쓰는 방법이다.
① 상형象形: 사물의 모양을 추상화하는 방법으로 글자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日, 月, 山, 川, 艸, 木, 人, 田' 같은 글자가 이에 따라 만들어졌다.
② 지사指事: 일이나 개념 또는 사물의 성질이나 특징을 상징화하여 만들어내는 방법으로서, '一, 二, 三, 上, 下' 따위가 이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③ 회의會意: 이미 이루어진 글자 두셋을 한데 모으고 그 뜻을 이용하여 새롭게 글자를 만드는 방법이다. 이 경우, 각 글자가 가지는 뜻은 새로운 글자의 뜻 속에 녹아 있게 된다. 明, 信, 林, 男, 姦, 轟 따위가 이 방법으로 만들어진 글자이다.
④ 형성形聲: 가장 손쉽게 글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으로서, 뜻을 가리키는 글자 옆이나 위아래에 단순히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를 적어서 새로운 글자를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한자 구성 원리에서 소리를 이용하여 뜻글자를 만드는 이 원리가 도입됨으로써 한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게 되었다. 江, 河, 空, 悲, 限 등 수없이 많은 글자가 이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⑤ 전주轉注: 한 글자의 뜻을 다른 뜻으로 바꾸어 쓰는 방법이다. 예컨대 '모짊'을 뜻하는 '惡악'을 '미움'의 뜻으로 '오'라고 별도로 쓰거나, '눈금'을 뜻하는 '度도'를 '헤아림'의 뜻을 갖는 '탁'으로 쓰거나, '늙음'의 뜻으로 쓰는 '老'를 '생각함'의 뜻으로 쓰는 '考'와 모양이 비슷하다고 하여 통용하는 경우 따위이다. 이 경우 한 낱말에 대응하는 글자를 새로 만들지 않고 이미 있는 글자 가운데서 뜻이 비슷한 글자를 이용하되 그 뜻을 확장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전주(轉注)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참고: 전주를 더 넓게 해석하여 '대의 마디'를 나타내는 '節'을 '사람의 절개. 글의 구분' 따위로 사용하는 것이나 '젊은 여자의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好'를 '좋아함'의 뜻으로 사용하는 경우처럼 글자와 그 소리까지 같되 뜻만 달리 쓰이게 된 경우까지를 포함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글자의 뜻의 확장이라고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⑥ 가차假借: 위의 다섯 가지 방법으로도 만들기 어려운 낱말의 경우에는 아예 뜻을 생각하지 않고 소리가 같은 다른 글자를 빌려서 그 글자에 새로운 뜻을 집어넣는 방법. '溫'은 강의 이름으로 쓰던 글자인데 '따뜻함'을 뜻하는 글자로 사용하고, 제사에 쓰는 그릇의 이름인 '豆'를 '콩'의 뜻으로 쓰고, 가죽을 뜻하는 '革'을 '바꿈'의 뜻으로 쓰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한자 뜻풀이에 전혀 이질적인 뜻이 한 글자 안에 들어 있다면 그 글자는 가차된 글자라고 보면 틀림없다. 어조사語助辭로 쓰이는 글자와 외래어를 취음하여 쓰는 글자는 모두 가차에 속한다.
3.한자의 서체
한자는 다른 여느 글자와 마찬가지로 몇 가지 서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각 서체가 한자의 발전 단계에 따라서 한 시대의 대표적인 서체로 사용되었지 문장 가운데 특정한 부분을 적을 때에 사용되기 위하여 고안된 것이 아니었다. 현재 사용되는 한자 서체를 중심으로 하여 몇 가지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① 전서篆書: 한자 서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서체로서 갑골 문자도 전서에 해당한다. 중국의 전국 시대에서 확립되어 진나라 통일기에 공식 글자체로 인정되었고 그 뒤로 조금씩 간소화되었다. 지금도 현판(懸板), 비문(碑文)의 머리 글자, 도장(圖章) 따위에 많이 쓰이고 있다.
② 예서隸書: 전서(篆書)를 조금 간소화하여 만든 글자체. 주로 당나라 이전에 쓰였다.
③ 해서楷書: 예서(隸書)를 내모 반듯하게 정리하여 쓰기 쉽고 보기 좋게 만든 글자체. 중국 문화가 가장 성했던 당나라와 송나라 때에 확립되고 발전되었다. 현재 우리가 쓰고 있는 한자는 모두 해서체에 해당한다.
④ 행서行書: 해서체를 조금 흘려서 쓰는 글자체. 해서체의 필기체라고도 할 수 있다.
⑤ 초서草書: 행서체를 더 빠르게 쓰기 위하여 만들어진 서체. 글자의 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이어서 쓰게 되어 있는 것이 특징이다.
4.한자 꼴의 절대성, 상대성
① 절대성: 한자는 기본적으로 상형(象形)과 지사(指事)라는 두 축에 의하여 만들어진 글자이다. 최초로 어떤 글자들이 이 방법에 따라서 만들어졌는지 모두 밝힐 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오늘날 부수에 해당하는 글자들이 먼저 만들어졌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이런 글자들은 대체적으로 한자의 골격이 되는 글자들이기 때문에 그 모양을 바꾸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예컨대 앞치마를 형상화하여 만든 글자 '巾건'이 앞치마의 형상과 다르다고 하여 오늘날 다른 모양으로 바꿀 수는 없다는 말이다. 한자의 모양을 보면 그것이 형상하고 있는 물건과 매우 달라진 모습을 보인다. 물론 오랜 동안 쓰이면서 글자의 모양이 변형된 탓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사물을 보는 중국인들의 의식이 섞여 있기 때문에 우리와 다른 눈으로 보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탓하여 글자를 바꿀 수는 없는 것이 한자의 절대성이다.
또하나 문제되는 것은 회의(會意)나 형성(形聲)으로 글자를 만드는 과정이 현대와 맞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다. 예컨대 강을 건너게 설치해 놓은 다리를 '橋교'라고 쓴다. 뜻을 상징하는 '나무목(木)변'에 소리를 나타내는 글자 '교(喬)'를 합하여 형성(形聲)의 방법으로 만든 글자이다. 이 글자는 원래 '두레박틀을 높이 달아맨 나무'를 뜻하는 글자였는데 소리가 '다리'를 뜻하는 '교'와 같다고 하여 '다리 교'로 가차(假借)하여 쓰게 된 글자이다. 그런데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이 글자는 나무로 만든 다리에나 적용될 글자이고 흙이나 돌 또는 쇠로 만든 다리에 쓰이려면 한자의 특성상 당연히 '나무목(木)변' 대신 '흙토(土)변', '돌석(石)변', '쇠금(金)변'을 쓰는 것이 옳다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도 이미 형성된 글자의 모양을 바꾸는 것은 허용되지 않고 따라서 별도로 '土橋', '石橋', '鐵橋' 식으로 쓰게 된다. 일단 형성되어 쓰이게 된 한자의 꼴은 바꾸지 못하는 것이 한자의 절대성이다.
② 상대성: 위와 같은 한자의 절대성에 대한 믿음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글자를 쓰기 쉽게 바꾸어 쓰려는 경향이 나타난 결과 이른바 속자(俗子)가 등장하게 되었다. 이는 원래의 글자가 지나치게 쓰기 어렵다거나 모양이 이상하다거나 다른 글자와 혼동되기 쉽다거나 할 때 일부러 글자의 모양을 조금씩 바꾸어 쓰려는 노력이 나타난 결과였다. 寶를 로, 晉을 晋으로, 弔를 吊로, 鹽을 으로, 를 碍로, 鎔을 熔으로, 劍을 劒으로, 癡를 痴로, 를 兎로 바꾸어 쓰는 것이 그 보기이다. 이런 속자들은 본래의 글자의 모양을 크게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 안에서 조그만 변형을 시도한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자가 지식인 중심에서 점점 민중 중심으로 쓰이면서 이 정도의 변화로는 한자가 대중의 글자로 사용되기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된 지식인들은 한자 모양을 대대적으로 파괴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일본에서는 약자(略字)를 상용(常用)하는 제도가 형성되었고(예를 들면, 일본에서는 '辨, 辯, , 瓣'을 모두 '弁'이라는 약자로 통일하여 쓰고 있다), 중국에서는 본래의 정자(正字)를 거의 파악할 수 없는 간자(簡字)를 새로 계발하여 쓰기에 이르렀다. 한자의 절대성이 그 한자를 만든 민족에 의하여 파격적으로 무시되기에 이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받아 쓰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는 이상하게도 한자는 정자로 써야 한다는 의식이 지배하고 있음은 매우 특이한 점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한자를 우리 말을 적는 연장으로 잘 활용하려면 한자의 절대성과 상대성을 적절히 조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5.한자의 국적
① 한국 한자: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한자는 중국에서 만들어져 중국 문화와 함께 우리 나라에 들어온 것들이다. 그러나 우리가 오랜 기간 한자를 사용하는 동안에 우리 토박이말을 한자로 표기하기 시작하면서 우리식 한자를 만들어 쓴 경우가 있다. 이런 한자를 이 사전에서는 '국자國子'라고 하여 별도로 구별하여 놓았다. 이에 속하는 한자를 예시하면 아래와 같다.
괘( -거문고 줄을 괴는 물건) 답(畓-무논: 田畓) 돌(乭-돌) 생( -장승) 시(媤-남편집: 媤宅, 媤父母) 장(欌-물건 넣는 세간: 欌籠) 조(曺-성씨) 탈( -좋지 않은 일: 病 , 稱 ) 희(囍-기쁨)
② 일본 한자: 우리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자기들의 필요에 따라서 한자를 일부 만들어 사용하였는데 그가운데 몇몇 글자가 우리 나라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중이다. '腺(몸 안에 있는 샘), 畑(화전밭), 峠(가파른 고개)' 따위가 그것들인데 이 가운데 일본에서 '센'으로 읽히고 있는 '腺'은 우리 나라에서는 '선'으로 읽히면서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중이고(淋巴腺, 分泌腺, 扁桃腺 따위), 일본 토박이말로만 읽히고 있는 畑(일본어로 '하타케'), 峠(일본어로 '도오게')은 아직 널리 사용되지 않고 있다. 이미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腺'을 우리 한자로 포함시킬 것인지 달리 다룰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6.한자어의 형성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쓰고 있는 한자어는 한자 한 글자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 않고 둘 이상의 한자를 겹쳐서 하나의 뜻을 가리키도록 하여 사용하고 있다. 한자로 보면 숙어인데 우리는 이를 한 단어로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둘 이상의 한자어가 어떻게 합하여 하나의 뜻을 나타내는 낱말로 사용되고 있는지 간단히 설명해 보겠다.
① 한자 한 글자가 하나의 낱말로 사용되는 경우. 金(금을 캐다), 銀(은으로 만든 수저), 幅(폭이 넓다), 車(차를 샀다), 光(광을 내다)
② 같은 글자를 되풀이하여 만들어진 한자어: 그 뜻을 명확하게 하거나 강조하는 의미가 보태어진다. 續續(선수들이 속속 도착했다), 紛紛(의견이 분분하다), 微微(영향이 미미할 뿐이다), 着着(일이 착착 진행되고 있다), 喜喜樂樂희희낙락, 戰戰兢兢전전긍긍, 堂堂당당, 徐徐서서, 句句節節구구절절, 淡淡담담, 滿滿만만, 年年歲歲연년세세, 遲遲지지 등등.
③ 뜻이 비슷하거나 같은 글자를 겹치어 만들어진 한자어: ㉠ 뜻을 명확하게 하거나 강조하는 의미가 보태어지는 경우. 久遠구원, 根本근본, 飢餓기아, 達成달성, 樹木수목, 暗黑암흑, 完全완전, 援助원조 自我자아 등등. ㉡ '이것과 저것', '이것이나 저것'의 의미를 가지는 경우. 肝膽간담, 禽獸금수, 車馬거마, 山川산천, 耳目이목, 姉妹자매, 手足수족, 兄弟형제 등등.
④ 뜻이 대비되는 글자를 겹치어 만들어진 한자어: ㉠ '이것과 저것', '이것이나 저것'의 의미를 지니는 경우. 輕重경중, 攻防공방, 賣買매매, 授受수수, 收支수지, 愛憎애증, 天地천지, 彼我피아, 黑白흑백 등등. ㉡ 둘 가운데 어느 하나를 강조하는 의미를 지니는 경우. 國家(나라를 강조함), 多少(적음을 강조함) 등등.
⑤ 동사에 목적어나 보어가 합하여 된 한자어: 뒤의 글자가 목적어나 보어가 되고 앞의 글자가 동사가 된다. 加速가속, 決心결심, 觀光관광, 登山등산, 授業수업, 試食시식, 幄手악수, 點火점화, 就職취직 등등.
⑥ 부사와 동사, 형용사와 명사처럼 꾸미는 말과 꾸밈을 받는 말이 합하여 이루어진 한자어: 앞의 글자가 꾸미는 글자이고 뒤의 글자가 꾸밈을 받는 글자이다. 窮境궁경, 暖流난류, 大洋대양, 同行동행, 白鷺백로, 善行선행, 特技특기 등등.
⑦ 뒷말을 부정하는 글자를 앞에 내세워 이루어진 한자어: '不, 否, 非, 無, 未' 따위가 앞에 붙은 한자어. 不正, 否認, 非理, 無能, 未納 따위.
⑧ 앞에 '所, 被'를 붙여 이루어진 한자어: 뒤의 동사를 명사로 만들게 된다. 所感, 所出, 所見, 被害, 被選, 被告 따위.
⑨ 뒤에 '否'가 붙은 한자어: '그렇거나 아니거나'의 뜻을 나타낸다. 可否, 安否, 適否, 贊否 따위.
⑩ 뒤에 어조사가 붙어 된 한자어: 앞의 글자 뜻을 확실하게 또는 강조하여 그런 상태를 가리킨다. ㉠ '如'가 붙은 글자. 一如, 眞如. ㉡ '然'이 붙은 글자. 空然, 斷然, 當然, 突然, 偶然, 自然, 判然, 確然 등등. ㉢ 기타. 斷乎, 終焉, 自若 등등.
⑪ 음운(音韻) 상으로 같은 음이나 운을 가진 낱말을 붙여 이루어진 한자어: 이 경우는 두 낱말이 서로 비슷한 뜻을 가지기 때문에 ③에 분류되나, 비슷한 뜻으로보다는 같은 음운 때문에 합쳐진 것이 뚜렷한 낱말들이 있어서 별도로 구별하여 놓았다. 여기서의 음운은 중국어의 음운을 이르기 때문에 우리말에서는 서로 다를 수도 있다. ㉠ 같은 음의 낱말이 겹친 것. 玲瓏령롱, 淋 림리, 悽愴처창 등등 ㉡ 운이 같은 낱말이 겹친 것. 爛漫난만, 唐慌당황, 彷徨방황, 慫慂종용, 讚嘆찬탄 등등
⑫ 고사(故事)를 통해 만들어진 한자어: 杞憂기우, 登龍門등용문, 矛盾모순, 逆鱗역린, 左袒좌단, 逐鹿축록 등등
⑬ 사람의 이름이나 긴 낱말을 줄이어 만들어진 한자어: 孔孟공맹, 原爆원폭(=原子爆彈), 農協농협(=農業協同組合) 등등
⑭ 외래어를 한자로 의역하거나 음역하여 만들어진 한자어: 彌勒미륵, 煙草연초, 娑婆사바, 塔婆탑파 등등.
7.한자어의 국적
① 한국 한자어: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한자어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만들어져 수입된 것들이다. 그러나 어떤 것들은 중국식 뜻과 다르게 변형시켜 사용하거나 아예 중국에는 없는 한국식 한자어가 있다. 이는 한자가 더 이상 중국 글자가 아니고 우리 국어 속에 편입되어 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이런 낱말들을 예시하면 아래와 같다.
吉服길복, 賭地도지, 倍達배달, 査頓사돈, 常民상민, 勢道세도, 媤宅시댁, 眼目안목, 衙前아전, 案山안산, 案前안전, 兩班양반, 御史어사, 令監영감, 流頭유두, 壯元장원, 總角총각, 親庭친정, 稱 칭탈, 擺撥파발 등등
② 일본 한자어: 한자어 가운데는 엉뚱하게도 일본에서 이루어지거나 일본식으로 변형된 한자어가 우리 나라에 수입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는 근대화 과정에서 일본을 통하여 서양 문물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겠지만 우리 한자 사용법과 전혀 다른 한자어까지 한자라는 것 때문에 무비판적으로 수용되어 사용되고 있는데 그 수를 헤아리기는 쉽지 않다. 위에서 밝힌 대로 보편적인 한자어 형성 원리와 같은 방법으로 일본에서 이루어진 한자어는 우리가 수용하더라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낱말들은 이 사전에서도 구태여 일본식 한자어라는 구별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전통적인 한자어 형성 원리에 따르지 않았거나 일본식 한자 새김으로 사용되었을 때만 뜻이 통하는 한자어는 우리가 이를 수용하는데 상당히 신중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식 한자 풀이를 달리하여야 하는 문제가 일어나기 때문이다. 우리 국어 사전에 실려 있는 일본식 한자어를 몇 예시하면 아래와 같다.
工場渡공장도(渡가 문제임), 無斷무단(斷이 문제임), 無地무지(地가 문제임), 竝製병제(竝이 문제임), 步合보합('비율'의 뜻인데 낱말이 문제임), 奉仕봉사(낱말이 문제임), 分泌腺분비선(腺이 문제임), 拂下불하(拂이 문제임), 世帶세대(낱말이 문제임), 素人소인(素가 문제임), 手當수당(낱말이 문제임), 身柄신병(柄이 문제임), 支障지장(支가 문제임), 株券주권(株가 문제임), 行先地행선지(先이 문제임), 現札현찰(札이 문제임) 등등.
이들을 국어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괄호 안에 적힌 문제의 한자를 어떻게 우리 한자로 수용할 것인지부터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8.한자의 부수(部首)와 이름
① 부수(部首)란? 한자 사전에서는 글자의 특정한 부분이 같은 글자끼리 모아 놓고 획수의 작은 것부터 배열하는데 그 특정한 부분을 부수라고 한다. 어떤 글자가 어떤 부수에 속하는지 알지 못하면 한자 사전을 이용할 수가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수는 일정한 뜻을 품고 있어서 부수만 보고도 그 글자가 어떤 내용의 글자인지 짐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수의 대부분은 상형(象形)과 지사(指事)에 의하여 만들어진 글자들인데 이것들이 회의(會意)나 형성(形聲)의 방법으로 새로운 글자를 만들면서 부수라는 개념이 등장하게 되었다.
② 부수의 갈래 대부분의 한자는 왼쪽 부분과 오른쪽 부분, 또는 위쪽 부분과 아래쪽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주로 어느 부분에 일정하게 붙는 부수들이 있는데 그 위치에 따라 아래와 같은 몇 가지 갈래로 나누게 되었다.
㉠ 변(邊, 扁) : 글자의 왼쪽 부분에 붙는 부수. (侵, 紳, 糧 따위의 , , 米 같은 것)
㉡ 방(傍, 旁) : 글자의 오른쪽에 붙는 부수. (都, 衫, 殺 따위의 , , 같은 것)
㉢ 머리 : 글자의 위에 씌어지거나 얹혀진 부수. (哀, 官, 冠, 草, 羅, 筍, 髮 따위의 , , , , , 竹, 같은 것)
㉣ 발 : 글자의 아래쪽에 다리나 발처럼 붙는 부수. (弄, 兒, 盆 따위의 , , 皿 같은 것)
㉤ 엄(掩, 奄, ) : 위에서 옆으로 내려오면서 글자를 덮듯이 하고 있는 부수. 위에서 아래로 드리워졌다고 해서 '드리움[垂]'이라고도 한다. (廣, 疾, 氣, 式 따위의 , , , 같은 것),
㉥ 받침 : 아래쪽에서 옆으로 감싸는 부수. 밑에 평면으로 있는 부수도 포함한다. (道, 建, 熱 따위의 , , 같은 것)
㉦ 몸 : 글자의 둘레를 세 방면 이상에서 둘러싸고 있는 부수. 글자를 에워싸는 부수라고 해서 '에운담'이라고도 한다. (國, 凶, 匠, 鬪, 問 따위의 , , , , 門 같은 것).
㉧ 밑 : 글자의 밑에 있다는 뜻으로 '발'에 해당하는 부수의 일부를 이렇게 부르기도 하고(皿을 그릇명밑, 을 터럭발밑이라고 하는 경우), 글자가 이 부수 밑에 있다는 뜻으로 '머리'나 '엄'에 해당하는 부수의 일부를 이렇게 부르기도 하며( 을 민엄호밑, 을 초두밑, 을 범호밑, 을 기운기밑, 을 넉사밑, 穴을 구멍혈밑이라고 하는 경우), 변으로 사용되는 경우와 구별하기 위하여 강조 용법 따위로 사용하기도 한다(心을 밑마음심으로, 을 밑스물입이라고 하는 경우). 그러나 이 이름은 일반에서 편의상 사용되는 것으로서 공식적인 이름은 아니다.
㉨ 갈래 없음 : 위의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고 특별히 어떤 곳에 쓰인다고 특정할 수 없는 부수. (一, , . 人, 土, 衣 따위)
*참고: 실제 부수 이름을 부를 때 위의 갈래가 엄격하게 지켜지지 않고 편의상 '변'이라는 말로 대표되거나 혼동되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山, 車' 따위의 경우는 변으로도 쓰이고(峻, 峴, 軌, 輛 따위), 머리로도 쓰이며(岸, 崇, 轟 따위) 받침으로도 쓰이지만(岱, 岳, 輦, 輩, 轝 따위) 편의상 모두 변이라고 갈래지어 부르고 있다. 또 ' '는 '기운기엄'이라고도 하고 '기운기밑'이라고도 하며, ' '도 '터럭발엄' 또는 '터럭발밑'이라고 하는가 하면, ' '을 '재방변(才傍邊)', ' '을 '심방변(心傍邊)'이라고 하여 '傍'과 '邊'이 함께 쓰이기까지 한다. 또한 '阜( )'를 '좌부방(左阜傍)'이라고 하고 '邑( )'을 '우부방(右阜傍)'이라고 하는 등 이 경우는 예외적으로 왼편에 붙어도 변이라고 하지 않고 방이라고 하고 있다. 또 ' '과 ' '은 각각 '엄호( 戶)밑' '민엄호밑'이라고 하여 '밑'이라고 하면서도 같은 기능을 가진 ' '은 '병질엄'이라고 하고 있다. 이는 '엄(掩)'이라는 부수의 갈래와 글자로서의 '엄( )'이 혼동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갈래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고 편의적으로 적용하여 왔기 때문에 부수의 이름이 오늘날 몹시 혼란스러워지고 그 기능 또한 모호해지고 말았다. 수천 년 한자를 보물처럼 사용하면서도 한자의 가장 기초적인 부수 이름 하나 통일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 대하여 한자 지상주의를 외치고 있는 학자들은 마땅히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
③ 부수의 모양 부수는 옛 한자에서 유래되기도 했고 원래 부수를 간소화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따라서 부수 가운데는 독립된 글자로는 쓰이지 않는 것들이 많이 있어서 이해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이런 부수는 원래의 글자와 함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 '은 '人'과 같은 부수이고, ' '은 '心'과 같은 부수이며, ' '은 '手'와 같은 부수임을 알게 되면 글자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참고로 같은 부수로 취급되는 것들끼리 모은 것을 보이면 다음과 같다. 소괄호 안은 그 부수의 이름이고 대괄호 안은 그 부수로 된 한자를 몇 개 보인 것이다.
人(사람인)/ (사람인변) ...[令, 來/ 仁, 仙]
刀(칼도)/ (칼도방) ...[切, 分/ 列, 別]
/ (병부절방) ...[印, 卽/ 危, 卷]
/ (절름발이왕) ...[尤, 就/ ]
己/已/巳(몸기) ...[忌/ 巷, 巴]
/ / (터진가로왈머리) ...[彗/ 彙, 彛]
心(마음심)/ / (마음심변/심방변/밑마음심) ...[忿/ 情/ 慕]
手(손수)/ (손수변)/재방변) ...[拿, 拳/ 捕, 拓]
水(물수)/ / (삼수변) ...[永, 漿/ 泰, 求/ 法, 決, 沈]
犬(개견)/ (개사슴록변) ...[狀, 獸, 獻/ 狂, 狗, 獨]
/ (등글월문) ...[敍, 敲/ 政, 放, 收, 改]
火(불화)/ (불화받침) ...[燈, 燃, 燦/ 烈, 無, 烏]
爪(손톱조)/ (손톱조머리) ...[爬/ 爭, 爲, 爵]
牛(소우)/ (소우변) ...[牽/ 物, 牧]
玉(구슬옥)/王(구슬옥변) ...[ , 璧/ 珍, 理, 琴, 環]
示/ (보일시변) ...[社, 祀, 祖, 神]
(그물망)/ / / / (그물망머리/넉사밑) ...[罔/ 罕/ 罰, 羅]
老(늙을로)/ (늙을로머리) ...[耆/ 者, 考]
肉(고기육)/ (육달월) ...[肩, 肯, 胃, 骨/ 胞, 肥, 腸]
艸/ / (초두머리/초두밑) ...[芻/ 花, 茶, 英, 苦]
(갖은책받침)/ (책받침) ...[速, 追, 逆, 道]
衣(옷의)/ (옷의변) ...[袋, 裔, 裁/ 被, 複, 衫]
邑(고을읍)/ (우부방) ...[郡, 邦, 部, 都, 鄕, 鄭]
阜(언덕부)/ (좌부변) ...[防, 附, 降, 陣, 陰]
④ 부수의 이름
㉠ 부수의 이름은 보통 부수 글자의 새김에 부수의 갈래를 붙여 만들어졌다. 예컨대 '但'의 왼쪽에 붙은 부수 ' '은 '人'과 같은 부수이므로 '사람 인'이고 왼쪽에 붙어 있으므로 '변'을 붙여 '사람인변'이라고 이름하게 되는 것이다. 이름에 변, 방, 머리, 발, 받침, 엄, 몸 같은 갈래가 붙지 않은 것은 어느 일정한 곳에 붙지 않고 글자에 따라서 위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컨대 土(흙토)는 均, 坤 따위에서는 변으로 사용되지만 垈, 型에서는 받침으로 사용되고, 堯, 報, 垂, 坐 등에서는 그 어떤 부수에도 해당시키기 어려운 방식으로 쓰이고 있다. 또 (절름발이왕)은 尨, 따위에서는 책받침으로 사용되지만 就에서는 방으로 사용되고 있다. 따라서 이런 부수에는 그 분류 이름을 붙이지 않는다. (새추)의 경우에도 隻, 集에서는 머리에 있지만 雀에서는 밑에 있고, 雅, 難, 雜에서는 오른쪽에 있다.
㉡ 부수 가운데는 단순하거나 작아 위치를 가늠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一, , , '들이 그것들인데 이들은 글자의 이름(한일, 점주, 뚫을곤 따위)으로 부수 이름을 삼는다. 이 가운데 은 '삐칠별'자이고, 은 '삐칠불'자인데 모두 그냥 '삐침'이라고 부른다. 은 川의 본자인데 '내천'으로 부르지 않고 그 모양에 따라서 '개미허리'라고 부른다. 개미허리도 州, 巡, 巢에서 보는 것처럼 그 위치가 일정하지 않아 그냥 '개미허리'라고만 부른다
2.한자 부수部首와 이름 일람표 (*첨부파일 참조, 한글버젼 214자 부수)
[출처] 한자 해설(漢字解說)|작성자 종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