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84차 경북 영덕 팔각산(2024.06.20.)
오늘은 영덕의 팔각산을 다녀왔습니다. 7년 전에 왔다고 하는데 그때 저는 정상에 올라가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팔각산 산행은 긴 코스는 아니지만 길이 험해서 시간은 많이 걸리는 코스입니다. 산 아래에는 옥계계곡이라는 아름답고 유명한 계곡이 있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즈음 가물어서 물이 적어 그 아름다움을 다 볼 수 없는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팔각산은 말 그대로 뿔이 8개가 나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그 뿔이 봉(蜂)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좀 미흡한 작은 바위 봉오리였습니다. 그래도 아기자기한 모습이 참 아름답고 봉에 오를 때마다 여자 대원들은 탄성을 지르곤 했습니다. 봉이 많다 보니 탄성도 더 많았지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 “이런 산은 매주 와도 좋겠다!”라고 하기에 매주 오면 제가 매주 백설기를 사야 한다고 해서 웃었습니다. 험한 코스지만 철계단을 곳곳에 해 두어서 그렇게 위험하지는 않았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것은 제3봉을 올라보지 못했는데, 위험해서 입산 금지였기 때문이었습니다. 내가 보기에 철계단 하나만 설치하면 될 것 같았는데, 아마 영덕군의 예산이 부족했던 모양이지요. 듣기에는 인구가 자꾸 줄어들어 현재 3만 3천여 명이고 앞으로 3만 명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른다고 하니 제 고향이지만 걱정입니다.
영덕이 제 고향이지만 영덕에 팔각산이 있다는 사실은 정년퇴직하고도 한참 지나서 알았습니다. 그것도 제가 산악반에 다니지 않았으면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흥덕 산악회에 다닐 때였습니다. 어떤 분이 영덕의 팔각산 이야기를 하기에 내가, “제 고향이 영덕인데, 영덕에 무슨 팔각산이 있다고 그럽니까?” 했더니 그분이 나의 너무나 단호한 주장에 멈칫하더니 “팔각산이 영덕에 있는데~”하면서 말끝을 흐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내 고향’이라는 말에 기가 질려서 자기의 주장을 더 펼치기 어려웠겠지요. 그런데 나중에 보니 팔각산이 정말 영덕에 있었지 뭡니까? 지금도 그분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저는 영덕의 영해라는 작은 우물에 사는 개구리였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영해라는 우물이 제 우주였지요. 그러니 어떻게 제 우주에서 50리나 떨어져 있는 이 팔각산을 그 우물의 개구리가 알았겠습니까? 그래도 팔각산이 내 고향이라 팔각산을 가는 것은 다른 산을 가는 것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개구리가 출세해서 청주라는 넓은 우주에서 교수도 하고, 이렇게 천봉산악회에서 산행일지도 쓰는 행운을 누릴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무심천과 우암산이 내 고향의 상대산보다 더 잘 알고, 더 많이 올랐고, 더 친근하지만 그래도 태어난 곳에 대한 기억은 특별한 것이 사실입니다. 무슨 산행기에 자기 고향 타령을 하고 있다니! 죄송합니다.
이렇게 팔각산 8봉을 완주하고 내려오니 도토리묵과 막걸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도토리묵의 양념으로 정영숙 회장 사모님께서 준비하셨다는데, 상추만 아니라 토마토, 사과까지 온갖 것이 다 들어 있더군요. 참 맛이 있었습니다. 우리 목요천봉이 이렇게 웃음이 넘치는 산악회가 되는 것은 알게 모르게 헌신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오늘도 아이스크림 공장은 계속 돌아가고, 내 단짝 권오걸 선생님은 저에 대한 질투심이 많아서 저한테 질세라 오늘 10만 원을 내더군요. 질투심도 이런 질투심은 권장할 만하지요? 목요천봉 여러분, 우리 모두 질투심을 가집시다!
이렇게 오늘도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다음 주는 금강산을 간다네요. 북한에 가야만 볼 수 있을 줄 알았던 금강산을 간다네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첫댓글 참석 못헀기에 더 기다려지는 산행일지였습니다.
여러분들이 올려준 사진 덕분에 함께 마음을 사알짝 보태보았습니다.
무더운날 수고가 많으셨군요.
고향에 관한 것은 무엇이든 애착이 더 가지요.
오늘 산행 일지는 읽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목요 천봉산악회 화이팅입니다.
다음주 금강산이 궁금합니다.
'제일각,제이각~제팔각'...그래서 팔각산이라해도 괜찮을 듯한데 정말 '봉' 이라는 명칭은 과한 듯 하네요. 하지만 오늘 산행은 뾰족뾰족한 바위들도 예뻤고 나름 운치있고 멋진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멋진 산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영덕이라는 작은 우물에서 현재를 이루어내신 총장님의 겸손하신 말씀에 많이 배워갑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은근히 험하고 아슬아슬 했습니다. 잔 자갈이 바위 위에 미끄러지기 알맞게 깔려있는 곳이 여러군데 있었습니다.
나는 백설기 맛이 제일로 좋앟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