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 속 소녀들은 저마다 뚜렷한 개성과 매력을 어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유달리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이들이 있는데, 광기와 혼돈의 대명사 ‘골드 쉽’의 인지도가 특히 높다. 다만, 우마무스메를 오래 즐긴 트레이너들의 의견은 조금 다르다. 팝콘처럼 펑펑 터지는 개성 넘치는 소녀들이 많다 보니, 오히려 골드 쉽은 콘셉트에 취한 정상인으로 인식한다. 이에 골드 쉽조차 한 수 접어줘야 하는 인물 중 한 명의 스토리를 정리했다. 바로 장거리 선행마 ‘슈퍼 크릭’이다. 팬덤에서 공포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오늘의 키 퍼슨: 트레센 학원의 진짜 광기 ‘슈퍼 크릭’
슈퍼 크릭은 여러 우마무스메 중에서도 유별나게 성숙한 외모가 특징이다. 일러스트도 무척 차분한 인상이다. 여기에 서브컬처에서 어머니 캐릭터가 자주 하는 ‘단명 헤어’ 스타일을 한 걸 보면, 요리보고 조리봐도 학생보다는 수업 참관하러 온 학부모 같은 외모다.
성격은 외모를 고스란히 빼다 박았다.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듣고, 포용력이 있는 나긋나긋함을 자랑한다. 실제로 개인 스토리나 육성 이벤트에서 타인을 잘 돌봐주는 장면이 자주 나오곤 한다. 게다가 어리광 받아주는 걸 좋아한다는 언급도 있다. 본인 말로는 집안이 탁아소를 해서 그런 것 같다는데, 작품 내외적으로 그녀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글쎄올시다…
남들을 잘 돌봐주는 정도면 슈퍼 크릭이 이렇게 유명해졌을 리가 없다. 먼저 확인할 건 공식 소개문이다. 여기에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싶은 문구가 있다. 바로 모성의 힘으로 사람을 어리광쟁이로 만든다는 내용이다. 또한, ‘장래 유망한 신참 트레이너가 한 사람 몫을 하도록 키우는 것이 취미’ 설정으로 인해 팬덤에서는 ‘광기의 마망’이란 이미지가 박혔다.
문제는 이 이미지가 과장 없는 담백한 표현인 점이다. 출주 전 트레이너가 안전한 곳에 있는지 확인하는 기벽이 있고, 트레이너를 앞으로도 계속 돌봐주고 싶다고 하는 등 은근히 무서운 발언을 일삼는다. 게다가 체력을 70 회복하는 ‘휴식은 완벽하게!’ 이벤트에서는 꿈속에서 어린아이가 된 트레이너가 그녀를 엄마라고 부르며 졸졸 따라다녔다며 기운을 차린다.
육성 내내 이런 장면이 나오다 보니 자연스럽게 ‘광기의 마망’ 이미지가 힘을 받았다. 그래서 슈퍼 크릭이 등장하는 팬아트를 보면 딸랑이, 공갈 젖꼭지를 들고 다니며 우마무스메나 트레이너를 아기로 만드는 내용이 심심찮게 등장하기도 한다.
마망 속성은 대관절 어디서 나온거야?
파면 팔수록 괴담이 나오다 보니 팬덤에서 ‘얘는 원본마가 뭘 어쨌길래 이래?’라는 질문이 끊이질 않는다. ‘우마무스메에서 뭔가 이상한 게 나오면 그것도 고증’이란 패턴이 많아 슈퍼 크릭의 성격도 당연히 고증이라고 추측한 것이다.
여기에는 원본마 슈퍼 크릭의 독특한 일화가 있다. 슈퍼 크릭은 ‘천재를 천재로 만든 말’로 유명하다. 말이 직접 기수를 골라 일본 최고의 기수가 되는데 이바지했기 때문이다. 천재 기수가 누구인고 하니 바로 일본 현대 경마의 아이콘이자 30년 이상 현역으로 활동 중인 ‘타케 유타카’다. 통산 4천 승을 달성한 선수이고, 스페셜 위크나 사일런스 스즈카 등 유명한 말을 많이 탔다. 우마무스메 중 아무나 한 명 찍으면, 그가 탄 적 있는 경주마일 정도다.
슈퍼 크릭과 타케 유타카의 만남은 198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타케 유타카는 데뷔 2년차였고, G1 경기인 킷카상에 출전할 말의 기승 의뢰를 받았다. 이에 마방에서 말을 둘러보고 결정하기로 했다. 여기서 마지막으로 본 말이 슈퍼 크릭인데, 떠나려는 타케 유타카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인연이 시작했다.
슈퍼 크릭과 타케 유타카 페어는 바로 두각을 드러냈다. 슈퍼 크릭에게 첫 G1 레이스 우승을 안겼으며, 당시 타케 유타카는 19세에 불과했다. 타케 유타카도 ‘슈퍼 크릭과 만나지 않았다면 이만큼 많은 G1 우승은 불가능했을 것, 어떤 의미로는 나의 원점’이라고 했다. 천재를 키운 말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다.
원본마의 주요 실적
원본마 슈퍼 크릭은 오구리 캡과 같은 세대에 활동한 고참이다. 이 시절은 오구리 캡의 활약으로 일본에서 경마가 양지로 올라오기 시작한 시기이며, ‘오구리 캡 – 타마모 크로스 – 이나리 원 – 슈퍼 크릭’이 맹활약했다. 특히, 각 말의 개성과 스토리가 뚜렷한 점이 경마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장애를 극복하고 지방에서 올라와 네임드들을 꺾는 오구리 캡, 목장 파산으로 어미를 잃고 회색마는 약하다는 편견을 깨버리는 타마모 크로스, 말이 기수를 선택한 슈퍼 크릭 등 극적인 요소가 참 강했다.
이 가운데 타마모 크로스가 제일 먼저 은퇴하면서 오구리 캡과 슈퍼 크릭, 이나리 원의 ‘헤이세이 3강’ 체제가 갖춰졌다. 그리고 슈퍼 크릭은 경마 붐을 이끌던 천재 기수 타케 유타카의 애마로 알려졌다. 타케 유타카는 헤이세이 3강에 모두 기승해 G1 레이스를 우승한 경험이 있고, 슈퍼 크릭을 가장 우선했기 때문이다.
라이스 샤워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도 있다. 1989년 텐노상 때의 일로, 오구리 캡을 꺾고 우승했다가 팬덤에게 빌런 취급을 받았다. 당시 기수였던 타케 유타카는 비난 편지를 산더미처럼 받았다고 술회했는데, 당대의 인기마를 꺾었다가 팬에게 몰매를 맞는 건 그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나 보다.
트레이너! 막고라를 신청한다!
슈퍼 크릭 스토리의 주인공(=유저)은 트레센 학원에 온지 얼마 안 된 신입 트레이너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경험이 짧아서인지 아직 자신감이 부족하고, 선발 레이스에서도 ‘경력 있는 트레이너에게 배우는 게 우마무스메에게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선뜻 계약을 제시하지 못한다.
이런 신참 트레이너에게 전환점이 된 것이 슈퍼 크릭이다. 터덜터덜 돌아가던 트레이너를 쫓아와 속 사정을 들어주고 ‘그런 걱정을 한다는 건 그만큼 우마무스메에게 진심인 것’이라며 격려한다. 여기에 더해 오후 선발 레이스에 자신이 참가하니 보러 오라고 제안하는데, 원본마의 유명한 일화인 ‘역지명’인 셈이다.
담당 트레이너가 된 이후로는 바로 슈퍼 크릭의 마망 기질이 고개를 내민다. 트레이너의 의욕 관리는 물론, 사무실에 널부러진 컵라면 쓰레기 무더기와 빨랫감을 보고 바로 행동에 들어간다. 야채도 먹어야 한다며 식사 관리와 훈련복 다림질까지 해주는 걸 보면 누가 트레이너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곳에서 불상사가 터진다. 슈퍼 크릭의 담당 트레이너가 된 날, 먼저 그녀를 영입하려던 일류 트레이너가 찾아와 시비를 건 것이다. 슈퍼 크릭이 새파란 신참과 계약을 맺은 게 어지간히 아니꼬웠던 모양인데, 다음 모의 레이스에서 누가 그녀에게 어울리는 트레이너인지 붙어보자는 싸움을 건 후 은근슬쩍 이긴 쪽이 슈퍼 크릭을 데려간다는 조건을 덧붙인다.
트레이너도 결투는 받아들였지만, 슈퍼 크릭의 이적 얘기가 나오자 크게 당황한다. 그러나 슈퍼 크릭은 이 제안을 쿨하게 승낙한다. 트레이너가 결투를 받아들인 건 그만큼 신뢰하고 있다는 뜻이니 그 마음에 보답하기 위해서다. 이에 트레이너는 타마모 크로스에게 병합 훈련을 요청하고, 모의 레이스에서 승리하며 당당히 그녀의 트레이너로서 가슴을 펴게 된다.
다만, 이긴 건 둘째치고 트레이너의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트레이너는 우마무스메가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하는데, 정작 본인은 슈퍼 크릭에게 보살핌 받는 구도가 계속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구도를 바꿔보려고 열심히 노력해 본다만… 뭐, 시도는 가상했다.
갑작스런 컨디션 난조의 원인은?
단명 헤어가 여기서 한 건 할 줄이야
슈퍼 크릭의 육성 스토리는 트레이너가 최고임을 증명하는 것을 목표이면서, 좋은 친구이자 라이벌인 오구리 캡, 타마모 크로스와 경쟁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그런데 초반부터 불길한 복선이 나온다. 개인 스토리에서 타마모 크로스를 통해 ‘그녀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라는 암시가 있고, URA 파이널스 스토리 초반에도 관련 떡밥이 있다. ‘사츠키상 – 더비 – 국화상’ 우승을 노리면서 트레이닝을 하는 장면이며, 마지막에는 숨을 몰아쉬며 재채기를 하는 불안한 대사와 함께 이벤트가 끝난다.
이 떡밥은 클래식급 2월 후반 ‘제비꽃 스테이크스’ 직전에 수면으로 떠오른다. 슈퍼 크릭의 컨디션이 눈에 띄게 나빠지고, 급한 대로 응급실로 향한다. 의사의 진찰 결과를 들으니 안심은커녕 눈앞이 캄캄해진다. 가벼운 혈액순환 불량 증세가 재발한 것 같은데, 우마무스메의 신체는 아직 정확히 분석되지 않아 병의 원인을 파악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그렇다. 초반 육성에 발목을 잡는 ‘작은 역경’ 디버프다.
진단에 의하면 회복까지는 약 반 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때부터 슈퍼 크릭의 속은 타들어 간다. 진단 당일 그녀를 양호실에 맡기고 돌아가던 중 슈퍼 크릭이 남몰래 엉엉 우는 장면을 보게 되거나, 트레이닝도 만족스럽게 할 수 없어 점점 초조해지는 기색이 역력하다.
그런 가운데 슈퍼 크릭에게 가장 큰 상처를 준 건 기분 전환을 위해 쇼핑을 다녀오던 중 우연히 보게 된 방송이다. 다른 우마무스메들이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만 봐도 영 편치 않은데, 하필 기자가 트레이너의 경력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요약하면 ‘그가 신입 트레이너라 슈퍼 크릭의 잠재력을 낭비해서 이렇게 됐다’라는 내용이다. 이때 슈퍼 크릭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린다. 트레이너와 슈퍼 크릭의 민감한 점을 정확하게 찌른 셈이라 두 사람으로서는 이보다 불쾌한 평은 없었다.
특명, 슈퍼 크릭의 사고 방식을 개선하라
불쾌한 뉴스는 적당히 한 귀로 흘려 넘기고, 트레이너는 슈퍼 크릭의 증상 해명에 신경을 쏟는다. 분석에 의하면, 슈퍼 크릭이 ‘내가 열심히 해야 한다’라며 책임감을 느끼는 순간 안색이 나빠졌다. 이에 여름 합숙 때 타마모 크로스의 도움을 받아 증명에 나선다.
증명은 두 번의 모의 레이스를 통해 이뤄졌다. 첫 번째는 슈퍼 크릭과 타마모 크로스의 1 vs 1경기였고, 슈퍼 크릭이 참패했다. 이에 트레이너는 룰 변경을 제안한다. 슈퍼 크릭과 트레이너가 한 팀이 되고, 타마모 크로스와 2 vs 1레이스를 뛰는 것이다. 타마모 크로스는 ‘인간이 얼마나 잘 뛰겠어?’라는 심정으로 룰 변경을 받아들여 두 번째 경기에 나선다. 결과는 슈퍼 크릭 팀의 완승이었다. 슈퍼 크릭과 함께 지내면서 트레이너도 체력이 붙었고, 바톤을 넘겨받은 슈퍼 크릭은 그동안의 부진이 거짓말인 것처럼 멋진 달리기를 선보였다.
경기를 마친 후 트레이너의 진단이 이어진다. 요컨데, 슈퍼 크릭이 지나치게 책임감을 느끼면서 몸에 부담을 줬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서로를 믿고 의지하면서 진짜 콤비가 되는 것을 답으로 내렸다.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을 찾은 후에는 슈퍼 크릭에게 충분한 휴식을 주는 방향으로 일정을 조정한다.
이윽고 시간은 흘러 국화상 경기 출주 직전, 전에 없이 좋은 안색을 한 슈퍼 크릭은 이런 말을 한다. ‘사츠키상은 가장 빠른 우마무스메가, 더비는 가장 운이 좋은 우마무스메가, 국화상은 가장 강한 우마무스메가 빛난다’라고, 여기에 그녀가 생각하는 강함이란 ‘트레이너 선생님과의 강한 유대감’이라고 전한다. 두 사람은 재능과 계산이 아닌 가장 옆에 있고 싶은 사람을 선택했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리고 이를 모두에게 보여주기 위해 출주하고, 마침내 슬럼프를 멋지게 벗어던진다.
역경은 이제 끝, 본격적으로 톱을 노려라!
슈퍼 크릭의 슬럼프가 끝나면 라이벌인 오구리 캡, 타마모 크로스와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한다. 먼저 대립각을 세우는 건 타마모 크로스다. 대뜸 슈퍼 크릭과 트레이너에게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며 선포하더니, 이어서 너희 같은 닭살 커플은 아싸 팬들이 용서 안한다며 여론 몰이를 한다. 라이벌의 선전포고 치고는 굉장히 스케일이 작은 것 같다.
슈퍼 크릭과 타마모 크로스의 승부는 텐노상 (봄) 경기에서 치뤄진다. 그런데 경기 직전에 타마모 크로스가 혀를 잘못 놀려서 무덤을 파고 만다. 슈퍼 크릭에게 이기는 건 물론이고, 뒤에 숨은 트레이너도 재기할 수 없도록 밟아주겠다고 선포한 것이다. 자, 이쯤에서 슈퍼 크릭의 역린이 무엇인지 떠올려보자. 갑자기 타마모 크로스가 놀랄 만큼 급정색을 하더니, 분노 폭발 상태로 경기를 휘어잡는다.
경기 이후 타마모 크로스가 다시 한 번 슈퍼 크릭을 찾아온다. 괜한 도발을 한 걸 사과하는 한편, 슈퍼 크릭과 트레이너가 어엿한 가족이라고 인정하는 이야기다. 슈퍼 크릭이 폭발할 당시의 표정이 ‘아이의 장래를 짓밟으려는 녀석을 보는 얼굴’이었다는 평가가 참 심란하지만, 이쯤되면 우리가 적응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오구리 캡과 경기를 앞둔 슈퍼 크릭은 새로운 기믹을 얻는다. 인터뷰어가 오구리 캡을 히어로로 밀어주자, 능숙하게 ‘가을 텐노상에서는 트레이너와 함꼐 오구리를 때려눕히겠다’고 폭탄 발언을 던진다. 갑작스런 악역 연기를 한 이유는 지극히 슈퍼 크릭 답다. 순수하게 ‘그렇게 말하면 다들 기뻐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서다.
이후 슈퍼 크릭은 대형 악역으로서 오구리 캡과의 승부에 나선다. 그러면서 간간이 트레이너와 함께 악역 연기를 연구하는 모습이 소소한 웃음을 주는데, 은근히 여왕님 연기와 매도에 일가견이 있었다. 평소 이미지와 정 반대라서 갭이 확 튀는 장면이니 인게임에서 직접 감상하길 바란다.
물론, 악역 연기가 오래가지는 않는다. 마지막 육성 목표인 ‘아리마 기념’ 직전에 전환점으로, 오구리 캡과 타마모 크로스 세 명이 함께 경기에 나선다. 슈퍼 크릭은 새 기믹에 맞게 ‘대형 악역 나가요~’라며 나서지만 웬걸? 예상외로 팬들의 분위기는 무척 푸근했다.
원인은 SNS인 ‘우마튜브’였다. 슈퍼 크릭이 인지도를 쌓아가면서 팬들의 관심이 몰렸고, 그녀의 진면목이 주목받은 것이다. 이에 오구리 캡과 타마모 크로스는 악역 연기가 아닌 진짜 그녀를 보여주길 요청하기에 이른다. 이에 또 하나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그녀는 자신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로 하는데, 경기의 결과는 게임에서 직접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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