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정원] 경기도 포천 포베르니
살며, 사랑하며, 나누며
포천시 ‘제5호 아름다운 건축물’에 지정된 포베르니 주택
‘포베르니’는 모네의 정원이 있는 프랑스 지베르니에서 따온 이름이다. 정원주 부부가 자녀들과 함께 프랑스 여행을 다녀올 때,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정원을 감상하며 깊은 감명을 받아 ‘포천 모네의 정원’, 줄여서 ‘포베르니’라는 애칭으로 부르다가 현재는 정원의 이름이 되었다.
경기도 포천에 자리한 포베르니는 주택부터 독특한 외양을 가지고 있다. 한적한 도로를 따라 달리다 보면 베이지색 외벽에 갈색 뚜껑을 덮고 있는 버섯처럼 생긴 건물이 보인다. 동그란 베이지색 외벽과 울타리처럼 든든하게 세워진 벽은 포천시의 ‘제5호 아름다운 건축물’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종종 길을 가던 사람들이 차를 세우고 카페인지 묻기 위해 들어오곤 한다. 건축뿐만이 아니다. 아래에서 나무에 가려 얼핏 보이기만 했던 곳은 위로 올라오면 또 다른 풍경을 선사한다. 넓게 펼쳐진 잔디마당과 바람도 쉬었다가는 뚝향나무 쉼터에 앉아 보면 누구라도, 어떤 시름이라도 내려놓아도 될 것만 같다.
뚝향나무 쉼터에서는 근심과 걱정을 모두 잊게된다
잔잔한 즐거움이 있는 정원
2013년 정원주 한재성, 임명숙 씨 부부가 본격적으로 가꾸기 시작한 이곳은 한적함과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약 1,818㎡규모에도 구석진 공간까지 알차게 사용해 미로 정원과 같이 이곳 저곳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주차 공간 옆, 텃밭정원에는 방울토마토, 토마토, 산딸기, 바로 따먹을 수 있는 샐러디, 로메인, 상추 등 각종 채소류가 자라고 있다. 이곳에서 재배한 토마토는 주스로 만들어져 손님들에게 웰컴드링크 가 되곤 한다. 또한, 욕심내서 수확하지 않는 너른 토마토 밭은 새들에게 맛집으로 소문이 났는지, 새들의 지저귐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새들에게 맛집으로 소문난 포베르니의 텃밭
이 댁의 중심이 되는 넓게 펼쳐진 잔디마당과 정원 아래 차도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향나무쉼터 주변으로는 여름에 내린 눈송이처럼 하얀색 천일홍이 한가득 피어있다. 그 옆으로는 분홍색 수수꽃다리가 천일홍을 받침 삼아 풍성하게 올라와 있고, 한여름에도 지치지 않는 에키네시아, 메리골드와 금계국, 노란 맨드라미도 피어있다. 꽃들 중앙에 자리한 쉼터는 뚝향나무가 만든 그늘이 있어 해가 쨍쨍한 날에도 늘 선선한 바람이 불어 햇빛에 익은 얼굴과 몸을 식혀준다. “이렇게 앉아 있으면 다른 곳 에 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져요.” 바람 만큼이나 시원한 미소를 보여주며 정원주가 자신있게 말했다. 쉼터 밑으로도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좁은 통로 뒤로는 노루오줌, 라일락 등이 식재되어있다.
정원아치 옆, 푸른하늘과 어우러진 능소화
쉼터를 나와 집으로 가는 길 정원아치 옆으로는 능소화가 푸른 하늘과 어우러지며 절경을 뽐낸다. 아치 뒤로는 무거운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있는 아로니아 나무가 보인다. 집을 지나 더 들어가면 아주 작지만 알찬 야생정원이 나타난다. 곰취, 인동, 잔대, 곤드레, 야생 참나물, 붉은 복주머니 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꽈리꽃까지 한걸음 한걸음 눈길을 사로잡아 발길을 떼기 어렵다. 최근에는 집 아래 땅을 추가로 매입해 옥수수, 고추, 강낭콩 등을 심었다. 뚝향나무 그늘 쉼터 아래에서 텃밭이 한눈에 들어와 맛있게 영글어가는 작물들을 보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뚝향쉼터에서 바라보는 고구마밭
정원을 가꾼지 10년이 되면서 식물을 식재하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정원 조성 초기에는 꽃시장에서 모종을 구매해 식재했다면 이제는 정원의 흙으로 직접 파종을 하고 키워서 정원에 심는다. “이전에는 몰랐던 기다림의 즐거움을 파종을 하면서 배웠어요. 식물들도 정원에 더 잘 적응하는 것이 눈에 보여서 보람을 느껴요.”
함께 하는 공간, 정원
처음 집을 구매했을 때, 부부는 서울 아파트에 주거하며 포베르니의 넓은 마당과 집은 세컨하우스로 쓰면서 주변 지인들과 이 집을 함께 하는 공간으로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가족 구성원들 역시 동의했기 때문에 친구나 이웃을 초대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했다. 그렇게 별장처럼 활용하다 본격적인 정원 생활을 위해 입주하면서 식탁, 난로를 위한 화목, 선반 등 다양한 물품 들이 필요하게 되었다.
예쁜 페인트칠로 동화속 오두막 같은 닭장도 지인들과 같이 만들었다
이 때, 함께 정원을 즐기던 사람들이 도움의 손길을 건냈다. 화목난로를 집에 들인 후, 뗄감을 구할 길이 없어 고민하고 있던 차에 지인이 나무를 구해다 준 덕분에 겨울을 거뜬히 날 수 있을 정도로 넉넉하게 뗄감을 저장해놓을 수 있었다. 식탁이 오래돼 어떤 식탁을 구매할지 고민하는 정원주의 말에 동네 이장님은 본인이 만든 식탁을 선뜻 내어줬다. 한 번은 온라인으로 만난 이에게 금꿩의다리 모종을 나눔한 일이 있었는데 그이는 모종을 받고 본인이 사용하지 않는다며 전기톱을 보내오기도 했다.
덕분에 정원주는 전지를 할 때 더욱 편안하게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외에도 좋은 과일이 맺히거나 작물을 수확하면 윗집, 아랫집, 이장님 할 것 없이 모두가 서로 나누기에 시골살이의 마음은 더욱 풍성해졌다.
지인이 구해준 나무들로 화목난로에 필요한 장작을 저장할 수 있었다
정원 한켠에는 집을 잃고 떠돌던 개와 지인에게 받은 닭도 함께 살고 있다. 과실수에 달린 열매를 찾아온 귀여운 도둑 참새와 직박구리, 족제비 등 다양한 동물들도 정원을 방문한다. 정원에는 유독 새와 관련된 일들이 많이 생긴다. 우체통, 2층 화장실 외부 받침대, 큰 정원 나무 등은 새들이 매년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 장소이다. 정원주는 둥지를 치우기보다는 나무를 전지할 때 더욱 신경을 쓴다거나 섣불리 건드리지 않도록 더욱 주의를 기울인다. 작은 새들로 인해 발생하는 일화들도 있다. 어린 새들이 종종 날갯짓을 잘못하거나 실수로 화목난로 아래로 떨어지는 일이 생기는데 한 번 빠진 새들은 연기통으로 다시 날아가지 못한다. 그래서 매번 퉁 소리와 같이 무언가 부딪히는 소리가 나면 난로를 확인해보고 들어온 작은 새를 밖으로 방사해주곤 한다. 좋은 것을 나누고, 그것이 또 다른 도움이 되어 돌아오고, 정원을 찾아온 동물들은 함께 살아가는 생명으로 바라보는 것. 포베르니에는 따뜻한 온정이 오고 간다.
초보 가드너와 초보 농사꾼의 좌충우돌
식물을 키우고 작물을 재배하는 즐거움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초보 정원주 부부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한가득 풀어냈다.
어느날 자생식물로만 정원을 가꾸는 곳을 방문했다가 그 정원에 핀 ‘금꿩의다리’를 보고 한눈에 반해 얻어온 적이 있었다. 너무 예쁘게 피어난 꽃을 보고 감탄한 부부는 금꿩의다리가 귀하다고 여겨 정성껏 번식한 후에 장날 시장에 가서 “귀한 자생식물이니 팔아보자”며 자리를 잡고 판매하려고 했다. 그러자 근처에 있는 마을 아주머니들이 “산에 널린 것을 누가 사가냐”며 웃음을 터뜨리고는 오히려 금꿩의다리로 요리를 해 먹는 방법을 알려주었다고 한다. 포천 산야에서는 금꿩의다리가 흔하게 나는 자생식물임을 몰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아래 밭의 다양한 작물들은 초보 농사꾼이 언제 작물을 심어야 할지 몰라 이장님 따라쟁이가 되었다. 이장님이 고추를 심으면 따라 심고, 옥수수를 심으면 옥수수를 심었다. 하지만 초보와 고수는 한끝차이! 초보는 옥수수 사이사이에 고추를 심어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만드는가 하면 참외와 오이 모종이 비슷해 참외 대신 늙은 오이만 잔뜩 수확한 일도 있다. 이 외에도 자두나무에서 자두가 1개, 복숭아도, 체리도 몇 개 정도로 모든 과일을 다 합쳐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로 수확한 웃픈 일도 있었다.
매해마다 정원에 꽃이 피고 지고, 작물을 수확하면서 부부는 피드백을 해본다. 이번 년도는 너무 다양한 모종을 심었고, 또 빽빽하게 심었기 때문에 내년도에는 널찍하게 거리를 두고 적당한 양의 모종을 심을 예정이다. 실수하는 만큼 노하우를 터득해가는 초보 가드너와 농사꾼은 오늘도 정원안에서 살며, 사랑하며, 나누며, 열심히 영글어 가고 있다.
출처 매일정원 월간가드닝 조소연 기자
첫댓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