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의 묵계
-성산포
유종인
아무리 둘러봐도 청(靑) 파도 에워싸는 유채꽃밭이다
조랑말에 귓속말하는 유채꽃들 귀이개로 파내느라
근동 파도들 사팔뜨기처럼 눈길이 모이는 화투판이다
고개 들면 아직도 설문대할망이 엉덩이로 지긋이 누르고 앉은 성산 봉우리,
언뜻 언뜻 초록의 분화구 안에 사슴의 관(冠)이 높고
그 사슴 잔등에 오뉴월에도 흰 잔설이 푸르러
땀 들이는 동안 수수억 광년 햇살이 발등에 솜다리꽃 그리메로 흔들린다
몬스테라처럼
늘어진 망사모자의 여인은 성산에 들어 몸이 달랐다
멀구슬나무 넋을 만 평의 하늘 바다로 맘에 들였으니
엊그제까진 장삼이사라도
오늘은 거진거진 세간에 껴둘만한 신선의 방계 직속들,
대구 장모의 발뒤꿈치 낮꿈의 각질을 밀어볼까
기념품점 부석을 들면
기분 호탕한 날엔 돌이 공중에 뜬다
좋이 성산을 바라 바람 속에 캉캉춤을 추다 내려앉는 곳
오지랖이 싱싱한 다시마 미역내음 바람이
성산포 성당에 들러 사방 성호를 긋듯
성산포 절간에 들어 시방 천 배를 모시듯
아닌 곳이 없는 다솜들 아닌 데가 없는 자비들
비바람치는 캄캄하니 궂은 날
성산 같은 한 사람을 들여 그대 찬란이다
이마가 새파라니 영원으로부터 미리내를 예 끌어다
한 사람으로 온천지 사람을 여는 끌림의
한낮에도 은하(銀河)ㅅ물에 목젖이 푸르게 젖는 찬란의 묵계 속이다
----애지 겨울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