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한시간인가 두시간쯤 잔것처럼 느끼고 있을 때쯤
주위에서 엄청나게 시끄럽게 누군가 떠드는 소리가 나서
잠을 깨어보니 어느덧 새벽 6시였습니다.
이불을 빌리는데 돈을 줘야하길래 그냥 날도 덥고 하니
안 덮고 잤는데 감기 비슷하게 걸렸는지 막 콧물흐르고 정신이 몽롱했습니다.
그 와중에도 떠드는 소리는 계속 났습니다.
들어보니 몇 명이 영어로 뭐라고 뇌까리고 있는데
왓더뻑뀔레글뀔레르레름뀌엘르레름! 끨리름!휳레름!
(위에 말은 멋대로 친게 아니라 실제)
개념이 안드로메다로 갔는지 안드로메다에서 왔는지
뭔가 알아들을수 없는 미친소리를 마구 떠들어 댔습니다.
그래서 왠 미친 양키들이 술처먹고 행패 부리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나름대로 근성과 깡을 발휘해서
Hey guys! Clean and sleep!
(문법이 맞는지는 확인못함)
...이라고나 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어서
일단 어떻게 생겼는지 면상이나 볼려고
헤롱한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보니.
외계인들에게 미국이 파괴되어
분노로 얼굴이 바뀌어버린 윌스미스와
공포로 마약을 과다복용한 맼컬리 컬킨,
러시아에서 파견된 피도 눈물도 없는 살인머신이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고들 계시길래
훈훈한 미소를 지으며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러 갔습니다.
(그림은 발로 그렸습니다)
일찍 일어나졌으니
차라리 잘됐다는 생각에
서둘러 찜질방을 나서기로 했습니다.
한가인이 아침을 열어줍니다.
7시8분에 찜질방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꿉꿉하고 기온도 낮아서
콧물이 그칠 기미도 안보이고
참도 5시간밖에 못자서 머리가 어지럽고 피곤했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3일 일정중 가장 짧은 거리인 150km 이라
평속 15km으로 대충 기어가도
오후 5시면 도착 할 수 있다는
낙관적인 계산이 나와서
힘이 나는 듯 합니다.
오늘의 계획은
25번 국도를 타고 가다 창원에서 14번 국도로 갈아타고
부산까지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일찌감치 밥먹고 출발하기로 생각하고
김밥헤븐에 들러서
피곤해서 밥맛도 없고, 밥을 먹었다가는
소화가 잘 안될거 같은 느낌에
밀가루로 만들어서 소화 흡수가 빠르고
뜨끈한 국물이 있는 해물칼국수를
후루룩 짭짭하니
(3500원)
다시 살짝 정신이 돌아오는 느낌입니다.
걱정했었던 엉덩이는
자기전에 마데카솔을 발라서인지
생각보다 아프지는 않아서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콧물이 너무 나오고 머리가 띵해서 어질어질한 기분이 계속되었는데
일단 처음 상태가 좀 안좋아도
시내를 벗어나면 어느 정도 안정화가 되는 경험을
투어 첫날에 해봤으므로
대구 시내 부터 벗어나고 보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땀을 한번 흘리면 감기기운도 없어지고
나갔던 정신이 왠지 돌아올거 같았습니다.
하지만..
분지 지형인 대구답게 언덕이 지치지도 않고 계속 나옵니다.
입에서 마구 욕이 나올라 말라 하다가 하나둘 튀어나옵니다
마치 심연속에서 허부작 되면서 페달질을 하는듯한
그런 깜깜한 느낌이 계속 듭니다.
게다가 날씨가 흐려서 인지 GPS도 피곤해서 인지..
제대로 작동을 안하는 듯 합니다.
자꾸 연결이 됐다 안돼었다 하면서
고속도로 위에 올라가있고.
자전거가 물위를 날라다니는가 하면
벌써 부산에 한두 번 갔다 와있고 그렇습니다.
희안한 안내에 고가도로를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그래서 일단 지도만으로 루트를 대충 확인한뒤
남쪽으로 이동하면 김해로 가는 25번 국도가
나오는 길이 나올 것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밟아봅니다.
근데 GPS가 다시 회복되어 나온 경로를 보니
지금까지 왔던길이 완전 반대편으로 가는 길 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다시 대전을 향해
힘차게 올라가고 있었던 것 입니다.
평소같았으면 길 돌아가서 운동 좀 더하고 좋네 라고 생각했겠지만.
안그래도 체력이 딸리는데 헛걸음을 하니 완전 환장합니다.
허탈하기 까지 합니다.
체력도 더 떨어지는 느낌이고
세상만사가 다 귀찮습니다.
게다가 살짝식 쓰라린 엉덩이를 의식하다 보니
내려오는 이틀간 똥을 한번도 안 쌌다는
사실이 뜬금없이 떠오릅니다..
이게 떠오르고 나니
갑자기 몸이 더 무거워 지면서 똥만 싸면
좀더 홀가분하게 갈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과 함께
이상하게 더 힘들어지는 느낌입니다.
다시 아까 찜질방으로 돌아가서
하루종일 누워서 뒹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합니다.
여튼 다시 방향을 돌려서
25번 국도로 향했습니다.
가는 중에 편의점에 들려 미니쉘과, 허쉬 앤 모어 두개를 구입했습니다
(1300원)
그렇게 다시 돌아가던중
갑자기 빠악! 하는 소리가 납니다.
마른 나뭇가지라도 밟았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잠시 서서 주위를 살폈다가
다시 페달을 밟았는데 자전거가 안나갑니다.
전혀 안나갑니다.
그래서 내려서 보니.
오마아갓ㄷ;ㄴㅇ;
바퀴가 피어싱이라도 하고 싶었는지
이따시만한 대못을 끼고 초록색 핏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더 심각한건 빵꾸난 충격이었는지,
원래 그랬는건지 모르겠지만
원래 몇 개 되도 않는 바퀴의 스포크(자전거 바퀴살)가 무려 5개나 부러져 있었습니다.
펑크는 어떻게 한다쳐도 스포크는 특수 스포크라 고칠수가 없어서
더욱 절망이었습니다.
피곤해서 미칠거 같은 상태에서
이런일을 당하고나니 뭔가 용기와 의욕이 확 날라간 느낌이라
길가에 펑크난 자전거를 그대로 널부러 뜨려 놓은채로
잠시간 멍하니 허탈하게 앉아 있었습니다.
근데 묘한 기분이 듭니다.
왠지 차라리 잘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열심히 대구까지 왔으나 대구가 한계였고
근성과 체력부족으로 포기"
라는
쪽팔리고 거시기한 이야기 보다
철티비 구입해서 여행 속개는 대충 농담이었다는 변명으로 커버 치고.
"더 가고 싶었으나 중대한 자전거의 고장으로 인해 투어 포기"
라는 허울 좋은 적당한 변명이 생겼으니,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지 않고도
마치 쌩지옥같은 여행을 끝마칠수 있다는
달콤 쌉싸름한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요런 논리로
슬슬 스스로를 납득시켜 볼려고 했습니다.
난 최선을 다했고, 여기까지 온것도 어떻게 보면 대단한거니
자전거도 망가졌고, 제대로 고칠수도 없으니까...
불가능은 불가능한거니
더 험한꼴 보기 전에 접는게 현명한거다..
하지만
이까지나 왔는데
2/3나 벌써 와 버렸는데
이대로 지기는 싫은 기분입니다.
이때까지 아무도 시도하지도 성공하지도 못한 것을
내가 이룰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여기서 주저 앉기는 너무 아깝고 분했습니다.
정태준의 인생을
되돌이켜 보면 뭔가 열심히 하는척은 했던적이 많지만
결정적 순간에 다다라서 어쩔 수 없다면서 포기하고서는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아무일도 아닌것처럼
잊고서 지나온 날들이 떠오릅니다.
결과도 그리 나쁘지 않았고
열심히 했으니 됐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아쉬움이 남고 항상 마음에 걸리는 일들입니다.
모든 최선을 다해서 후회없이 해낸일이 있기나 하는지 하는 의구심도 듭니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까 출발했을 때 생각했었던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자존심이 상하건간에,
아무 상관없는 기분입니다.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스스로 자랑스러운 일을 해내었다고
가슴펴고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봅니다.
심하게 찌질거리면서 앉아있었더니
조금 체력이 회복 되었고
아직은
시도도 해보지 않았으니까.
"시도" 라는 가능성이 남아 있으니.
최선을 다해서 고쳐보기로 마음을 먹어봅니다.
다시 정신을 추스린 뒤에
현재 가져온 공구로 수리 할 수 있는 바퀴부터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못을 빼내고
타이어를 빼내고 튜브를 갈았습니다.
튜브는 완전히 찢어저서 패치도 안될 정도여서
준비해간 새 튜브로 바꿔 끼웠습니다.
여분의 튜브를 가져오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스포크가 문제입니다.
마음을 굳게 먹었어도 이걸 어떻게 해결 못하면 안되는거니.
곰곰히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다 갑자기 번개가 머리를 스치듯이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BGM : Macgyver theme)
멀쩡한 스포크와 부러진 스포크를
케이블 타이를 이용해서 교차하는 부분을 묶은뒤.
끝까지 당긴후 교차시켜서 고정시키니
안심이 될 정도까지 꽤 튼튼하게 고정이 되었습니다.
정리하고 굴려보니 그럭저럭 잘 굴러갑니다.
이번 여행에 케이블 타이를 많이 들고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발
딱 140km 만 견뎌주기를 바랍니다.
그래도 끝없이 언덕이 나옵니다.
대구의 언덕에는 자비심이 없습니다.
마지막 남은 근성까지 다 짜내서 열심히 올라봅니다.
어차피 오늘은 마지막이고
조금전엔 포기하려고 했으니
체력이 몽땅 고갈되서 포기하더라도
후회는 없도록
남은 체력을 지금 몽땅 들여서라도 대구는 나가고 만다는
오기가 생깁니다.
근데 이상하게 할 만한 느낌입니다.
아까 고친다고 퍼질러 있었던게
회복에 도움이 되었나 봅니다.
하고나면 아무일도 아닌데
잠시전에 이상한 타이밍으로 힘든일이 겹치니까
괜히 성숙해진 듯
이 고통을 이겨내면 다른일도 더 잘할 수 있을거라는 둥의
감상에 젖으면서 찌질거렸다고 생각해 보니
왠지 스스로 쪽팔려서
실실 쪼개면서
아~ ㅅㅂ~ ㅈㄴ~~ 힘드네~
라고 뇌까리면서 언덕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언덕이 끝나고 내리막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시원한 내리막을 마지막으로 대구는 이제 바이바이입니다.
밀양으로 가는 25번 국도에 접어드니 길이 아주 편해집니다.
적당하게 내리막인 길이 나와서
평균시속이 25km/h로 달려지는데
달리는동안 정신이 점점 말짱해지면서
자신감이 다시 생깁니다.
하지만 이후에 차마 어떤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시밤밤ㄴㅇㅁㅁㄴㅇ..ㅁㄴㄴ
절로 욕이 나옵니다.
경산 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공포의 표지판.
그 이름도 찬란한 오르막 차로..
어머니..
이건 뭐 등산도 아니고..
근데
차들도 설설 기는 미칠듯한 언덕이라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는데
지금 체력상태에서는
오히려 괜찮은듯한 느낌이기도 합니다.
근데 오르막이 너무 깁니다.
어머니..
등산중에 발견.
왠지 설레여 버렸습니다.
(정태준을 설레이게 하는 쪽지)
경산시는 이제 안녕~
아 ~~~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표지판.
너무 기쁩니다.
사방팔방이 산이야 산!
근데 이 표지판을 지나고 나니
미칠듯한 내리막이 나옵니다.
이때까지 힘든것들이 모두 보상되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기분 완전 최고입니다.
청도 투우장을 지나면서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스페인의 투우과
소끼리 치고박는 소싸움이 똑같은 뜻인
투우로 쓰이는게 뭔가 불합리하다는 생각을 하니
이상하게도, 아랫배가 아파오는 느낌입니다.
위급상황이고 시간도 12시가 되어서 배도 고프고 하니
잠시 짱개집에 들러 짜장도 먹고 화장실도 가봅니다.
근데 막상 자리를 펴주니 그분이 오지를 않으십니다.
(지금부터 편의상 똥=그분)
여튼 배는 고프니,. 배가 고파서 아픈거라 마인드 컨트롤 하고
탄수화물이 풍부하고 소화가 편한 감자와, 면.
스태미너 회복과 감기에 좋은 양파가 많이 들어있는
짜장면을 먹었습니다.
(2500원)
먹는중에 대구의 스트라이다 까페 회원분께 전화가 왔는데.
여러 가지 장비 지원을 해주신다는 이야기를 하십니다.
하지만 대구에서 이미 멀리 왔고,
스포크가 좀 걸리긴 했지만..
특별히 필요한 장비도 없었기에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투어 후에 장비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뭐랄까 나를 생각해 주고 있는 사람들이
여럿 있다고 생각하니 힘이 나는 기분입니다.
투어중에 문자로 격려하시는 분들도 계셨고
전화를 주는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보냅니다.
여튼 그분이 오지 않으셔서 불편했지만
훈훈한 마음으로 다시 페달질을 시작합니다.
탁월한 오리온의 광고전략
구미에서 발견!
*^^*
이라는건 농담이고
개합성에 자작극입니다..
그냥 심심해서..
여튼
내리막길 후에 드물다 싶었던 언덕이 다시 슬슬
기어나오기 시작합니다.
엉덩이가 살살 쓰라려 오기 시작합니다.
지나는길에 이런게 보입니다.
500m 후에 어떤 소원을 빌어볼까 생각해 봅니다.
부산완주와세계평화와지금은망했지만월드컵4강과
로또당첨가족행복만수무강네이버까페번창여친등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 보면서 가는데.
자꾸 짜증나게 언덕이 나오다 말다 그럽니다.
엉덩이 ( )) 가 욱씬 욱씬거리면서
넷(+)으로 쪼개질듯한 고통이 엄습합니다.
거북님 부디 제 엉덩이가 폭발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아.. 네..
원리를 찾아라!
이곳은 새마을 운동 발상지인 청도군 신도 마을입니다.
발상지면 깃발도 존내 많아야 하는거다.
이때까지 봤던 새마을 운동 깃발을 다 합쳐도
상대가 안될 포스입니다.
경상남도!
아아~~ 부산이 다가온 느낌입니다.
묘한 흥분이 밀려옵니다.
근데 아까부터 갓길이 거의 없습니다.
트럭이나, 차가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라 다행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속도를 더 내면서 다니고
저를 피해 가려고 중앙선을 넘어 추월하기 때문에
왠지 좀 후덜덜인 느낌입니다.
맞은편에서 차가오는데 중앙선을 넘어
추월하면 나 때문에 사고 나는거 아닌가 하는
후덜함이 있지만.
갓길이 없기 때문에 어쩔수가 없습니다.
남쪽으로 내려와서 그런지 조금씩
색다른 풍경이 펼쳐 집니다.
마치 유럽에 온듯한 느낌
멀리 고풍스러운 성이라도 보일듯한 느낌입니다.
최홍만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표지판.
강력한 로우킥으로 차를 공격하는 중입니다.
적당한 내리막은
정태준의 정신건강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신기한 형태의 까페 입니다
굴뚝처럼 보이는 곳에서 왠지
마리오가 쭐쭐쭐 하고
기어나와 버섯을 뜯어먹을 간지.
나중에 여유로울때 한번 들러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눈깔어라.. 가 아니고
왠지 정감있는 훈훈한 풍경입니다.
이제 밀양 시내로
들어오니 바르게 살기 깃발이 반겨줍니다.
여기도 발상지인지 뭔지는 모르겠지만
깃발이 조낸 많지만
신도마을의 포스는 따라잡지 못합니다.
잠시 바르게 사는 인생이 뭔지 생각해 봅니다.
근데 뭐가 똑바른인생일까요..
여튼 똑바로 삽시다.
드디어 밀양시내로 본격적으로 진입합니다.
이때까지 돌아본 시내중에서 가장 신비한 느낌의 도시입니다.
뭔가 되게 아기자기 하고 오밀조밀하면서 아담하고 자연과 혼재된듯한
완전 소중 밀양!
나중에 여유가 된다면
한번 살아보고 싶은 도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내로 들어선김에 문방구에 들러서
어제 트럭 사고 즈음해서 잊어 버렸었던
태극기를 다시 구입하고
(2000원)
이번에는 단단하게
케이블 타이로 결속 했습니다.
근데 GPS 안내가 미쳤는지
밀양 시내가 원래 그런건지
계속 다리를 건넙니다
다리만 한 8개 건넌거 같습니다.
차 사이에 찡긴 불가사리
어린이 보호를 하라는건지 말라는건지
뭔가 뜻이 있긴 하겠지만
애매합니다.
이래저래 헤메다 밀양을 벗어나니 정말 끝내주는 길이 나옵니다.
끝이 안보일정도로 평평한 국도가 나옵니다.
근데 미칠듯한 역풍이 불어오기 시작합니다.
평지라고 딴에는 신나게 페달을 밟고 있는데
속도계를 보면 15km밖에 안나와서
안구가 촉촉해 집니다.
마치 언덕을 오르는 느낌입니다.
점점 체력에 한계가 오는 듯한 느낌입니다.
스트라이다는 모르도르로 향하던중
역풍을 맞아 힘겨운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멀리서 사우론이 지켜보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스트라이다(strida)는 스트라이더(strider)가 아니라 "스트라이다" 입니다.
드디어 창원!
창원이 보입니다.
날씨가 그리 더운편은 아니지만
땀이 일초도 쉬지 않고 흐릅니다.
부곡 하와이에서 훌라춤이라도 추고 싶은 심정입니다.
창원을 들어서기 전에 등장하는 수산대교.
지금까지 건너본 다리중에서 가장 긴듯합니다.
다리가 끝이 안납니다.
근데 퇴적토가 도로 군데 군데 수북히 쌓여있어서
멀쩡히 가다가 갑자기 슬립이 일어납니다
두 번 살포시 자빠지고 나서
후덜덜 하며 가드레일 안쪽으로 자전거를 옮깁니다.
오랜만에 셀카 한장.
창원 들어서 점점 구름이 옅어져서
햇빛이 짜증나기 시작합니다.
여튼 창원 입성!
해서 달리는데 자전거가 존내 안나갑니다.
역풍을 맞고 더위도 맞고
맞습니다 맞구요
.. 이건아니고
여튼 그래서 그런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좀 이상해서 보니 바퀴에 바람이 없습니다.
또 빵꾸가 났습니다.
대구의 파격적이고 충격적이면서 스릴과 서스펜스가 넘쳤던 빵꾸와는 달리
이번엔 어디 빵꾸가 났는지도 모를 정도로
실빵꾸가 났는데.
잘 찾아서 펑크 패치를 했습니다.
다시 자전거를 조립(?)하고
달리는 데 또 감이 이상합니다.
강에서 날아온 마이크로한 퇴적토 때문에
펑크패치가 잘 안붙고 떨어졌을거라 예상하면서
다시 뜯을려고 준비중에
문득.. 타이어쪽 검사를 하지 않았던게 떠오릅니다.
역시 예상대로
머리카락 굵기만한 철사가 바퀴 안쪽을 비집고 들어와 있었습니다.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한다는 진리를 한번 더 확인하면서
찝찝한 마음에 패치 하는 대신
가지고 왔던 예비튜브(2)를 꺼내서 바꿔줍니다.
하루에 세 번 빵꾸난건 뭔가 신선합니다.
짜증날정도로..
빵꾸의 충격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슈퍼에 들러서
왠지 불량식품삘이 나는 쭈쭈바 두 개를
사서 하나는 먹고 하나는 짱박아 뒀습니다.
(400원)
대 감동의 순간입니다.
처음 등장하는 부산을 알리는 이정표!
51km 이면 출근 경로인
홍대에서 강남까지(18킬로) 3번만 왔다갔다하면
될 정도의 아주 만만한 거리입니다.
이제 회사 출근 3번만 하면 되는군하!
하는 생각을 하니
악몽 같은 기억이 떠올라서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지만
여튼간 한결 가벼워 지는 느낌입니다
(추신: 저는 짤방의 보건소 직원이 아닙니다)
근데 창원을 지나면서 14번 국도로 갈아타려는데
점점 길이 드러워지기 시작합니다.
10분에 한번씩 도로공사중인 구간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뭔가 끝판 대장 앞에서의
마지막 시련이라 생각하고
흥미진진하게 받아 들일수 있습니다.
짹슨의 네버랜드를 압도하는
박수홍의 하이랜드
14번 국도를 타고 달리기 시작합니다.
가야대! 가야돼!
이제 김해시에 거~의 근접하게 도착 했습니다.
잠시동안 학교를 김해에서 다녀서 잘 아는 곳이고
거의 집앞이나 다름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아직 거리가 꽤 남았고..
무엇보다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후덜덜입니다.
앞으로 닥쳐올 재앙을 생각하면 끔찍한 기분입니다.
하지만 끔찍한 기분을
직접 마주하는것이 어떤 기분일지 조차
흥미진진합니다.
김해에서 발견한 환타스틱 일러스트
어떻게 이런조합이 가능한건지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이떄까지 본중에서
가장 복잡하게 생긴 송전탑입니다
뭔가 스팀펑크 판타지에 나오는 듯 한 풍경이
특별한 느낌을 줍니다.
다시 지옥과도 같은 오르막 차로가 등장합니다.
이런 오르막이 앞으로 세네 번 정도 나온다는 것을
저는 알고 있습니다.
헤헤헤..
이때를 대비해서 평소에
엠티비들과 함게 남산을 스트라이다로 오르면서
언덕길에 재미를 붙였는데
지금은 하나도 재미없습니다..
진작에 마음을 고쳐먹고 지구전으로 돌입합니다.
아까 짱박아 뒀던 쭈쭈바를 빨아먹어 봅니다.
근데
쭈쭈바가 다 녹아서 물된 상태에서 뜯으니까
깔끔하게 잘 안뜯어져서
억지로 물어 뜯어냈는데
손에 다 묻어서 찍찍해서 짜증을 가중시킵니다.
*양해의 말씀*
셀카 찍는다고 찍찍한 상태로 사진기를 만져서
사진기도 찍찍하고 짜증나서 이후로 사진이 잘 없습니다.
여튼 찍찍하게 언덕을 오르고 나면 내리막길이 등장합니다.
미칠듯한 내리막이 반깁니다.
이때까지 여행을 통틀어 최고의 내리막들 입니다.
위험 표지판이 반가운건 처음입니다.
두 번째
언덕의 끝쯤에 포진한 가구매장에서 홍보행사를 하는데
아무도 없는데서 춤추시고 계시길래 손을 흔들어서
관심 1g을 표현하니
친절하게 포즈까지 취해 주는 나레이터 언니들
열심히 산을 넘고 나면 마지막으로 정말 미칠듯한 내리막이 등장하는데
이곳에서 최고속도인 48km을 찍었습니다.
아아 김해 시내에 들어서니 정말 천국입니다.
길이 아주 무슨 완전평면입니다.
(본 포스팅과는 관계없는 사진입니다)
포장도 매우 깔끔하게 되있고
대낮인데 차도 별로 안다니고
완전 좋습니다.
올때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김해는
외각이 개판이라서 그렇지
시내 안쪽은 정말 잘 해놓은거 같습니다.
여기서 우회전을 하면 이제
부산의 강서구로 들어섭니다.
아아.. 몰려오는 감동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집까지 20km!
차로 올때는 쳐자면서 온다고 잘 몰랐는데..
길 너무나 더럽습니다.
길이 무슨 갈라파고스거북이도 아니고
쩍쩍 갈라져가지고
충격 완화 장치라고는 엉덩이밖에 없는 스트라이다를 타고 가니
안그래도 고통받고 있는 엉덩이가
터지기 3초전입니다.
이것은 간헐천입니다.
간지의 간헐천..
집에서 간지가 마구 뿜어져 나옵니다.
강서구에서 발견!
근데 동네 전체가 전반적으로
범접할 수 없는 간지 풍경입니다.
중고 자판기 판매점인데 고장난 자판기를 죽 늘어놓았습니다..
추억의 라면 자판기와, 초 레어 계란 후라이 자판기도 놓여져 있습니다.
어릴적에 계란 후라이 자판기에서 대체 어떻게
후라이가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맛은 어떤지
그리고 대체 왜 계란 후라이 자판기 따위가 존재하는것인지..
궁금했는데.
지금은 확인할 길이 없어서 안타깝습니다.
차만 타고서 오던 풍경을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
새로이 보게 되는거 같습니다.
부산 경마 공원을 지나칩니다.
이제 점점 길이 좋아집니다.
남은 거리는 10km 가량
마구 흥분됩니다.
남은 모든힘을 다 쏟아내서 페달을 밟으니
시속 25km 이 나옵니다.
너무 오버페이스가 아닌가 생각해 보지만
이상하게 힘이 들지 않습니다.
이대로라면 집에 20분 안에 도착한다고 생각하니
현실감이 없는 기분입니다.
벌써부터 가슴이 뛰기 시작합니다.
녹산 제 1수문! 이제 정말 거의 다왔습니다
집까지 앞으로 7km!
근데 아까부터 페달질이 잘 안됩니다.
내려서 확인해보니
접는 페달쪽의 베어링이 또 뽀개졌습니다.
7km 정도면 끌고가도 되긴한데..
아까 생각에 20분 내로 집에 도착한다고 두근거린게
2시간으로 바뀌니까 뭔가 절망입니다.
아쉬운 마음에 페달을 접었다 폈다 두드리고 하니
베어링 구슬이 하나둘 빠져나옵니다.
구슬을 몇 개 털어내고나니
삐걱거리면서 페달이 돌아가긴 돌아갑니다.
제발 7km 만 가자!
이제 우리집이 있는 사하구에 도착.
아직 현실감이 없습니다.
아직까지는 어쩌다 한번씩 보는
덜 익숙한 풍경이라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철새 도래지인 낙동강 하구언.
이제 점점 익숙한 풍경들이 앞으로 펼쳐집니다.
매일 같이 봤었던 풍경이 눈앞으로 다가옵니다.
등줄기가 짜릿해집니다.
힘들지도 않은데 손이 덜덜덜 떨려옵니다.
세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풍경입니다.
지금보니 좀 별로지만..
아침에 밥먹고 나면 한번씩 보는 풍경이 나옵니다.
어째 점점 현실감이 없습니다.
뭔가 꿈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듯한 기분에다
정신이 머리위 고도 3미터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기분입니다.
내가 진짜 여기까지 스트라이다를 타고온건지
자동차를 타고 오다 내려서 잠시 타는척을 하다
홍어에다 스트라이다를 쑤셔넣고 피리를 불러 온건지.
정태준이 만약 통속에 든 뇌라면?
어떤 미친 과학자가 거길 자극하고 있는거라면?
아놔~!
잠시 익숙한 풍경이 계속 지나다 보니
점점 현실감각이 돌아오고
미칠듯한 기쁨의 쓰나미가 밀려옵니다.
나도 모르게 비명이 질러집니다.
미쳐 버리겠어!!
7시 20분 드디어 최종 목적지에 도착입니다.
라이딩 거리 154km
걸린시간 9시간 30분
사용한돈 9300원
집 앞에 도착해서 행인을 붙들고
사진을 부탁해서 찍었습니다.
훌륭하다 정태준!
Taejune . You made it!
Yeah!
막 눈물이라도 왈칵 쏟아질거 같은 느낌인데
의외로 점점 차분해 집니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감정이 밀려 옵니다.
마지막 업힐의 압박..
간단하게 올라가 줍니다.
집에 도착에서 가족과 감동의 상봉을 하고
짐도 풀지 않고 바로 샤워를 합니다.
인생 최고의 샤워입니다.
동시에 바로 그분도 오십니다.
어머니께서 도착에 맞추어 준비해주신 닭도리탕.
사진은 손이 떨려서 희안하게 나왔지만
맥주와 함께 먹으니 정말 끝내줍니다.
너무 맛있어서 안구에 쓰나미가 몰아칩니다.
솔직히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고,
뭔가 몽롱합니다.
밥을 먹고 누워서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세줄요약.
1.
혼자힘으로 왔다고 생각했지만.
정말 혼자서 왔다면 해내지 못했을거고,
2.
자신감과 의지 버프효과가 언제까지 갈지는 모르겠지만
이 근성으로 하고 싶은걸 최선을 다해서 해보자.
3.
식고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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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라이딩 거리 510km
총 라이딩 시간 30시간
총 소비금액 48900원
예산이 좀 오바하긴 했지만 뭐,. 특실 타고 왔다 치지요
다음은.. 글쎄요
뭐.. 배타고 일본이나 가볼까요.
이젠 못쓰게 되었지만
숨은 공로자인 장갑을 기리면서...
- THE END -
감사합니다.
-- 디시 펌 --
첫댓글 멋지네
와우 대단 한데요..나도 한번 해볼까? 근데 저 자전거는 매우 독특 하게 생겼네요..얼마나 하나요?
40만원대일걸요
멋지다.
이사람 얼마전에 스트라이다 타고 일본일주도 했었어요
스트라이다 40만원좀 넘어요~
글이 재밌네요 수고하셨어요~!!
근데 이분도 이종 카페 회원일 것 같지 않나요? 간간이 나오는 격투기 짤방이 아주 정겹습니다.ㅎ
근데 자전거 바퀴가작은데 속력이나오는지..복장도 운동복이아니고 특이하신분이군요
근성 굿~
저는 입문용 자전거로 100만원 가까이 하는거 샀는데요 확실히 틀려요 그냥싼거 내구성이나 이런거 조심해야해요 전 엠티비 산타고 다니고 점프하고 그래요 ㅋㅋㅋ 바이크 전문이지만 유지비가 없는 관게상 자전거를 샀답니다 ㅋㅋㅋ
저 자전거 아버지가 어제 사서 타고 다니는데 사람들 다 처다봄 47만원주고 구입했는데 디자인은 이뻐요 -_-
신평 사시네요?ㅋㅋ
이거몇달전에 디시 국내여행갤에서 봣던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