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서기에도 불구하고 뜻을 같이한 네 친구의 2박3일 둘레길을 따라가 본다.
첫째날 4코스:14km(배나드리마을-안반데기) 송천물길을 돌고 돈다.
강릉에서 배가 드나드는 배나드리마을의 4코스입구의 선도식당으로 택시로 이동하여 토종닭백숙으로 이른 점심을 해결한 후,바로옆의 제법 오르막 숲길을 지나 10km나 이어지는 천변길을 만난다. 이틀전 내린 비로 흙탕물이 된 송천물길을 따라 이어지는 길은, 도담댐 앞까지 내내 곱고 풍경이 아름답다. 또 편안하다. 올림픽아리바우길중 손꼽히는 명품구간이다. 오른쪽의 가파른 저 산위에 안반데기가 숨어 있다.
배나드리마을은 경복궁 복원을 위해 땟목을 띄웠던 나루터였으며, 떼돈이란 말도 이 물길에서 비롯돠었다고 한다.
땡볕이 내려쬐는 날씨속의 세멘트길도 마음맞는 친구들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보니 피곤한 줄 모르고 어느새 "바람이 불어오는 마을"이란 바람부리 마을 간판을 지나 도암호 정자에 이른다. 먼저 자리를 잡은 길동무들을 만나 수박과 소주 한잔으로 갈증을 풀고 가던 길을 재촉한다.
평창 황병산(1407m)계곡에서 흘러내린 송천은 조양강,동강,남한강을 만난 다음,두물거리에서 북한강과 어울려 비로소 한강을 이룬다
우리는 한강의 먼 조상을 거슬러 올라온 셈이다.풍차를 보며 오르다 보니 구름아래 첫 마을인 피덕령 안반데기에 이른다.
배추밭 사이를 걸어 마을회관에 도착한 다음,삼겹살과 감자전에 소주,맥주로 하루를 마감하였다. 당초 방 한칸을 예약했으나,큰 덩치를 보고는 몇 배 크기의 1층 전체로 바꿔주는 바람에 코골이도 피해갈 겸 코너에 1명씩 자리를 펴고 잠에 들었다.
이튿날 5코스 12.1km (피덕령안반데기-대관령휴게소)
1965년 강원도 산자락에 흩어져 살던 화전민들이 가꾼 해발 1000m의 안반데기는, 국내에서 주민이 거주하는 가장 높은 지대이기도 하다.추석전에 수확하는데,늦여름에 올라와야 배추를 사진에 잡을 수 있다니 우리는 운이 좋았다.
지금은 평당 얼마씩의 도지경작이 대부분이며, 외국인 인부들을 관리하려면 10개 이상의 언어를 구사해야 한다는 설명도 재미있었다.
회관 건너편 언덕의 해돋이 광경을 보러갔더니, 이미 많은 여행객들이 사진촬영을 위해 터를 잡고 있었다. 출발후 처음 들런 멍에 전망대는, 안반데기 배추밭이 가장 잘 드러나는 지점으로,차밭 보다도 훨씬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풍경을 볼수 있었다
마지막 풍력 발전기를 지나,고루포기 전망대로 진입하는 바람에 다소 시간을 허비한 후,약 5Km에 이르는 안반데기 구간을 지나 야자매트가 깔린 오솔길을 따라 고루포기산(1238m)정상에 이른다.
여기부터가 아리바우길의 유일한 백두대간이다.
한반도에서 가장 크고 긴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시작해 금강산~설악산~태백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1400Km의 산줄기다.
남한에는 지리산에서 진부령까지 약 670km 구간이 백두대간에 속한다.
능경봉(1123m)을 거쳐 대관령 휴계소(835m)까지의 7.1km 아리바우길은 백두대간에서 한 발짝도 벗어 나지 않는다.
제6코스 14.7km (대관령 휴계소~보현사 버스종점)
해발 1000m를 넘나드는 숲길을 약 6시간에 걸쳐 산행한 끝에 휴게소에 도착한 후, 막거리를 곁들인 설렁탕 등으로 허기를 채운 후 오후 산행은 계속되었다.
바로 곁에 양떼 목장을 두고도 흐린 날씨, 촉박한 시간등으로 그냥 지나치는 강행군이었다.
아침 출발 후 코스를 잠시 이탈한 탓에 피로를 호소하는 일행도 있었으나,마을을 만나면 대안을 찾아보자는 협의하에 전진하였다.
곧 이어 대관령 깊은 숲속에 김유신장군과 국사성황인 범일 국사를 모시는 "국사 성황당"에 들렀다.
강릉 단오제가 여기에서 시작된다고 한다. 옛 영동고속도로를 기점으로 길 자체가 문화유산인 대관령 옛길(약 6.3km)로 들어선다
강릉과 평창의 중간인 "반정"에 이르러,평택에 거주하면서 여름 한철을 강릉에서 지내며 매일 옛길을 찾는다는 두양반을 만나 내리막 옛길을 계속 걷기로 결정이 났다.
반정은 강릉 시내와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대관령 최고의 관광포인트라고 하나, 흐린 날씨 탓에 안타까운 심정이었다.
강릉선비가 과거를 보러 대관령을 넘을때 곶감 100개를 챙겨 굽이를 지나갈때 마다 하나썩 꺼내 먹었는데, 정상에 오르니 하나만 남았다는 얼추 1000년 묵은 길이다.
반정 전망대의 신사임당의 시비 칠언 절구 한시(사친)를 감상한 후, 내리막길을 계속 걷다보니 옛 주막터가 나온다.
지금은 탐방객을 위한 쉼터로 활용되고 있었다.대관령 옛길은 "원님이 울었다" 는 원울이터란 이름이 내려온다. 강릉부사가 부임할때 길이 험해서 울고, 돌아갈때는 서운해서 울었다고 한다.
길동무의 소개로 시원한 계곡물로 알탕을 한 후,성산면의 대구머리찜(옛 카나리아본점)까지 승용차로 태워준 덕분에 둘레길의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식사 후 숙소로 가는 택시 잡기가 어려워 애를 태우고 있는 와중에, 식당 주인할머니의 배려로, 아들이 승용차로 바래다주는 고마움의 연속이었다.
머리 희다는 죄로 내 나이를 열살이나 올려 할머니한테 소개한 민성 친구의 공도 있었겠지만.
3일째 7코스 11.7km(보현사 버스종점~명주군 왕릉)
"어명을 받은 소나무 길을 걷다"
가정식 백반으로 아침식사 후 주인사위 승용차로 보현사애 도착하여 유명사찰을 구경한 후,또 다시 산으로 들어간다. 첫 고개를 넘자마자 벌채작업으로 리본등이 안보여 길을 찾느라 다소 애를 먹었으나, 붉은 흙길을 찾아 금방 금강송길로 들어설 수 있었다.
금강소나무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소나무로,나무껍질이 얇고 붉은색의 표피로 나무가 튼튼해 고급목재로 이용되며,금강산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숲에 들면 반듯하고 잘생긴 소나무 풍경만으로도 힐링이 된다.
온몸에 솔향이 배는 기분이 들때쯤 길 양쪽으로 금강송과 굴참, 갈참나무등 참나무 종류가 500m 이상 도열해 있는 "참솔나무 숲길"을 만난다.
숲에서 빠져나와 널찍한 임도를 10분쯤 걸었을까?
2007년 광화문 복원을 위해 벌채한 노송이 있던자리에 어명정이 나타난다. 위령제를 지내고 "어명이요"하고 도끼를 내렸다고 한다.
멧돼지들이 진흙으로 목욕한다는 "멧돼지 쉼터"를 지나 펑퍼짐한 바위에 홈이 패여 있는 것이 술잔과 같다하는 "술잔바위"를 지나 한참을 걸은후에야 명주군 왕릉에 이른다
신라무열왕의 5대손으로 왕이 되어야 했던 강릉 김씨 시조 김주원을 명주군(지금의 강릉) 왕에 봉해 식읍을 내렸다고 한다.
여기도 죄다 소나무다. 택시에도 쓰여 있는 "솔향강릉" 이란 말이 괜히 나온것이 아니었다.어제의 흐린날씨에 이어 이슬비가 내리는 중 어렵게 택시를 잡아 작년에 들렀던 위촌리 숯불갈비집에 도착하여 간단한 샤워후, 부산출신 여사장이 오늘이 말복이라며 정성 껏 차려준 텃밭음식과 인삼,찰밥을 넣은 삼계탕으로 마지막 오찬을 즐겼다.
아직까지 오죽헌을 구경못했다는 친구의 소원도 풀겸 오죽헌으로 가는 도중,작년에 제대로 못본 남근석을 뱔견하는 쾌거도 있었다. 오죽헌에서 5만원권과 천원짜리에 등장하는 모자의 일생과 발자취을 둘러본후 강릉역으로 이동하였다.
첫날 더운 날씨에 시멘트길을 오르느라 다소 힘들었으나, 이틀 연속 안개낀 흐린날씨 덕분에 60km에 가까운 2박3일의 일정을 즐겁게 보낼수 있었다.
7코스 금강송길을 꼭 걷고 싶었다는 탁중친구, 코골이 걱정에도 과감히 참가해준 철권친구, 분위기 메이커이면서 오죽헌, 선교장을 꼭 가고 싶다는 민성친구, 다들 반소원은 푼것 같다.
평창 동계 올림픽의 의미를 되새기고, 강원도의 풍경을 느낄수 있는 명품트레킹코스(9개,131km)의 대표코스(4~7코스)를 함께 걸어 즐거웠다. 음식도 괜찮았다고들 하고.
"그건 무리야, 불가능해" 라고 말하면 정말로 거기에 멈추고 만다고 하네.
걷지 못할때까지 기다리다가 인생을 슬퍼하거나 후회하지말고,몸이 허락하는한 가고 싶은 곳에 가자.마음이 움직이면 몸도 따라온다고 하네.
서울은 36도의 더위였지만, 이틀간 구름낀 천혜의 날씨 덕분에 해발 1,000m에서의 피서는 아무나, 또 다시는 경험할 수 없는 기회가 아니었나 싶다.
첫댓글 그대들의 도전 정신과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잘 먹고, 싼값에 잘 자고, 아주 멋진곳 보여 줄려고 긴시간 준비해서, 무지고생한(시킨) 하대장이고생많았소이다.
더운데 원망스럽게 리더가강행군(하루30k)하여,
대관령계곡에서 알탕한방으로 피로싹 ,
안반데기에서 운무속 해돗이,
금강송숲속 등
고생하였지만 멋진
추억이었소이다.
잠 잘때 코고는것 참아준 친구모두에게 고맙소이다
그래 멋있고, 대단한 열정으로 사는모습 보기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