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북권 부동산시장 ‘기지개’ | ||
운동장·뉴타운·청계천 ‘트리플 호재’ | ||
서울 동북권 부동산 시장 활황에 불을 댕긴 것은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부터다. 오세훈 현 서울시장의 주요 선거공약이었던 동대문운동장 공원화는 그동안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지난 3월 19일 대체 구장 조성에 합의하면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서울시는 2009년까지 동대문운동장(5400평)과 축구장(8100평)을 헐고 이 일대 2만1600평 부지를 물이 흐르고 화초와 숲으로 이뤄진 시민 쉼터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 웰빙 트렌드와 맞물려 주변 녹지율이 입지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는 추세로 동대문운동장 주변 상가와 주택 등 이 지역 부동산 시장 위상도 공원 조성 이후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실제 아마추어 야구 1번지로 통할 만큼 야구인에게는 성지나 다름없는 동대문운동장은 그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인근 상인 등 지역주민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곳이었다. 소음과 교통 혼잡 등으로 주변 상가는 물론 주택 가격을 떨어뜨리는 악재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지난 2005년 청계천 복원으로 주변 개발에 물꼬가 트였다면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은 이 지역 부동산 시장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다. 또한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과 맞물려 1만2000여 평 규모로 조성 예정인 디자인 콤플렉스도 동대문 쇼핑몰 상권 강화에 힘을 보탤 전망이다. 서울시는 동대문 쇼핑몰을 디자인 산업의 메카로 조성해 중저가 브랜드에서 벗어나 강남 코엑스를 뛰어넘는 고급 상권을 갖추겠다는 복안이다. 디자인 콤플렉스에는 전시갤러리 쇼룸 극장 연구실 등이 갖춰지며 아이디어 공모를 통해 오는 4월 현상 설계를 거쳐 2007년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처럼 개발 호재가 잇따르면서 주변 상권도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4월 점포 2400여 개를 갖춘 ‘라모도(지하 5층~지상 12층)’가 문을 열었고 ‘패션TV(지하 6층~지상 13층)’가 상반기 입주를 앞두고 있다. 사기 분양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던 굿모닝시티(지하 4층~지상 16층)도 공사가 한창 진행 중으로 2008년 초 개점 예정이다. 이 밖에 인근 흥인, 덕운시장이 쇼핑몰 ‘맥스타일’로 개발돼 조만간 임대 분양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러나 이들 신규 쇼핑몰 점포 수는 모두 1만여 개로 한꺼번에 입주가 몰리는데 따른 공급 과잉 우려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상가에서 지하철역으로 곧바로 이어지는 동선을 설계해 문화 공간으로 꾸미고, 대기업에 위탁 운영을 추진하는 등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 상태다. 새 점포와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존 상가들의 몸부림도 치열하다. 밀리오레, 두타, 헬로 APM, 청대문 등 이 지역 터줏대감이라 할 수 있는 대형 쇼핑몰의 경우 내부 리모델링, 상가 앞 보도 확장 등으로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청계천 복원으로 살아난 ‘상권 활성화’의 불씨를 호락호락 신규 쇼핑몰에 내줄 수만은 없다는 계산이다. 청계천·왕십리뉴타운 수혜지 ‘상한가’ 청계천이 내려다보이는 동대문운동장 주변 아파트도 초강세다. 하왕십리동 청계벽산 아파트의 경우 34평형 호가가 4억6000만 원까지 올라 있다. 1년 전만 해도 매매가가 4억 원을 밑돌았다. 특히 청계천 무학교 등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106동과 107동의 인기가 높다. 후면 발코니와 주방창을 통해 청계천을 바라볼 수 있어 주방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주부들에게 인기가 높다는 게 인근 중개업자의 귀띔이다. 성동구 마장동 현대, 동대문구 답십리동 극동 아파트 등이 청계천 복원과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사업의 최대 수혜주로 꼽힌다. 특히 마장동 현대의 경우 청계천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자리에 있어 인기가 높은 편이다. 조합원 간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왕십리 뉴타운도 서울 동북권 부동산 시장에 판도 변화를 몰고 올 주요 변수다. 왕십리 뉴타운은 지난 2002년 10월 뉴타운 시범사업 후보지로 선정됐으며 인근 청계천 복원 사업, 동대문운동장 공원화, 뚝섬 서울숲 조성 등의 사업과 맞물려 도심과 부도심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성동구 하왕십리동 440 일대 10만2000평에 걸쳐 있으며 모두 세 곳으로 나뉘어 개발이 추진 중이다. 1구역은 상왕십리동 12의 37 일대 2만268평으로 북쪽으로는 청계천, 서쪽으로는 황학동과 접해 있다. 이곳은 2·3구역에 비해 진행 속도가 느리고 규모도 작은 편이지만 도심권과 인접해 입지 가치 면에서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하왕십리동 339 일대에 놓인 2구역은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다. 1구역과 나란히 청계천과 접하고 있으며 동쪽으로 무학로, 청계벽산아파트가 있다. 현대산업개발 GS건설 대림산업 삼성물산 4개 업체 컨소시엄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물밑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3구역은 구역 면적이 4만1140평으로 왕십리 뉴타운 내 재개발 구역 중 규모가 가장 크다. 2007년 완공 예정인 왕십리 민자 역사와 가까운 게 특징으로 상왕십리역 역세권 개발과 함께 왕십리 길로 상업·업무·주상복합이 들어올 계획이다. 이 지역 주택 가격은 10평 미만 소형 지분이 평당 3000만 원까지 올라 있다. 사업 진행이 가장 빠르고 청계천이 보이는 2구역을 찾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나마 매물이 없어 거래가 쉽지 않다는 게 인근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왕십리 뉴타운과 인접한 주변 아파트도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왕십리동 한신무학, 무악현대, 한진그랑빌, 행당풍림아이원, 금호베스트빌 등이 뉴타운 조성에 따른 수혜 아파트로 꼽힌다. 지하철 5호선 행당역에서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는 행당동 대림도 대단지인 데다 왕십리 뉴타운, 서울숲 조성 등의 호재가 겹치면서 연일 상한가를 치고 있다. 이 아파트 31평형의 경우 시세가 5억1000만~5억9000만 원으로 지난 1년간 무려 1억8000만 원이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길진홍·부동산뱅크 팀장 kjh@neo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