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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박관찬 기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6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은 일어난다. 이 법이 가진 문제일 수도 있고, 장애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 인식의 문제일 수도 있다. 그도 아니면 제3의 다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법이 지니는 의미도 분명히 존재한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 상임대표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지닌 의미를 설명했다.
“16년 전 장애인단체들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만들자고 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너무 시기상조라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그때는 장애인이 차별당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몰랐고, 장애인의 권리의식도 높지 않았어요. 그런데 장애인들이 ‘나에게도 권리가 있다’는 권리의식을 점점 크게 가지게 된 역할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그래서 16년이 지난 지금은 장애인이 차별받으면 안 된다, 차별받으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처벌받는다는 인식을 사람들이 가지게 된 만큼 이 법이 지닌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기 전에는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불쌍한 사람, 동정의 대상으로 여겨진 게 지배적이다. 하지만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되고 10년이 넘는 시간 꾸준한 개정을 거치고 다듬어지면서 장애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장애인도 권리의 주체로서 당연히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되었고, 바로 그 역할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담당한 것이다.
“옛날에는 장애인이 차별받아도 크게 문제되지 않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장애인이 차별받으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도 넣고, 경찰에 고발도 하고, 법적 대응도 하죠. 그러면서 오히려 그 전에 드러나지 않았던 장애인차별이 사회적으로 더 많이 드러났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법이 제정됨으로써 차별과 학대, 인권 침해와 같은 것들이 장애인에게 해서는 안 되는, 권리를 침해하는 거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줬다고 생각합니다.”
법의 실효성
박 상임대표의 말처럼 이 법이 가지는 의미는 분명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일어난다. 장애인을 차별하면 법에 따라 처벌받게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더라도 여전히 장애인 차별은 일어난다. 일각에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과 강제성이 약한 부분을 문제삼기도 한다. 박 상임대표 역시 이 부분에 공감했다.
“장애인의 권익옹호 활동을 하면서 이 법이 좀 더 현실적이어야 되겠다거나 좀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겠다는 등 아쉬운 생각이 들 때가 많이 있어요. 각 장애유형별로 현실에 맞게 내용을 개정할 필요도 있고, 장애에 대한 개념도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에 맞게 충실히 보완해야 하고요. 그리고 요즘 시대가 굉장히 빠르게 변하잖아요. 그래서 장애인식에 대한 어떤 미래지향적인 법안들도 만들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장애에 대한 패러다임이 계속 변화하는 흐름에서 미래지향적인 법안도 꼭 필요하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시행된 지 16년이 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장애계에서 가장 바라는 것 중 하나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강제성을 지금보다 강화하는 것이다.
“좀 더 강제성 있는 법안으로 만드는 게 저희의 가장 중요한 바람입니다. 완전 강제성, 강력한 법으로 만드는 걸 점차적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런 것이 필요하지 않은 사회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죠. 그리고 이 법의 적용 범위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 부문에 한정되어 있어요. 그래서 사기업이나 교육 및 노동현장 같은 곳에서도 이 법의 적용범위를 넓히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실효성 측면에서 박 상임대표가 아쉬움을 드러내는 사례는 관광과 스포츠 등 여가생활에서의 편의시설 미비, 시각 및 청각장애인의 영화관람에서의 차별, 발달장애인의 참정권 문제 등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도 박 상임대표가 장추련에서 활동하며 기억에 남았던 장애인 차별에 대한 대응 사례를 한 가지 소개했다.
“지난해 전동휠체어와 비장애인이 횡단보도에서 충돌한 사건이 있었는데, 이 사건 소송에서 검찰은 전동휠체어의 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이유로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 차량운전자와 같은 강한 주의의무를 부과하며 과도한 책임을 물어 과실치상의 법정 최고형인 벌금 500만원을 구형했어요. 하지만 저희는 도로교통법상 전동휠체어는 차마가 아닌 ‘보행자’이기 때문에 전동휠체어는 보행자와 같다는 주장을 해서 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이끌어냈어요.”
이 판결은 전동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도 비장애인 보행자와 같다고 인정되는 것이어서 전동휠체어 이용자에게는 반갑고 안심이 되는 의미로 박 상임대표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다. 이렇게 장애인이 사용하는 보장구에 대한 잘못된 인식으로 장애인이 차별받는 상황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박 상임대표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앞으로도 우리 장애인의 권리의식 향상에 기여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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