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왈츠, 탱고 통합, 직장인반 수업이 있어서 학원에 한 시간 일찍 도착했다.
수업이 화, 목 7시라 평상시 퇴근 시간 이라면 빠듯할 테지만 서둘러 작업을 끝내면 어느정도의 여유 시간이 생긴다.
학원에 들어서니 문정씨와 재현씨가 왈츠를 연습 중이다.
둘은 파트너 관계로 늘 붙어다니며 연습을 한다.
헌데 둘이 연습을 하면서 다투는 모습을 종종 보게된다.
다른 고참 학원생들 얘기를 들어보면 다른 커플들도 거의가 다 니가 맞니 내가 맞니 하면서 서로 다툰다고 한다.
아무래도 한쪽의 실력이 확실한 우위에 있질 않거나 아니면 둘 다 어느정도 경지에 다다르지 않으면 각자 배움의 견해 차이로 인해 다툼이 생겨나는 모양이다.
댄스 연습복으로 갈아입고 나오니 춤 연습이 끝난 모양이다.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몸을 풀겸 연습을 하려는데 재현씨가 냉장고에서 음료수 캔을 꺼내와 하나를 건냈다.
"아이고, 잘 먹겠습니다. 오늘 레슨은 받으셨어요?"
"네, 왈츠 수업 받고, 연습도 많이 했어요."
재현씨는 나보다 1년 쯤 댄스 선배다. 게다가 소셜댄스는 5년 전에 배웠다고 하니 그 분야에선 나름 베테랑 이었다.
"오늘 단체반 수업 참여 하시나요?"
"네 참여해요. 탱고 때문에라도 해야되서요."
"탱고가 어렵나요?"
"왈츠를 그동안 더 많이 해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탱고가 더 어렵게 느껴지네요."
나는 경험조차 못해봤으니 뭐라 답변할 말이 없었다.
"탱고는 얼마나 하셨는데요?"
"7개월 정도 됬나요? 한데 아직도 춤추는 자세가 제대로 안나와요."
"정말 어렵긴 한가 보네요."
7개월을 배워도 자세가 안나온다니 진짜 어려운 모양이다.
"저는 아직 사교댄스도 못하는데, 왈츠 탱고가 좀 벅차긴 하네요."
"지금은 좀 힘들어도 정석으로 가고 있는 거에요. 원래 춤은 왈츠 부터 시작해야 기본기를 다질 수 있어요. 사교댄스 같은 걸 먼저 배우면 자세가 망가지기 쉽죠."
왈츠가 댄스 몸을 만드는데 최고라는 소리를 듣긴 했었다.
"왈츠를 할 줄 알면 탱고가 쉽지 않나요.?"
"아니요. 전혀 다른 춤 이에요. 비슷한 부분이 한 20프로 정도나 있을까?"
어느새 다가온 문정씨가 중간에서 말을 받았다.
"어려워도 라틴 종목 보다는 재미있으니 사람들이 라틴댄스 보다는 모던댄스에 투자를 많이 하는 것이죠."
"저도 초보지만 모던댄스가 재미있기는 해요."
나는 웃으며 말했지만 씁쓸하긴 했다. 확실한 재미를 느끼기에는 아직 너무나 긴 여정을 앞두고 있었다.
"자, 수업 시작 하겠습니다."
원장이 사람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수업 참가자가 다 모이고 보니 남자가 4명, 여자가 부원장 포함 4명이다. 부원장도 수업에 참여하면서 한층 면학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잠시 후, 영자 누님이 허겁지겁 합류하면서 여자 1명이 추가되어 5명이다. 며칠전 식당에서 헤어지고 지금에서야 얼굴을 비쳤다.
"왈츠를 처음 하시는 분은 안계시죠?"
"먼저 스트레칭을 해보겠습니다. 항상 춤을 시작하기 전에 스트레칭 하시고 끝날때도 가볍게 해 주세요. 스트레칭을 자주 할수록 춤이 빨리 느는 거에요. 아시겠죠?"
원장의 시범을 따라 스트레칭을 했고, 그게 끝나자 본격적으로 수업이 시작되었다.
"왈츠는 스윙 춤 이에요. 스윙하면 생각나는 게 뭐있어요? 예전에 큰 벽시계 걸려 있던 거 생각 나세요? 동그란 시계추가 왔다갔다 하죠. 그렇게 시계추 처럼 스윙을 하면서 추시면 됩니다."
"왼쪽으로는 이렇게 오른쪽으로는 이렇게, 골반이 끝까지 밀려가고, 몸은 바나나 모양이 만들어 집니다."
원장은 시범을 보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원장의 말처럼 스윙을 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운동에너지가 필요하다. 그것을 얻기 위해서는 디딤발로 바닥을 힘차게 밀어서 몸통을 이동시켜야 만들어진다.
그간 그 운동에너지를 만들어 내려고 부단한 연습을 해왔다. 그 덕분에 하체는 자리를 어느정도 잡았는데 홀드에서는 아직도 미숙한 부분이 많다.
"그리고 두 번째, 쓰리와 엔을 하고 다운한 상태에서 무릅을 먼저 살짝 주세요. 발로 바닥을 눌러서 응축된 에너지를 무릅에 먼저 전달하는 것이죠? 이해 되시나요?"
물론, 몇 번 강조한 내용이라 이해는 된다. 하지만 이해가 된다고 그렇게 춤을 출 수 있는 건 아니다. 머리로는 아무리 기억을 잘 해도 소용없다. 몸이 기억하고 저절로 자연스럽게 나와야지 비로소 습득이 된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그런 식으로 상대방에게 미리 에너지를 전달해 줘야 파트너와 유기적인 춤을 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뒤로 갈 때도 마찬가지로 먼저 무릅으로 뒤로가는 에너지를 주셔야 됩니다."
첫날이라 그런지 유독 이론 설명이 길다. 우리는 파트너를 정해서 다운한 상태로 에너지를 응축해서 무릅을 먼저주면서 스윙하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파트너를 체인지 해서 반복연습을 했다. 그리고 확실히 부원장과 파트너가 되면 연습이 한결 부드러웠다.
"5분 쉬고 탱고 수업 하겠습니다."
순식간에 아쉬운 30분이 지나갔다.
첫댓글
사교춤의 마력과도 같은 묘한 매력을
생초보의 시점에 맛 본 것이
내겐 춤을 향해 달려가게한
불씨와도 같은 행운 이었슴을 알게
되었지요.
일자 초보에게서 해드액션의 탱고 모션을
끌어내는 기의 힘~!
말로 설명이 안되는 황홀한 여운이
한동안 가시지 않더군요.
잊혀지지 않는 어느 노고수님의 한마디,
"미모도 젊음도 몸매도 중요하지 않다
춤 레벨이 비슷한 사람과 " 놀기 위해
시간을 쪼개어 왔노라 하시던...!
나중에 새삼 새삼 깨닫게 되더군요.
사람에 중독 되는 춤이 아니라
오롯이 스며들고 빠져들게 하는 흥겨움!
날라리의 디엔에이가
물 만난 물고기 되어 파닥 거리는 순간의
집중과 몰입의 재미...!
몸이 허락하는 한
음악과 한몸 되어 즐기리라~~임미돠 ^^
댄스는 인생을 즐겁게 살기위한 완벽한
조건을 갖추었어요.
누구나 빨리 배우면 좋은데 여건이 허락해야
가능한 것이죠.
저같은 경우는 여건이 안되는데 무리하여
패가망신한 케이스에 해당합니다.
그래도 댄스는 즐거우니 다행이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