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 사도 바오로의 코린토 2서 말씀 1,18-22
형제 여러분,
18 하느님의 성실하심을 걸고 말하는데, 우리가 여러분에게 하는 말은 “예!” 하면서 “아니요!” 하는 것이 아닙니다.
19 우리 곧 나와 실바누스와 티모테오가 여러분에게 선포한 하느님의 아드님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예!”도 되시면서 “아니요!”도 되시는 분이 아니셨기 때문입니다.
그분께는 늘 “예!”만 있을 따름입니다.
20 하느님의 그 많은 약속이 그분에게서 “예!”가 됩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우리도 그분을 통해서 “아멘!”합니다.
21 우리를 여러분과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굳세게 하시고 우리에게 기름을 부어 주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
22 하느님께서는 또한 우리에게 인장을 찍으시고 우리 마음 안에 성령을 보증으로 주셨습니다.
복음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 5,13-16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3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그러나 소금이 제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다시 짜게 할 수 있겠느냐?
아무 쓸모가 없으니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짓밟힐 따름이다.
14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
산 위에 자리 잡은 고을은 감추어질 수 없다.
15 등불은 켜서 함지 속이 아니라 등경 위에 놓는다.
그렇게 하여 집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을 비춘다.
16 이와 같이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행실을 보고,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는 하느님 나라의 백성인 그리스도인의 신원과 사명을 밝히십니다.
곧 우리의 신원과 사명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
(마태 5,16)
이 말씀은 쌍날칼이 되어 우리의 가슴을 찌릅니다.
왜냐하면 '내가 하는 행실을 보고 사람들이 하느님을 찬양할까? 혹 오히려 욕하지는 않을까?'를 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또 '내 행동이 진정 하느님을 향하여 있는가? 아니면 내 자신을 향하여 있는가?' 또 '내 행실이 사람들 앞을 비추고 있는 빛인가? 아니면 뒤에서 구시렁대며 불평하는 어둠인가?' 를 보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대체 우리는 사람들이 하느님을 찬양하게 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우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여라.”는 말씀이 밝혀주듯이, 우리가 ‘아버지의 자녀’인 까닭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당신의 자녀가 되도록 우리를 사랑하신 까닭입니다.
곧 사랑을 먹은 아들된 자로서의 마땅한 길이 아닐까요!
이는 무엇을 행하느냐는 문제라기보다 '어디를 향하여 여떻게 행하느냐?'의 문제입니다.
곧 무엇을 하든지 자신을 ‘소금처럼 녹이고’ ‘불처럼 태우되’ 그것을 ‘세상이 아버지를 찬양하게 하기 위해서’ 행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먼저 우리의 신원을 “세상의 소금, 세상의 빛”(마태 5,13-14)임을 깨우쳐 주십니다.
이는 우리의 신원이 ‘세상을 향하여’ 있는 존재임과 동시에 우리의 사명을 수행해야 하는 장소가 ‘세상’이라는 사실을 밝혀줍니다.
곧 우리를 ‘세상 향하여’ 비추는 빛이고, ‘세상 안에서’ 녹는 소금이라는 말씀입니다.
곧 세상 안에서 자신을 ‘녹여’ ‘세상’의 부패와 불의를 막고 맛을 내는 ‘소금’이요, 자신을 ‘태워’ ‘세상’을 비추어 어두움을 몰아내는 ‘빛’이 되라는 말씀입니다.
그래서 초대교회의 문헌인 <디오그네투스에게>에서는 “그리스도인은 세상의 영혼”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세상 안에 살되 세상과는 다른 삶을 살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살되 세속 정신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살기 때문입니다.
이는 그리스도인이 자신을 위해서만 살거나 세상과 결별하고서 피안(彼岸)의 세계에만 몰두하고 사는 이들이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되 세상에 물들지 않고 세상을 비추는 이들이요, 단지 어둠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어둠을 막고, 빛을 비추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빛으로 이끌어 가는 이들임을 말해줍니다.
곧 우리의 사명이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살아가는 ‘사랑의 사명’임을 말해줍니다.
그렇지만 우리 자신이 세상을 비출 수 있는 “빛”인 것은 아닙니다.
단지 “빛의 자녀”(요한 12,36; 에페 5,8)로서 빛이신 분으로부터 빛을 받아 그 사명을 수행할 뿐입니다.
그래서 제2차 바티칸공의회의 <교회헌장>(Lumen Gentium)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인류의 빛은 그리스도이시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그리스도의 빛을 받아 비추는 빛의 자녀입니다.
그러니 ‘세상’이 우리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을 찬양하게 하여야 할 일입니다.
바로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신원으로부터 우러나는 우리의 사명이라 할 것입니다.
아멘.
<오늘의 말·샘 기도>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마태 5,16)
주님!
빛이 불타오르게 하소서.
제 안에 심으신 심지에 불을 붙이시고, 제 몸을 녹여 빛이 되게 하소서.
어둠을 피하지만 말고, 막고 부수게 하소서.
빛을 비추지만 말고, 껴안고 이끌게 하소서.
제 행실이 사람들을 비추고, 세상이 당신을 찬양하게 하소서.
아멘.
- 양주 올리베따노 성 베네딕도 수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