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처음 김희선을 본 때가 기억이 난다. 이쁘다 못해 너무너무 화려해서 감탄이 절로 나올 지경이었다. 그렇게 김희선이란 여자는 당시 연예계를 주름잡았던 최진실을 능가하며 20대 최고의 '아이콘' 으로 한국 연예계에 우뚝 섰다. 하는 드라마마다 대박이 나고, 하는 악세서리마다 전국의 유행 스타일이 되어 버리던 그 때 김희선은 어떤 배우, 어떤 스타였을까. 연예계 사람들이 말하는 '스타' 김희선은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
요즘 인기 드라마 [온에어] 의 모습을 보면 오승아의 '오만방자' 한 태도가 "진짜 저런 스타가 있을까?" 하는 궁금증까지 낳게 한다. 4월 10일자 [온에어] 방송을 보면 오승아는 대본 연습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제작진에게 으름장을 놓으며 대본 연습을 파행으로까지 몰고 간다. "난 한 번도 대본 연습 해 본적 없는데? 끊고 가면 되죠." 라고 퉁명스럽게 말하는 오승아의 모습은 마치 신인시절 김희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드라마 [컬러] 로 스타덤에 오른 뒤, 10여년 간 톱스타의 자리에 '군림' 했던 김희선의 특기사항 중 하나는 바로 '대본' 연습 안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2001년 1월 19일자 'Living OK' 의 기사를 보면 김희선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김희선이 스타로서 정점에 섰던 1990년대 중후반에 이른바 '대본 강독회' 라고 불리는 대본 연습은 김희선이 가장 싫어하는 것 중 하나였다고 한다.
김희선이 워낙 대본 강독을 싫어하자 드라마 제작사나 영화 제작사도 굳이 김희선에게 대본 연습을 강요하지 않았고 김희선의 연기톤이 감독이나 작가의 마음에 들지 않아도 대부분 '김희선 식' 으로 진행됐다. 스타 김희선의 출연이 곧 드라마 흥행에 직결되어 있는 상황에서 '감히' 김희선을 건들 수 있는 감독과 작가는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이었다고.
게다가 [온에어] 속 오승아를 보면 선배 배우들과 함께 하는 대본 연습에서도 '건성' 으로 일관해 선배 배우들과 제작진의 부아를 돋구는 장면을 볼 수 있는데 신인시절 김희선이 또한 그랬다. [목욕탕집 남자들] 에서 천방지축 막내딸 역을 했던 김희선은 극 중 역할만큼이나 자유분방해서 제작진과 선배들의 기운을 쏙 빼놓기로 유명했었다고.
드라마 제작사 삼화프로덕션 대표인 신우택 대표의 말에 따르면 하루는 김희선이 선배 강부자의 전용 의자에 앉았었다가 강부자에게 혼쭐이 났었다고 한다. 선후배 위계가 엄격한 탤런트실인데다가 하늘 같은 선배인 강부자의 위엄에 모두 기가 죽을만 했는데 당시 갓 19살이었던 김희선은 "그래요? 이름표가 써져 있는 것도 아닌데 니 의자 내 의자가 어딨어요?" 라고 말대꾸를 해 한 동안 선배들의 눈칫밥을 먹었다는 재미난 이야기가 전해진다.
강부자와의 악연은 여기서 끝난 게 아니라서 의자 뿐 아니라 강부자 전용의 거울까지 맘대로 써 또 한번 혼쭐이 났다. 분장실에서 우연히 쓴 거울이 하필이면 '벼르고 별렀던' 강부자의 거울이어서 김희선은 다시 한 번 선배의 무서운 맛을 톡톡히 볼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이후에도 김희선은 여전히 천방지축, 자유분방해 '젊은 게 좋은 것이란 걸' 선배들에게 당당히 보여줬었다.
삼화 프로덕션 신우택 대표는 김희선에 관해 이런 이야기도 꺼내 놨다. "당시 어려서 끼는 있었는데 놀기를 좋아해서 노력을 안 했다. 하도 노력을 안 하길래 왜 그리 노력을 안 하느냐고 충고를 했더니 2달 동안 연기연습을 해 결국은 OK 사인을 받아내는 강단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워낙 끼가 넘치다 보니 극 중 차분했던 드라마 캐릭터는 결국 천방지축 캐릭터로 수정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온에어] 에서 또 하나 눈에 띠는 대목이 작가 서영은과 배우 오승아의 '주도권 싸움' 이다. 뺏느냐, 뺏기느냐로 언제나 갈등 상황을 몰고 다니는 그녀들의 관계는 손에 땀을 쥐게 할 정도로 팽팽한데 과거 [목욕탕집 남자들] 의 작가 김수현과 배우 김희선이 그랬다. 김수현은 "쟤가 내 드라마 출연하면 난 드라마 안 쓴다." 며 김희선을 대본 연습실에서 내 쫒을 정도였고 톡톡 튀는 김희선의 개성 때문에 대본 수정에 골머리를 앓았다고 한다.
당시 문화일보 문화부 기자였던 양성희는 "화려한 겉모습에 머리는 '진공상태' 처럼 보이는 천방지축 김희선이 [목욕탕집 남자들] 에 캐스팅에 된 것 자체가 엄청난 의외다." 라는 이야기를 해 김수현과 김희선의 갈등이 심각했음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김희선의 대본에는 항상 "연기 좀 똑바로 해 주세요." 라는 김수현의 주문이 하루도 빼 놓지 않고 적혀있었다는 전설 같은 '소문' 도 전해진다.
정승 같이 으리으리한 집에 '간지' 를 중시하는 오승아의 모습 역시 과거 김희선과 비슷하다. 김희선은 97년에 일본잡지 JJ와의 인터뷰에서 샤넬, 구찌 같은 명품을 좋아하며 외제차를 3대나 갖고 있다고 자랑을 해 IMF 를 겪고 있던 일반 서민들에게 상당한 자괴감을 안겨줬다. 그 때문에 김희선은 드라마 [웨딩드레스] 에서 사치스럽고 천방지축의 상징이었던 '폭탄머리' 를 얌전한 생머리로 바꿀 수 밖에 없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cfs4.tistory.com%2Fimage%2F20%2Ftistory%2F2008%2F04%2F12%2F02%2F04%2F47ff9a29bc3bf)
위에 거론한 공통점들만 살펴봐도 [온에어] 속 오승아가 톱스타가 되기 전에 장기준 사무실에 '김희선' 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걸려 있었던 것은 아마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방송가에 전설처럼 떠 도는'스타' 김희선이 만들어 냈던 스캔들과 소문도 이제는 웃으며 말할 정도로 시간이 많이 지났다. 이제 김희선은 20대 철없던 천방지축을 지나 30대의 완숙미를 간직한 한 남자의 여자이자 배우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목욕탕집 남자들] 에서 강부자와 함께 김희선 교육에 골머리를 썪었었던 원로배우 이순재는 "김희선만큼 노력하는 배우가 없다. 내가 본 배우 중 김희선은 가장 이쁘고, 가장 열심히 한다. 김희선이야말로 진짜 배우다." 라며 김희선을 추켜세우기도 했는데 원로배우의 후배 사랑이 조금은 과장 돼 보이기는 해도 확실히 김희선이 변했다는 것은 느낄 수 있다.
'Living OK' 에선 이런 대목도 보인다. "천방지축 김희선이 변했다. 대본 강독회를 전혀 하지 않던 그녀가 직접 대본 강독회에 나서고 있고, 동료 배우들과 선배들에게도 전에 없이 예의바른 모습으로 변했다. 3~4시간씩 지각을 해 촬영을 펑크내 버리던 과거 김희선이 확실히 어딘가 달라진 것 같다."
[목욕탕집 남자들] 에서 김희선을 죽어라 싫어했던 김수현도 이런 말을 남겼다. "영화 '와니와 준하' 를 보니 확실히 달라진 걸 알겠더라. 많이 성숙해졌고 이뻐졌다." 드라마 [불꽃] 에서 "난 그렇게 지만 잘난 줄 아는 애는 안 써요." 라며 김희선을 '팽' 해버리던 것에 비하면 상당한 진전이다. 김희선과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던 윤석호 PD가 "내가 본 사람 중 가장 자유로웠던 영혼이 김희선이다. 참 재밌는 친구였는데 어느 순간 어른이 되어 있더라." 고 말한 것을 보면 '스타' 김희선도 세월 앞에서 제법 어른이 되어 버린 모양이다.
드라마 [온에어] 속 오승아와 김희선. 오승아는 여전히 작가와 감독 앞에서 '꼬장' 을 부리는 못된 스타지만 김희선은 더 이상 과거 '천방지축'에 자유로웠던 스타 김희선은 아니다. 김희선이 10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인격적으로 몰라보게 성숙해 진 것만큼 [온에어] 속 오승아도 연기를 배우고, 눈물을 흘리면서 진짜 배우로 태어날 수 있을까. 아마 오승아가 김희선을 모델로 태어난 인물이라면 틀림없이 '좋은 인성' 을 간직한 진짜 배우로 거듭날 수 있을 듯 싶다.
블로그 뉴스에서 퍼옴
헐 희선이 대단했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첫댓글 작품보는눈이 꽝이라그렇지 쩔었었지ㅠㅠ
김희선 드라마 다 개흥행하지않음?? 영화보는 눈은 좆구렸지만...
삭제된 댓글 입니다.
2
3 전나 ㅋㅋ 한입만 먹은것도 아니고 닳냐
이런 눈치안보는 여자캐릭터 존나조아..
엥 존나 이상한여자였네 존나별로 존나이상...
초반에 자기 직업의식도 없이 연습도 안하고 그런것빼고는 뭐 딱히 ㅋㅋㅋㅋㅋㅋㅋㅋ의자 거울이 뭐 음식도 아니고 난 그런거 전용의자 뭐이런게 있다는게 더 웃김ㅋㅋㅋㅋ위계질서 좋아하네 꼰대질이지
여자가 어렸을 때는 저럴 수도 있지 뭐~
지금은 어른스러워졌다니 된거지
근데 김희선은 뭔가 다들 어휴 철없다 그러면서도 이뻐하는 느낌..? 미워할 수 없는 동료인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