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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중 1일차, 용각산 방동 임도(연장 약 20km).
참 오래전의 인연이다.
하지만 길 위에서 다시 만나는 일은 반가움에 더한 무언가가 더 있다. 밀려 있는 이야기들도 많지만 많은 길꾼들 사이에서 그럴만한 여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두고두고 남겨 놓는 것도 그럴듯하다.
산구절초, 쑥부쟁이 등이 피어진 숲길은 타원형의 앙증맞은 머루가 마침맞게 익은 숲길은 포도 송이보다 작은 산머루가 적당하게 익어 단신맛을 자극하는 숲길은 이제 정말이지 가을색을 칠해간다.
녹음이 짙었던 산곡간은 늘 푸르를 것 같았지만 세월을 이길 장사가 없다는 말처럼 정말 색의 옷을 갈아입기 시작한다.
단풍잎, 복자기나무의 잎처럼 붉은 빛이 돌기도 하고 가래나무나 생강나무처럼 노오란 색으로 물들기도 하고 많은 수종들이 고운 파스텔톤으로 스스로 계절의 색을 칠해가면서 세월을 따르는 모습은....
참 자연은 그저 아름답다는 생각뿐이다.
그런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걸을 수 있는 용각산(방동임도)의 숲길(林道)은 꿩밭고개에서 부터 하향이라 걷기에 편안하다.
처음 버스에서 내린 고갯마루에서 바라보면 우리가 자주 갔었던 곰배령이 눈에 들어오고, 곰배령을 중심으로 그 오른쪽으로는 챗목~호랑이코빼기~가칠봉~상치전으로의 장쾌한 등산로의 능선이기는 하지만 도보를 하기에도 안성맞춤의 길이 거의 수평선처럼 열려져 있다.
그 반대로 다시 곰배령을 중심으로 우로 바라보면 곰배령보다 높은 위치에 있는 작은점봉산이 자리를 하고 있고, 다시 북으로 약간 방향을 틀면 점봉산 정상이 설악산을 가로 막고 있지만 설악산이 조금 더 높아 키재기하는 꺽다리의 머리가 살포시 보이는만큼 위치해 있다.
점봉산의 정상은 설악산의 서북주능선과 한계령길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길게 늘어져 있고, 그 남쪽의 아래로는 이름이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산꾼들에게는 잘 알려진 가리봉이 버티고 있다.
점봉산의 정상에서는 다시 북으로 망대암산과 한계령으로 그리고 연하여 백두대간의 장쾌한 능선과 마루금을 긋고 있으며, 또한 남으로는 단목령~북암령~조침령~갈전곡봉~구룡령으로 백두대간의 남진하는 길들이 열려 있다.
걸음을 염두하여 걷는 분들에게 아주 오래전부터 특별 기획으로 백두대간의 길을 여러 차례에 걸쳐서 걸어보시라고 참 많이 권했었다.
나는 인제 펜션에 지내면서 부터는 인제 밖으로 나가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니지만, 펜션에 찾아 오시는 손님분들, 길꾼들과 함께 여기서 끊어 움직일 수 있는 백두대간의 길을 몇 코스 정도를 일정을 잡아서 일부러라도 체험의 기회가 되도록 다녔었다.
물론 인제에서 자리를 잡기 이전에는 끊어서 여러 차례에 걸쳐서 거의 백두대간을 종주하지 않았나 싶기는 하지만.....
내가 느끼는 감정과 길꾼들이 느끼는 감정이 다를 수는 있겠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 나라의 지형, 땅의 호랑이 허리에 해당하는 백두대간은 말하지 않아도 매우 의미가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산티에고 순례길 혹은 미국의 에팔레치아 트레일이든, 제주의 올레길이든, 지리산의 둘레길이든.... 그 의미를 두고 걸을만한 참 좋은 길이 산꾼들만의 점유물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길꾼들에게도 이제는 백두대간을 기획해서 2~3년간에 걸친 대 역사를 해보실 것을 적극 권해 드린다.
인제에서 지내면서 펜션을 운영한 것이 벌써 햇수로 8년째가 되었다. 시설이 매우 유별나게 고급스럽지도 않으면서.... 다만 나와 같은 길꾼들이, 산꾼들이 하루 머물며 인제에 관한한 걸음의 정보를 충분히 가지고 있으면서 공유할 수 있는 쉼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하룻 저녁 함께 간단히 술 한잔 나누면서 인제 지역의 구석구석을 막힘없이 원하는대로 모두 제공해 드리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펜션에서 지내는 나만의 생각이다.
@ 펜션에서 기르는 고양이 "깜돌이"가 제 임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
이따금씩 도보 모임에서도 이 나라의 자연휴양림을 중심으로 하루 야영을 하면서 휴양림 주변의 산책로를 탄력적으로 만들어보면 하루 혹은 반나절 정도의 길걷기 코스를 찾을 수 있다. 더하여 야영을 하면서 1박 2일간 휴양림을 중심으로 코스를 잡아 걸음을 하기에 충분한 여건이라고 생각한다.
방태산 자연휴양림만 해도 매표소에서 휴양림 길을 따라서 그리고 산책할 수 있는 탐방로나 혹은 일반 등산로를 따르면 아침가리 임도와 연계하여 1박 2일간을 즐기기에 충분한 길을 가지고 있다. 그 것이 요즘의 지자체가 나름대로의 근사한 이름을 만들어서 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루 무리지어 야영을 하면서 보내는 프로그램 또한 몇 분에게 권했었는데, 아직까지 도보의 문화와는 거리가 다소간 있는 듯 하다.
걸음은 걷는 것을 넘어 지금보다 더 다양한 형태로 접근할 충분한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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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 중 2일차, 아침가리 임도..
인제에서 걸었던 길 중에서, 그동안 여행을 다니면서 갖는 느낌중에 아침가리 숲길만한 길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아침가리만해도 걸을 수 있는 길이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방동약수~아침가리고개(조경령)~폐교~명지가리~ 월둔고개~광원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월둔고개에서 구룡덕봉으로 오르는 임도도 있고, 아침가리 고개에서 우측 능선을 따라 걸음짓을 하면 매봉령으로 가는 길과 만나고 그 곳에서 휴양림으로 길을 계획할 수도 있다.
나에게 길은 단순히 걷는 다는 의미 외에 많은 동무들을 만나게 해준 인연의 통로다.
처음 긴 거리를 걸어본 것은 아마도 중학시절 사촌 형집엘 갔었는데, 은근히 차비라도 기대하고 갔지만 그날따라 나에게 쥐어진 용돈이 없었다.
어린 마음에 형에게 차비 좀 달라고 말도 못하고... 그렇게 집으로 돌아가는 길도 모른체 내가 타고 왔던 버스가 움직이는 방향을 거슬러서 결국은 저녁 느즈막한 즈음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금생각해보면 시흥동에서 신촌까지가 아니었나 싶다.
그 반나절동안 길을 걸으면서 어린 시절 중학생은 뭘 생각했을까?
아마도 사촌형이 차비라도 보태주지 않은 것에 대한 서운함? 밤 늦기전에 집에 도착할 수 있을까? 나도 그때엔 어떤 생각을 하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아뭏튼 길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숨"만큼은 재미가 있었다.
꿈틀거리면서 역동적인 그림의 도심은 어린 아이에게는 여행에 대한 아련한 꿈을 심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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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그러함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사촌형은 고인이 되었지만, 언젠가 산소에서라도 한번 물어 볼 생각이다. 그때 왜 늘 주던 차비를 주지 않았었냐고.....
어제와 오늘, 정말 반갑고도 함께하여 행복하였다. 아침가리 폐교에서 지원 차량의 회수때문에 광원리까지 같이 갈 수 없는 점은 아쉽지만 언제인가 또 동무들을 다시만나 좋은 길을 함께 할 날을 기대해 본다.
우리는 "끝이 없는 길"을 걸으면서 또 새로운 길을 생각한다. http://www.youtube.com/watch?feature=player_embedded&v=XSed6-p0cw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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