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겁이났다 유쾌하게 저녘식사를 마치고 귀가했는데 갑자기 허리가 뻐근했다 자고일어나면 낫겠거니 대수롭지않게 여겼는데 웬걸 아침에는 침대에서 일어나기 조차 힘들었다 그러자 하룻밤 사이에 사소한 일들이 굉장한일로 바뀌어 버렸다
세면대에서 허리를굽혀. 세수하기 바닥에 떨어진물건 물건을 줍거나 양말을 신는일 기침을하는일 앉았다가 일어나는일이 내게는 더이상 쉬운일이 이니었다 별수없이 병원에 다녀와서 하루를 빈둥거리며 보냈다 비로소 몸의소리가 들렸다
실은그동안 목도 결리고. 손목도아프고 어깨도 힘들었 노라고, 눈도 피곤했노라 몸구석에서 불평을 해댔다 언제까지나 내마음대로 될줄 알았던 나의몸이 이렇게 기습적으로 반란을 일으킬줄은 예상조차 못했던터라 어쩔줄몰라 쩔쩔 매는중이다 이때 중국 속담이 떠올랐다 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 위를 걷는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다니는 것이다
예전에 싱겁게웃어넘겼던 그말이 다시생각난건 반듯하고짱짱하게 걷는게 결코 쉬운일이 아님을 실감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프기전과 후가 이렇게 명확학게 갈리는게 몸의신비 가아니고 무엇이랴 얼마전에는 젊은날에 윗분으로 모셨던분의 병문안을 다녀왔다
몇년의걸쳐 점점 건강이 나빠져 이제그분이 자기힘으로 할수있는것은 눈을깜빡 이는정도의 불과했다 예민한 감수성과 날카로운 직관력으로 명성을 날리던 분의 그런모습을 마주하고 있으려니 한때의 빛나던 재능도 다소용 없구나싶어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