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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상 한다고 모둔 기억이 떠 오르는건 아니며
지운다고 지워지는 기억 또한 없다---
엘범을 뒤적이다 색바랜 사진속에서 만난지 꽤 오래된 친구를 보고
문득 떠오르는 웃움이 있어 4반세기를 거슬러 글로 옮겨본다
오늘은 무엇을 하면서 하루를 보내야 할까...
오후에 서울역 광장에서 J를 만나기로 했는데...
또다시 시덥지 않는 농담이나 주고 받으면서
오늘도 어제와 똑같은 하루만 지나면 무얼 했는지
기억에도 남지 않을 그런 무미건조한 하루를
보네야 하나...
서울이란곳은 돈이 없으면 즐거움도 없다
어째서 서울이란 곳은 꼭돈이 있어야만이 즐거움도 가능한 삭막한 곳 일까...
가시나를 보는 내 야시시한 눈빛도,
가시네가 보내는 야릇한 시선도,
주머니가 비어 있는한
다음으로 연결되는것을 허락치 않는구나...
마음에 답답함은 늘 몸을 뒤척이게 만든다.........
똑.똑.똑...
"도련님 전화 받으세요!"
문밖에서 꾀꼬리 소리 보다 청량한 둘째 형수목소리가 들려 온다
...J의 전화인것 같은데......
.....이른 아침부터 갸가 웬 전화지?......
그때 우리는 오후에 만나는게 불문율이였다
우리 둘 사이에 아침 일찍부터 만나야할 각별한 우정이 있는것도 아니고
또 문화생활을 즐길수 있는 돈주머니를 가지고 있는 각자들은 더더욱 아니 여서다...
전화선을 타고온 J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소근거린다
어라!..
평소에 필요 없이 음성이 높아서 경박스럽게 들리던 목소리가
어쩐일인지... 오늘은 낮고 진중하다
"종민아! 오늘은 쪼깐 일찍 만나야 것써야"
J의 목소리가 기쁜 소식 전하는 이른아침- 까치 울움소리처럼
두박자 리듬을 탄다
덩달아 내 목소리도 달밤에 보리밭으로 님 만나러 가는
큰애기 가슴처럼 한껏 부풀어 오른다
"왜? 뭔-좋은일 생겼야?"
잠시 뜸을 들이던 J가 그런다
"어제 너하고 헤어져 집으로 들어 가는 길에
지갑을 주섰는데...오늘 너 하고 의논 좀 해야 것 써야!?"
이게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인가-
지갑을 줏었다는 J의 말에 내 혈관속에 잠잠이 흐르듯, 말듯, 하던 피가
가파른 낭떨어지를 만난듯
갑자기 소용돌이 친다
무료함 이란 단어가 저멀리 달아 나더니
내 눈동자에 아직것 살아 있음에 희열이 돈다
"얌마! 그런 일이라면 일찍 만나는게 아니라...
지금 당장에 만나야지!"
마음이 바빠진다...그래서 난 J의 맘이 변하기전에
단단이 오금을 박았다
"너! 지금 바로 서울역으로 출발 해라!
나는 이미 출발 해부렀다"
지갑을 주섰다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일로 평소에 흠모하고 존경하는 친구에게
의논 까지 할 정도라면 문제는 생각 만큼 그리 간단치가 않다
지갑이 흔히 길거리에 흘려있는 그런 보통지갑이 아닐것이다
아마도...
딸러가 뭉치로 들어있는 양놈 지갑을 주운게 분명하다
그래-이번참에...
지갑을 주울때는 비록 친구 혼자서 외로이 줍게 하였지만
그 안에 웅꾸리고 있는 돈을 쓸때 만큼은 결코 또 다시 친구를 혼자 외롭게 만들지 않는...
그런 끈적거린 우정을 나누어야 겠다
"형수님 오늘은 사업상 불가피 밖에서 자고 와야 할것같네요"
그말을 채 맺기도 전에 내 몸은 이미 문밖에 나와 있다
"도련님! ,그래도 잠은 꼭 집에 들어 와서 주무세요"
문넘어 들리는 형수님 목소리가 전혀 의무사항이 아니게 귀에 닫는다
서울역 광장벤치에 앉아있는 고민에 가득찬 J의 얼굴이
크게 확대 되더니 나의 두 동공을 가득 메운다
많이 양심적인 놈.....
상당이 도덕적인 놈.....
그리고 결정적으로 너무나 착한놈.....
무얼 그리 고민 하나~~
하늘이 너무나도 착하고 선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잠시 빌려 주었다고 생각하지...
--이담에 우리가 돈 많이 벌어서 지갑에 돈뭉치 가득 담아 일부러
길거리에 흘리면... 오늘날 양심과 도덕의 경계에서 고뇌했던 이 시절을 회상하며
비긋이 미소짓지 안겠는가....
"세상에 둘도 없는 가장 가까운 나의친구 J야!-
그래--간밤 잠 자리는 편안 하셨는가!"
갑자기 간사스러진 내 목소리에~
J가 잔뜩 움츠리면서 경계의 몸짓을 한다
"어째 갑자기 나를 그렇게 부르냐? 사람 성가시게..."하면서
지 왼쪽 팔둑에 돗아난 닭살을 오른손 까만 때가 낀 길다란 손톱으로 대패질을
한다...더러분 놈....--내 이제것 살아오면서 J의 손톱이 단정하게 다듬어진
꼴을 본적이 없다----
나는 애써....... 역겨운 J의 청결 상태를 못-본척 무시하고 다음말을 이어 갔다
"나의 친구J야! 우리 간만에 다방에 들어 가서
계란 노른자 둥둥 떠있는 쌍화차를 마시면서--
무엇이 도덕적인가,---
과연 양심적인 것이란 또 무엇인가--
우리 그런것들에 대해서 허심탄회하고 진지하게 토론해 보세나!"
멍한 눈빛으로 내 열변을 경청하던 J가 서울역광장을 휘들러 보더니
어눌한 어투로 답변을 해온다
"아니~저.... 여그가 널찍하니 조타야!"
야-봐라~사람에게 갑자기 주체 못할 재물이 생기면은
그 사람 인간성이 더러운 쪽으로 변한다 더니...
세끼가 쌍화차 한잔값이 아까워서....
새끼를...
성질 같아선 한마디 쏘아 놓고 돌아서고 싶지만...
지갑을 주운것도,현제 소유도, J인지라....
어-이 경거망동 할수있겠는가.
"그래 의논할것이 무엇이냐?"
나는 감정을 숨긴채 목소리를 사무적으로 바꾸어 물었다
나의 갑자기 싸늘해져 버린 모습에 주늑든듯한 J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어제 지갑을 주섰는데..."
"그말은 아까 전화로 했잔야!?"
"거기에 돈은 한푼도 없고 흐칸 종우데기에 자기앞수표,
그리고 아라비아 숫자로 십만원정 이라고 써져 있드라"
갑자기 백사장에 그려본 꿈의 일부가 파도에 휩쓸려 지워지는 기분이다---
저-밑바닥에서 뭔가 꿈틀거리면서 서서히 입가장자리로 치고 올라온다
그러나 흥분과 분노는 아무리 늦게 해도 허물이 될수 없다
"어이-J-그러닌까...
지폐라고는,그 흔하디 흔한 한국은행에서 발행한 것도 한푼 없단 말이야?"
"그러치"
이런-개닮은놈이 있나........
친구에 꿈을 이렇게 처절하게 짓밟는 대답을 이리도 쉽고
간단명료하니 단 한마디로 할수있다니...
"그러닌까...우리 정리 좀 해 보자--
지갑에 다른 아무것도 없고 자기앞수푠가 본인앞수푠가 그것
달랑 한장 들어 있었다는 말 아니냐?"
"그렇치-내가 안들어 있는것을 들어 있다고 하것냐-
들어 있는것을 안들어 있다고 하건야-너하고 나 사이에.."
참-언제 들어도 대답 하나만은 거침 없이 시원시원한 J이다
허탈이란 단어가 날 잠식한고...
맥빠진 내 음성은 J를 향해 비아냥 거린다
"너- 겨우 고것 가지고 바쁜 사람 해 뜨자마자 불러 낸야!?"
가소롭다는 듯 J가 맞받아 친다
"니가-바뻐야?!"
하이고~이쁜 가시네랑 장에 들어가서 잠자는것은 그렇타 쳐도...
점심 저녁은 어이 할거나...
이럴줄 알았드라면 형수가 차려준 아침밥이나 꾸역꾸역
쳐 넣고 나올거신디...
오늘 하루도 허기랑 어깨동무하고 수도꼭지에 수없이 입맞춤을 하면서 하루를 보낼 일을 생각하니-
벌써 뱃가죽이 등짝에 달라붙는것 같다
한참을 부시럭 거리던 J가 꺼내논 난생 처음보는 자기앞수표을 접하는 순간
작게나마 간직했던,일말의 기대가 와르르 무너져 내린다
J의 말마따나 흐칸 종우데기에 끄만 글씨로 써져있는...
볼품 없이 조잡하기 그지 없다...거기에 10만원의 가치가 숨겨 있리라고는
도저이 믿겨 지지 않는다
내가 말했다
"J야! 우리... 진실의 실체에 접근하기 위해서 우리 서로에게
정직해 보자"
J가 말한다
"아따- 너는 얼굴도 잘 생겼씀시로 말도 멋지게 해야..."
나는 J의 당연한 칭찬을 무시하고 말을 이어 갔다
"J야! 너... 천원짜리 그리기가 쉽것야?이딴 십만원짜리 수표 그리기가
더-쉽것야?
"그야- 당연이 수표 그리기가 더 쉽지...너는 그것도 문제라고 낸야?"
문제란 말에 긴장하던 J가 환한 미소로 대답한다
"그럼,J야 천원짜리그리는데 물감이 많이 들것야?
십만원짜리 수표 그리는데 물감이 더 많이 들것야?.."
J가 대답한다
"당연이 천원짜리지...천원짜리는 앞뒤로 다 그려야 하고...
칼라가 많이 섞였잔야...."
더욱 의기양양해진J가 쉬운 문제에 자신감이 생겼는지 한점 망설림 없이 대답한다
"그래~맞다 J야 ! 세상사 삼세번이라고....
이번이 마지막 세번째 문제다...
그럼 천원짜리 몇장이 모여야
십만원이 되냐?"
손가락을 한참 꼽아보던 J가 의기양양하게 그런다
"그야-딱 백장이지!--"
(에구--그것도 무슨 계산할게 있다고 손가락 꼽기는....)
내 질문에 무슨 올가미가 도사리고 있는줄, 전혀 눈치 못챈 J가
찍찍이에 달라 붙는 똥파리처럼 덥석덥석 대답한다
이미 진실을 확인 했기에 분노를 표출해도 더 이상
손해 날게 없겠다--
"그래! 이- 시바노마!
그렇다면 십만원 짜리 수표를 그릴려면
천원짜리 그리는것 보다 꼭 100배는 어려워야 하고
물감 또한 딱 100배는 더 들어 가야 할것 아니냐!?..."
"너 사람들이 왜 밖에 나가서 쎄빠지게
일하는 줄 아냐?!"...
여전히 자기 과오를 반성 할줄모르는J가 우렁차게 대답한다
"어째서야?!"
나는 한동안 J를 바라보다...또박또박한 음성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천원짜리 그리는것 보다
밖에 나가 일해서 천원 벌기가 더 수월해서가 아니더냐!..".
찍찍이에 달아 붙어 버둥데는 똥파리를 바라보듯
나는 가엽쓴 J를 더욱 혼돈속으로 몰아 넣었다
"이것이 십만원 짜리라면---
사람들이 집에서 편안하니 앉자 십만원짜리 수표나
그리면서 살아가지...
뭘-라고 땡-볕에 나가서 쌔빠져라 삽질 하건야--....
나도 이딴건 빈둥빈둥 놀면서도 하루에 다섯장은 그리겠다"
말문이 막혀서 한동안 답답해 하던 J가 그런다
"허-어! 환장 하것네...어디서 들은게 이것도 현금하고
똑같이 쓸수 있다고 하드라야..."
"어떻게?"
"그야- 나도 모르지...그것이 오늘 너하고 나하고
풀어야 할 숙제다"
그 당시 우리는 군대가서 서른석달을 뺑이치다,개구리복 입고
서울역에 막 도착한터라...
어음이 무엇인지...
생전 처음 보는 수표는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지 못했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J가 그런다
"우리 문래동 정재한테 가보자"
"정재는 알까?"
고개를 끄덕이던 J의 입에서 친구로 사귀던중 처음으로 희망이 가득 담긴 대답이 나온다
"갸는 그래도 성실이 경제생활 하잔야"
성실같은 소리하네... 허구헌날 가게에서는
낙장하면 불입이요-밤이 일이면 낮은 장이요나 하면서
사자성어 놀이나 하고...
안그러면 당구장에서 죽치고 돈따먹기 당구나 치는 것도
성실한 경제활동이냐...(생각만 그렇게 했음)
"그래... 우리 경제의 산증인한테 가 보자"
문래동으로 가는 시내버스에 배고픈 몸을 실고 얼마쯤 가는데...
쭉쭉빵빵이 겁도없이 완전무방비상태로......
우리가 선점하고있는 공간속으로 그 빵빵하고도
먹음직스런 몸을 내맞긴다.......
J의 가벼워서 경박스런 몸땡이가 재빨리 가시네 뒷쪽에
찰싹 달라 붙어서 본격적으로 능청을 떤다....
잠시후-J의 눈이 게슴츠래 감기는게 아마도 특정부위의 감각을 극대화 시키는 모양이다.
............
그렇게 시내 버-스는 아무런 생각 없이 문래동을 향해 간다
한참을 즐기던? 가시네가 J를 돌아 보더니....
눈가장자리를 위로 칫겨 뜨고, 검은 동자는 좌방향 45도로 돌리면서
"아저씨! 자리도 넓은데 왜 그렇게 찰싹 달라붙어 있어요"
하더니 빈곳을 찾아 자리를 옴겨 버린다
쭉쭉빵빵 엉덩이가 떠난 빈 자리에 뾰족이 돌출된 J의 보잘 없는 그 실체가
허공에서 꺼덕거리고 있다---에구~새끼는.... 배고파 죽것다 하면서도
아직 그것 새울 힘은 있는 모양이다
민망해 하던
J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더니~~
"햐-저것을...정말 아픔을 한번 느끼게 해줘 버려..."
J의 실체를 알고 있는 내 입가에 비난의 조소가
드리워 진다
"얌마! 저렇게 발랑 까지게 생겼는데,니가 한다고
아픔은 고사하고 느끼기라도 하겠냐...?"
대답을 못찾아 곤욕스러하던 J가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해답 찾은 수학자 처럼 희열에 들떠서 말한다
"그럼 한번 접어서 해버리지"
순간 J의 말뜻이 전혀 헤아려 지지 않는다
"뭘?...말하냐?"
"아야!-그것을 한번 접어서 해불믄 길이는 짧아져도
두께는 두배가 될것 아니냐...ㅋㅋㅋ"
"썩을놈...그 단단한게 접어지냐?.."
"멍청이...그랑게 미리 접은 다음에 세우면 되지....ㅋㅋㅋㅋ"
순간--접어서 세우느라 낑낑거리고 있는 J의 모습이 그려지면서
참을수 없는 웃움이 터진다
푸하하........ㅋㅋㅋ
한번 터진 웃음은 멈춰지지가 않는다
좁은 공간속에서 비난의 시선이 집중되어도...
쪼그려 앉자 고개를 숙이고 혀를 깨물어도...
이젠-- 고무 튜-브에서 바람빠지는 괴상망측한 소리가 되어
더욱 사람을 난처하게 만든다
J의 비열한 복수가 시작된다
"종민이 너 어디 아프냐?"
죽일놈...
주접은 J가 떨었는데-
바보는 내가 되는구나.....
주위에 따갑게 쏟아지는 눈총이 십자포화를 이루며 거죽 얇은 내얼굴에 작열한다
낮이 뜨거워 도저이 목적지 까지 이 버스 안에서 머물을수가 없다
아직 문래동까지 가려면 한참인데...
별수없이 우리 둘은 채 영등포역도 못미처서 시내버스 안내양한테 "안녕히 가세요'
정중이 인사하고 하차했다
미안한줄은 아는지..영등포역까지 한참 조용히 걷던 J가 역전앞을 막 돌아서면서
한마디 한다.
"와-따! 걸어간게 여자들을 훨신 많이 보것다!"
그럼 그렇지...
J 니가 미안해 하거나 반성할놈이 결코 아니지...
나는 가던 걸음을 멈추고 세수도 않은 J의 얼굴을 한동안 바라 봤다
왜 저리도 세수하기를 싫어할꺼나........
-저놈이 세수를 하도 오랫동안 안해서
때가 많이 끼어서 얼굴 가죽이 저리 두꺼운걸가...?
지금 순간 나도 세수 안하고 두꺼운 얼굴로 세상을 뻔뻔히 살아볼까도 싶다--
J는 지나가는 여자들 처다 보느라
내가 저를 바라보면서 무슨 심각한 생각을 하고 있는 줄도 모른채
무엇이 그리 좋은지 희죽거리면서 걷고 있다
저리도 여자가 좋을까?
물런 정상적인 성적 취향을 가진 남자 치고 여자 싫어할 이 있으련만
J의 지나친 성적인 관심도는 상위 1% 안에 넉근이 들것이다
월등했던 중학교 때 학업성적 그대로다
"얌마! 버스 안타고 정제네 가게 까지 계속 걸어 갈거야?"
여자 바라보기에 여념이 없는 J가 건성으로 대답한다
"빨리가면 뭐하냐...날씨도 션한데, 구경삼아 슬슬 걸어가지...
기름 한방울 안나오는 나라에서..."
간만에 J가 애국 하자고 한다
그렇게 둘이는 얼토당도 안는 애국 하느라 걸어서 정제네 가게 까지 갔다
도착했더니 정제네 가게에서는 정제랑 꾼들 몇몇이 모여 고스톱 치기가 얼마나 바쁜지--
인사가 없다.
오는사람은-- 오든가 말던가~
가는사람은... 가든가 말든가다!
참으로 성실한 경제생활이다
J의 눈에 어째서 이것이 성실한 경제생활로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아무래도 성실하고는 거리가 있는것 같다
꾼들 뒷켠에 서서 빈자리 나오기를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도 누구 한사람 오링되서
자리를 물려주려는 기미가 안보인다
아무래도 오늘은 손가락 운동할 기회가 없을것 같다
한동안 구경하고 있자니 좀이 쑤신다
지루하고 갑갑해서 J더러 밖에 나가서 시원한 바람이나 쐬자고 했더니
듣는척도 않고 화투치는것 구경하기에 정신이 팔려있다
화투치는 당사자들보다
구경하는 J의 코는 화투방석에 더 가까이 박혀 있고,
J의두 눈은 더 초롱초롱 영롱히도 빛을 발한다
화투구경하는 J의 모습이 너무 진지해서 한마디 했다
"너는! 화투가 그렇게 좋냐?"
여전히 화투판을 응시하면서 J가 대답한다
"아야-그라믄 울아베 아들인데 내가 화투를 싫어하것야!"
하며서 J가 말을 이어간다
"옛속담에 살은 살대로 가고 피는 피대로 간다는 말있지?... 우리 아베 피가 어디로 가건야!?
전부 나한테 왔지..."
^^__ 생전 처음 들어본 속담이다
내가 "니그 아베가 그케 화투를 좋아했냐?" 반문했더니
그때서야 J가 의외란듯 시선을 돌리더니 한동안 내 얼굴을 뻔이 들여다 보면서
서운한 기색으로 말한다
"너 아직 까지 그것도 모르냐? 울아베 화투 좋아하는것..."
"내가 그것을 어찌게 알겠냐?"는 내 대답에
J의 음성이 뾰족히 날이 선다
"에-라! 그것을 아직 몰라야?...그라면서도 니가 내 친구냐?!"
기가 막힌다---
내가 J 지그 아베 화투 좋아하는것을 어찌 알것이며,
설혹 그것을 모르고 있다 한들 그것이 어찌 우정을 들먹일 만큼
섭섭한 일이겠는가
내가 언제 울아부지 바람둥이란걸 지가 몰라줬다고 해서 서운해 한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J가 자기 혈통에 관해 길게 설명한다
"울아베가 옛날에 복동씨내 상점 골방에서 4박5일동안 잠-한숨 안자고
도리짓고땡을 치신 사람이여!"
"4박5일동안 이나야? 얌마! 뻥도 적당히 처라..."
J의 아버님을 익히 알고 있는터라
믿겨 지지가 않는다 관상학적으로 더 없이 인자하게 생기셨는데
그 뒤에 무슨 오기가 숨겨 있어 4박5일 동안이나 잠하고 담을 쌓을수 있었겠는가...
자기 말을 믿어주지 않음에 답답하다는듯 J가 말을 이어간다
"허~참! 사람 복장 터지게 하네!"
"아야! 화투놀음으로 유명한 댁뱅에서 화투에 관한 신기록은 울아베가 다 세웠어야!"
J는 지그 아버님이 수립한 묘하디 묘한 화투 신기록들을 하나 하나 열거해
나간다---그러면서 끝에 덧붙인 말이 그래서 자기도 즈그 아부지 피를
물려 받아서 화투를 좋아 한단다
할말이 없다.... 자기가 화투 좋아하는게 다 유전이기에 어쩔수 없다는 J의
억지에 굳이 토-달고 싶은 생각도 없고...
화투를 치고 있던 낯설은 맴버들이 J의 입담에 배꼽빠져라 웃는다
나가자고!,몇차례 들쑤시니 J 저도 배가 고팟는지 따라 나선다
비록 문밖에 나설때까지 눈알은 화투판 위에 두고 있었지만....
J랑 둘이 다정히 중국집에 들려 짜장면 한그릇씩을 시켜
그릇에 검은 자국 하나 안남기고 말끔이 비우고서...
정제네 가게 앞 축축 늘어진 수양버들 그늘에서 요지로 이빨을 쑤시고 있는데
지나가던 아줌마 둘이서 우리가 있는쪽으로 다 가 오더니
"교회 다니세요?"하고 묻는다
"아니라!:
J가 진돗말로 대답한다
그 진돗말을 말을 알아들었는지 서울 아줌마가 웃으면서
"교회 나오셔서 축복 받으세요"라고 대한민국 표준어로 말하면서
교회 전단지 한장씩을 건너 주고 가던 길을 전도양양하게 걸어 간다
아줌마들 뒷모습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J가 그런다
'아야 종민아! 우리 이것 수표말이다..."
"응!?"
" 써먹다가 정-못써먹겠으면, 교회가서 십일조로 만원 내고 9만원 거슬러 주라고 하자"
J의 생각은 언제나 살아 있는 생물이다!
비록 사상은 없을지라도,어디로 튈지 모르는...
그래서 나는 가끔은 심심하고 싶은데도, 그럴 틈이 없다.
한동안 교회 전단지를 들여다 보고 있던 J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종민아 여기 성령으로 잉태하사 말이다"
"그게 왜?"
"진짜로 하나님이 그것도 안하고 예수를 만들었을까?"
대략 난감하다... 단순한 2차원적 사고를 가지고 있는 J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무리 궁리를 해도 못믿워하는 J를 설득할 자신이 없다
하긴 교회도 2천년이 지나도록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설득력있는
대답을 못만들었는데 하물며...
해서 나는 J의 수준에 합당한 대답을 했다
"내가 안봤는데,그걸... 어찌게 알건냐!"
J가 물고 늘어진다
"아야! 너는 기독교 집안이면서 그것도 몰라야?!
기독교 집안도 별거 없구만"
만면에 웃움지우는게 퍽이나 의기양양 한 모양이다
저녁 때가 다 돼서야 다른객들이 다들 집으로 돌아가고
정제네 가게에는 오손도손이 우리 친구 셋이만 남게 되었다
J가 예의 자기앞수표를 꺼내더니 정제 한테 내 보이면서 경제인의
자문을 구한다
경제인이 그런다 " 이런것을 뭘라고 주섰야"
J가 그런다 "왜야?"
경제인이 말한다 "써먹지도 못하는거라 그러지..."
J가 자기앞수표를 가게 바닥에 내 팽게치더니
"어쩐지... 복살이라고는 지지리도 없는 내 눈에 지갑이 띄더라니.."
한탄 하고 있는 J의 발밑으로 재빨리 경제인이 업드리더니
바닥에 떨어진 수표를 주어 담으면서
" 버릴라면 나나 주라"하더니
낼름 주머니에 담는다
J가 눈에 의문부호를 그리더니 ...
"못쓰는거라며 뭘라고 주서 담야?"
경제인이 그런다
"딱 한군데 쓸 때가 있어"
"뭐!? 똥 딱는데 쓸라고?"
J의 말이다
경제인이 앞서 일어 나더니 가게를 나서면서 따라 오라고 한다
우리 둘은 앞서가는 경제인을 따라서 대채로 빨간 불빛이 많은
문래동 어느 거리를 걸어갔다
한참을 앞서 걷던 경제인이 걸음을 멈추더니
양쪽을 가르키며 우리더러 어디러 들러갈거냐고 묻는다
한쪽은 기와집이고 다른 한쪽은 룸싸롱이다
멍-쪄 있는 우리들에게 경제인이 그런다
자기앞수표는 업무접대용이기에 다른곳에서는 써먹을수 없고,
룸싸롱이나 방석집에서만
통용이 가능 하다는---경제인의 설명이다
우리 둘은 경제인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했다
역시 경제생활은 하고 볼 일이다
삼십삼개월 총검술에 각개전투 모두가 자기앞수표 앞에서는 말짱 도루묵이다
네온이 춤추는 룸싸롱에서 셋다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 술잔을 비우느라
헉헉 거린다 - 한잔 비우면 곧바로 어김없이 철철 넘치게 채워지는
술잔이라---
정말이다!!!!!!!!
자기앞수표는 줍고 볼일이고...
술잔은 여자가 채워줘야 제맛이다!
불과 몇시간후에 우리는 기소지하고 있던 잔돈푼까지 탈탈 털리고
더 없이 가벼운 몸으로 룸싸롱을 나섰다
무소유란 이리 가벼웁고 자유스런것.........
엘범속 사진중에 웃지 않는 사진이 없듯이 회상하는 추억도 늘 웃움만을
떠 올리려 하는게 보통 우리네들의 일반적인 마음인가 한다
어떤 작은 꺼리에다 많은 꾸밈으로 글을 써봤다
따라서 어쩌면 글에서 작위적 냄새가 풍기리라 스스로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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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종민동상! 글 잘 읽고 가네.건강하시제?
네 형님...가끔 들려 형님이 올리신 글에 취하곤 합니다.....형님도 늘 건강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