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1825
신심명045
동봉
제3칙
제2장 위순違順
제8절
앞의공이 뒤바뀌고 변해가는것
이는모두 망견으로 인한것이니
참된세계 구하려고 애쓰지말고
애오라지 모름지기 망견을쉬라
전공전변前空轉變
개유망견皆有妄見
불용구진不用求眞
유수식견唯須息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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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橫라고 한참 이야기說하다 말고
느닷없이 세로竪라고 말說함을
횡설수설橫說竪說이라 하며
이러쿵저러쿵이라 한다
앞前의 빔空에 관하여
많은 논리를 펼친다
불교를 좀 안다는 이는
너 나 할 것 없이 공空을 말한다
색즉시공色卽是空을 이야기하고
마침내 공즉시색으로까지 이어진다
공空이 빌 공空 자인 까닭에
아예 '공을' '빔'으로 바꿔 올려본다
빔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무엇을 세 가지라 하는가
첫째 내我가 빔空이요
둘째 법法이 빔이며
셋째 함께俱 빔이다
이들 세 가지 각각의 빔은
깨달은 경지를 나타내기도 하고
깨닫기 위한 수단으로 삼기도 한다
이처럼 세 가지 빔이 등장하기 전에는
크게 두 가지 빔이란 게 있었다
'함께 빔'이 생기기 전으로
첫째는 나의 빔이요
둘째는 법의 빔이다
삼법인三法印에서 언급했듯
빔에 관한 사상의 출발은
제법무아諸法無我에서다
한편 이 '제법무아'를 살펴보면
아我와 법法이 함께 부정되고 있다
'공空'을 '빔'으로 표기하니까
무게감이 없다고들 한다
연세 좀 드신 분들의 이야기다
"교과서에서 한자를 없앤 건
아주 잘못된 정책이었지
나중에 한자의 필요성을 느끼고
교과서에 다시 한자를 넣었을 때는
삶에 깊숙이 배어있던 한자를
죽은 글로 만들어버린 뒤라니까
교육정책은 그래서 중요한 거야"
다시 공으로 돌아와 논한다
이른바 중관사상中觀思想에서
정수精髓로 표현하는 공空을
'공'으로 얘기할 때는 느낌이 왔는데
빔이라 하니까 느낌이 없단다
정말 그럴지도 모른다
가령 우리말로 '빔'이라 하면
비어있는 빔으로 느낌이 오는데
공空을 한자로 표기일 때
다양한 느낌이 따라온다는 것이다
우리말로 '빔'이라 했을 때
보통 비어있는 '빔'으로 이해하나
설빔, 추석빔, 명절빔처럼
공空과 다른 빔으로 이해할 수 있다
가령 외국인에게 '빔'이라 하면
beam으로 이해할 수 있고
bim처럼 안 좋은 말로 들릴 수 있다
한자는 다양한데 한글은 단순하다
정말 그럴까
소릿값이 같다 하여
반드시 의미소까지 같지는 않다
빌 공空 자가 담긴 뜻을 보자
비다, 없다, 비게 하다
헛되다, 쓸데없다
쓸쓸하다, 공허하다
구멍을 뚫다, 통하게 하다
막히다, 곤궁하다
부질없이 따위 그림씨와
구멍, 공간, 하늘, 공중, 틈, 여가
노력 없이 생긴 공짜라든가
제로, 영 따위 이름씨가 있다
빌 공空 자는 구멍 혈穴이 의미소고
장인 공工 자가 소릿값이다
언어에는 뜻밖의 가치가 숨어있다
우리말에서 닿소리와 함께
홑소리가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의미소와 소릿값이 달라지듯
공空의 소릿값 공工은 중요하다
공工 자의 소릿값이 공인데
모루工에 벌겋게 달군 쇠를 올리고
망치로 내려치면 공~공~ 소리가 난다
공~공~ 소리가 왜 날까
소리가 분자라는 매질을 통해
허공으로 퍼져나갈 때
소리와 부딪히는 장애물 때문이다
그 장애물이 대기권을 채운
여러 가지 원소요 분자들이다
따라서 매질로서의 분자 세계는
소리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소리의 이동을
방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빌 공空 자를 얘기하면서
왜 느닷없이 매질 이야기를 할까
장인 공工 자를 들여다보면
영락없는 모루 모습이다
그러면서 다시 보면 공工 자는
영어 아이工 빔beam 모양이다
아이빔工을 눕혀놓으면
H로 변신하는 까닭에
에이취H 빔beam이라 한다
아무튼 모루工 위 망치 소리가
하늘穴로 공空~ 하고 번져나간다
앞에서도 공에 관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늘어놓고
여기 와서 공에 관한 이야기를
다시금 이렇게 끝도 없이 이어가는데
공사상은 불교사의 핵심이다
공을 빼놓고 불교를 얘기할 수 없다
공이라면 이미 비어있는 상태다
우주를 꽉 채운 사물도 공하고
사물을 담은 우주도 공하고
이를 논하는 자도 또한 비어 있다
어디 공을 논하는 논객論客 뿐이랴
주관도 객관도 모두 비어있다
공과 관련된 이런 이야기를
설하는 자도 비어 있고
듣는 자도 또한 비어 있으며
언어로 짜여 번져가는 소리마저도
아예 다 텅 비어 있을 따름이다
아무것도 없는 텅 빈 이야기가
대관절 어디서 나온 것일까
두말할 것 없이 잘못妄된 견해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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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1
공 : 위키백과, 우리 모두의 백과사전
https://ko.m.wikipedia.org/wiki/%EA%B3%B5_(%EB%B6%88%EA%B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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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견이 만들어 낸 예술적 감각 사진/동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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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3/2020
종로 대각사 봉환재에서
![](https://t1.daumcdn.net/cafeattach/18FJM/19ebe1374acde03ee2b513f350d7b4a642e156b1)
![](https://t1.daumcdn.net/cafeattach/18FJM/c17c9fd481fdccf83c5a74576e79058e8a28be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