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송이 (김기현 요한) 신부님
주님 승천 대축일(사도행전 1장 1~11절)
머리의 뜻을 수행하는 손과 발이 됩시다
오늘 원래는 기쁨과 희망에 대해서 신자들에게 이야기를 드리려고 했었는데요.
아이들 미사를 하고 난 뒤에 뭔가 답답하고 의기소침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희망과 기쁨이 잘 보이지 않는 마음상태였는데요. 그
런 상태에서 기쁨과 희망에 관한 얘기를 못하겠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말씀을 읽고 묵상을 했었는데요.
한참 머무르게 된 구절이 있었습니다.
독서 마지막에 나오는 말씀입니다.
갈릴래아 사람들아, 왜 하늘을 쳐다보며 서 있느냐?
그 말씀을 읽는데 아이들 모습이 떠오르더라고요.
미사를 봉헌하는데 아이들이 노래도 안 하고 기도응답도 안 했거든요.
멍하니 기도문과 성가 악보가 있는 스크린만 바라보고 있었는데요.
그 모습이 제자들과 비슷한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몇 달이 지나도 비슷한 거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조금 강요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입도 벌리게 하고 싶고, 기도 응답도 하게 만들고 싶고,
미사 시간 동안 조용히 집중하게 만들고 싶기도 하고,
평화의 인사도 활기차게 나누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힘과 권위로 누르려는 모습이 문득문득 보이더라고요.
정색을 하기도 하고, 목소리 톤을 낮게 깔면서 시키는 거 안 하면 미사 안 끝낸다고
협박(?)을 하기도 했던 거 같은데요.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그들을 마음대로 조종하고 싶은 하느님이라도 되고 싶었나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들의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목소리를 내지 않을 수도 있고,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인데,
저는 그것들을 제 마음대로 하고 싶었던 거 같습니다.
하느님이고자 하는 교만한 마음일 수도 있겠다.. 는 생각이 들어서,
‘그럼 주님께서는 당신의 손과 발인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실까..
아이들이 노래도 부르고, 움직이게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것을 생각해 보았는데요.
떠오른 모습이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섬기시는 모습들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편하고자 하셨다면 늘 찬미와 순종이 있는 천사들을 택하셨겠지만
그렇지 않으셨죠.
예수님께서는 불편한 길을 선택하셨습니다.
우리와 같이 말도 잘 안 듣고, 이해도 못하고, 배신하고, 도망가 버리는 그런 제자들을 선택하시어
그들이 변화될 때까지 그들을 섬기셨습니다.
부르시고, 그들이 들을 수 있는 언어로 이야기해 주시고, 발을 씻겨주시고,
그들을 위해 목숨을 바치셨습니다.
그런 평생의 섬김이 제자들의 삶을 바꾸어 놓았는데요.
저에게도 그런 섬김이 필요하겠다..
아이들을 섬겨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일은 아마도 구체적이고 가까운 일이 될 거 같습니다.
먼저 이 주 전에 제가 아이들 놀이기구를 사 놓는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나가기가 귀찮아서
그 일을 하지 않았었는데요.
그 일을 미루지 않고 공도 좀 사고, 보드게임이나 배드민턴 같은 것을 사다 두는 것이
아이들을 섬기는 일이겠다.. 는 생각이 듭니다.
또 아이들에게 들리는 강론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겁니다.
얼마 전에 외국에 갔을 때 다른 신부님, 그리고 자매님들과 인형들이 늘어놓은 곳에 간 적이 있습니다.
거기서 옆에 있던 자매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신부님도 저 인형 하나 사서, 저기 살레시오 신부님처럼 아이들에게
인형극으로 강론을 해 보세요~’
그 때는 ‘안 해요. 아니요..’ 라고 대답했었는데요.
지금은 ‘아이들이 그 인형극 강론에 집중할 수 있다면 그걸 조금 배워야겠다..’ 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마 그런 일들이 아이들을 섬길 수 있는 작은 일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오늘 주님께서 하늘로 오르셨다는 것은 우리 공동체의 머리가 되셨다는 이야기일 겁니다.
그리고 그분의 뜻을 성령님께서 우리에게 전해 주실 텐데요.
여러분들은 그 뜻을 올바로 알아듣고, 그분의 손과 발이 되어 드리기 위해 노력을 하고 계신가요?
오늘 하루, 그 일에 관심을 가져보시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어느 집은 시골에 내려가면
불리는 호칭이 웃음을 주기도 하는 거 같다.
시골 장모님이 사위들을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소서방 왔나~ 계서방 잘 있었나~”
인천교구 밤송이(김기현 요한) 신부님
첫댓글 감사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