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후 어떻게 되었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 지더라
세월은 온전하게 주위의 풍경을
단단히 부여잡고 있었다
두리번 거리는 모든것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흘렀고
여전히 나는
그 긴 벤치에 그대로 였다
이제 세월이 나에게 묻는다
그럼 너는 무엇이 변했느냐고,
물안개, 류시화作.
혹독한 겨울이 가고나니 환희와 열정의 봄이 왔다
누군가에게 마음 하나 의지한다는 것조차 힘든 유형의 겨울은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봄으로 흐르겠지
허나 내게 다시 봄이 왔다한들 유배지에 홀로 버려진 것처럼 쓸쓸하고 외로울 것이다
언제나처럼
흘러가는 세월은 목숨과 함께 부대끼겠지.
삶을 불태울만한 땔깜도 전혀 없기에 침묵의 인장만 길게 늘인 채
훅 훅 토하고픈 언어마져 잠재우려 발버둥 칠 뿐이고...
끊임없이 밀려가고 밀려오는 허상의 미미지는 갈증만 증폭시킬 것이다
자라지 않는 나무는 오래오래 고독하다 했든가,
그 나무와 고독한 소통이라도 하고싶은 절박함,
그 어떤 위태로운 단락에 서서 망연히 하늘을 보는듯한 애닲음 같은 거...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가 없는 연민을 위하여 가난하게 퍼올리는 우물은
길고 긴 몸살 뒤의 숨결처럼 메마르고 허기질 것이다.
너와 함께 죽으리라......
어떤 신념 때문에... 사내로서의 거대한 야망이나 꿈 때문이 아니라
이유도 분명치 않은...,
아니다, 이유는 분명히 하나의 연민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만 허지만,
그것은 너무도 가당치 않은 것이기에..
거의 맹목적이고 맹신적인 광기로 온몸을 휩싸고 있는 것이다.
외롬이나 고독의 단계를 훌쩍 뛰어 넘는 저 단말마적인 비명에 운명을 걸 수 있다면...
아.. 아.. 신음소리의 뒷켠에서는 나의 한 생애가 조금씩 금이 가며 무너지고 있는 것임을.....
진한 어둠을 밀어내려 빗줄기가 소리를 내며 부서진다
어둠과 빗줄기에는 진한 묵향(墨香)이 배어있다
어떤 색깔도 허용하지 않는... 먹물 같이 풀어진 어둠 속의 나는 그믐달처럼 어눌하다
지금은 별로 유쾌하지 않게 흘려버렸던 추억이라도 구걸하고 싶은 시간...
그렇구나,
그리움 한조각 얻기 위하여 내 뼈마디는 그렇게 녹이 슬어갔고
내 살결은 붉은 빛을 잃어 갔구나,
영혼은 또 그렇게 가슴을 파먹으며 헝크러지고
젖은 나뭇잎처럼 흔들림을을 멈춘 채 무력하구나
피(彼), 차(此)는 나로부터 비롯되는 것이 분명한데 어찌하여 나는 나를 통제할 수 없는가,
삶을 극단적으로 압축시키면 기다림과 그리움으로 귀착될 터인데
그것의 무게가 전 생애를 지배하고 있으며
그것이 결국은 결코 치유될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로 남을테지....
그렇구나,
결국은 물안개 같은 인연이었단말이지...
만약 세월이 나에게 묻는다면...
어떻게 변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고 대답할 수 있는데...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 보는 법이 없다고 했지.
고개를 꺽고 뒤돌아 보는 새는 이미 죽은 새라고?
좋다, 고개를 꺽어버리고 싶다.
날개는 있으나 부실한 날개를 지녔기에 자유스럽게 날 수 없다면
차라리 날개를 접어야하자 않겠는가
얼마나 더 힘겹게 가야만 찾을 수 있을까....
시간의 앞과 끝이 동시에 존재하는 세계를......
좁히기도 하고 넓히기도 할 수 있는 저 無間의 세계를......
#
비가 척척하게 내리는 밤.......
오랬만에 류시화의 詩를 대하니 가슴이 뭉클해 지고..
더불어 동심초라는 곡이.. 가사가... 나를 적신다.
우리.. 아무 말도 하지 말고.. 저 음악이나 듣도록 해요
세속의 인연이라는 것이 언제나 풀잎처럼 맺고 풀리는 것임을.....
뜬구름처럼 흘러 가고 흘러 오는 것이며 기약조차 아득한 것임을....
그렇군요,
우리가 서로 교류를 시작한 기간은 짧지만 허지만 아주 오래된 연인처럼 다정한 것을...
아니 연모한다고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은 것을....
그래요,
몇 겁의 인연도 물안개 같다고 했는데..
우리는 과연 한 겹의 인연이라도 제대로 쌓을 수 있는 것인지..
결국.. 우리도 한갓되이 풀잎만 맺다가 끝날 것인지....
나는 무례하게도 이미 당신을 가슴에 품었으니 돌이킬 수 없을 것 같은데 당신은?
우리 만남.. 그 후... 결과가 어떻게 되든,
풀잎이 풀리는 순간까지..가슴에 묻은 연민이 흩어질 때까지 간직하면 되는 것을....
우리의 만남...
다시 만나자는 기약을 할 수 있을지 어떨지..
그래도.. 기다리며.. 소중하게 간직하면 되는 것임을....
#
꽃잎은 하염없이 바람에 지고
만날 날은 아득타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바람에 꽃이 지니 세월은 덧없어
만날 날은 뜬구름 기약이 없네
무어라 맘과 맘은 맺지 못하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한갓되이 풀잎만 맺으려는고
<동심초>
첫댓글 한 분의 소식이 참 궁금합니다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란 분이 보이질 않으니 염려가 됩니다
혹여 어디가 아프시지나 않는지..
혹은 무슨 좋지 않은 일이라도 생긴 것인지....
부디 아프시지 말고..
좋지 않은 일도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저도 궁금하네요.
이곳서 고운 댓글로
인사나누든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님께서 안보이니.
아무쪼록 아프지말고.앞으로
좋은소식 댓글 기대해봅니다
봄도 가고
기다리던 꽃도 피고
저를 궁금해 하시는 분도 있고
두분감사합니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사정으로 오랜 시간이필요합니다
겨울바람 처 럼 씩씩하게 살겁니다
모두들건강하세요
가을엔떠나지말아요님!
오랫만이군요.반가워요
그간 무슨사면이 있었군요
몸과 마음이 건강하시길
기도 드리며.일 마무리하시고.창에서
자주 뵙도록해요.
늘 건강하시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