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3세대 G80 출시로, 프리미엄 E-세그먼트 세단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수입차 판매 1위의 주역,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뿐 아니라 ‘운전재미’ 뾰족이 앞세운 BMW 5시리즈, 화려한 첨단장비 갖춘 아우디 A6, 살뜰한 연료효율을 지닌 렉서스 ES 등이 대표적이다. 과연 올해의 주도권을 누가 움켜쥘 수 있을까? 4개 파트로 나눠 꼼꼼히 비교해봤다.
글 강준기 기자 사진 각 제조사
①‘덩치’ 비교(2L급 가솔린 주력모델 기준)
위 5가지 맞수는 어느덧 길이 5m를 넘볼 정도로 우람한 체격을 뽐낸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차는 G80다. 차체 길이는 4,995㎜로 1위, 렉서스 ES가 4,975㎜로 두 번째로 길다. 차체 너비는 G80가 유일하게 1.9m를 넘으며 E클래스가 1,850㎜로 가장 작다. 반면 차체 높이 차이는 크지 않다. G80가 1,465㎜로 가장 큰 가운데 ES가 1,445㎜로 20㎜나 낮다.
실내 공간 가늠할 휠베이스는 ES를 빼고 모두 2.9m를 가뿐히 넘긴다. G80가 3,010㎜로 가장 우월하며 그 뒤로 5시리즈가 2,975㎜로 두 번째로 넉넉하다. A6는 2,924㎜로 앞바퀴 굴림(FF) 바탕의 플랫폼을 쓰지만 ES보다 한층 길다. 덕분에 이전보다 한층 유려한 실루엣을 뽐낸다. 수치가 말하듯 E-클래스는 어느 한 부위가 뾰족이 앞서기보다 균형감이 좋다.
몸무게는 어떨까? 국내 들어오는 A6는 상시 사륜구동(AWD) 모델밖에 없어 열외. 2t(톤) 가까운 육중한 몸매 지녔던 G80가 1.7t 대로 들어왔단 사실이 흥미롭다. 가장 가벼운 건 1,715㎏의 ES. 하이브리드 구동 배터리와 전기 모터까지 품었지만, 렉서스 플랫폼의 경량 설계를 알 수 있다. 5시리즈(530i)와 E클래스(E300)는 5㎏ 차이로, 의외로 530i가 더 무겁다.
칼끝은 역시 BMW가 날카롭다. 길이 5m를 넘보는 우월한 체격을 갖추고도, Cd 0.24에 불과한 낮은 공기저항계수를 뽐낸다. 그 뒤로 A6와 ES가 Cd 0.26이며, E클래스가 Cd 0.27이다. G80은 공식 미디어 사이트에서도 확인할 수 없는데, 참고로 2세대 G80가 Cd 0.26이다.
②‘파워’ 비교(2L급 가솔린 주력모델 기준)
다음은 파워트레인 비교. 모두 4기통 2L급 가솔린 이륜구동 주력 사양으로 맞췄다(A6 제외). G80은 후발주자답게 폐활량 키워 틈새를 노린다. 최고출력, 최대토크 모두 가장 앞선다. 또한 E300, 530i보다 큰 덩치를 지녔지만 복합연비도 높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적다. 제원이 암시하듯, 매혹적인 안팎 디자인이 G80의 전부는 아니다. 단, 발진가속과 공기저항계수 등을 확인할 수 없어 아쉽다. 좀 더 꼼꼼한 자료보강이 필요하다.
A6도 주목할 만하다. 530i와 출력은 같지만 토크는 2.0㎏‧m 더 높다. 더욱이 사륜구동 장치를 품었음에도 불구하고 복합연비는 11.4㎞/L에 달하며,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50g/㎞로 적다. 7단 듀얼 클러치 변속기의 뛰어난 동력전달 효율을 알 수 있는 단서다. 연료탱크 용량도 73L로 가장 우월하다. 단, 530i는 최대토크는 낮지만 토크 뽑는 밴드가 더 ‘광대역’이다.
E300은 530i, A6보다 출력이 낮지만, 최대토크를 1,300rpm부터 뿜는다. ‘우아한’ 브랜드 이미지 덕분에 530i보다 발진가속 성능이 느릴 듯했지만, 6.2초로 기대 이상 호쾌하다. 단,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71g/㎞로 위 차종 중 가장 많이 나온다. 이는 가장 높은 공기저항계수 때문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외에 ES300h는 역시 살뜰한 연료효율이 압권이다. 재미있는 건 도심연비가 고속연비보다 높기 때문에, 시내 주행비중이 많다면 렉서스도 좋은 선택지다. 그러나 얻는 게 있으면 양보할 게 따른다. 소위 ‘제로백’이라고 부르는 0→시속 100㎞ 발진가속 성능은 경쟁차보다 2초가량 느리다.
③충돌안전성은 누가 뛰어날까?
위 다섯 가지 차종 중 충돌안전성은 누가 뛰어날까? 유로NCAP의 테스트 결과를 참조해 비교했다. 유로NCAP은 ①성인 승객보호(1열), ②어린이 탑승자 보호(2열), ③교통약자 보호, ④주행 안전보조 등 크게 4가지 항목으로 나눠 테스트를 치른다. G80은 아직 해외 출시 전이라 테스트 결과가 없다. 향후 테스트 결과가 나오면 후속 기사로 전할 예정이다.
위 다섯 개 차종은 유로NCAP에서 모두 별 다섯 개 최고점을 받았다. 그러나 세부 항목에서 점수 차이가 있다. 가령, 성인 승객보호 부문에선 E클래스가 95%로 압도적이다. A6가 93%로 뒤를 이었으며, 5시리즈와 ES가 각각 91%를 기록했다.
2열 어른이 탑승자 보호 부문에서도 메르세데스-벤츠가 돋보인다. 유로NCAP은 뒷좌석에 각각 6살과 10살 더미를 앉혀 충돌테스트를 실시하는데, E클래스가 유일하게 90%를 넘는다. ES가 87%, 5시리즈와 A6가 각각 85%로 뒤를 이었다.
교통약자 보호 부문은 차 밖 보행자 안전까지 따지는 항목이다. 보행자 추돌 시 머리와 흉부, 다리 부상 정도를 점수로 낸다. 이 부문에선 렉서스가 압도적이다. 90%로 1위이며, 5시리즈와 A6가 81%로 2위다. 반면, E클래스는 유일하게 70% 대 점수를 기록했다.
마지막 주행 안전보조 부문은 긴급제동 보조 시스템, 차선이탈 방지 등 소위 ‘반자율주행’을 완성하는 핵심 장비를 테스트한다. ES가 77%로 1위인 가운데 A6가 76%를 받았으며, E클래스가 62%로 3위, 5시리즈가 59%로 4위를 기록했다. 의외로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 부문에선 BMW가 뒤처지는 모습을 보인다.
④가격 및 보증기간 비교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가격이다. 모두 4기통 2L급 가솔린 주력 모델로 비교했다. 시작가격이 가장 저렴한 건 제네시스다. 5,247만 원부터 시작하며 2.5 터보에 넣을 수 있는 모든 옵션을 곁들이면 7,607만 원까지 오른다(빌트인캠, 차량보호 패키지 제외). 두 번째로 저렴한 건 ES. 5가지 트림으로 나누며, 5,716만~6,627만 원이다.
독일 3사 가운데 가장 합리적인 가격을 갖춘 건 A6로, 6,800만 원과 7,200만 원 두 가지로 나눈다(45 TFSI 기준). 530i는 7,110만 원부터 시작하지만 프로모션을 통해 좀 더 낮은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으며, E 300은 최고 8,410만 원까지 자랑하는 높은 가격을 갖췄다. 엔진 출력을 낮추고 편의장비를 던 E 250은 6,300만 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보증기간 차이도 제법 눈에 띈다. 차를 3년 이하로 탈 고객은 크게 상관없겠지만, 그 이상 유지하고자 하는 소비자는 보증기간 이후 유지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벤츠가 가장 보수적이다. 수입차 평균 보증기간인 3년/6만 ㎞(선도래 기준)를 제공한다. 반면 BMW는 주행거리가 20만 ㎞에 달하며, 아우디는 무제한이다. 다만, 두 브랜드 모두 3년이 지나면 의미 없다. 대신 워런티 플러스 등 보증연장 프로그램을 통해 기간을 늘릴 수 있다.
렉서스는 주행거리가 10만 ㎞로 BMW보다 낮지만, 대신 4년으로 1년 더 넉넉하다. 그러나 제네시스 만큼은 아니다. 5년/10만 ㎞로 좀 더 풍성하다.
한층 치열해진 프리미엄 E-세그먼트 세단 시장. 과연 2020년 주도권은 누가 가져갈지, 앞으로의 행보에 관심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