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약향축생我若向蓄生 자득대지혜自得大智慧 (내가 만약 축생계에 떨어지면, 저절로 지혜를 얻길 바랍니다)
축생蓄生은 설명을 안 해도 아실 겁니다.
인간이 아닌 짐승을 축생이라고 하는데, 축蓄은 사육하다, 기르다 라는 뜻이니 축생은 미물들이 아닌 인간에게 사육되어지는 짐승이라는 의미가 강합니다.
지구의 먼 미래에 인간이 원숭이에게 사육당하는 모습을 그린 이십세기 폭스사의 5부작 시리즈 행성탈출(Planet of the Apes:혹성탈출은 오역된 것임)에서는 인간이 축생이 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천수경에서는 내가 축생이 되면 지혜가 얻어질 것을 관세음보살님께 원하고 있습니다. 이 말은 축생의 고통은 ‘어리석음’이라는 말과도 같습니다.
하긴 축생이 인간 같이 수 많은 번뇌를 안고 살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로지 생존만이 뇌속에 입력되어 번뇌는 없겠지만 축생계에 가서는 안 되는 이유는 마음을 닦고 수행하는 마음을 내지 못할 정도의 어리석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생각도 해 봅니다.
축생은 윤회에 세계에서 받는 과보 중 악업을 일삼는 인간보다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입니다.
인간은 경우에 따라서는 축생계로 떨어지는 것 말고도, 천수경에서 언급된 아수라·아귀·지옥 등이 문을 활짝 열고 ‘손님’ 맞이를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축생이야 어리석음이 문제이지 축생에서 지옥에 갈 정도의 악업을 짓기란 불가능해 보인다는 말입니다.
호랑이가 다른 짐승을 잡아 먹는다 해도 그들은 먹이 감을 얻은 것이고, 인간처럼 먹을 것을 비축하기 위해 사냥을 하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동물의 왕국에서 보듯이 원숭이나 심지어는 코끼리 조차도 자신의 새끼가 죽음을 당하면 몇 시간이고 그 곁을 떠나지 않고 지켜보는 모성애는 애처롭기까지 합니다.
더욱 여러분들이 기르고 있는 애완동물들을 생각해 보시면, 이 놈들이 짐승의 생각으로 이런 행동을 하는 건지 의아스러운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도 개를 무척 좋아해서 절에서 개를 키우는데 한 번은 이런 생각이 든 적이 있습니다.
‘어이쿠, 젠장... 이 놈은 주인을 위해 이렇게 충성심을 발휘하고 때론 애교를 부려 주인을 기쁘게 만드는데, 도대체 악업을 지을 일이 없네... 거짓말도 못하고, 남을 등쳐 먹지도 않고 인간들이 지켜야 할 ’계‘戒를 ’개‘ 가 더 잘 지키니, 내생에는 너와 내가 자리 맞바꿈을 해야 될지도 모르겠구나.’ 이런 걱정을 실제로 해 보았습니다.
지금까지 게송으로 연결된 천수경에서는 도산지옥, 화탕지옥, 지옥, 수라, 축생의 순서로 내가 만약 내세에 가게 되면 관세음보살님이 구제해 달라고 원을 세웠습니다.
즉, 윤회輪廻의 세계 중 가면 고통스러운 곳을 나열한 것입니다.
그런데 본래 윤회의 세계는 지옥·아귀·축생·수라·인간·천상 등 여섯 곳을 일컽고 이를 육도윤회六道輪廻라고 합니다.
육도六道는 ‘六度’로 쓰기도 하는데, 어쨌건 천수경에서는 육도윤회 하는 곳 중 ‘인간’과 ‘천상’天上은 제외하고 있다는 것은 인간과 천상은 다시 태어나도 괜찮은 곳이라고 해석해도 된다는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