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전국수의학도협의회는 모였다가 해산합니다.
대학 학생회 회장과 부회장으로 구성된 20여명 회의는 전국 수의과대학 학생들이 모두 참여하는 총회 다음으로 최고 의결기구이며,
수의학도 모두가 모이는 집회나 전수축 등은 지금껏 전수협의 의결을 존중해서 실천의 형식으로 해왔었습니다.
그만큼 전수협의 권위나 대표성은 막강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만큼 전수협이 그간 수의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학생들의 입장을 수의계 여러 단체에 전달하고 대변하며,
수의학도들의 축제인 전수축이 매년 끊김없이 열렸던 것은 집행부들의 열렬한 의지가 반영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수산질병관리사 문제로 약소하게 서울대에서 열렸던 2000년도 전수축과 신설학교반대 집회로 갑자기 취소되었던 2003년도 전수축도 이 선상에서 같이 고려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매년 전수협의 고질적인 문제는 계속해서 이어가고 있고,
그 문제점에 대한 고민과 해결을 위한 실천은 부족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1년이 임기인 각 대학 학생회와 전수협의 한계점을 고려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을 지속적으로 맡아서 하는 기구부재나 인수인계의 한계점을 원인으로 삼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간의 문제점을 여러 수의학도 여러분과 진지하게 토론하고 공론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전수협의 활동에 발전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글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1. 전국 일반 수의학도들과의 대화.
전수협에서 가장 부족한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국 수의학도들의 생각이 어떻고, 여론이 어떠한지 의사를 들을 수 있는 창구가 없습니다.
물론 우리가 지금 활용하고 있는 이 '수의학과 공식카페'가 있긴 하지만,
5000명이 넘는 회원 중에 과연 얼마나 많은 수의학도들이 참여하고 있는 지는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99년 6월에 만들어진 이 카페에 그동안 졸업하신 선배님도 계실 것이며,
수의사 선배님 중 나중에 가입하신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전국 수의학도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전수협은 이 5000명의 인원에 학생들이 얼마나 있는 지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학생들의 의사 표현에 어느 정도 가치를 둘 것인지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수의학과 공식카페' 가입이 의무 사항이 아닌 이상,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노력은 다방면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수협이 공식적인 채널로 '수의학과 공식카페'를 이용할 것인지 여부와
(그동안 이용했다면 회의록이라든지 활동계획 등이 올라왔어야만 합니다)
이용할 것이라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적인 고민을 해야 할 것이며,
아니라면 2003년도에 시도되었던 전수협 홈페이지 구축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2. 전수협 회의의 공개
일반 학우들은 우리의 대표자들이 언제 어디서 무엇을 논의했는지 회의록을 볼 수가 없었습니다.
혹은 관심있는 학우들이 있을 때, 전수협회의에 참관을 유도해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었습니다.
전수협 또한 위와 같은 노력이 없었기 때문에 일반 학우들이 느끼는 오해를 풀 수 있는 장을 마련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매년 전수협이 꾸려지면 서기도 뽑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공식적인 의견 채널이 결정이 되면 그것을 통해 회의록과 앞으로 있을 토론의 내용 등을 공개하여,
안으로 일반 학우들의 오해를 풀고
밖으로 전수협의 내실을 공고히 하여 정반합의 효과를 통해 발전했으면 좋겠습니다.
3. 전수협 독자적인 의견 구축
그간 다양한 수의계의 문제들에 전수협의 대응은 한발 늦은 경향이 없지 않았습니다.
어떤 일이 발생했을 때 집행부들이 했던 첫번째 접근(저도 그랬지만,,)은
대한수의사회나 다른 수의계 단체들의 반응과 의견을 묻는 과정이었습니다.
그 문제에 대한 평소 고민이 부족했다는 점을 반증하는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전수협 조직으로만 평가했을 때,
전수협은 대한수의사회나 전국학장협의회, 전국교수협의회, 국건수 등 단체의 산하기관이 아닙니다.
엄연히 전국 수의학도들의 자치기구인 것입니다!
물론 위의 단체들이 학생들의 한계점을 극복하시고 열심히 활동하시는 것은 사실이며,
그것에 의견을 묻는 과정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빠진 것은 전수협만의 독자적인 활동이나 실천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그 동안 있었던 몇 번의 집회는,,
결과론적으로는 성공했다고 할 수 있으나,
그 노력들이 지속적이지 못했다는 평가는 역시 전수협의 한계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어떤 사안을 승리로 이끌기 위해 독자적으로 전략을 세부적으로 세우고,
실천하기 위해 단계별로 노력하여 마지막 최후의 수단으로 수업거부나 집회 투쟁들을 고려했다면 단발로 끝났던 집회는 없었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점은 논란있으리라 보지만, 반성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4. 전국 수의학 교육에 대한 공론화
학생으로서 학문의 내실화를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명제라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의학 교육을 외침에 있어 대한수의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이용하는 자료는
EU의 통일기준인 EAEVE(European Association of Establishment for Veterinary Education) 이며, 이것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을 학생들도 같이 살펴보아야 합니다.
* EAEVE가 요구하는 새로운 수의과 대학의 최저 기준의 전제조건
-교육은 단과대학에서 수의학 전문 교육을 4년 간 매년 8개월 이상 실시
-학생은 5년 교육으로 할 때 각 학년에 100명 제적하여 총수 500명
-교원은 학생대비 1:5로 교원 총수는 100명
-교무직원 대 교원 비는 2:1 교무직원 총수는 200명
-졸업 후 임상 연수생 (인턴, 레지던트) 20명, 대학원생 50명
-사무직원들의 수를 최소화하기 위하여 preclinical, paraclinical, clinical의 3 개 강좌만을 설치한다.
-ACVT : EU의 Advisory Committee on Veterinary Training
위의 조건에 맞는 교육여건을 10개 대학 모두가 갖췄는지 파악해야 하며,
이에 비추어 우리의 교육여건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강원대학교와 제주대학교의 수의학과의 단대분리 문제도 전수협 차원에서 학생들의 힘을 모아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수의학교육의 정상화와 같은 선상에서 고려해야 합니다.
교육에 대한 작은 부분에서의 개선과 투자를 하지 않는 정부에게 강력한 요구를 하기 위해서는 2대학의 단대분리가 시초가 되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조심스럽지만 이제는 논의하지 않으면 안될 통폐합 문제에 대해서도 난상토론을 해야할 것입니다.
통폐합은 이제 수의학의 교육적인 측면이나 수의사의 수의권 확보를 위한 방법에 있어,
논의를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되어버렸습니다.
통폐합만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인 것에는 고민이 필요하겠지만,
학생들의 입장에서 통폐합을 바라보는 여러 의견을 정리하고 결정하여 실천이 필요한 시기만은 확실해졌다고 봅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논의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5. 그동안 회피해오던 주제에 대한 토론
통폐합을 포함하여 자가진료권, 동물의약품, 동물보호법, 개고기 문제, 수의사 처우 개선 문제(공무원 직급 포함) 등 수의계의 현안에 대한 전수협만의 의견을 내지 못했습니다.
문제 자체가 하나하나 어렵기 때문에 고민하고 토론하는 기회가 없이 회피해왔던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들 역시 학생들만의 독자적인 의견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결론을 낼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전수협 내에서의 토론, 조금 더 확대되면 학생들 사이에서의 토론을 할 수 있는 장의 마련 등은 필요하다고 봅니다.
6. 권리 주장이 아닌 수의학도로서의 책임과 의무 실천
우리는 아직 쟁취하지 못한 많은 권리들이 있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책임과 의무도 동반되는 것은 극히 교과서적인 이야기일 것입니다.
반려동물에 대한 문화, 가축전염병에 대한 예방과 방역, 축산물에 대한 위생, 야생동물 보호 등 우리 학생들의 책임이 있는 부분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사회적인 홍보나 길거리 캠패인이 그것이며
(전수축 시에 한번 나가서 배변봉투 나눠주기 운동 등을 해보았음 하는 의견입니다^^),
몇몇 대학에서 하고 있는 '수활'이 가장 좋은 예가 될 것입니다.
이상입니다.
학교 생활을 6년 하면서 보아왔던 전수협과 그 사이 제 개인적으로도 참여했던 2번의 전수협에서 느꼈던 바를 정리해보았습니다.
많은 의견이 있으리라 봅니다.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것이며 저의 생각에 동조하지 않으신 분들도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런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토론이 될 때야 비로소,
우리의 대표 조직인 전수협이 발전할 것이라는 믿음에는 단언코 의심하지 않습니다.
발전적인 방향은 앞으로의 우리 후배들에게 전달될 것이며,
우리가 졸업하여 수의사가 되었을 때 그 자리에 맡는 역할 수행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내년 전수협에서는 꼭 실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일이며, 우리의 실천이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길인 줄 알면서 활동의 의지를 보여주신 전수협 여러분께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내년초에 통과되리라 보는 공익수의사를 필두로 하여,
여러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으로 꼭 승리하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서울 수의대 학생회장입니다.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전수협총무 충남대 회장입니다.잘 읽어보았습니다
충북 수의대 학생회장입니다.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