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부네가 작년 가을에 축사를 지어놓고 소값이 너무 비싸 소를 못 들여놓고 소값이 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 옆동네 동네 한가운데서 소를 키우던 분이 동네분들과 분쟁이 붙어
재판까지 하여 결국 지는 바람에 소 주인은 급히 소를 처분해야 될 상황이 되어버렸다.
그 분이 마치 형부와 잘 아는 분이여서 그 분이 키우던 모든 소를 싼 가격으로 형부한테
전부 넘겨주어 갑작스럽게 소를 키우게 되고 게다가 송아지까지 얻게 된 것이다.
형부네도 소를 키우려고 작정은 하고 있었지만 경험이 없어 처음부터 그렇게 많이 들일
생각이 없었는데, 많아야 10마리 이내에서 차근 차근 늘려 나갈 생각이였다는데...
어쨌든, 사정이 그렇게 되고보니 축사만 덩그러니 지어놓고 별 준비도 없다 엉겹결에
임신 소, 중 소, 어린 소 도합 18마리나 들여놓고 형부네는 우릴 믿고 왔다리 갔다리 하고,
축사 가까이 산다는 핑계로 일복 많고 경험없는 신랑이 떠안고 매일 소밥주러 다닌 이런 판국에
송아지가 언제 나올지 알턱이 없었고, 전 주인은 출산 예정일을 제대로 알려주지도 않은데다
어미는 그 전날부터 어떤 기미를 보였건만 소에 대한 경험 없는 어벙벙이들만 있다보니,
소가 애기 낳고서야 놀라 임시방편으로 전열기를 갖다놓고, 세 마리 우리에서 어미소를 따로
분리하고 산모 우리를 만드느라 똥줄이 빠졌었다.
운이 좋아 아기 소를 살렸지...
거기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기쁨이(아기소 이름)가 나온 날부터 기온이 뚝 떨어져
전열기 2대에서 전기 난로 두 대를 더 추가하니 전기 계량기가 너무 쌩쌩 돌아가고,
앞으로도 임신한 소가 3마리나 더 있어 태어날 아기 소를 위해 송아지 방을 하나 들여놓자,
그렇게 의논하고 인터넷으로 송아지 방을 검색을 해보니 만들어서 파는 것이 가격이 너무 비싸다.
40만원이 넘으니...
인터넷에서 두어 사람이 만들어 올린 것을 보고 우리도 한번 만들어보자, 그리고는 죙일 쉬임없이
내리는 눈 속에서 축사에 둘이 달달 떨며 하루 꼬박 걸려 송아지 방을 완성시켜 기쁨이
고녀석을 따뜻한 방에 넣어주었다.
송아지 방 만들기 도전
재료--- * 하우스 파이프 대여섯 개.
* 찬 마루바닥에 까는 보온장판 10m
* 타이(묶는 것)
* 용접봉
재료비----* 63,000원(보온장판 값)
만드는 법---* 하우스 파이프를 잘라서
대~충 용접해서 겉포장을 입히면 끝.
원래는 파이프 오무리는 밴딩기를 빌려다
지붕을 둥그스름하게 멋있게 만들려고 했는데,
눈이 너무 많이 와 포기를 하고 대충 쉽게 가고
말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04F95184B4EAAF775)
높이는 1m50, 길이 1m70, 폭은 1m 30. 인터넷에 나와있는 것을 보고 참고하여 만들었는데
만들어놓고 보니 너무 컸다. 거의 어미소도 들어가도 될 정도로 만들어놨으니...
송아지를 그 방에 넣어놓고 보니 정말 아기소가 적게 보인다^^
소우리에 넣으니 너무 커서 거추장스럽고 자리만 차지해서 낼 잘라내야 할 판이다.
형부네 기분 업‡시켜드릴려고 고생고생해서 만들어 선뵈였는데 고생한 노고는 인정하되
너무 커서 좀 그렇다고... 형부는 그저 고맙고 좋다고 하시는데 솔직한 언니는 영 맘에
안 드는 눈치다. 에고~ 괜히 크게 만드느라 죽쌀라게 고생만 했네.
그래도 신랑 씨익 웃으며, "이것도 다 경험 쌓는거지 뭐..."
![](https://t1.daumcdn.net/cfile/cafe/110BE4184B4EAB1223)
하우스대는 집에 있는 걸로 사용했고 겉은 무엇으로 입힐까 고심중에 시골에서 할머니들이 기름값
아낄려고 주방이나 마루, 거실에 깔아놓은 폭신폭신한 보온장판을 생각하고는 옳다! 그걸로 하자 정하고
위험천만한 눈속 길을 뚫고 영광읍에 나가 사왔다.
따뜻하고 가볍고 밝아서 좋은데, 단점이라면 어미소가 뿔난 대갈통으로 살짝만 박아도 구멍이
뻥 뚫려버린다는 거~. 완죤 쾌적한 베이비룸이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161492154B4EAB363E)
처음에는 한사코 안들어가고 어미옆에만 있을려고 하더니만 억지로 몰아서 넣어줬더만
나중에는 그 방에 들어가 어미한테 등 돌리고 꿈쩍도 안하고 잘도 있더라.
![](https://t1.daumcdn.net/cfile/cafe/141FE9184B4EAB6104)
어미소는 새끼한테 무심한 듯 하지만 기쁨이가 저 안에 있으니까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고 입구에서 떠날 줄을 모르고 지키고 있다.
기쁨이 저 녀석이 벌써 말썽을 피우고 있다.
축사 한 쪽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데 소우리에서 날뛰고 음메소리가 나고 난리굿이여서 "뭔일이다냐?"
하고 얼른 뛰어가봤더니, 기쁨이 저 녀석이 지네 우리에서 쇠파이프 사이로 빠져나가 옆에
임신한 소우리로 들어가버린 것이다.
그러니까 어미소가 괴음을 내면서 기쁨이한테 갈려고 쇠우리를 타고 넘을려고 방방 뛰고
날뛰니, 온 소가 다 덩달아 날뛰고 울부짖고...크나큰 소들이 이리뛰고 저리뛰고 엉키니 정말
겁이났다.
얼렁 신랑이 뛰어가 크나큰 소 3마리 가운데 끼어있는 기쁨이를 안아서 어미한테 넣어주니 그때야
어미가 잠잠해진다.
단지 옆우리로 갔을 뿐인데...
아, 눈물겨운 모성이여~
첫댓글 잘만드셨네요~~!! 칼바람만 등져도 어디인데요~~!!
고생하셨네요 그런데 제가 봐도 살짝만건드려도 대형사고날것같음 ..합판이라도 겉대면 어쩔가요 걱정이되서요.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