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 100일
백일을 축하해 봅니다. 물론 자축입니다.
정확하게 100일 맞습니다. 숫자에 약한 제가 달력을 펼쳐두고 계산을 했답니다.
백일을 축하하는 일에는 제일 먼저 신생아가 생각나고, 요즘 연인들의 만남이 생각나고 또 무엇이 있죠? 저는 두 가지가 생각나는데 제가 오늘 자축하는 100일은 그 어느 쪽도 아닙니다. 그럼 무엇일까요? 이쯤에서 궁금해 하실 듯합니다.
‘축~!!! 입주 100일’입니다. *^^*
웃기죠? 제가 생각해도 째끔 웃깁니다. ㅋㅋ
100일 전에 저는 새 아파트로 이사를 했습니다.
추석 지내고 와서 좋은 날에 입주하려다 보니 휴일도 아닌 평일에 이사를 했지요. 결혼 후 몇 번의 이사는 모두 평일에 했군요. 저는 아침에 출근해서 이사한 집으로 퇴근을 하면 부지런한 남편이 정리를 해 두곤 했지요.
15년 동안 살았던 정들고 익숙한 아파트를 떠나 새 아파트로 이사 왔지만 저는 마음이 이래저래 편치 않았습니다. 최신식, 최첨단, 고급 마감재, 홈네트워크, 스마트카드, 무인택배시스템, 음식물처리기, 게스트 룸, 수영장, 헬쓰장, 골프연습장, 노래방, 연회장, 전자도서관, 놀이방 등 모두가 부러워하는 아파트였지만 저는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마치 내가 남의 집에 살고 있는 기분이 줄곧 들었습니다. 새로운 시스템에 쉽게 적응하지 못하고 이방인이 된 기분이었죠. 모든 시설이 최첨단이었지만 제 마음은 옛 것을 쉽게 버리지 못하고 지난 것을 그리워하며 애착하는 구식이었죠.
그런데 며칠 전부터는 구석구석까지 살펴보며 행복함이 조금씩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아~ 이게 내 집이구나.’ 하면서 말이죠. 며칠 전에는 동네 구경도 다니며 옷가게에 들러 새 옷도 사 봅니다. 음식점도 기웃거려 보고 옷가게 아주머니에게 어느 미용실이 더 잘하는지도 물어봅니다. 동네도 조금씩 익숙해 졌거든요.
이제 아파트에도 익숙해져야 되겠습니다.
아파트 자체에 설치되어 있으나 손도 대 보지 않았던 와인 냉장고랑 오븐도 열어보고, 커피메이트도 열어봅니다. 어제는 네 식구가 커피메이트를 시험 운영해 본다고 머리를 맞대었습니다. 제품설명서를 읽어보고, 인터넷도 뒤져보고, 실수에 실수를 거쳐서 아들이 드디어 아메리카노 내리기에 성공했습니다. 물론 기계맹에 가까운 저는 구경만 합니다. 실험용 어설픈 커피를 마시며 평가단이 되어서 입만 살아 있습니다. 말도 하고 맛도 보고 말이죠. 카푸치노에 도전한다고 거품 내는 소리가 요란하더니 실패작을 제 앞으로 들이대는 아들이지만 오늘따라 멋지고 든든해 보입니다.
오늘은 아파트 인터넷 카페에 들렀더니 다른 동에 사시는 분이 자기 집에서 저녁 커피타임을 가진다며 번개공지가 올라와 있더군요. 부부동반을 환영한다니 이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커피메이트랑 씨름하던 남편과 참석하겠다고 얼른 댓글을 달았지요. 그 분이 올린 커피 종류가 참 많더군요.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까페라떼, 캬라멜마키야또,아이스민트초코뿌라푸치노, 헤이즐럿 캬라멜카푸치노 꼰파냐, 캬라멜 초코라떼꼼파냐, 바나나라떼꼰파냐, 비엔나커피, 아이리쉬칵텔, 기타등등 ...
"추운겨울 따뜻한 커피한잔의 모임으로 기분 좋은 저녁이 되었음합니다."ㅎㅎ
이런 멘트까지 주신 이웃이 있군요. 이렇게 따스한 이웃을 만나게 될 내일이 얼른 왔으면 좋겠습니다.
또 기다리는 날이 있군요. 주말에 사촌들을 포함한 친정 형제들 모임을 우리 집에서 갖기로 했답니다. 이사 와서 처음으로 하는 집들이 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방문해서 왁자지껄 즐겁게 떠들며 지신(地神)을 밟고 나면 저는 더욱 새 환경에 적응하면서 정이 들겠죠. 그 날을 위해 와인냉장고도 전원을 넣고 와인을 미리 채워 넣었습니다.
이제 내 집으로 느껴지기에 자축하는 100일이 마냥 행복합니다.
“저... 행복해도 되는 거 맞죠?”
축~!!! 입주 100일!!!
첫댓글 선아님 그런 아파트 입주가 얼마나 많은 수고가 있었는지 짐작이 갑니다 행복 하시길!
ㅎㅎ 감사합니다. 정희님께서도 늘 행복하세요~~
축! 100일! 축하드립니다 새 정에 흠뿍 빠질실겁니다^^
이제 조금씩 빠지고 있나봐요. 감사합니다.
축 입주 100일 축하드립니다. 좋은 집 좋은 환경에서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 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께서도 건강과 행복이 늘 함께 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