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우리 꼬리 봤니
알베르토 로트 글 그림 ,박서경 (옮긴이) 상수리 2021-11-05
‘아동도서의 노벨문학상’이라 할 수 있는 ‘2021년 볼로냐 도서전 라가치상’을 수상한 작가 알베르토 로트의 작품이다. 라가치상을 받은 작품 <내 꼬리 봤니?>의 후속작인 <우리 꼬리 봤니?>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유쾌하면서도 철학적 깊이가 감추어져 있는 그림책이다.
<우리 꼬리 봤니?>에서도 주인공 멍멍이가 꼬리를 찾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두 마리의 멍멍이가 자신의 꼬리를 찾고 있다. 상대방의 꼬리는 눈에 보이는데 이상하게도 자신의 꼬리는 찾을 수가 없어서 답답해 하고 있는 멍멍이들 앞에 토끼가 등장한다. 과연 멍멍이들은 토끼의 도움을 받아 꼬리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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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꼬리를 직접 볼 수 없는 두 마리 개가 서로의 꼬리를 찾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려낸 그림책이다. 아이들이 낄낄대면서 '어처구니 없네, 답답해, 웃기다.'라며 읽었다. '어떻게 자기 꼬리가 있다는 것을 모르냐고, 바보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너는 네 목이 보이니? 네 귀가 보여?"라고 물으니 그 때서야 "아.. 못 보는구나. 못 보니까 찾을 수도 있겠네."라며 개의 입장을 이해했다. 그래도 꼬리를 만지거나 친구의 꼬리를 보면서 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왜 꼬리를 찾는 건지 정말 웃기다며 이 그림책으로 어떤 질문을 만들어낼지 모르겠다는 말을 나눴다. 어떤 질문을 만들지 모르겠다던 아이들이 만든 질문은 정말 놀랍다.
질문 만들기
비) 만약 지금 거울이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영) 있다 라고 말하는 조건은 무엇일까?
(꼬리가 있다면 눈으로 직접 볼 때만 꼬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는 걸까?)
호)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없는 걸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이) 있다와 없다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동) 내가 나를 직접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아) 자기 모습을 왜 직접 보려고 하는 걸까?
모) 본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어떤 질문을 만들어야할지 잘 모르겠다는 아이들은 먼저 질문을 만든 친구들의 질문을 보면서 떠오르는 질문들을 이어서 만들었다. 철학탐구북클럽을 할 수록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서로에게 배우면서 생각을 키워나간다. 내 질문과 친구의 질문이 비슷하다는 점에 놀라고, 그 질문을 한 의도가 궁금해서 서로 묻는다. 오늘의 질문은 꽤 어려울 것 같다 하길래 답하기 쉬운 질문부터 답을 찾아가보자고 했다.
비) 만약 지금 거울이 없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_ 거울이 발명되기 전에는 자기 모습을 자기가 볼 수 없었을 테니까, 궁금했을 것 같아요.
_ 그래서 물에 비친 모습을 보고 자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았을 것 같아요.
_ 그런데 그건 자세히 알 수 없잖아?
_ 그래서 사람들은 화가를 불러 초상화를 그렸던 것 같아요. 엄청 자세하게 비슷하게 그린 화가가 인기가 많았을 것 같아요.
_ 조각상으로도 표현했잖아. 몸도 알고 싶어했던 거 같아.
_ 거울이 없다면 화가나 조각상들이 아주 인기많은 직업일 것 같아요.
_ 지금도 자기 자신의 모습을 잘 보고 싶어서 화질 좋은 사진이나 기계를 사용하잖아요.
_ 거울이 없다면 자기 모습이 궁금해서 다양한 방법을 찾아서 보려고 했을 것 같아요.
동) 내가 나를 직접 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_ 직접 본다. (시각장애인은?)
_ 볼 수 없는 건 만져봐요. (만지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볼 수 있어?)
_ 그래도 안 되는 거 있잖아. 장기는 못 만지고 못 봐.
_ 왜 못 봐? 칼로 배를 자르면 되잖아.
_ 그건 위험해.
_그러니까 엑스레이나 mri 같은 기계를 쓰는 것 같아요.
_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어서 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들어요.
_ 선생님. 우리가 나를 알 수 있는 것은 오감으로 알 수 있지만 그건 우리의 생각이나 마음을 알 수 없어요.
볼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어요.
모) 그러면 본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_ 눈으로 보는 것이에요.
(눈으로 보지 못하는 것 말고 본다는 것을 쓰는 경우는 언제지?)
_ 시각장애인들은 눈으로 보지 않아도 뭔가를 본다고 하지 않아요?
_ 손으로 느끼고 소리를 들어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본다고 해요.
_ 그러면 감각으로도 본다고 할 수 있어요?
_ 엉덩이도 볼 수 있어?
_ 응. 엉덩이도 볼 수 있어. 변기가 열어 있나, 닫아 있는지 엉덩이가 느끼잖아. 그래서 알잖아.
_ 그럼 엉덩이가 똥을 보면서 똥이 나오는 구나. 라고 하냐?
_ 그건 본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 같아. 감각적으로 느껴진다고 해야하는 건 아닐까요?
_ 시각장애인의 관점에서 보면 느끼는 것이 본다라고 하는 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_ 마음을 본다는 표현도 해요. 그런데 마음을 볼 수 있을까?
_ 네.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이 마음을 본다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_ 그런데 마음을 진짜 볼 수 있진 않잖아?
_ 그건 그냥 그렇게 표현하는거지, 진짜 보는 건 아니에요.
_ (사전을 찾아보더니) 본다 라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지는데요, 18가지나 되요.... 장보러 간다, 이리 저리 보고 결정할게, 마음을 본다, 눈에 보이는 것을 본다, 등... 우리가 뭔가 정해야할 거 같아요.
_ 그러면 우리 오늘 여기에서는 본다는 것을 어떻게 정리해볼까?
_ 본다는 것은 우선 시각적으로 본다는 것과 어떤 것을 알아가는 것 같아요.
_ 본다는 말과 알아간다는 것은 같은 말일까?
_ 그건 아니에요. 보지 않아도 알 수 있거든요.
_ 아, 어려워요.. 좀 더 생각해봐야할 것 같아요.
_ 우리 나라 말은 본다 라는 말을 너무 많이 쓰니까, 헷갈려요.
_ 국어사전에 나오는 의미를 다 포함해서 본다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 있다와 없다를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이 그림책에서 보면 꼬리가 있다/ 꼬리 없다를 나누는 기준은 뭐였지?
_ 직접 자기 눈으로 봐야 해요.
_ 직접 자기 눈으로 보지 않아도 꼬리는 있어요. 그러니까 보는 것만으로 기준을 삼을 순 없어요.
_ 그러면 어떤 기준이 필요할까?
_ 꼬리의 움직임을 느끼기만 해도 꼬리가 있다고 말할 수 있어요.
_ 바닥에 누울 때 꼬리가 무언가랑 부딪힐 때 다른 느낌이 있을 거에요. 그것도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_ 나와 비숫하게 생긴 개들이 꼬리가 있다는 것을 다 보여주고 너도 있어 라고 말해주는 건 어때요?
_ 너도 있고, 너도 있고, 너도 있으니까 나도 있을 거야. 라고 생각하는 거야?
_ 그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런 게 귀납추리야.)
_ 그런데 개는 그걸 알까요?
_ 개는 직접 봐야지만 알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영원히 자기 꼬리를 못 찾을 것 같은데요.
_ 그러면 그 개에게는 꼬리가 있는 걸까, 없는 걸까?
_ 꼬리가 있지만 찾지 못하는 거 같아요. 왜냐하면 상대의 꼬리를 볼 수 있으니까 나도 있을 거라 생각하지만 내 꼬리를 직접 보지 못했으니까 찾고 싶을 거 같고요.
_ 꼭 직접 봐야지만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무엇으로 있다와 없다를 구분할 수 있을까?
개의 꼬리 말고, 우리가 무엇인가가 있다. 라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은 뭘까?
(여기 인형을 보여주고) 인형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알지?
_ 봐요. 그리고 만져요. 냄새도 맡아요. 인형이라고 말하는 사람의 소리를 들어요.
_ 그런 건 오감으로 아는 거네.
_ 그러면 오감으로 확인할 수 있으면 있다. 라고 할 수 있을까?
_ 그건 확실해요.
_ 그런데 좀 찝찝한게.. 오감으로 확인할 수 없지만 있는 것들도 있어요.
_ 공기, 바람, 소리, 냄새.. 이건 오감으로 되는데... 사랑, 감정 같은 건 어떻게 알아요?
_ 사랑도 느껴지잖아.
_ 사랑에 맛이 있냐? 소리가 있어?
_ 아, 그러네. 사랑은 있는데 어떻게 알지?
_ 그건 느낌인데 있지만 오감으로는 확인할 수 없어요. 그건 느낌이고 감정이에요.
_ 그러면.. 오감과 느낌으로 있다는 것을 있다는 것의 기준으로 삼으면 될까?
_ 그럴 것 같아요. 오감으로 확인하고, 오감으로 안 되는 것은 어떤 느낌이 있으면 있다고 해요.
_ 우주는? 오감으로 확인못하고, 우리가 우주를 보면서 느끼는 것도 없다면 우주는 있는 걸까, 없는 걸까?
_ 아... 너무 어려워요.
_ 그러면 신은 어떨까? 신은 오감으로 확인 못하고, 어떤 느낌도 없을 수 있잖아. 친구들이 하나님이 있다는 걸 어떻게 아냐고 물으면 어떻게 할거야?
_ (엄청 진지하게 생각하는 아이들)
_ 우리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다 믿으니까 있는 거야..
_ 성경책을 보여주면 되잖아요. 보이는 거잖아요.
_ 보지만 믿는 건 아니잖아.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잖아.
_ 성경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는 복되다.'라는 말이 있어. 그건 어떤 의미일까?
_ 그러니까 그건 보지 않아도 있다고 믿는 것이 좋다는 건데, 신이 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있을까, 없을까의 기준에서 신의 이야기까지 가니까 정말 어려워요.
더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한 시간 반이 훌쩍 지났고, 아이들도 조금 힘들어보여서 오늘 마무리를 해보자고 했다. 그리고 한 주간 있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왜 그것이 있는 것인지 이유를 찾아보자고 했다.
마무리 글쓰기
오늘 우리의 생각과 탐구를 통해 알게 된
있다와 없다를 구분짓는 기준은 무엇일까, 그리고 더 궁금한 것이 있다면 적어볼까요.
_ 있다고 없다를 구분 짓는 중요한 기준은 오감으로 확인할 수 있느냐다. 오감으로 확인이 되면 있는 거다. 그런데 오감으로 확인되지 않더라고 있는 것이 있는데 감정 같은 느낌이다. 그것은 우리가 다양하게 표현해서 있다는 것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신이 있느냐 없느냐에 대한 것은 좀 어려워서 생각해봐야할 것 같다.
_ 있다와 없다는 기준은 오감을 통해 알 수 있다. 하지만 신 같은 것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_ 있다와 없다의 기준은 오감으로 확인하는 것과 느낄 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믿음으로 보면 신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믿는다는 것과 안다는 것, 있다는 것은 좀 다른 것 같다.
_ 있다와 없다를 구분하는 것은 오감과 느낌(뇌의 작용)으로 알 수 있다. 신이 있다는 것은 어떻게 알 수 있는 건지 진짜 궁금해졌다.
동그래 성찰
무엇이 있다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과 믿음의 영역은 어떻게 구분될 수 있을까? 사람들에게 자신의 신념과 믿음을 보여주려면 어떤 것을 보여줘야 할까? 근거를 가지고 말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모든 것을 오감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아이들은 감각으로 세상을 알아간다는 것에 대한 한계를 발견했고, 우리를 둘러싼 것들을 다시 바라보았다고 했다. 우선은 그 발견과 더 이어지는 질문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참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2023-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