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몰라서 묻는 거냐?
엇 주! 아주 모르는 척 시침 떼겠다? 이게 정말.”
“어? 어! 너, 언제 알았냐? 하하하하
그렇지 않아도 희숙이가 내일 한 번 여기 오기로 했으니
그 때나 제수씨와 너에게 말하려고 했었는데?”
“임 마! 이 형의 귀가 새처럼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걸 몰랐냐?
축하 한다, 하하하하
그런데 사귀기 시작한 것이 언제부터냐?”
“교회에서 같이 성가대원 하다가 친해졌다,
교회예배 끝나면 성가연습하고, 둘이 같이 걸어서 집에 돌아가면서,
주로 네 얘기를 많이 하다 서로 속사정까지 알게 되고
뭐 그렇게 서로가 서로를 신뢰하게 되면서 격의 없이 사귀게 된 거야.”
“뭐야? 그러면 내가 중신 한 거네? 너, 나한테 양복 한 벌 빚졌다?
그런데 그 말, 속사정이라니, 너희들 벌써? 그런 사이야?
대단하구나, 하하하하
네가 내 앞에서는 여자에 대해서 아무 것도 모르는 척,
얌전한 척 하면서 그 새 날름 잡수셨어?”
“야! 그런 게 아니잖아?
우리 집의 사정과, 희숙이네 집 사정을 서로 잘 알게 됐다는 거지,
얌마! 내가 너 같이 바람장이냐?
우리 집이 그래도 뼈대 있는 집안이다.”
“에라 이! 요 놈아, 못 믿겠다,
희숙이 만나면 물어 봐야지, 누가 먼저, 나 좀 잡숴주면 안 돼요?
그랬는지, 내 생각에는 네가 강압적으로 그런 거 같은데?
후 하하하 가만있자, 이걸 누구에게 나팔을 불지!”
‘놀리는 재미가 좋은 걸.
그래, 어머니를 잃고 힘들 때, 희숙이에게 위로를 많이 받았겠구나,
허긴 누나도 수철 형이 있었으니, 힘든 중에도 견딜 수가 있었겠지!
희숙이와 같은 미인과의 연애라? 흠 부러운 놈.’
“누나 결혼식은 어쩔래? 아직은 안 되겠지? 3년 후에나 한다고?
그럼, 그 동안에 애를 둘은 낳을 건데, 애들하고 같이 결혼식 한대?
그냥 하지 그러냐? 누가 효자효녀 아니랄까 봐,
나는 그게 오히려 선조를 속이는 것일 것 같은데.”
“결혼 신고는 그래서 미리 하기로 했다,
네가 말한 대로 두 집 다 애기들이 생기면 곤란해질 것 같아서,
정길아, 일 끝나고 집 들이 오늘 하자,
누나가 음식 차린다고 했으니 제수씨하고, 김 부장님 모시고 같이 와라.
원석이도 불러야겠지? 내 조수한테는 내가 알아서 말할게.”
“그래, 오랜만에 누나가 한 음식 좀 먹어보자,
우리들끼리 뭉치는 게 정말 오랜만인것 같다,
너무 늦지 않게 가야하겠지? 일이 끝나자마자 가도록 할게.”
희숙이까지 같이 와 있어서, 결혼식을 올린 부부는 아니더라도,
알 것을 이미 다 알아버린 세 쌍의 연인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희숙이 웬 지 부끄러워하는지라,
은숙이, 왜 내숭을 떠느냐며 간지럼을 태우고 장난을 하자, 분위기가 풀린다,
정래 남매도 모친장례 후에 모처럼 웃어본다,
그들이 서로 알기 시작한지는 얼마 안 되지만, 마음이 통하는 사람들의 모임은,
가족들이 명절에 모인 것 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스스럼없이 속에 있는 말들을 하며 즐겼다,
서로가 서로의 짝들에게 언제까지라도 아끼고 사랑해 줄 것을 당부하며,
될 수만 있다면 이 모임이 계속되어지기를 빈다.
아침 일찍이 은숙과 함께 현장에서 비교적 가까운,
묵호 시내 주변에서 장인의 개업할 장소를 찾아 나섰다,
비교적 사람의 왕래가 많은 곳을 뒤지고 다닌다,
복덕방과, 밖에 세를 놓는 다고 써 붙였거나, 두 사람이 봤을 때,
목이 좋은 곳이 있으면, 비어 있는곳이 아니더라도 불쑥 들어가서,
여기를 세놓으려 한다는 말을 듣고 왔다는 변죽을 울리며,
비어있는 곳이든 영업 중인 가게이든지, 열심히 탐문하던 끝에,
두 사람이 여기다 싶은 썩 괜찮은 영업장소가 두 곳이 나왔는데,
하나는 비어있고 하나는 영업중인데, 장소가 좁아서 큰 곳을 구해 곧 이사를 나갈 예정이란다,
은숙과 같이 데이트 할겸 다닌덕에 온 거리를 뒤졌어도 힘들지가 않았다,
핑계 김에 같이 다니니 기분이 좋았다,
정 찾기 힘들 경우에는 여러 복덕방에 의뢰할 작정이었는데,
돌아다닌 성과가 나타나 만족할 만해서 두 사람 모두 가슴이 뿌듯했다,
바로 춘권에게 전화를 한다.
“아버님 안녕하셨어요?
예! 좋은 자리가 두 군데 나왔는데 오셔서 보셨으면 해요,
하나는 방 두 개에 가게 하나인데, 가게가 크고요,
하나는 가게가 두 개인데 하나가, 한 열 평정도 되고,
하나는 다섯 평정도 되는데 방은 하나 밖에 없습니다,
둘 다 팔거나 전세나 다 가능 하다고 하네요, 아버님 오셔서 보셔야지요?
언제 오실래요?
예! 오늘이요? 그럼 은숙이하고 모시러 정류장으로 나갈게요,
7시 차라고요? 도착시간이지요?
아! 거기서 출발하는 시간입니까?”
춘권이 올라오자, 바로 그 장소로 안내 했다,
두 군데가 다 마음에 드는데 하며, 정길에게 수고 했다 치하를 한다,
집 주인들을 만나보고 나서 결정을 지을 것이니,
어서 회사로 돌아가라고 하는 춘권을 근처의 식당으로 모시고 가서,
같이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졌다,
숙소에 돌아오니 송탄에서 정옥에게 전화가 왔다,
신체검사 통지서가 나왔다는 연락이다. 어째 가슴이 답답하다,
곧 닥칠 것이기에 작정은 하고 있었지만,
정작 군대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을 떠 올리자,
여기저기 걸리는 것이 많다.
검정고시 날짜도 잡혀 있었고, 아직 시간은 있다지만,
집 사정도 살필 겸, 아예 일찍 출발하자고 생각했다,
그래도 아직 일 년 이상 시간이 남았는걸,
생각하며 진혁에게 먼저 전화로 이 사실을 알렸다,
내일 이라도 출발하려고 준비했다는 말도 함께 했다.
은숙이 낯빛이 어두워진다,
3 년간 그와 떨어져 있을 생각을 하니,
자신도 모르게 암담한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또 결혼식도 올리기 전에 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한 생각이 머리를 쳐들어, 마음을 가라앉힌다,
어짜피 한 번 겪어야 할 일인데,
그리고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아 있고, 시 아버지의 직장에서 생활을 하니
별 다른 염려 같은 것은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과,
또 아버지도 자기와 가까운 이곳에서 개업을 하신다고 했으니,
그까짓 삼 년쯤 별거 아니라는 생각을 하니 마음이 편안해 진다.
“아버지 신체검사도 받고, 검정고시 시험까지 보고 오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어요,
병무청에 가서 전에 신체검사 빠진 사유서도 써야 하고,
신체검사를 받은 후에는 바로 고졸 자격 검정고시를 치러야 합니다,
또 미장원 영업은 잘 되고 있는지
집도 손 볼곳이 없는지 살피려면 시간 좀 걸릴 겁니다,
은숙이에게 사실대로 다 말했어요,
나이도 학력도~ 놀라지 않았느냐고요? 하하하 아니 예요!
다 이해한다고 걱정하지 말래요,
자기가 나보다 두 살이 위인데도, 아직까지 그냥 오빠라고 부르면서
오히려, 자기 아버지에게는 나중에 말 하자고 하던데요,
가서 일이 끝나는 대로 바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따로 부탁하실 말씀 있으시면 하세요.”
“그래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하고 와라, 검정고시 잘 봐라,
학교도 다니지 않고 졸업자격을 얻는다니, 네게 정말 미안하고, 또 너무 고맙다,
회사 일을 하면서도 공부를 했으니,
허허허 따로 말할 것은 없고 동생들 곁가지 않았나나 살피 거라.”
‘이것으로 끝내야하는데,
은숙이에게 다시 거짓말할 거리가 생기지 말아야만 하는데,
에이! 앞으로야 뭐 있을 라고?
은숙이가 조금 전에는 낯빛이 어둡더니 이제는 괜찮네!
그 새 마음을 다스렸나 봐, 흠, 정말 속이 깊어 나보다 나아.’
두 사람은 헤어질 생각은 하지 않기로 했다,
헤어짐이 아니라 서로의 사랑을 더욱 성숙시키는 계기로 삼자고 약속했다,
서로의 입술을 찾으며 더 상대를 신뢰하고, 마음들이 일치되었음을 느낀다,
장인에게는 우선 은숙이 먼저 말씀드리고, 정길이 하기로 했다.
“정래야 오늘부로 네가 자재담당이다,
군대에 가기 전까지 나는 다른 쪽 일을 경험 해봐야지,
현장에서 일하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나한테 저녁에 말해라,
나? 내가 눈썰미가 좋잖아,
현장에서 미흡하거나 제대로 안 풀리는 그런 일을 찾아서 해결하는 그런 일을 할 거야,
일종에 기술 감독이지, 하하하 기술은 없지,
그래도 그 간에 현장에서 생긴 문제를 해결한 사람이 나였잖아?
아버지와 상의하기로 했으니 자리를 마련해 주실 거야,
나는 거의 현장에 나가 있어야 하니까 저녁에나 만날 수 있겠지?
오늘은 저녁에 우리들 예비 부부 넷이서 단합대회하자,
나는 모레쯤 서울에 가야 돼, 아마 꽤 오래 걸릴 걸,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이번 일과, 송탄에 다녀오는 것까지 허락받았다.
신체검사 받고 검정고시까지 치르고 오자면,
시간이 걸리니까 너에게만 먼저 이야기 한 거야,
신체검사는 한번 피했고, 검정고시에 관해서는 일병 형과,
은숙이와 너만 아는 거고, 어쩌면 우리 넷이 만나서 식사하는 게 올해는 마지막이 될지 몰라.
나 집에 갔다 오기 전에는 말이지, 그러니까 오늘 저녁에 단합대회하자고 알았지?
우리 네 사람이 미래까지 함께 할,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말이지 하하하하.”
진혁과 신체검사와 검정고시 등, 집에 가는 문제를 전화로 상의하였기에,
다녀와서나 볼 줄 알았던, 진혁이 정길의 숙소를 찾아 왔다,
송탄에 내려 보내기 전에, 용돈도 주고 얼굴이나 한번 보려고 온 것이다,
정길이, 진혁에게 자신의 적성에 맞는 일도 찾아보고,
회사에도 유익이 될 만한 일을, 현장을 돌아보면서 찾아보면 어떨까요?
하며 묻는다,
정길이 그동안 공사현장의 진행과정 중에서, 문제점을 잘 찾아내고,
보완해 내는 재능이 있음을 알기에 선뜻 그러라고 한다,
어차피 얼마 안 있어 결혼도 해야 하고, 군대도 다녀와야 하니,
그 안에 정길이 적성에 맞는 일을 회사 내직에서든지,
현장에서든지 찾아내면 그렇게 하라고 하는 것이 정길에게나 진혁에게,
또는 회사에도 유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정길이 제대 후, 바로 자신의 일을 시작할수 있으니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그래 안전점검이라든가,
자재활용이 제대로 되는지 일 진행의 창조적 발상이라든가 하는 것이,
어딘가 미흡했는데, 네가 그걸 해 준다면 든든하겠다,
직책은 공사안전감독으로 하자, 수철이와 같이 협력해서 하도록 해라,
그리고 네 나이가 있으니 직급은 대리 정도로 하면 간부들도 말이 없겠지,
그래 군대 영장 나올 때까지 수고해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