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주요서점 사옥사진을 발굴한 출판학자 남석순 교수.

[海月/尹榮大]

근대 주요서점 사옥사진을 발굴한 출판학자 남석순(57) 김포대학 교수

근대서점은 신문화를 전파하던 지식문화의 귀중한 통로

“서점·출판계는 근대 뿌리찾기에 큰 관심을 보여야 합니다”

일제강점 초기 1910년대 출판서적상의 전경 사진이 처음으로 대거 발견되었다. 남석순(57) 김포대학 영상미디어학과 교수(출판학)는 당시 12개 출판서적상들의 사옥 사진 13장(회동서관 사진 2장)을 발견하고 해설을 붙여 지난 6월 출간한 〈근대소설의 형성과 출판의 수용미학〉(도서출판 박이정)에 공개했다. 사진촬영 당시는 1913년이지만 회동서관 등 7개 출판서적상은 사실상 1910년 이전 설립 때의 모습이다. 모두 처음 공개되는 근대서점·출판사들의 사진이다. 당시에는 서적의 출판·인쇄·판매가 뚜렷하게 분업된 것이 아니라 출판사와 인쇄소, 출판사와 서적상의 성격을 함께 갖고 있었다. 남석순 박사에게 근대 서점·출판사의 의미와 사진을 발견하게 된 과정과 의의를 듣는다.  〈엮은이〉

 
 
 

남석순 교수  

김포대학 영상미디어학과 교수이며 같은 대학의 초대 교무처장, 산학협력처장을 역임하였다. 단국대 국문과,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출판·잡지 전공, 단국대 국문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사단법인 한국출판학회 부회장을 지냈고, 서강대 언론대학원에 출강하고 있으며, 검정교과서 연구위원으로 있다. 문화관광부장관상 수상(2001), 한국출판학술상 수상(2004)과 저서 〈학술출판의 실제〉(공역, 범우사), 〈근대소설의 형성과 출판의 수용미학〉(박이정)이 있다.

 ●이번에 발견한 근대 서점들의 사진이 갖는 의미를 설명해주세요.

“우리나라 근대서점의 기점이었던 개화기 주요 서점들의 사옥 모습이 처음 밝혀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1930년대 중반의 ‘박문서관’ 사진 정도였습니다. 이번에 찾은 사진은 일제강점 초기인 1913년의 사진이지만 이중에서 ‘회동서관’, ‘광학서포’, ‘박문서관’, ‘유일서관’, ‘대창서원’, ‘보급서관’ ‘신문관’ 등 7개 출판서적상들은 1910년 이전 대한제국 시대에 설립되었던 서점들이며 이 사진들은 그 당시의 사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회동서관’ 사진 2장은 매우 의미가 큽니다. 개화 격동기에 신문화 전파에 앞장섰던 최고의 출판서적상 ‘회동서관’이 사진(1913년)으로 그 모습을 처음 드러냈습니다. 또 한 장은 1913년 이후의 사진으로 회동서관 앞에서 일본군이 무장하고 경계를 서고 있는 장면이 포착된 것으로 일제 강점기의 출판 탄압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는 겁니다. ‘회동서관’보다 일 년 앞서 1896년에 개점된 ‘대동서시’가 있었지만 활발한 활동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회동서관’은 근대에서 가장 역사가 오랜 출판서적상으로 인정되고 있습니다. ‘회동서관’의 전신은 ‘고제홍서사’이며 1897년 경성 대광교(전 조흥은행 본점 자리)가 개점되었고 1907년 장남 고유상이 사업을 승계하면서 출판을 겸한 서적상으로 확장한 후 ‘회동서관’으로 개칭되었습니다. ‘회동서관’의 소재지는 남서 대광교 동변 27통 4호(1890년대 말), 황성 남부 대광교 37통 4호(1908년)에서 일제의 행정구역 개편으로 경성부 남대문통 1정목 17번지(1914년)로 바뀌었다가 해방 후에는 중구 남대문로 1가 14번지(1948년)로 변경되었습니다.”

●사진을 어디서 발견했는지요. 독립기념관에서 발견한 사진도 있다는데, 이제서야 발견된 이유가 있는지요.

“일본군이 경계중인 ‘회동서관’의 사진인데요, 독립기념관에서 소장한 자료입니다. 사진필름을 흑백으로 복사한 것인데, 한국독립운동사 정보시스템에 공개되어 있는 자료지요. 이는 근대출판이나 근대서점의 연구는 자료발굴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고, 기존 자료만 활용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근대 뿌리 찾기에서 직접 관련되는 출판계나 서점계보다 근대문학이나 도서관학에서 성과가 나온다는 점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책이 만들어낸 세계는 우리의 문명사이고 지식사이며 정신사였습니다. 이제부터라도 출판계나 서점계에서 뿌리 찾기에 큰 관심이 필요합니다. (남석순 교수는 지난 6월에 출간한 〈근대소설의 형성과 출판의 수용미학〉(도서출판 박이정)에 근대 서점들의 사진을 먼저 공개했다. 이 책은 한국 근대소설의 근대성과 형성 과정에서 근대출판의 역할을 본격적으로 탐구한 최초의 학술서다.)”

●친일잡지에서 근대서점 사옥 사진 12장을 발견하셨다지요.

“12장의 사진은 당시 친일잡지 〈新文界〉(1913년, 국립중앙도서관 소장)가 지정판매처로 당시의 경성 주요 출판서적상 12개사를 지정한 후 사진과 주소를 소개한 것입니다. 이 잡지의 1권 7호(1913년 10월) 권말에 게재되어 있습니다. 국립중앙도서관의 귀중본으로 소장되어 있는데 도서관의 협조로 스캔을 받은 것으로 당시 종이와 인쇄상태가 양호하지 않아 선명도가 떨어지는 편입니다. 그렇지만 친일잡지 덕분에 오히려 귀중한 사진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던 점은 역사의 아이러니지요. 식민체제를 옹호하는 이 잡지는 1913년부터 1917년까지 매월 발행된 월간지로서 청년 학생들을 독자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남석순 교수는 근대서점 사진 13장과 함께 1969년 서울시 도시계획으로 이 건물이 헐리기 직전 ‘신문관 및 조선광문회’의 사진 1장도 발견했다. 이 사진은 우연히 관련 신문기사를 읽다가 찾았다고 한다.)”

●일제강점기때 서점은 모두 몇 개나 있었나요.

“1910년 국치 이전 개화기까지 전국에는 140여 개소 이상의 책을 판매하는 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있습니다. 이중에서 서포, 책사 등 ‘서(書)’와 관련이 있는 책방은 약 120여개로 알려지고 있으며, 나머지는 신문사, 지물포, 상회 등에서 책의 판매도 하였습니다. 이중에서 지방은 약 60여 개소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서울에는 종로와 남대문 일대에 집중되어 있었으며 평양, 인천, 대구, 해주, 개성, 부산, 전주 등 전국에 걸쳐 있었습니다. 함북 성진, 단천, 강계, 봉산, 선천, 김해, 태인 등 지방의 군 단위까지도 책방이 있었지요. 특히 전주와 태인에는 일찍부터 방각본(坊刻本, 상업용으로 출판한 책)이 발달한 곳이며 대구는 전통적으로 출판문화가 발달한 곳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국치 이후에는 이들 서점들도 근대적인 면모로 바뀌게 되지만 거대자본을 앞세운 일본 출판사와 서점들이 들어오게 됩니다.”

●최초의 근대 서점은 어느 서점인지요.

“근대서점의 시작은 ‘독립신문’ 창간호(1896년)에 책 광고를 실은 ‘대동서시(大東書市)’로 알려집니다. 그 다음해인 1897년에 ‘회동서관’의 전신인 ‘고제홍서사’가 개점 함으로써 근대 서점은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그러나 우리 근대서점의 원조는 ‘패물전(잡화전)’과 ‘지전(지물포)’입니다. 이들은 개화격동기에 신문화를 전파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지요. 당시 독립신문과 황성신문에는 이들의 책 판매 광고가 나타나는데 유우현 지전, 위경식 지전, 권석희 상전(잡화전) 등이 나타납니다. 이들은 광무연대 말기와 융희연대에 많은 전문서적상들이 잇달아 문을 열면서 지물포나 잡화전에서 책을 판매하는 일은 점차로 없어집니다.”

●개화기때의 서적상들은 서점과 출판사를 겸했다고 하는데요.

“개화계몽기에는 서적의 출판-인쇄-판매가 뚜렷하게 분업된 것이 아니라 출판·인쇄소와 출판·서적상으로 성격을 대분하여 볼 수 있습니다. 출판·인쇄소는 인쇄소로 출발하였으나 인쇄와 서적을 출판하고 판매까지 하였는데 최초의 민간출판사로서 ‘광인사(1884)’가 있었고 본격적으로 ‘탑인사’, ‘광문사’, ‘박문사’ 등이 있었습니다. 출판·서적상은 처음에는 판매에 치중하였으나 점차 서적을 발행함으로써 출판과 유통이 동시에 이루어진 형태로서 ‘대동서시’, ‘회동서관’, ‘광학서포’, ‘주한영책사(중앙서관)’ 등이 시작점입니다. 이들은 우리의 개화계몽을 위해 광의적인 학교의 역할을 수행하였고 주로 공익성에 치중한 활동을 하였습니다. 하지만 국치이후에는 일제 탄압 속에서 생존을 위한 출판과 유통활동을 전개하게 되고 자연 상업성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또 새로 설립되어 갑니다.”

●그 당시 서점의 역할과 서점인들의 의식은 어떠했는지요.

“개화기의 서점들은 도서판매와 더불어 신구서적의 출판을 겸하면서 개화기 신문화운동의 주요한 역할을 담당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들 서적상들의 활동을 문화성과 상업성에 따라 두 경향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문화성에 중점을 둔 이들은 ‘대동서시’, ‘주한영책사’, ‘대창서원’, ‘대한서림’, ‘유일서관’, ‘광학서포’, ‘태극서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대동서시’의 주인은 김기현으로 독실한 크리스천인데 개화사상에 눈뜬 그는 서적판매업과 출판을 겸영하다가 국치이후 서점을 폐하고 논산에 은거하였고, 주한영은 함경도 양반 출신으로 국치이후 서점을 폐하고 중동학교에서 서예를 가르쳤고, 학자와 번역가로 활동하였던 현채와 그의 아들 현공렴의 ‘대창서원’, 남궁억, 남궁준 형제의 ‘유일서관’, 이승훈의 ‘태극서관’(평양)이 있었고 이들은 대개 민족 운동가들이었습니다. 상업성에 치중하였던 곳은 ‘회동서관’, ‘동양서원’, ‘신구서림’ 등으로 볼 수 있습니다. ‘회동서관’의 고유상은 기업성에 바탕을 두었고 1920년대에는 출판서적계에서 최고의 납세자였으며, ‘조선도서주식회사’의 취체역, ‘대동인쇄주식회사’의 공동출자, ‘경성서적업조합’의 조합장을 역임하는 등 당대 출판서적계의 지도자였습니다. ‘동양서원’의 민준호는 판매의 극대화를 위하여 소설을 상품으로 선택하였고, ‘신구서림’의 지송욱은 봉래동 물산객주 상점에서 일하던 분으로 문화적 사명보다는 상리를 앞세운 출판서적상이었다고 보입니다.”

●이들 서점이 현재까지 이어지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지요.

“국치 이후 문을 닫은 ‘대동서시’, ‘주한영책사’ 등은 일제 강점으로 애국계몽의 전파라는 사명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죠. ‘광학서포’는 국치 이후까지 이어갔으나 결국 무너질 수밖에 없었고, ‘회동서관’은 1920년대 전성기를 거쳐 1930년대까지 이어갔으나 3·1운동 이후 일제의 문화정책의 미명 아래 거대 자본을 앞세운 일본인 언론기관 및 서적상, 출판사들이 대거 들어왔고 지식인들을 위한 일본어 서적들이 수입되고 출판됩니다. 이러한 환경에 따라 민족계 출판서적상들은 일본 중심의 세력이 주도하는 출판 환경 아래 민족적인 정서의 출판서적계는 차별적일 수밖에 없었고, 토착 상업자본 내지 개인의 소자본으로 다각적인 경영 노력을 하였으나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개화기때에도 도서정가제를 실시했다면서요.

“개화기의 책의 정가는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일정불역지가(一定不易之價)가 있어서 서적의 정가제가 기본적으로 시행되어 왔죠. 그러나 당시 신문을 보면 일부 특별할인과 월부판매의 책 광고가 나타납니다. 1903년 주한영책사의 광고에는 1천부 한정으로 정가의 10%를 할인판매 하니 앞을 다투어 와서 사라는 광고가 있습니다. 1906년 진고개의 연상상점에는 특별히 감가하올 뿐 아니라 월납 판매법을 실시하여 널리 보급한다는 광고도 보입니다. 1910년 이후 출판탄압으로 인한 시장의 협소와 생산자와 판매자가 분리되지 않고 뒤엉키다보니 필연적으로 서점들 사이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게 됩니다. 서점들 간의 경쟁과 갈등은 일본서적상과 신생 서점들이 대거 등장하는 1910년대 초반에 이르면 더욱 커집니다. 이 때 서적광고를 보면 대규모 할인을 한다는 문구가 있는데 이러한 할인은 경쟁이 격화되는 서적계에서 살아남기 위한 고육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편료는 서점이 부담하고 달력을 주는 것은 일반적이었으며 서적 구입 시 복권을 주고 당첨자에게 상품을 지급하는 경품제도도 있었고 신소설의 경우는 50%를 깎아주는 파격적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도 책의 유통 경로가 다양했다는데, 서점의 유통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요.

“당시 책의 유통은 전국에 분포된 서점, 서적의 유료대여소, 서적종람소, 우편판매 등이 있었습니다. 1910년 국치 이전 까지 전국에는 140여 개소 이상의 책을 판매하는 곳이 있는 것으로 파악되어 있고 여기에는 군단위에도 서점이 있는 곳이 있을 정도로 유통의 골격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유통에서는 도서를 출판한 서포를 ‘발행소 또는 발행원’이라 하였고 판매처를 발매소, 발매원, 원매소, 분매소 등으로 기록하였으며 또는 특정 유통서점을 지칭하지 않고 ‘경향 각 서포’라고 표기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따라서 근대서점들이 책의 판매처로서 중심적인 활동을 보인다고 봅니다. 이외에 유료로 빌려주는 대여소가 있었고 1908년 ‘영림서관’의 경우는 구체적인 ‘서적세차약규’까지 만들어 시행하였습니다. 평양에는 최초의 사립 도서관 형태인 ‘대동서관’도 보입니다. 서포가 없던 지방은 우편을 이용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었는데 최남선의 신문관(1908)의 우편판매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개화기때 서점에서는 주로 어떤 책을 취급했습니까?

“당시 판매한 책의 종류를 알기 위해 1910년 이전에는 ‘광학서포’의 경우를 들고, 국치 이후에는 ‘회동서관’의 경우를 드는 것이 대표성이 있다고 봅니다. ‘광학서포’는 1907년에 처음 출판활동을 하면서 이인직의 신소설 〈혈의 누〉, 〈귀의 성〉(상), 신채호가 번역한 〈이태리건국삼걸전〉, 장지연의 〈애국부인전〉, 보건교과서인 〈초등위생학교과서〉 등을 연이어 발행하였고 국치 이전의 출판활동은 매우 활발하였습니다. 당시 ‘광학서포’의 최신간 판매도서 목록(1908년)에 수록된 37종의 도서는 역사, 지리, 어학, 법률, 윤리, 교과서가 대부분이며 종교가 2종, 가정잡지 1종이며 소설류는 7종이 있을 뿐이었습니다. 따라서 당시 서점에서 취급했던 책의 종류는 개화 계몽과 교육에 필요한 도서들이었습니다. 이러한 ‘광학서포’도 일제강점 이후 압수, 검열, 발매금지 등으로 출판방향을 바꾸지 않을 수 없었고 구지식인의 교양물에 해당하는 한문고전 서적을 주로 출판하다가 결국 문을 닫고 말았습니다. ‘광학서포’는 1910년대 말까지 약 100여종을 출판하고 판매한 것을 보입니다. ‘회동서관’은 기업으로 성장한 출판서적상이었습니다. 국치이후의 ‘회동서관’의 출판도서는 사전, 자전, 고전, 교과용도서, 신소설, 가사, 경제·산업·기술, 의·약학, 음악·미술·서예, 어학(국어, 외국어), 역사·지리, 전기류 등 다방면에 걸쳐서 출판을 하였고 종로와 대구에 지점을 설치하고 전국에 걸쳐 판매하였습니다. 특히 신소설 〈추월색〉(최찬식, 1912)은 1923년까지 ‘회동서관’에서만 18쇄까지 발행한 대형 베스트셀러였으며, ‘회동서관’은 1930년 초반 출판활동을 종료할 때까지 약 200여종의 도서를 출판하였습니다.”

●그때에는 어떤 책이 많이 팔렸나요.

“갑오개혁, 광무, 융희 연대(1894~1910)에서 출판운동은 국문운동, 교육운동과 함께 애국계몽운동의 핵심적 과업으로 부상하였으며 서적출판은 학교설립보다 절박한 과제로 인식되었습니다. 학교설립은 시간과 비용이 걸리지만 시급한 상황에서 가장 효율적인 것이 서적출판이기 때문 이였지요. 이 시기에 출판되고 많이 팔린 책은 서구 관련서적, 교과용 도서, 기독교 서적, 신소설과 문학도서, 사전과 자전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태서신사〉, 〈월남망국사〉, 〈화성돈전〉, 〈자전석요〉 등이 대중 판매가 높았습니다. 〈태서신사〉는 서구사정, 최신문화 등을 소개한 책으로 ‘학부편집국’에서 발행하였는데 소년 최남선에게도 근대의식을 부여한 책으로 순한문서와 순한글서 2종이 있었습니다. 특히 옥편 〈자전석요〉(지석영 편, 회동서관 발행, 1909)는 초판 5천부, 20여 쇄, 약 10만부 정도가 판매되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근대 서점의 역사에 관한 책이 부족한 편인데요.

“근대기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삼국시대부터 현대까지의 서점과 출판의 역사와 전개를 밝히는 문제는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를 인쇄종주국이고 출판대국이라고 자랑하지만 외국에 내놓을 변변한 출판문화사 한 권이 없는 실정입니다. 예나 지금이나 서적은 지식과 정보의 원천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묻혀있는 자료가 많다고 보며 이를 꼭 정리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세요.

“저는 출판학과 국문학을 아울러 전공하였으며 현재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미디어콘텐츠 스토리텔링, 근대출판과 근대문학, 출판정책, 북한출판 분야입니다. 각각 논문과 발표 등의 작은 성과는 있지만 아직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중에서 근대서점사와 근대출판사에 대한 연구도 꾸준히 해 볼 계획으로 있습니다. 현재까지의 연구는 개화기 당시 신문의 책 광고를 중심으로 자료발굴을 해왔는데 이제는 잡지와 다른 매체, 국가 소장본은 물론, 개인 소장본까지로 확대하고 엄밀하게 찾아봐야 합니다. 이러한 자료의 발굴과 연구는 개인학자에게만 의존해서는 안 됩니다. 강의준비, 연구실적, 학생지도의 기본업무 외에도 여러 복잡한 각각의 대학 환경에 소속되어 있는 개인 연구자로서 한계가 많고 시간과 연구비도 절대 부족하니까요. 해당업계인 출판계와 서점계가 힘을 합하여 연구자들을 도와주고 협력해야 이 일이 가능합니다.”

[김인현]

출판학의 대가이신 남석순 교수님의 활동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