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농업경쟁력 강화 방안’은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 허용 및 농업회사법인의 민간자본 제한 폐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농업이 미래형 첨단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정책지원 시스템을 시장 지향적으로 바꾸고, 다양한 민간참여를 통한 새로운 활력 부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농업인 몫이 될 것이란 지적이 거세다. 농축산 단체들은 “대기업이 농업을 좌지우지 할 경우 농업인들은 결국 노동자 그룹으로 전락할 우려가 높다”며 앞을 다투며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농림수산식품부 박현출 농업정책국장의 설명을 들어봤다.
― 농림수산식품부가 발표한 ‘농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살펴본 결과 농업의 경쟁력 강화만을 고려하다보면 극소수 농업인 외에는 모두 도태될 것이란 지적이다. 경쟁에서 낙오되는 농업인에 대한 대책은 있나. ▲이번 ‘농업의 경쟁력 강화방안’은 산업 측면에서 세계와 경쟁할 수 있는 강한 농식품 산업으로 키워 나가기 위한 전략을 담고 있다. 농업 생산주체 측면에서는 농업을 주업으로 하는 ‘주업농’과 영세·영세 소농이 결집된 법인경영체를 농업성장의 주축으로 설정했다. 교육·훈련 및 정책자금 지원 등을 통해 영세·소농이 기업형 주업농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나가되, 다수의 영세·소농가는 품목단체 중심으로 조직화를 추진함으로써 기술, 가공·유통 등 개별 농가단위에서 해소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품목단체가 해결해 나가는 구조로 전환하고자 한다. 65세 이상 고령농에 대해서는 본인의 영농의사를 존중할 것이다. 농업에서 은퇴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경영이양 직불금을 올해부터 확대 지급하고 2011년부터 농지를 담보로 생활비를 조달하는 역모지론도 실시할 계획이다. 영농을 계속하는 경우에는 농기계 임대사업, 위탁영농 지원 등 농사를 손쉽게 지을 수 있는 지원방안도 마련할 것이다.
― 민간자본이 제한 없이 농업분야에 들어오게 되면, 가족농 중심의 농업기반이 무너지고 농업인은 노동자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농업계 내부 자본과 정부 지원에만 의존할 경우 농업이 산업으로써의 경쟁력을 잃고 그 부담은 결국 농업인에게 되돌아간다. 따라서 농산물 유통·가공 및 수출 분야에 외부자본을 적극 활용해 농업의 규모 및 수익성을 키움으로써 농업인의 소득 향상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농업 생산 부분의 근간은 계속해서 가족농이 담당하게 된다. 다만 경쟁력 및 경영의 투명성 향상을 위해 세제·노무 및 펀드 등의 지원으로 가족농 단위의 법인화를 유도, 규모가 큰 가족농은 단독 법인화하고, 규모가 작은 가족농은 협업적 형태로 법인화 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 영세·소농이 법인을 통해 규모화 한다는 말은 그럴 듯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 어떻게 생각하나. ▲기본적으로 영세·소농의 의사와 능력을 존중해 규모화와 기업화를 지원하는 것이 이번 경쟁력 강화방안의 핵심이다. 주업농으로서 기업화가 가능한 경우에는 교육·훈련 및 정책자금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되, 소규모 영농을 지속하는 경우에는 위탁이나 공동영농지원을 확대하고 품목단체 등을 통해 농가단위의 애로사항을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 현재도 농업회사법인 설립요건이 상당히 완화되어 있다. 비농업인인 출자제한(75%)이 풀리는 것이 성장에 크게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이번 제도개선의 실익은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농업회사법인의 비농업인 출자제한 폐지는 농업회사법인의 건의사항을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이다. 농업회사법인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자본 유치가 필요한데, 비농업인 출자제한 75%의 현행제도 하에서는 증권시장 상장 자체가 불가능하고 펀드투자 유치 등도 매우 어렵다. 증권 상장의 제약요인을 해소함으로써 외부자본을 유치하는 것이 용이하고, 농업분야자본유입으로 산업자체의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판단한다.
― 농업회사법인의 출자제한을 풀게 되면 비농업분야 자본이 농지취득 만을 목적으로 농업법인을 설립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대한 제도적 보완장치는 어떻게 되나. ▲이번 제도개선은 농업회사법인의 설립 요건과 관계된 것으로 농지취득이라는 측면에서는 종전에 비해 완화되지 않았다. 농업회사법인이 농지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농지법상의 요건(업무집행 이사의 1/4 이상이 농업인 일 것)을 충족해야 한다.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농지법상 처분명령 및 이행 강제금을 부과 받게 된다. 이번 제도 개선의 영향으로 순수하게 농지취득 만을 목적으로 농업회사법인을 설립하는 사례는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 양돈업, 양계업에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한다면 축산업은 대기업에서 좌지우지 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규제를 완화한 이유는. ▲현재 축산업 중 대기업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분야는 양돈업(모돈 500마리 이상), 양계업(5만마리 이상) 뿐이며, 나머지 한우 등의 가축사육은 진입에 아무런 규제가 없는 상태다. 현재 양돈, 양계업 참여가 제한되고 있는 기업 범위는 공정거래법상 출자총액제한 적용을 받는 기업집단(자산총액 10조원 이상)으로 14개 기업집단, 620개 계열사로 전체 기업 가운데 소수에 해당된다. 나머지 기업들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양돈·양계 진입에 아무런 제한이 없었으나 축산업에 진출한 사례는 거의 없다. 이에 따라 이 규제는 형식적인 규제로 남아 있던 것이라 하겠다. 기업이 축산분야에 진입할 경우 품질 향상이나 생산비 절감노력을 통해 결과적으로 국내 축산업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축산농가는 협동조합 등을 중심으로 조직화함으로써 기업 못지않은 경쟁력 확보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 유통·식품업체가 농산물 유통·가공과정에 참여한다면, 교섭력이 떨어지는 농업인과 협동조합은 단순한 생산자로 전락하고 유통마진은 유통업체의 몫이 될 것이다. ▲현재 식품가공 및 외식업체 등이 농산물 수매자금을 지원받고 있고 올해부터 설립되는 ‘시군 유통회사’에도 민간자본이 참여하는 등 이미 유통·식품업체가 농산물 가공·유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비자와 산지간 직거래가 활성화되는 등 상호간 윈-윈의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 경쟁력 강화 방안은 농산물 유통·가공업체의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농업의 2·3차 산업화와 부가가치 창출을 확대해 나가기 위한 것이다. 조합공동사업 법인, 시군 유통회사 등의 설립이 활성화되어 생산자의 조직화가 더욱 가속화되고 산지에서 제값 받는 환경과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R&D를 농식품부에서 총괄 조정한다는 것은 결국 농진청의 기능을 농식품부에서 가져가겠다는 의도이고, 결국은 농진청을 폐지하겠다는 것인가. ▲과거 끊임없이 제기되었던 농업 R&D 투자의 비효율성과 기관간 R&D 사업 중복 문제 등을 해소하고 미래 첨단기술분야 투자를 확대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R&D 총괄·조정 기구로서 ‘농림수산식품 과학기술위원회’를 신설해 농업 R&D 투자방향 설정과 각 기관 예산 평성 및 평가 등을 총괄조정하게 된다. 이는 농진청을 폐지하자는 것이 아니라 R&D 정책방향과 개별 연구 사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등 효율적인 농업 R&D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수출농업을 강조하는 것은 좋으나 우리농업의 생산·소비구조는 내수 위주인 것이 사실이다. 만약 수출이 막힐 경우 국내가격 폭락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에 대한 대책은. ▲농산물 시장개방이 확대되고 있으므로 수출이 없으면 국내 농업분야 축소는 불가피하다. 이를 위해 국가식품 클러스터를 식품전문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해 동북아 식품시장의 허브로 육성해 나가고 첨단 유리온실단지, 간척지 대규모 농기업 유치 등 수출을 위한 인프라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안정적인 농식품 수출을 위해 전략적인 수출지원체제도 구축 하게 된다. 수출 선도기업 등에 대해서는 인센티브 지원과 수출실적 점검을 연계하고, ‘식재료 수출 종합상사’ 설립 지원으로 식재료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수출 대상국에 농산물 공동물류센터 등을 운영함으로써 수출업체의 물류비용 절감을 유도할 것이다.
― 보조금을 단계적으로 줄여나갈 경우 유리온실 등 대규모 시설 투자가 사실상 불가능해 질 것이다. 이는 정부의 수출농업 육성방향과도 맞지 않는다. ▲농업인 개인소유 시설이나 장비구입을 위한 보조금은 감축하되, 수출 등을 위한 인프라, 공동이용시설, 친환경 녹색성장 또는 재해지원 등에 보조금 지원을 집중할 계획이다. 수출 100억불 달성에 필요한 유리온실 등 인프라 투자는 지속적으로 차질 없이 추진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