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비를 부여 안고
전설이 살아 숨 쉬는 곳
지리산!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가슴 벅차다.
무릅 치료중이어서 신회장의 권유에 확답을 주지 못했는데 신통하게도 D-2일 통증이
가고
가벼워 졌다. 그리고 53산악회 역전의 권용사가 보낸 산행지도요령에 힘얻고,
백산회
남사(오랜 씨)의 격려에 기 살리고...
D 데이
무척이나 분주한 하루였다.
재경 동창회에서 주최한 백양친선당구대회가 9시 30분에 있어 일토회 총무로서
진행에
참여 하였고, 3조 출전 선수의 개인 사정으로 대타 출전해서 5전을 마치고, 오후
1시에는
조카 결혼식에 참석하여 가족 친지에게 얼굴 보이고,오후 2시에는 고향 친구 결혼식에가서 여차한
사정 이야기로 양해 구하고, 급히 시합장이 있는 방배동으로...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과 회포도 풀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것이 가슴
저린다.
뒷날 다시 한번 자리 만들어야 겠다.
우리 일토회원 모두가 우승을 예상했던 1조는 예선
탈락이라는 쓴 맛을 봤고
2조와 3조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끝까지 선전
했지만 지고 말았다.
헌데 예상외로 4조(예비조)가 전력투구한 끝에 B그룹에서 우승 했어니...
실은 일토회장 예우 차원에서 동창회 당구 윤회장과 신총무에게 로비를 해서
참여시킨
조인데 정말 대단한 파이팅이였다.
그 주인공은 이채근, 김재삼, 김덕호인데 주역은 단연 두드러진 활략을
보여준
다데표(브랜드명) 이채근회장이다. 찬스때마다 집중력으로 성공시켜 함성
울리고,
하이파이브하고 그 공은 가히 스포트라이터를 받을만하다.
그는 200점을 치지만 당서렬 아래쪽에 가깝고 시합성적(랭킹)도 밑에서 찾어면
쉽다.
지난해 이후 실력이 별반 늘지 않아 뜻있는 회원들의 안타까움을 샀는데, 이대회 개최
공고후 열성적으로 훈련에 매진하더니 일취월장 마침내 큰일을 해내고
말았으니,
이래서 세상사는 재밌다.
곳간에 쌀(돈) 채우고, 53회 체면 세우고, 총장 재정시름 지우고 세분 수고 많이
했습니다.
피드백으로 무용담 나누면서 마신 맥주 뒷풀이는 회기애애 했고, 거품처럼 생성되고
사라진
웃음은 내추럴하다. 기분좋아 한큐 더하고 시간에 쫓기듯 지리산 행 버스를 타기위해
바삐 떠났다.
급히 집으로 와 강총무가 일러준데로 준비물 챙기고 동지들이 모이는 잠실벌로
달려갔다.
달이면 달마다 보는 얼굴이지만 새삼 새롭고 먼길을 떠나는 산꾼들은 그 정이
각별하다.
악수와 포옹을 마친 우리는 버스에 올라 향기 그윽한 찔레꽃의 고향 남쪽나라로
달린다.
사랑하는 사람의 무덤가에 핀 찔레꽃 향기가 너무 슬퍼 목놓아 울었다는 어느
시인의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시골서 자란 아이들은 한두가지 쯤 되는 추억이 있다.
오동통한 찔레순은 배고픈 아이의 배를 채우고, 꽃잎은 간난이의 머리에 핀
데코였다.
역마살이 끼여 여러 마을로 돌아 다녔지만 지리산 천왕봉은 미지의 세계다.
살다보면 머무르고 싶다고 늘 머무를 수 없고 떠나고 싶어도 머물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삶이 아닌가.
이제 앞으로 걸어갈 날은 머지않고 지나온 30~40년 전의 발자취만 더듬는
이순들,
어제의 일들은 망각속에 떠나고 40~50년전 기억은 뇌리에 또렷이 남아 새롭게
이야기
꽃으로 피어난다.
며칠전 방배동 뒷골목에서 하교주(쓰리큐션교/유일신자-방배동 장)의 고교시절
이야기는
너무도 생생하여 손이 술잔을 쥐는줄 모르고 들었다.
시간의 흐름속에 휩쓸려 쓰려지고, 세우고 허우적대던 것들에 대한 그리움과
추역...
안타까울수록 그 진액은 묽다.
상념은 아스란히 멀어지고 눈이 감긴다.
6월 6일 밤 1시 40분에 구례군 성삼재에
도착한 버스는 꾸억꾸억 사람을 토해낸다.
초여름인데도 냉기서린 성삼재의 밤공기는 어스스하다.
몸은 움추려지지만 코 끝에 와닿는 바람은 차고 상쾌하다.
성삼재는 삼한시절 마한의 왕이 진한과 변한의 침략을 막어려고 각기 성이 다른 세장수를
보내 지키게 했다는 곳. 예나 지금이나 경계는 큰 차이가 없구나.
지리산 야간산행은 국립공원지리산관리사무소 규정상 해뜨기 2시간 전에는 금지
되어있다.
하지만 산악회장의 간곡한 부탁으로 2시에 입산하기로 묵약 받았다.
우리일행중 종주팀은 신회장, 백산회 김대장, 운풍거사 허, 강총무 모두
4명인데
어제의 용사들이다.
헌데 다른 사람은 몰라도 홍일점 강총이 걱정된다. 어떻게 14시간 야간산행을 여자의
몸으로 할수있을까. 신회장이 있다지만 도깨비 방망이 한번 휘두르면 날아
갈텐데...
지리산이 어떤 곳이냐, 쫓겨운 자들의 은신처 아닌가 항일의병, 동학혁명군,
항일빨치산,
한국전쟁빨치산들이 몸을 숨기고 항거하며 숨져간 곳이다.
숱한 혼령들이 구천을 헤매다 잠시 지리산 휴게소 곳곳에 놀고 있는데 왠 여자냐
하며
잡아가면 어떻게 할려고, 더구나 지리산은 비구니 여신만이 사는 곳인데 남자들이
지나가면 좋아 하겠지만, 여자 좋아 하겠어...
샘통나서 자갈길에 넘어지게하고 알바 시키고 할 것 같은데
20여곳의 크고 작은 령과 봉을 넘어
25.5Km를 14시간만에 종주한다니 야심한 밤에 그것도
나이있는 여자가, 경악을 금치 못하겠다. 강씨가 센데 여자는 더욱 세구나!
아무턴 떠나는 깡따우 총무에게 무탈하기를 기원하며 버스에 올랐다.
다시 잠을 청하고 4시간쯤 지나 왁자지껄한 소리에
잠을 깨보니 산청군 중산리다.
시간은 5시를 조금지나 새벽 여명이 칼바위 고개넘어로 차츰 밝아오고
있었다.
볼일 보고, 뺄 것 빼고, 세수하고, 물통 물 채우고 가슴 한번 펴고 심호흡을 한뒤
길을
떠나려 하는데 아뿔사, 지팡이를 버스에 놓고 내렸네. 이놈의 건망증은 떨어져 살고
싶은데
할수없이 김옹의 지팡이 한 대를 차용했다.
말없이 건네는 그의 얼굴은 찡그림없이 온화한 표정이다.
가냘픈 몸매지만 강단있고, 바람따라 잘도가는 우리53산악회 A급 지존이다.
정확히 47년전 앳띤 귀공자 타입의 그가 그시절에 보기힘던 사지교복을 입고 해맑은
웃음으로 내게 다가와 “김덕호야”하며 악수 나누던 그때의 모습이 지금도
선하다.
허나 그런 그도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는지 백발과 주름진 얼굴은 그시절의
모습과
오버랩되어 잠시 나를 혼돈스럽게 만든다.
3년전 지방근무를 마치고 상경했을 때 비대한 내
몸통을 오늘날 그래도 날씬한(?) 지금의
몸매로 바꾸는데 일조한 그를 늘 가슴에 담아두고 고마워 한다.
머지않은 장래와 머언 미래를 위해서 쌓은 베품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공덕의
이치련가
그는 안국사 처사되어 오늘도 남몰래 지은 죄업을 씻고 있다.
나의 죄업은 태산 같은데 그의 것은 동산이라 아무쪼록 그모습 그대로 오랫동앙
편강하고
성불하소서
이순이 되면 모든 시름 다 정리 되는줄 알았는데...자식 공부 마치고 결혼시켜
분가하면
마누라랑 여행하고 취미생활하며 노년을 즐겁게 보낼거라고 생각했었다.
허나 시름 걱정은 다부 늘어만 간다. 육십평생 사용한 노후된 기계는 여기저기 탈이
난다.
노안으로 글읽기 힘들고, 무릅 고장으로 운동과 등산 못하고, 이빨 고장으로 밥
잘못먹어
소화 안되고, 주름진 얼굴은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고, 치료하느라 곳간
거들내고...
갖은 질병으로 하나, 둘 이승을 떠나는 친지, 친구들을 보노라면 가끔씩 모든 것 잊어버릴수
있는 산행은 행복한 일이 아닌가.
첫 계곡을 막닥뜨리니 바위도 웅장하고 나무도 아름져 지리산은 다른 산들과 뭔가
다르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자갈길인지 토산이라 흙길이 많은줄 생각했는데...
조금 지나니 박씨가 나를 대장으로 추대하여 맨 앞장에 서고 대장이 하고 싶은대로
하란다.
김옹과 강공도 동의하고,내심 고맙다. 그가 언제 독심술을 배웠나.
석기시대 돌칼같이 생긴 크고 작은 2개의 바위가 칼바위인가 그앞을 지나 쉬엄쉬엄
걷는다.
세사람은 좀 싱거울줄 몰라도 그래도 나는 힘들다.
땅만 처다보고 가다가 가끔씩 고개들어 광활한 지리산 풍광을 음미하고 하나하나
머리에
담아둔다. 용트림 하는것 같은 고목이 세월을 말해주듯 저만치 서있고, 초보자는
쉼없이
흘러내리는 땀을 수건으로 닦어면 시원한 바람은 언제 왔는지 마무리 해준다.
허튼소리로 산행의 지루함과 고행을 반감 시켜 주는 사이 멀리 숲 사이로 고즈넉한 절이
보인다. 감로수 한잔 쭉 들이키고 바위에 걸터 앉어니 불어오는 계곡바람은 이마의
땀을
식히고, 지친 산행자에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고지에 위치한 법계사(해발1,450m)는 석가모니를 모시는 대웅전이
없고
부처님 진신사리를 안치한 적멸보궁만 있다.
신라의 고승 자장율사가 중국에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와 안치한 5군데가
오대 적멸보궁이다.
1. 양산 통도사 2. 오대산 상원사 3. 설악산
봉정암 4.영월사자산 법흥사 5.태백산 정암사
미혹의 세계를 벗어나 항상 적멸(불교에서 수행에 의해 진리를 체득, 미혹과 집착을
끊고
일체의 속박에서 해탈한 최고의 경지)의 낙을 지양 하는 곳에서 김처사,강공,장씨
합장배례
무사기도 드리고 길을 떠난다.
박새소리 듣고 철쭉꽃 감상하며 걷는길은 어느덧 1,600m, 40대 중반의 건강한 남자가
쓸어져 있고 조은산악회 김총무가 흉부를 강하게 누르면서 인공호흡을 하고
있다.
깜짝놀라 주변을 보니 심장마비로 맥박이 멈췄고 입술도 새파랗다. 119에
연락했는지
헬리콥터 오는 소리가 들리고 모두들 안타까워하는 표정이다.
갑작스런 죽음보다 저승사자 맞을 채비하고 떠나면 좋지 않겠나, 회생되기를
마음속으로
빌며 발걸음을 재촉한다.
1,800m쯤 내 몸이 이상스럽다, 다리도 좀
풀리고 맥도 예스럽지 않고 균형감각이 흐트러지고
내 표정과 행동을 유심히 본 박씨가 뒤로 넘어질려는 나를 떠 받힌다.
쉬기 좋은 바위에 다리 쭉 벋고 앉아 그들이 내어준 쵸코렛과 이온음료수를 마시고
휴식을
취하니 생기가 돌아온다. 그들은 기다려주고,10여분 푹 쉰 나는 미안함과 감사한
마음으로
일어섰다.
1,900m 고지 쯤 손바닥 두 개 정도 되는
조그만 샘이 있고 그위에서 물방울이 떨어진다.
모르고 지나쳤는데 강공이 말한다. 이샘이 천왕샘으로 남강의 원천이란다.
이런 높은 곳에 샘이 있어 놀라고 시원한 물맛에 놀라고, 머리가 맑아온다.
이작은 샘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덕천강과 경호강을 만들고 남강에 합류하여 낙동강을
이루니 강물은 모두를 아우러고 생명을 주고 깨닫음을 준다.
정상 가까이 이르니 철쭉꽃이 멋떨어지게 피어있다.나는 4월에 인천
계양산에서,5월엔
강원도 두류산에서 또 6월에 이곳 지리산에서 올해는 정말 흠뻑 맛본다.
배고파 죽어간 며느리는 소쩍새 되어 철쭉꽃 필 무렵 이산 저산 옮겨가며 그렇게
서럽게
우는가 보다. 나도 배 고프다.
손을 뻗어면 잡일 것 같은 곳에 정상이 보인다.
갑자기 힘이 솟는다.
한걸음, 또 한걸음... 힘차게
그많은 인파 헤집고 천왕봉 비를 부여 안는다.
힘들게 오른만큼 감동은 배가되고, 눈시울은 감격에 겨워있다.
툭터진 가슴 활짝 펴고 발아래 만경을 굽어본다.
숱한 고봉준령은 영기 서리고 계곡은 깊고 웅대하여 천하를 내려다 보는 맛은
감개무량하다.
웅장하고, 넉넉하고, 아득한 산세는 사람들에게 생활의 터전을 만들어 주고 각종
물산을
내어준다. 주능선 곳곳에 끊임없이 샘물이 솟아 남강(덕천강,경호강), 섬진강의 원천이
되고
사람들을 모아 그들에게 삶을 이어가게한다.
저멀리 바라 보이는 반야봉은 여인의 둔부인양 풍성하다.
그래서 지리산을 옆으로 누워있는 여인상이라 했던가.
어둠이 짙게 내리면
사랑하는 이를 보내고
기다리다 지친
마고할미는 연지곤지 바르고
제석봉 고사목 아래
치맛자락 휘감고
둥근달 보고 목놓아 운다
그 울음 풍란되어 천지를
흔들고
피 토하듯 뿜어내는 우짖는
소리
노고단 철쭉되어 점점이
피어난다
난향기 그윽한 새벽이 오면
이슬의 요정되어 꽃잎에 앉는다
사진 찍고, 환호하고, 산양인 듯 큰바위 내려와 뿌듯한 맘으로 천왕봉
안녕...
20분쯤 내려오니 고사목지대가 눈앞에
펼쳐진다.
죽어 100년 쯤 되어 보이는 구상나무의 잔해들은 여기저기 비수처럼 날세워 하늘을
찌른다.
산림녹화한지 10여년 밖에 안된 키작은 나무들이 귀엽고, 앙증맞게 자라 푸르름을
더하고...
멀리서 김대장이 보인다. 밤세워 쉬지않고 12시간을 걸어 왔다는데 지친 기색
안보이고
늠늠하다. 저사람이 환갑을 지낸 60대인지 미소진 그의 환한 얼굴에는 선행과 덕행을
닦은
도사처럼 보인다. 조선말기 임오군란이 일어나자 장호원으로 피신간 명성황후의
소식을
그빠른 발로 고종에 전하여 일약 함경도 북청 보부상에서 황실에 재정과 뒷날
탁지부대신이
된 이용익과 견주어 본다.
나머지 일행 동정을 물어니 자기는 2시간 정도 앞서 왔는데 강총무가 약간 뒤쳐저
온단다.
신회장이 있기는 하지만 걱정스럽다.
장터목에 이르니 고개마루에 왠 펜션이 다 있네. 아담하고 깔끔하게 지은 숙박겸 대피소란다.
하룻밤 숙박료가 7,000원 한번 누워보니 가까운 하늘이 열려있고 창틈으로 불어오는
바람 시원하고 잠이 밀려온다.
장터목에서 운풍거사와 합류, 식탁 하나 차지하고 각자 가지고 온 밥, 찬, 별식,
풍성하다.
사는 맛중에 2번째를 해결하니 만사 부러울 것이 없다.
눈감고 시계바늘을 거꾸로
돌리니
흰무명옷 입은 아낙네, 남정네들이 지게와 소꾸리에 바리바리 물건얹어 남쪽에서
북쪽에서
올라온다. 장을 펼치며 외친다.
섬진강 수박냄새나는 은어요, 밥맛 돋우는 굴젓이요, 양반들 자시는
작설차요/하동사람
백년묵은 더덕이요, 도라지요, 밤고구마요, 배 아픈데 먹는 약초요/함양,
산청사람
아! 여기가 그옛날 하동사람들 해산물 팔고, 함양,산청사람 농산물,임산물 팔고
사고
물물교환하던 장터였구나.
장터목에서 중산리로 향했다.
하산하는 길은 여유가 있다. 자갈길이지만 산천경개 좋을시고, 수백년 묵은 주목,
폭포수
울창한 나무들, 찔레꽃잎 따먹고, 시원한 계곡에 발담아 피로풀고, 웃음
나누고
저만치 가는 운풍거사 발걸음이 가볍다. 깃털구름인양, 산고개 넘는 바람인 듯 잘도
간다.
53산악대원들 말이다. 김옹은 그의 발이 땅에
닿는건지 안닿는건지 잘 모르겠단다.
강공이 옆에서 거든다. 그럼 자기부상열차인가.
중산리 식당에서 하산한 일행이 모여 시원한 막걸리
주고 받는데 드디어 우리의
신회장과 강총이 모습을 들어냈다. 모두들 반가움에 큰 박수로 환영했고, 단지
늦었을
뿐이지 사고나 다리고장은 아니란 말에 안도했다.
성공적인 등정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강공이 한잎씩 넣어준 찔레꽃잎,막걸리잔을 높이
들고
“위하여”소리와 함께 쭉 들이키고 주거니 받거니
얼큰 해진다.
박씨는 신이나서 자리 옮겨가며 대작을 한다. 조은산악회 벽공, 청계산악회장, 연로한
형님
그는 참으로 사교적이다. 남녀노소 불문하고...
처음 천왕봉을 밟아 본 장씨와 박씨는 스스로가 대견했는지 그저 막걸리 쏟아
붓고
무아지경이다.
일어서 버스를 향하니 따거운 햇볕에 바람은 감미롭고 시원하다. 모두들 붉어스레한
얼굴에
웃음 띄고 햇살은 눈부시다.
버스가 잠실에 도착하니 어머니 품속처럼 포근한
밤이 내리고 있다.
모두들 뿔뿔이 흩어지고...
추억의 역사는 이렇게 한페이지를 장식하고 뒤안으로 사라진다.
온 동지들 수고했습니다. 안녕히 잘 가십시오.
2010년 6월 10일
53산악회 허대장이 함께 했어면 좋았을텐데
아쉽지만 후일로 미루어야 겠지요
(후 기)
어느 휴게소인가 박씨가 비틀비틀 일어선다. 많이 취한 듯하여 부축하여 내리니
어디엔가
대가리 처박고 꺼억꺼억 갈매기 우는 소리 낸다. 토닥토닥 난타의 공연인가
재빨리 뒷간으로 향하고 10여분 뒷간 지킴이, 산악대장인지 경호대장인지
아리송하다.
정신 좀 수습하고 버스로 오는데 40십대 아주머니 5명이 우리보고
희롱한다.
고개숙여 가던그가 능수능란한 말과 표정으로 화답하니 이거 큰일이다.
재빨리 끌고 버스에 오르니 모두들 기다리고 있다.
< 참 고 >
지리산, 그 크기가 웅대하여 3도(경남,전남,전북)
5군(경남/산청,함양,하동,전남/구례
전북/남원)을 걸치고 있다.
해서 그 이름도 1. 어리석은 사람이 머물면 지혜로운 사람이 된다는 地理山
2. 현자가 머물고 은신 한다고
智異山
3. 중국 전설에서 나오는 상상의 세
神山(봉래산,방장산,영주산)중의
하나인 方丈山
4. 백두대간에서 흘러 왔다는 頭流山 이라
불리우고 있다.
예로부터 영남을 낙동강을 기준으로 좌 안동, 우
진주(함양)라 구분하여 숱한 인재를
배출했는데 영남 인재의 반이 진주목에서 나온 인재의 보고다.
그래서 인걸과 유적이 처처에 산재해 있다. 지리산 인근 고을만 찾아 보기로
하자.
1. 산청군 : 1) 시천면에는 조선중기(선조)
성리학의 대가 남명 조식선생이 제자를 가르친
덕천서원이 있다. 조선조 성리학자 이퇴계, 이
이, 기대승등과 어깨를 나눌
수 있는 대가인데, 공리공론보다 도덕적 실천유학을
중시하였다.
2) 신암면에는 광해군의 어의 허준을 가르치고
백성의 병고를 다스린 유의태가
있다. 오늘날 동의보감의 허준이 있게 한 것은
선생의 혹독한 가르침이다.
지리산 곳곳에서 캐온 약초에 새벽 인시에서 길러온
정한수로 탕재를 지어
처방하니 치유되지 않은 병이 없고,인근에 그
명성이 자자 하였다.
하여 창녕의 우의정 성대감 부인이 중풍에 걸려
사경을 헤맬적에 제자
허준을 데리고 침술로 낳게 한 이야기며, 삼복
더위에도 얼음이 어는 신비의
계곡 밀양얼음골 그곳에서 자신이 걸린 위암과 몸을
제자에게 시술용으로
제공해 해부학의 문을 연 그의 살신정신은
오늘날에도 도도히 흐르고 있다.
3) 단성면에는 고려 공민왕 시절 원나라 사신으로
가서 붓대속에 목화 씨를
숨겨 들어와 이곳에서 장인과 함께 재배에 성공한
삼우당 문익점선생의
무덤과 목면 시배지가 있다.
4) 단성면에는 성철 큰스님의 생가터에 세운
겁외사 사찰이 있다.
종정은 불교 종단의 정신적 최고 지도자로서의
의미이며 오로지 구도에만
정진하는 승려로 파계사에서 행한 8년의 장좌불와는
유명한 일화이고
아직도 이기록을 깨는 스님은 없다. 조계종
종정시절 돈오돈수(불교에서
단박에 깨쳐서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는 경지)를
주장하여 뜨거운 논쟁을
불러 일어키기도 했다. 그를 알현 할려면
3,000배를 해야만 이룰 수 있다.
5) 단성면 남사리에는 임진왜란 초기때 의병장으로
활약해 서진하는 왜군을
물리쳐 서부경남과 전라도를 전란으로부터 구한
홍의장군 곽재우(경남 의령)
선생을 모시는 이동서당이
있다.
2, 함양군 : 1) 지곡면에서 출생한
동방오현(김괴필,정여창,조광조,이언적,이황)중 한분이신
일두 정여창은 조선전기(성종,연산군) 문신겸
성리학자로서, 성종이 훈구파
의 독선,독주를 막어려고 김종직과 그의 제자
김굉필, 정여창, 김일손등
젊고 패기찬 사림파(경학과 인본정치학이 주모태)를
등용하여 인간 본성의
정치를 펴서 태평성대를 누렸어나 무오사화와
갑자사화로 모두 참형 당함.
중종때 우의정으로 추증. 도덕적 실천학자로
남계서원에 그를 기리고 있음.
2) 마천면에 소재하고 있는 벽송사는 고려초기에
창건 되었어나 조선 중종때에
벽송지엄이 중창헤서 오늘에 이름, 삼층 석탑은
보물로 지정 되어 있고,
석굴암과 마애불상은 경주 불국사에 버금가는
규모다.
특히 이곳에서 흘려 덕천강으로 유입되는 엄천강은
래프팅으로 유명하여
부산롯데호텔 여름 휴양지이기도
하다.
3) 마천면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변강쇠와 옹녀의
일화를 담은 가루지기 타령의
본산지다.
4) 함양군 상림공원에 있는 연리지는 신문과
TV를 통해서 널리 알려진 명소이다.
5) 안의면 지우천 용추계곡에 있는 물레방아는
연암 박지원이 청나라 사신으로
갔다가 그곳에서 보고 배운 원리로 만든 한국
최초의 물레방아다.
3. 하동군: 1) 하동군 쌍계사 대웅전에는
신라의 고승 혜소의 공덕을 기려 세운 진감선사대
공탑비가 있는데, 이는 신라말기 대학자이며
문장가인 고운 최치원이 직접 쓴 글씨로 국보 제 47호이다. 또한 청학동에는 선생을 기리는 후당서당이 있다.
2) 신라 성덕왕 때 당나라 사신으로 간 대련공이
차나무 종자를 가져와 왕명으로
천혜의 경관과 재배 조건이 맞는 지리산 줄기
화계사 인근에 차나무를 심어
이 녹차를 왕에게 공납했음.
아직도 천년된 차나무가 생존해 있어 거기서 딴
차잎으로 만든 녹차(다기포함)를
경매에 붙여 1,300만원이라는 큰 금액으로
낙찰됨.
○ 지리산 10경:1. 천왕봉 일출 2. 반야봉 낙조 3. 벽소령의 달 4.세석의 철쭉 5.
불일 현폭
6.노고단의 운해 7.피아골의 단풍 8.연하천의
선경 9.칠선계곡10.섬진강 맑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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