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불편한 진실] 환경부가 EA189 엔진을 장착한 폭스바겐, 아우디 자동차 총 9개 모델 8만2,291대에 대한 리콜 계획서를 승인했다. 환경부는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의 리콜 방안에 따른 적정성을 시험한 결과 불법 소프트웨어를 제거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개선되고 연비를 비롯해 가속과 등판능력에서 리콜 전후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1월,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이 밝혀지면서 환경부는 15개 차종 12만6,000여 대의 인증을 취소하고 판매를 정지시켰다. 실내 시험에서만 배출가스가 적게 나오도록 하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달아 실제 도로에서는 질소산화물이 기준치보다 최대 40배나 더 나올 수 있다.
리콜이 2년 가까이 늦춰지게 된 것에 대해 환경부는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가 부실한 리콜 계획서를 제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는 지난해 9월까지 불법 소프트웨어를 인정하지 않다가 10월에서야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사실을 서면으로 인정해 올해 2월 티구안 2개 차종(2만7,000대)이 먼저 리콜 승인을 받아 진행 중이다.
환경부는 대상 차종의 리콜 이행률을 18개월 안에 85퍼센트까지 높이도록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에 요구하면서 분기별 리콜 이행 실적을 제출하도록 했다. 이에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는 리콜 대상 소비자에게 대차 서비스를 비롯해 픽업&딜리버리, 방문, 대중교통 요금 지원 등의 방책을 내놓았다.
문제는 소비자들의 리콜에 대한 인식이다. 환경부는 리콜 전후 차의 성능이나 연비에 차이가 거의 없다고 발표했지만 이 검사 결과를 믿지 않는 소비자들이 있다. 실제로 폭스바겐 오너 커뮤니티엔 ‘티구안을 리콜 받고 연비가 떨어지고 낮은 rpm에서 토크가 약해졌다’는 글이 심심치 않게 올라온다. 외국 커뮤니티에서도 리콜 후 성능 저하에 대한 논쟁은 꾸준히 이어진다.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의 소비자 대응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며 리콜을 받지 않겠다는 소비자도 많다.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는 모든 소비자에 정비 및 수리 등을 할 수 있는 100만 원 바우처를 지급했지만, 이는 모든 소비자를 위한 것이고 막상 문제를 일으킨 EA189 엔진 자동차 소비자에 대해서는 전혀 배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경하게 대응하는 쪽도 있다.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에 대해 집단소송 중인 5,100명의 소비자는 “리콜을 받으면 피해가 회복된다는 것은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리콜을 받지 않고 소송을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2월부터 리콜이 진행되고 있는 티구안의 리콜 이행률은 8월 21일 현재 46.2퍼센트다. 6개월 만에 50퍼센트에 육박했으니 낮은 이행률은 아니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아직도 절반 이상의 차들이 리콜을 받지 않고 기준치보다 많은 유해물질을 내뿜고 있다. 더불어 리콜 이후 자동차의 성능과 연비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가 생기면서 리콜 자체를 거부하는 이들도 많다.
EA189 엔진 오너들은 피해자다. 자신도 모르게 인체와 지구환경에 유해한 물질을 훨씬 더 많이 방출하고 다녔다. 중고차값도 떨어졌다고 한다. 오너 입장에선 제조사가 적절한 보상을 해주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리콜 후 차의 성능과 연비가 떨어진다는 이야기까지 들리니 리콜을 받으면 피해가 더 커지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번 리콜은 안전성이나 성능저하 등 일반적인 리콜 사안이 아닌 제조사의 불법적인 행태에 따른 리콜이다.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리콜 이행률을 높이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는 앞으로 18개월 안에 7만대가량의 차에서 불법 소프트웨어를 제거해야 한다.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협조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즉 어떠한 방식으로든 소비자들이 리콜을 받도록 설득하고 독려해야 한다.
첫댓글 그지같은 것들 언제 정신 차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