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어느 주택가 마트에 늦은 밤 어느 젊은 여자가 아기를 안고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그런데 이 젊은 여자는 초췌한 얼굴에,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고,
또한 아기를 안고 힘없이 걷는 모습에서 경제적인 여유 없이 혼자 애를 키우며,
힘들게 살아가는 미혼모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이 아기 엄마는 아기를 안은 체 진열대에 있는 분유 한 통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계산대로 가서 분유 한 통과 구겨진 돈 만 원을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계산을 하던 마트 사장님은 만 육천 원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그 아기 엄마는 잠시 멍하니 서 있다가 계산을 포기하고 돌아서는 것이었습니다.
만 원 이외에는 더는 돈이 없었던 것입니다. 힘없이 돌아서는 아기엄마 뒤로
마트 사장님은 분유통을 진열대 제자리에 올려놓습니다. 그러다가 그 분유통을
그 높은 진열대에서 슬며시 떨어뜨립니다. 그래서 분유통이 찌그러졌습니다. 그러자
마트 사장님은 아기엄마를 불러 세우고는 찌그러진 분유는 형태상 불량품이니,
반값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만 원을 받고 이천 원을 거슬러줍니다.
아이 엄마는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분유통을 갖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가게주인은 여인의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사랑을 실천한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베푼다는 것은 굳이 꼭 큰 노력이나 큰 금액이 아니어도 가능한 것입니다.
글쎄요. 위 이야기가 사실인지 누가 지어냈는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쨌든 마트 주인의 모습은 우리 신앙인들이 닮아야 할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도 저 마트 사장님의 모습으로 살아가야 합니다.
모든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하느님 나라를 위해,
모든 사람의 공동선을 위해 옆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오늘 대림 제3주일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정한 자선 주일입니다.
1984년부터 시작하여 올해로 제40회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자선 주일은 국내의 이웃에게 따뜻한 사랑의 나눔 실천을 강조하는 날입니다.
토빗기에서는 자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네가 가진 것에서 자선을 베풀어라. 그리고 자선을 베풀 때는 아까워하지 마라.
누구든 가난한 이에게서 얼굴을 돌리지 마라.
그래야 하느님께서도 너에게서 얼굴을 돌리지 않으실 것이다.
네가 가진 만큼, 많으면 많은 대로 자선을 베풀어라.
네가 가진 것이 적으면 적은 대로 자선을 베풀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네가 곤궁에 빠지게 되는 날을 위하여 좋은 보물을 쌓아 두는 것이다.
자선은 사람을 죽음에서 구해주고 암흑에 빠져들지 않게 해 준다.
사실 자선을 베푸는 모든 이에게는 그 자선이
지극히 높으신 분 앞에 바치는 훌륭한 예물이 된다.”(토빗 4,7–11)
내가 가진 모든 재산은 나의 노력이나 나의 재능만으로 형성된 것은 아닙니다.
하느님의 도우심과 또한 이웃들의 도움이나 양보, 배려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러니 더불어 살아가기 위해
내가 가진 재화를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네가 할 수만 있다면 도와야 할 이에게 선행을 거절하지 마라.”(잠언 3,27)
글 : 서철승 가롤로 신부 – 전주교구
나바위 성지 성당
전북 익산에 위치한 나바위 성지 본당은 1882년 공소로 설립되었다가
1897년에 본당으로 승격되었습니다. 초대 주임 베르모렐 신부가
1907년에 완공한 나바위 성당은 ‘화산 성당’으로 불려오다가
1989년부터 ‘나바위 성당’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성당이 위치한 나바위 성지는
제주를 떠난 성 김대건 신부와 일행이 1845년 10월 12일 밤, 강경 인근
황산포 나바위에 첫 발을 내디딘 것을 기념해 조성된 곳입니다. 그래서
성지 어느 곳에서나 성 김대건 신부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나바위 성지 뒤쪽 화산 정상에는 성 김대건 신부의 나바위 상륙 110주년과 시복
30주년을 기념하는 기념탑이 있습니다. 올해 로마의 바티칸 성 베드로 대성당에
성 김대건 신부의 성상이 설치되어, 기념탑을 바라보는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더불어 한국 가톨릭의 위상을 생각하니 가슴이 뭉클해졌습니다.
나바위 성당은 서양식 건축양식과 한옥식 건축양식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성당입니다.
처음 지어졌을 당시에는 완전한 한옥식 건물이었지만
1917년 고딕식 종탑을 세워 현재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또한, 처마가 아름다운 측랑은 건축미를 더해줍니다. 나바위 성당의 성전은
이랑식 가운데 기둥을 기준으로 기다랗게 신자석이 두 줄 있습니다. 당시엔 남녀의
구분이 엄격해서 왼쪽은 여자, 오른쪽은 남자 자리로 지정되었습니다. 이곳 신자들은
아직도 습관이 남아있어 자연스럽게 성별에 따라 자리에 앉는다고 합니다.
나바위 성지 성당은 어떠한 역경과 고난 속에서도 하느님께서 항상 함께하심을
깨닫게 해주는 곳입니다. 당시 성 김대건 신부는 상상할 수 없는 험난한 과정을
겪으며 나바위로 올 수 있었습니다. 배고픔과 추위, 풍랑, 그로 인한 두려움.
그 엄청난 고통을 과연 성인은 어떤 힘으로 견딜 수 있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에 빠진 베드로가 예수님께 의지한 것처럼 성인도 그러하셨을 것입니다.
당신을 의지한 성 김대건 신부에게 하느님께서는 복음의 씨앗을 뿌릴 수 있도록
함께 해주셨습니다. 그 씨앗이 이 땅에 수많은 열매를 맺게 하였음을 믿습니다.
글 : 이선규 대건 안드레아 – 수원교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