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기효신서와 무예도보통지에 등장하는 방어구. 말린 등나무를 둥글게 말아 대나무로 고정한 방패다. 여기서 말하는 등나무는 한국에서 자생하는 콩과 식물인 등나무(Wysteria)가 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자라는 종려나무과 식물인 라탄(Rattan)을 의미한다. 두 종 다 같은 한자(藤 또는 籘)를 쓰기 때문에 혼동할 여지가 있다.
삼국지에 나오는 등갑군이 사용하는 등갑과 같은 재질로, 무두질한 가죽이나 사슬 갑옷처럼 베기에는 강하면서도, 재료가 재료인 만큼 가볍다. 불에 약한 것도 똑같이 약점이라, 조선 등패는 불이 쉽게 붙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옻칠을 했다. 툭 튀어나와있는 가운데 부분에는 놋쇠로 금속판을 대는 경우도 있었다. 방어력이 비교적 높아서 표창이나 화살 뿐만 아니라 유효사거리 밖에서 흘러든 조총탄도 막아낼 수 있다고 한다.
2. 형태
고리 두 개에 팔뚝을 넣어서 잡는, 2점식 고정 방식의 방패다. 등나무라는 재질의 특성과 모서리와 중앙이 돌출해있어서 탄성 있게 충격을 받아내는 구조 덕분에, 근접전에서도 면을 적에게 향하는 용법을 쓴다.
방패 크기는 90cm 정도인데 유럽과 중동에서 널리 쓰인 라운드 실드가 보통 45~120cm이고 제일 흔한 게 75~90cm인걸 보면 그냥 이 크기가 인간이 들기에 딱 맞는 크기인 듯하다.
3. 활용
이것을 사용하는 병사를 등패수라고 한다. 물론 등패만 덜렁 쓰는 것이 아닌 한 손 무기와 같이 쓴다. 무예도보통지에서는 한 손엔 등패 한 손엔 요도(腰刀)를 들고 사용한다고 되어있다. 또한 등패수는 표창도 무장으로 휴대한 모양이다. 접전 시작 단계에서, 등패를 쥔 왼팔에 요도를 걸어놓고 오른손으로 표창을 던지면, 상대가 표창을 피하는데 급급할 때 재빨리 등패를 앞세워 방패 돌격하면서 요도를 오른손으로 옮겨 쥐고 격살하는 실전적 요령을 제일 먼저 소개한다. 조선에서 표창이란 일본식 수리검을 말하는 게 아니라, 투척 전용의 짧은 창을 말한다.[1] 로마군이 필룸을 던지고 방패와 검으로 접전하는 것과 비슷. 하지만 등패의 경우 투창으로 상대의 허점을 만드는 것을 강조해서 묘사하고 있다. 그러나 이후 연병실기에서는 표창을 쓰지 않는다고 나와있다.
이후에 등장하는 세법에서는 등패를 따라 칼을 휘두른다는 말이 많은 것으로 보아 실드 배시에 이은 검격, 혹은 방패로 쳐내면서 빈 틈에 검을 휘두르는 형태가 공격의 주류인 듯. 방패 검술은 방패가 방어에 도움이 되면서도 그 넓이와 크기 때문에 오른손 검의 공격을 방해하는 경향이 있어서, 이것을 조화시키는 요령을 상당히 궁리하는데서 고유한 특징이 나온다. 등패는 방패 자체가 가볍다 보니 방패를 막 휘두르면서 연속 공격을 하는 형태로 발전한 것 같다.
등패는 낭선을 이기는 무기라고 하는데 이는 낭선의 주된 공격이 가지에 달린 독을 바른 철사로 상대를 훑어버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등패는 이런 공격을 방어하기에 매우 유효한 무기인데 반대로 그런 공격에는 강하지만 타격기인 곤방의 공격에는 취약한 면을 보여준다. 곤방으로 후려치면 충격으로 뒤집혀 버려 무력화된다고 기록되어 있다.
등패를 사용하는 자세로는, 기수세(起手勢) ·약보세(躍步勢) ·저평세(低平勢) ·금계반두세(金雞畔頭勢) ·곤패세(滾牌勢) ·선인지로세(仙人指路勢) ·매복세(埋伏勢) ·사행세(斜行勢) 등이 있다.
https://youtu.be/ep-yQgNsiQE?si=qV_FRO-9xAIe7VY4
출처
나무위키, 두산백과 - 등패
유투브 맨발의 청춘 - 낭선으로 비질하고 등패로 총알을막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