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소년의 유럽여행기.15 프랑스, 콜마르(2)

[조대장]

마을광장에서 만난 관광열차. 한 번 타 보고 싶었지만,

구시가를 천천히 걸으며 사진을 찍는 것을 택하기로 했다.

마을 극장. 낡고 작은 건물 안의 극장 내부가 참 궁금했다.

영화 한 편을 골라보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유럽사람들에게 있어 영화는 단순 오락거리 이상인 것처럼 느껴졌다.

꿈, 낭만, 인생, 사랑.. 애초 그들이 만들어왔던 영화들은

우리 것과 달리 그런 것들이었다.

헐리웃과도 달랐던 것이다. 

이곳은 운터린덴 박물관.

마을 중앙의 이 오래된 건물은 옛 수도원으로 현재는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파리에 머물 때, 중세박물관을 찾다가, 폐문 중인 것 같아 단념하고 돌아선 일이 있었는데,

이 박물관은 중세시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을 충족시켜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이었다.

나의 경우--;; 이런 박물관이고 자시고 있는 줄도 몰랐지만.. 비도 피할 겸,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들어가보자란 식이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내실있어 무척 흡족스러웠던 곳이다.

입장료는 7유로. 1층과 2층, 지하까지 볼거리가 풍부하고 다양해 아깝지 않다.

콜마르를 찾았다면 이곳에서 생생한 중세의 향기를 느껴보자.

유럽을 여행하면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그림.

인물들이 다양한 복장과 표정, 이런 신화적인 설정이 낯설지 않았는데

생각해보면 과거의 일본만화로부터였다.

상상력을 자극하고 사람을 매료시키는 힘이 강했다.

역시 상당히 흥미로웠던 중세무기 전시실.

그 디테일 함을 들여다본다던지,

실제 과거 사람들이 이것들을 사용하는 모습을 상상할 때면 무척 흥미진진해졌다.

거대한 총기류의 위용이나 다양한 모습의 갑옷들, 끔찍한 둔기류의 무기들..

유럽을 여행하면서 이런 전시관을 몇번인가 둘러보았지만, 무기류만큼 생생하게

강렬하게 과거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은 없었다.

국가 혹은 왕의 자존심, 대의명분, 시간 속의 낡음, 손떼,

이것들을 다룬 누군가의 중세에서의 삶,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욕구인 생존.

내가 좀비영화에서 느끼는 매력처럼, 

생존만큼 인간들을 가장 순수하게 한데 묶는 것은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젠 잠들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이 무기들을 보면(한편, 끔찍하기도 한)

그 목적이 무엇이었든 결국 생존을 위한 인간의 마음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가장 순수한 형태의 진심이 아니었을까. 강렬한 진심.

구시가 변두리의 호텔.

29유로로 이 동네에서 유스호스텔을 제외하면 가장 저렴한 호텔이 아닌가 싶다.

창 밖을 내다보면 큰 주차장이 있었는데, 왼쪽에는 2층짜리 멀티플렉스 극장가 있었다.

그러니까 처음에 보았던 마을 안쪽의 극장의 라이벌인 셈인데(거리도 그리 멀지 않다),

이 주차장에서부터 압도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발길은 보다 세련되고, 청결한 신식 극장을 찾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콜마르를 떠나기 전 동네를 산책했다. 여기는 마을학교.

아이들은 만나자마자 프랑스식으로 양뺨을 맞대면서 인사를 하는데,

그 모습이 무척 보기 좋았다.

스킨십이란게 원래 서로 더 큰 애정을 갖게 하고, 

깊은 유대감을 갖게 하는 것이 아닌가.

콜마르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 역시 사람을 만날 때가 가장 행복했다.

어쩐 일인지 학교에 들어가지 않고 농땡이 피우던 아이들.

보라색 운동화가 곱다.

도란도란 짧은 대화를 나누고 우린 헤어졌다.

다시 마을을 들어설 때의 공원을 가로질러..

마침 역 앞에는 학교에서 단체로 여행 온 독일아이들이 모여있었다.

그런 것이었다. 유럽은 수많은 나라들이 큰 한 덩어리의 땅을 나눠쓰고 있었고,

마음만 먹으면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얼마든지 여기저기 가볼 수 있는 것이다.

난 유럽인들이, 한국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정말 많은 것들을 누리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웃겼던 것이.. 역에 도착하자,

어제오늘 흐리고 비를 뿌렸던 하늘이 구름이 벌어지고

햇살을 내리는게 아닌가-_- 으아으아 그 순간 콜마르가 예뻐보였다.

날씨가 좋았더라면 분명 더 좋은 인상으로 남았을텐데. 어쨌든 실소만.

지구소년의 유럽여행기.15

프랑스, 콜마르(2)

 Blog. http://blog.naver.com/stakkato

E-mail. stakkato@naver.com

Nateon. stakkato@nate.com